카프카스지방 시골마을 어딘가,
여행가방 하나 딸랑 들고 기차를 타려는 할머니 한분.
참 험악한 동네 분위기 (그도 그럴것이, 이 동네는 20년 가까이 체첸반군 때문에 '내전'중이었기 때문에 러시아인들한테는 사실상 적지임.)
할머니를 도와드리는 친절한(?) 군인양반들
근데 이건 객차가 아니라 화물열찬데?
그런데 뭐가 급한지 할머니에게 과잉친절을 베풀고 호다닥 사라지는 군인양반들.
알고보니 영외이탈 하려고 일부러 할머니한테 접근했던 것.
군용열차라서 다른 군인들도 탐.
시급 300원 받고 2년만 구르면 할머니도 이렇게 되실거예요 ㅠㅠ
(참고: 2008년 기준 러시아군 사병 월급이 22만원이었음.)
죄다 대가리 빡빡 깎아서 비슷비슷하지만 어디선가 많이 본거 같은 얼굴들.
잠깐 자고나니 목적지에 도착한 기차
참 군인들을 알 수가 없다니까, 한번만 불러도 될걸 고걸 못 기다려요.
무려 영관급이 영접 나옴
나이를 먹으니 기차에서 내리는 것 조차 산 넘어 산
그럼 BTR80 타고 부대로 가봅시다
새벽 늦게서야 부대에 도착.
군인들은 참 알 수가 없어. 뭘 하던간 왜 이렇게 급한지 몰라.
그래도 나름 귀빈이라고 개인실까지 내어주는 부대원들.
금일 근무 빠져서 신이 난 장병들.
조금 후, 군홧발 소리와 엔진소리에 잠이 깬 할머니
누가 있네?
발은 물집투성이, 양말을 꼬질꼬질, 군복은 너덜너덜
(계급을 보아하니 '상위'임. 중위 위에, 대위 아래.)
는 할머니 손주였던 것.
보자마자 손주 꼬라지에 대해서 잔소리를 늘어놓으시는 할머니
어쨌든 오랜만에 할머니를 뵈었으니 목욕재계도하고, 자신의 직장을 보여주는 손주
(복장으로 보아하니 손주 소속이 VDV인듯.)
총기 수입이 신기하신 할머니
손주가 이런 총과 저렇게 어린 병사들을 다룬다는게 믿기지가 않는 할머니
세상 어딜가도 똑같은 할머니들의 첫번째 걱정 "거긴 밥은 잘 주냐?"
그럼 마더로씨야의 자랑, 장갑차도 보여드릴게요
(잘보면 둘이 전투복이 다른데, 오른쪽애는 내무군이나 특수부대 같은 타부대에서 지원 나온거 같음.)
군인들은 참 알 수가 없다니까, 기왕 만드는거 편하게 좀 만들면 좋겠는데.
손주한테 총 쏘는 법을 배우시는 할머니
인간이 해야 되서는 안 될 짓이 바로 살인인데, 그걸 이렇게 쉽게 할 수 있는 세상이라니.
사실 손주가 무슨 일을 하느냐 보다, '잘 먹고 잘 입고 잘 자는지'가 더 걱정인 할머니.
개씹상남자 스타일이지만 할머니 앞에서만은 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손주
그날 밤, 잠자리가 불편해서 잠들지를 못하는 할머니
산책이나 해볼까 하고 야간부대시찰을 나감
는 초병들한테 잡혔는데 암구호를 알 턱이 있나.
좀 나사 몇개 풀린듯한 초병들
얘는 정상인가 싶은데,
역시 3번초가 병신짓 하기 딱 좋은 시간대란 말이지.
먹을거 주니까 순해지는 초병들
지통실도 전화 안 받겠다, 경계고 뭐고 할머니랑 노가리나 까는 초병들
다른이들에게는 '무서운 사람들'이지만, 할머니가 보기엔 '힘들고 집을 그리워하는 손주들'로 밖에 보이지 않는 군인들
역시 인생토론은 경계근무 설때 제일 많이 한다는게 국룰.
이새낀 새벽부터 무슨 국뽕이 차올랐나...
전쟁터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잠에 빠지는 할머니
는 눈 깜박할 사이에 해가 떠부럿서?
아까 3번초 서던 애들은 이미 교대했고 처음보는 군인들이 와 있음
높으신분 등장.
