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100년을 시간을 넘어서 유행한 칵테일, 사제락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NOTMC_31178_ae9ad181-7922-43db-8221-de9c99ac5669.jpg

 

 

저번에 올드 패션드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 할 이야기는 사제락, 혹은 새져렉이라고 불리는 칵테일에 대한 이야기야.

 

혹자는 이 칵테일이 최초로 칵테일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계기가 되는 칵테일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

 

칵테일 역사학자 데이비드 원더리치는 이 설에 대해서 날조에 가깝다는 평을 하기도 했지만, 진실은 아무도 몰라 그 시대를 넘어서 살아온 사람이 없으니까.

 

그럼 이 칵테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도록 하자.

 

 

 

 

 

Post_Peychaud2.jpg.webp

 

먼저, 이 칵테일에 대해서 알기 전에 그 기원이 되는 것에서부터 시작을 해야겠지?

 

이 칵테일은 탄생은 먼저 1830년대 뉴올리언스의 약사, 앙투안 아마디 페이쇼드(Antoine Amédée Peychaud)가 만든 페이쇼드 비터스에 의해서야.

 

이전에 올드 패션드에서 말했던 것처럼, 당시에 비터스는 유행하는 제품 중의 하나였고, 이 페이쇼드 비터스 역시 그런 시기에 만들어진 비터스지.

 

수많은 비터스 가운데서 지금까지도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이 비터스는 앙고스트라 비터스보다 좀 더 가볍고 달콤한 향이 나고, 좀 더 아니스 향이 지배적인 프랑스 스타일의 비터스야.

 

혹은 크레올 비터스라고 부르기도 하는, 뉴올리언스를 대표하는 비터스라고 할 수 있어.

 

사제락을 어떻게 만드는가는 바텐더의 재량이지만, 이 비터스가 빠지는 순간 더 이상 사제락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사제락의 영혼 그 자체야.

 

 

NOTMC_614420-2a8c060f5056b36_2a8c09b3-5056-b365-abcd94d620bbbbbe.jpg

 

사제락이라는 칵테일이 만들어진 건, 185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가.

 

스웰 T 테일러라는 사업가가 뉴올리언스에서 본인이 운영하던 Merchants Exchange Coffee House라는 바를 매각하고 주류를 수입하는 일을 시작하면서 부터라고 할 수 있지.

 

그는 원래 바의 운영자 였으나, 보다 큰 사업을 하고 싶어서 아론 버드라는 사람에게 소유권을 넘기고, 프랑스 이민자들이 많았던 뉴올리언스를 노리고 꼬냑을 수입하기로 결정했어.

 

productandcanister.png

 

그 꼬냑이 바로 Sazerac-de-Forge et Fils이라는 꼬냑이야.

 

한편, 바를 인수 받은 아론 버드는 원래 주인이 수입하는 꼬냑을 판매하고 홍보도 할 겸, 바의 이름을 Sazerac Coffee House로 변경하고 새로운 칵테일을 만들어서 판매하는데, 그게 바로 꼬냑을 이용해서 만드는 사제락이라는 칵테일이었지.

 

참고로 이 시기는 미국의 남북전쟁 시기와도 겹치는데, 누군가는 남북전쟁이 일어나기도 전에 이미 뉴올리언스에서는 비슷한 칵테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해.

 

뭐 하여튼, 이 칵테일은 올드 패션드와도 비슷하게 술, 비터스, 설탕이 들어가는 칵테일이지만 프랑스의 영향을 크게 받았던 뉴올리언스였던 만큼, 당시 프랑스에서 유행하던 압생트가 들어간게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

 

압생트는 사실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지역을 제외하고는 크게 유행한 적이 없는데, 뉴올리언스가 바로 그 지역이었던 거지.

 

이후 이 칵테일은 사제락 커피 하우스의 대표 칵테일이자, 뉴올리언스를 대표하는 칵테일로 자리매김하지.

 

하지만 이 칵테일의 역사는 꽤나 다사다난한 편이야.

 

먼저 1875년을 기점으로 해서 이 칵테일의 재료는 꼬냑에서 라이 위스키로 변해.

 

 

 

 

Phylloxera_cartoon.png

 

벌레 중의 최고의 미식가라고 불리는 포도 필록세라(Grape phylloxera)에 의해서 말이지.

 

원래는 북미에만 있던 노린재과의 이 벌레는 북미에서 자라던 포도나무의 표본을 유럽으로 가져온 식물학자들에 의해서 유럽으로 넘어왔어.

 

오래도록 이 벌레에게 시달려왔던 북미의 포도나무들은 이 벌레의 저항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유럽의 포도나무들에게는 재앙 그 자체였지.

 

유럽 놈들이 흑사병을 미국에 가져다 준거에 비하면 별거 아니지만, 나름 이 벌레들은 유럽의 포도, 그리고 그걸 이용해서 만드는 와인과 브랜디 시장을 전멸시켰지.

