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조선 시절 잔다르크 이야기 애국부인전 제오회

 

각설. 서력 일천사백이십구 년 사월에 약안이 황금 갑주와 백마 은창으로 일 중대를 거느리고 수십 리를 행하다가 시룡촌에 당도하여 국왕 전에 뵈옵기를 청한데, 이 때 법왕 사이 제 칠이 벌써 들은즉 어떠한 영웅 여자가 군사를 일으켜 나라를 구한다함으로 십분 기뻐하더니 이 날 뵈옵기를 청하매 왕이 그 여자가 천신을 칭탁한다는 말을 듣고 혹 요괴한 술법으로 세상을 속이는가 의심하여[1]그 진위를 알고자 하여 의복을 벗어 다른 신하를 입히고 왕의 상좌에 앉혀 거짓 왕을 꾸미고 왕은 신하의 복장을 입고 제신의 반열에 섞여 분변치 못하게 하고 약안을 불러들인대, 약안이 들어오다가 정당 위에 앉은 거짓 왕에게는 가지 않고 곧 제신들 있는 반열에 들어와 참 국왕을 보고 재배하거늘 왕이 거짓 놀라는 체하여 낭자가 그릇 왔도다 하며 당상을 가리켜,

 

“저 위에 용포 입고 앉으신 국왕 폐하께 뵈오라. 나는 아니로라.”

 

한데 약안이 엎드려 여쭈오되,

 

“천한 여자가 감히 천신의 명을 받자와 왔사오니 아무리 폐하께서 의복을 변하였을지라도 어찌 모를 이치가 있사오리까?”

 

왕이 그제야 약안의 성명과 거주를 물으시고 그 뜻을 알고자 하거늘 약안이 대답하되,

 

“천한 여자는 동이미 농가의 여자온대, 이름은 약안아이격이요, 나이는 십구 세요, 어려서부터 천신의 명을 받아 법국의 재앙을 구원하며 대왕을 위하여 적국을 소탕하고 리목 땅을 회복하고 폐하를 받들어 가면의례를 행코자 하나이다.”

 

하고 인하여 포다리고 장군의 공문을 드린데 왕이 그제야 진심인 줄 알고 약안의 손을 잡고 가로되,

 

“법국 사람이 다 낭자 같으면 어찌 회복하기를 근심하리오.”

 

하고 못내 차탄하시니 원래 법국의 법에 왕이 즉위하면 반드시 가면의례를 행하되 역대로 즉위할 때마다 리목 땅에서 행하더니 이 때 그 땅이 영국에게 빼앗긴 바 되어 왕이 가면의례를 행치 못하므로 약안이 글로 고함이라. 이에 좌우 제신이 다 서로 말하되 상제께서 법국을 위하여 이 여자를 보내어 나라를 중흥케 함이라 하더라.

 

 

선시에 법국 사이 왕 제 칠이 남방에 파천하여 각처 패한 군사를 거두니 대략 삼천여 명이라. 이 날 왕이 그 패병 삼천 명으로 약안의 휘하에 붙이시고 약안을 봉하여 대원수 여장군을 삼으시며 황금 갑주와 비단 국기와 또 몸기 하나를 주시니 그 몸기에는 천주의 화상을 그리어 매양 진중에 들 때마다 손에 드는 기라.

 

약안이 원융의 단에 올라 황금 갑주와 백은포를 입고 우수에 장검을 들고 좌수에 몸기를 잡아 엄연히 대장기 앞에 앉았으니 그 기에 황금 대자로 ‘대법국 대원수 여장군 약안’이라 새겼더라. 원수 비록 연약한 여자의 몸이나 무기와 융장을 단속하고 장단에 높이 오르니 그 위엄이 엄숙하고 풍채가 늠름하여 진시 여장부의 풍신이 있는지라. 이 날 제장 군졸을 불러 일제히 점고하고 무기를 조련하니 군사가 다 원수의 신통한 도략을 복종하여 용맹이 백배나 떨치니 보는 사람마다 책책 칭찬 아니 할 이 없더라.

 

정히 원융은 본시 나라를 평안히 할 뜻이 간절하고 제장은 깊이 나라를 사랑하는 맘이 가득하도다.

 

----

 

1. 시국이 어지러우매 무당과 박수가 들끓어 법국의 질서를 문란케도 하였으나 그 본연은 천주회에 반하는 자들을 색출하여 산 채로 불에 태움으로 하여금 왕조의 지엄을 알리고 이반한 민심을 바로하고자 함에 있으니 과연 법조는 있으되 애민의 마음은 없다. 시황제가 서책을 태우고 유림을 산 채로 묻어 폭정으로 종사를 바로잡고자 한 것과 그 이치가 같다. 

1개의 댓글

2019.06.16

꿀잼이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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