만국공통 노인네들 국룰 - 어디 갔다오셨냐고 여쭤보면 대답은 꼭 "요앞에" 임. (서울에서 부산 내려갔다와도 요앞에 임.)
군인들은 참 알 수가 없단 말이지, 힘들다고 아무데나 털썩 주저앉고 씻지도 않고 잘만 잠들고.
높으신분들 특 - 원래 안되는건데 항상 '이번만 특별히' 해드리는 거라 함.
사실 원인을 찾아보자면 걔네가 먼저 때렸고, 그 원인을 또 찾아보자면 우리가 걔네를 때렸다고 하고...
그럼 어쩝니까, 국가간의 파워게임에서 민중이 죽어나가는건 원숭이들이 편가르고 싸우던 시절부터 똑같았는데요.
할머니 복귀시킨 중대장.
방금 만났는데 또 어딜 갔다온다는 손주
(뒤에 애들 뚝배기랑 손주가 입은 스목으로 보아 VDV 소속 스페츠나츠인듯.)
사실 중대장이 시켰는데 차마 말 못하는 당번병
하지만 중대장 명령따위에 놀아날 할머니가 아니다.
무단외출 시도하시는 할머니
외출허가증 따위 알게 뭐야
사실상 빵셔틀 해달라는건데, 애들 표정이 너무 불쌍해서 흔쾌히 수락하시는 할머니
그렇게 한참을 걸어서 시장에 온 할머니
(주: 당시 체첸 사태에 투입된 군인들은 대개 2분류로 나뉘는데, 육군, 내무군 같은 러시아군 소속, 그리고 전역병사, 혹은 타 동유럽국가에서 TO를 받아 만든 돈 받고 싸우는 용병부대가 있었다. 소속이 애매한 점을 이용해 개막장 임무에 자주 투입되었다 카더라.)
꽤 친절한 체첸 할머니
아까 그 면상이 스물일곱이라고?
역시 숏타이머들이랑 베테랑들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전쟁으로 많은 이들이 피폐해졌다는걸 참 덤덤하게 말하는 체첸 할머니.
반쯤 무너진 집에서 살아가는 체첸인들
먼 훗날 인류가 하나로 통합되는 날의 후손들이 이 때의 역사를 바라보면 뭐라고 할까?
같은 인간끼리 고작 자원과 국경선 때문에 싸우고 죽였다고?
체첸사람들은 다 털이 덥수룩하고 사람 모가지를 썬다고 들었는데 이 할머니는 정 반대네
동네 청년한테 길안내를 받는 할머니
생긴건 완전 금발벽안 백인지만 나름 이슬람교 신자인 체첸 청년.
(주: 당시 체첸지역은 군사구역으로 묶여서 민간인이 함부로 드나들 수가 없었음.)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라하는 격언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인간은 평화를 위해 전쟁을 하는걸까, 아니면 전쟁을 위해 잠시 평화를 가지는걸까?
담배를 한갑도 아니고 보루째로 사오신 할머니
내 눈은 못 속인다, 애송이.
이제 저 청년은 뭘 할까? 평소대로 집에 가서 할머니가 한 말을 곱씹어보며 하릴없이 시간이나 죽이겠지?
할머니 무단이탈하신 동안 중대장한테 개갈굼 당한 당번병
는 내리갈굼으로 승화.
그래도 소대장님 할머니라고 취사병 갈궈서 저녁 다시 만드는 당번병
A급 귀빈을 위해 별 짓을 다하는 우리의 장병들
역시 짬은 먹을게 못된다는 걸 몸소 보여주시는 할머니
할머니 또 어디로 튈지 몰라서 문 앞까지 배웅하는 당번병
아이고 고단하다~ 내 군생활.
돌아오니 손에 멍이 잔뜩 들어있는 손주
손주 삐짐
할머니도 삐짐
아무래도 이 영화를 보고 오신듯한 할머니.
수많은 블랙옵스질로 인간의 악한면을 자주 봐서 수긍 못하는 손주
는 그래봤자 할머니한테 그저 '말버릇 나쁜 아가'임.
증손자는 언제쯤 보여줄거냐는 할머니
미군도 그렇고, 파병군인들의 이혼율은 상상을 초월한다지?
계속 손주의 이것저것을 걱정하는 할머니
할머니 왜 사망플래그 같은 말씀만 늘어놓으세요 ㅠㅠ
다음날, 이제 헤어질 시간.