 

어떤 놈들이 가져왔냐고?

 

 

plan01_05.jpg

 

 보통 좆같으면 이새끼들이지 뭐.

 

 

 

 

 

이 영향으로 꼬냑을 수입하던 그 양반은 쪽박을 찼고, 꼬냑을 이용해서 만드는 칵테일을 팔던 사제락 커피 하우스 측은 부랴부랴 꼬냑 대신 미국에서 구하기 쉬웠던 라이 위스키를 사용해서 칵테일을 만들었어.

 

왜 버번이 아니냐고? 이때는 아직 버번 위스키가 제대로 등장하기 전이었고, 호밀로 만든 위스키가 지배적이던 시기였으니까.

 

그리고 이후에도 계속해서 라이 위스키로 만들게 됐는데, 버번과 라이는 둘 다 미국에서 주로 만들어지는 위스키지만 서로 맛과 향이 꽤나 다른 술이라서 버번보다는 라이 위스키 쪽이 좀 더 이 칵테일에 어울렸거든.

 

그렇게 이 칵테일은 다시 부활하고 잘 나가는 가 싶다가 1912년, 또 한 번 위기를 맞이하게 되지.

 

 

The_Absinthe_Drinker_by_Viktor_Oliva.jpg

 

프랑스에서 먼저 압생트의 유해성이 대두되면서 생산이 금지되고, 미국에서도 압생트의 수입 및 생산이 금지됐거든.

 

당연히 이 칵테일의 주 재료인 압생트를 구할 수 없으니 큰 문제가 됐고, 대체품으로 아니세트라는 지중해 쪽에서 만들어지는 아니스 리큐르들(삼부카나 우조 같은)이나 압생트의 대체품이었던 파스티스들을 사용해서 만들었지.

 

 

legendre-herbsaint-original-anise-liqueur_70412.jpg

1934년에는 결국 뉴올리언스에서 수입품을 대체하기 위해서 허브생트라는 대체품을 만들어서 칵테일에 사용했고, 이 방식은 2007년까지도 이어졌어.

 

압생트에서 문제가 되는 쓴쑥을 빼고 만든 버전의 압생트로, 이것도 일종의 파스티스라고 볼 수 있지.

 

이 술의 발견 이후로는 대부분은 사제락은 이 술을 이용해서 만들었지만, 압생트의 오해가 풀리고 규제가 사라진 이후로는 전 세계적으로는 압생트를 이용해서 만드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지.

 

다만, 뉴올리언스의 원조집 사제락 커피 하우스에서는 여전히 허브생트를 쓰고 있는데, 원조는 둘째치고 100년 정도를 써왔다보니 이제는 오히려 이걸 쓴 기간이 긴 만큼 그런게 아닐까 싶어.

 

 

 

 

 

 

 

 

 

 

 

Sazerac-2.jpg

 

그럼 이 칵테일은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 받았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야.

 

이 칵테일의 일종의 뉴올리언스 특산 칵테일 느낌으로 취급 받았고, 그외 지역에서는 굳이 찾아서 마시지 않는 칵테일 중 하나였어.

 

한국에서도 2010년 이전에는 이 칵테일에 대해서 물어보면 그게 뭔데? 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

 

그럼 이 칵테일은 100년도 넘는 시간을 넘어서 어떻게 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됐을까?

 

거기에서 대해서는 

 

크래프트 칵테일 무브먼트, 바텐더의 인식을 바꾼 사건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이 글을 읽고 오는게 좋아.

 

크래프트 칵테일 무브먼트 이후에, 수많은 미국 바텐더들은 과거부터 사랑 받았던 칵테일을 재조명했고, 그 과정에서 뉴올리언스라는 지역의 칵테일들이 떠오르면서 근본 가득한 이 칵테일을 발견한거지.

 

2009년쯤을 기점으로, 뉴올리언스 칵테일 가운데서 라모스 진 피즈와 사제락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몇 년 뒤, 한국에도 들어오게 됐고 이제는 대부분의 바에서 만드는 메뉴가 된거야.

 

 

 

 

 

 

 

 

 

 

 

20220318-_MG_3949.webp

 

그럼 이 칵테일이 왜 최초의 칵테일이라는 이야기를 듣는걸까?

 

거기에 대해서는 초기에 이 칵테일이 콕티에(coquetier)라는 잔에 나왔다는 설에 의거하고 있어.

 

프랑스에서 삶은 달걀을 올려서 주는 이 잔에 이 칵테일을 만들어 줬는데, 무식한 미국놈들이 이 발음을 못해서 칵테일(cocktail)이라고 알려지고 그게 칵테일이라는 단어가 됐다는 설이지.

 

하지만 올드패션드 글을 보면 나오다시피, 실제로 칵테일에 대한 언급은 이 칵테일이 탄생하기 전에 이미 있었으니 낭설일 가능성이 높아.

 

여기에 대해서는 사제락 커피하우스 측에서 1900년대 초에 했던 마케팅에 의해서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지.

 

1900년대는 교차 검증이라는 게 불가능한 시기였고,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아 이게 그래서 그렇구나." 하고 살아갔을 확률이 높지.

 

이건 지금도 사실 잘 모르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주장하는 게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그 당시에도 그랬다고 생각하면 돼.

 

그로 인해서 몇몇 책에는 최초의 칵테일에 사제락이 언급되었고, 그 책을 통해서 공부한 사람들은 그걸 정설로 믿고 있지.

 

만화 바텐더 in Tokyo 에서도 이 칵테일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만, 솔직히 그 만화 틀린거 많으니까 너무 믿지는 마.

 

 

 

 

 

2013-06-13-americasfirstcocktail.png

 

 

마지막으로, 이 칵테일을 만드는 법에 대해서 소개할게.

 

이 칵테일에 들어가는 재료는 여러가지야.

 

먼저 라이 위스키 혹은 꼬냑.

 

취향에 따라서 각설탕 하나 혹은 두개.

 

거기에 앙고스트라 비터스와 페이쇼드 비터스를 살짝.

 

칵테일을 넣을 잔에 압생트를 뿌리거나 살짝 따른 다음에 잔 전체에 입혀주고 준비하고

 

마지막에 레몬 필을 해주면 완성이야.

 

 

 

자세한 과정은 먼저 각설탕을 넣고 비터스를 뿌려서 적셔 준 다음, 잘 으깨서 술과 함께 섞어줘.

 

이 과정에서 잘 으깨고 오래 섞지 않으면 무조건 설탕이 씹히니까 주의하거나, 그냥 시럽으로 대체해도 무방하긴 해.

 

전체적인 일체감을 주기에는 시럽이 훨씬 편해.

 

그 다음은 압생트를 뿌려서 린스한 잔에 얼음 없이 따라주고 레몬 껍질의 오일을 뿌려주면 완성.

 

 

 

올드 패션드와도 비슷하지만, 압생트와 페이쇼드 비터스가 주는 킥은 이 칵테일을 올드패션드와는 다른 칵테일로 만들어주지.

 

100년이라는 시간을 넘어서 전 세계에 유행하는 존버의 칵테일, 사제락이야.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17d6a9830745383f0.png.jpg

5개의 댓글

12 일 전

난 올패보다 사제락이 맛있더라

0
11 일 전

상남자특) 리버스 사제락 마심

0
11 일 전

난 꼬냑보단 라이위스키로 한게 좋았음

0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2420 [역사] American Socialists-링컨대대의 투쟁과 최후(中) 1 綠象 1 7 시간 전
12419 [기타 지식] 아무리 만들어봐도 맛이 없는 칵테일, 브롱스편 - 바텐더 개... 3 지나가는김개붕 1 16 시간 전
12418 [역사] American Socialists-링컨대대의 투쟁과 최후(上) 5 綠象 4 1 일 전
12417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 보돔 호수 살인사건 2 그그그그 2 2 일 전
12416 [기타 지식] 일본에 의해서 만들어진 칵테일들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 2 지나가는김개붕 6 2 일 전
12415 [기타 지식] 중국에서 안드로이드 폰을 사면 안되는 이유? 10 대한민국이탈리아 20 3 일 전
12414 [역사] English) 지도로 보는 정사 삼국지 3 FishAndMaps 5 3 일 전
12413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그녀는 왜 일본 최고령 여성 사형수가 되었나 10 그그그그 9 5 일 전
12412 [기타 지식] 최근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국내 항공업계 (수정판) 15 K1A1 23 5 일 전
12411 [역사] 인류의 기원 (3) 3 식별불해 6 6 일 전
12410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재벌 3세의 아내가 사라졌다? 그리고 밝혀지... 그그그그 4 8 일 전
12409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의붓아버지의 컴퓨터에서 발견한 사진 3 그그그그 7 10 일 전
12408 [기타 지식] 도카이촌 방사능 누출사고 실제 영상 21 ASI 2 10 일 전
12407 [역사] 지도로 보는 정사 삼국지 ver2 19 FishAndMaps 15 12 일 전
12406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지구 2부 21 Mtrap 8 10 일 전
12405 [기타 지식] 100년을 시간을 넘어서 유행한 칵테일, 사제락편 - 바텐더 개... 5 지나가는김개붕 1 12 일 전
12404 [기타 지식] 오이...좋아하세요? 오이 칵테일 아이리쉬 메이드편 - 바텐더... 3 지나가는김개붕 2 14 일 전
12403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지구 1부 31 Mtrap 13 13 일 전
12402 [기타 지식] 칵테일의 근본, 올드 패션드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15 지나가는김개붕 14 14 일 전
12401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인류 2부 22 Mtrap 14 14 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