또 '일'을 하러 가야되는 손주
항상 다컷다, 다 컷다 하면서도 할머니에게는 그저 울고불고 칭얼대던 '아가'로 보이는 손주.
불곰국의 상남자도 익숙하지 못한 이별.
그렇게 특별한 손님이 떠나고 다시 일상업무로 복귀하는 군인들.
열차를 타기 전에 시장에 들른 할머니.
다시 오기는 쉽지 않겠지만, 죽기 전에 한번은 더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평범한 소시민의 눈으로 본 전쟁터의 모습.
배경은 또 체첸이다. (이쯤되면 국내에 알려진 체첸 소재 영화는 다 본듯.)
참고로 현재 체첸 공화국은 반군이 완전히 전멸당해서 더 이상 전쟁상태가 아니다. 그래서 가고자만 한다면 가볼 수 있다. 게다가 푸틴이 돈 존나게 들이부었기 때문에 전후재건도 많이 이뤄졌다.
가보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으나, 사실 볼건 별로 없다.
------------------------------------------------------------------------------------------------------------------------------------------------
21개의 댓글
제목 | 글쓴이 | 날짜 |
---|---|---|
ㅆㄷ)흰팬티 8 | 곰돌아빠 | 13 시간 전 |
일러페스 최종 정리.txt 10 | 베트흐름선 | 14 시간 전 |
버튜버 커플 요가 컨텐츠 행복편 절망편 10 | 나는솔로 | 15 시간 전 |
여기 커뮤 평균 얼굴 6 | 살려줘음식 | 19 시간 전 |
문철빵이 문제인가? 15 | overflowᅠ | 1 일 전 |
인기걸그룹 팬 싸인회 대참사 18 | 까불지마 | 1 일 전 |
[속보] 임영웅 입원 중이던 병원에서 숨 거둬 11 | 전통원조병맛 | 1 일 전 |
혐) 나만 볼 수 없지 11 | 루체하브 | 1 일 전 |
정몽규 욕하는 축구팬들한테 진짜로 궁금한 점 12 | 살시챠 | 2 일 전 |
후방주의) 프리렌 세계관의 마족 5 | OヮO | 2 일 전 |
ㅇㅂ) 은근히 이쁜 어둠의 우정잉 .gif 29 | 구름이구름 | 3 일 전 |
🌶🌶스테이크 먹다 클레임 거는 만화 13 | 일토준지 | 3 일 전 |
올해 kbo에 도입된 기계심판 근황 15 | 콩순이아빠 | 4 일 전 |
ㅇㄱㅈ)오프모임에서 여자 만나는.manhwa 6 | 일토준지 | 4 일 전 |
경제이제 급속도로 안좋아질것같다 13 | 바둑이22 | 4 일 전 |
🌶)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오는 미친가게 17 | 일토준지 | 5 일 전 |
19) 갑자기 궁금한거 있는데 29 | 삽입 | 5 일 전 |
내 조건은 몇의 남자일까? 16 | 살데빌구 | 5 일 전 |
싱글벙글 GTA5에서의 삼성 취급.jpg 26 | 덕천가강 | 5 일 전 |
ㅎㅂ) 야짤 | 열한시십륙분 | 6 일 전 |
플랑시
식견 ㅂㅁ
호선노선도
ㅂㅁ
宮本フレデリカ
ㅂㅁ
번 만지면 싼다
식견좌
OVERDOSE
무민콘 달아줘
스압따위안붙임
취얼쓰으
qa
조홍감
식견좌 참 ㅋㅋ 왜 그딴소리해서 이리 까이냐
고깝긴하다만 잘보고있음
빻오후울적울적
할무니 뭔 일 생길까봐 조마조마하면서 봤네 ㅋㅋㅋ
알림
밖에 나가서 식견을 길러봐
엘리트예비군
퍄 오랸만이다 좋은영화 ㄱㅅ
애드라 저거 두번째 전쟁광기는 꼭봐라
띠리라리로
보자마자 식견좌 냄새남 더러워
워게이밍
체첸 가봄?
설사맨
이런 글 작성하고 "후후 식견이 부족한 우민들아 잘봐라" 이렇게 생각하려나
글 내용하고 행동이 너무 이중적
싸우지마세여
재밌당
머디
영화 ㅇㄷ
냥냥왈왈
할머니는 위대해!
헬NOGADA
이씨발새끼야 고맙다
명작이네
스압따위안붙임
챠챠
아 식견좌야? ㅂㅁ
분만기다려
잼긴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