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중국에서 안드로이드 폰을 사면 안되는 이유?

본래 중국 교민 카페에 올렸던 글인데, IT커뮤니티에서도 나름 궁금해할 문제들 (예: 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유독 램 용량을 큼직하게 탑재해줄까?) 에 대한 답변도 있어 일부 내용을 수정하여 여기에 올려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클릭률을 높이기 위해 어그로성 제목은 그대로 들고왔습니다. 역시 사죄의 의미로 세 줄 요약 먼저 놓겠습니다.

1. 안드로이드 앱들은 기본적으로 FCM이라는 서비스를 이용하여 푸시알림을 기기에 전송합니다.

2. 하지만 중국에선 FCM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 대다수의 중국 내수용 앱들은 푸시알림이 잘 울리기 위해 기기의 램과 배터리를 엄청나게 갉아먹습니다.

3. 중국 정부까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매우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카페를 둘러보다보면 간혹 "한국에서 쓰던 갤럭시폰이 중국에 오니 배터리도 빨리 닳고 느려진 것 같아요!"라고 문제를 호소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과연 기분탓일까요?

만약 아무것도 안했는데 중국 공항에 발 딱 디디자마자 폰이 맛이 갔다면 그건 귀신이 곡할 노릇이겠지만, 중국 정착 준비를 위해 중국 생활 필수 앱들인 알리페이 위챗 메이퇀 고덕지도 디디 타오바오...를 깔고 휴대폰을 사용하다가 그렇게 느껴진거라면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입니다. 원래 중국산 앱이 안드로이드폰을 느리게 만들고 배터리도 빨리 닳게 만들거든요.

왜 그러는 걸까요?

Firebase Cloud Messaging, 줄여서 FCM이라고 하는 구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푸시 알림 서비스가 있습니다. 만약 앱이 어느 사용자의 기기에 푸시알림을 전송해야하면 그걸 기기에 직접 전송하는게 아닌, 먼저 FCM 서버에 알림을 전송하고, 서버에서 다시 기기로 전송되는 방식으로 작동되죠.

이렇게 하면 좋은 점이 굳이 모든 푸시알림을 보내야하는 앱들이 기기의 메모리에 상주하지 않아도 되니, 휴대폰이 느려질 일도, 배터리가 빨리 닳을 일도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중국을 제외한, 구글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국가의 앱들은 FCM을 통해 푸시알림을 보내는게 일반적입니다.

근데 문제가 있습니다. FCM은 구글(정확히는 구글이 인수한 Firebase라는 회사)의 서비스이고, 중국에선 구글이 막혀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안드로이드폰을 팔 수는 있지만 구글 서비스들이 다 빠진채로 출시되고, 당연히 FCM도 빠집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단순무식한 방법은 바로 무작정 사용자의 기기 메모리에 앱을 상주시켜 앱을 종료해도 백그라운드에서 24시간 내내 실행하게 만드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절대 서버에서 날아온 앱 알림을 놓치지 않고 사용자의 휴대폰으로 전달할 수 있죠.

물론 이 방법은 단점도 명확합니다. 배터리랑 메모리를 엄청나게 갉아먹어서 휴대폰이 급격하게 버벅거려지고 배터리도 빨리 닳기 시작하죠.

(얼마 전 갤럭시S24의 기본 램 용량이 8기가인데 중국 내수용만 12기가를 넣어줘서 꽤 큰 논란이 됐었죠. 업계에선 이를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램 인플레이션 경쟁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라고 분석했고요. 그럼 왜 중국폰들은 램 용량이 클까요? 중국의 기술력이 뛰어나서? 아니면 스펙을 과시하고 싶어서? 아뇨, 중국에서는 그 정도 램 용량은 되야 휴대폰을 원활하게 쓸 수 있으니깐요.)

이 단순무식한 방법은 워낙 노답이기 때문에, 제조사에서 자체 푸시 알림 서비스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 중 비교적 메이저한 푸시 서비스는 샤오미의 MiPush, 화웨이의 Huawei Push가 있습니다.

물론 이 역시 단점이 명확한데, 해당 제조사 폰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고 (타 제조사 폰에서 mipush를 사용하게 해주는 Magisk 모듈도 있긴 하지만...), 앱이 해당 푸시 서비스를 따로 지원해줘야 합니다. 특히 두번째 단점이 치명적인데, 그나마 지원 앱이 가장 많다는 MiPush조차 중국의 국민 메신저 앱인 위챗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위챗은 중국 생활에 없어선 안 되는 워낙에 거물급 앱이라서 알림이 제대로 안가면 "그건 폰 문제지 내 문제가 아니잖아? 꼬우면 위챗 삭제하든가 ㅋㅋ"를 시전해도 본인들한텐 타격이 전혀 없거든요. 한마디로 개발자가 절대 갑, 제조사가 을입니다.)

결국 보다 못한 중국 정부 (정확히는 공업정보화부(工信部))에서 중국 앱 생태계 정비에 나섰습니다. 주기적으로 과도한 광고 삽입, 금전적 피해를 유도하는 앱들을 중국 대형 앱스토어 (각 제조사 앱스토어나 텐센트 应用宝 등) 에서 퇴출시키는 한편, 2017년에는 중국 내 메이저 안드로이드 기기 제조사들(삼성 포함)을 모아 统一推送联盟(Unified Push Alliance, 통일 푸시 연맹)이라는 푸시 알림 규격을 출범합니다.

근데 사실 정부에서도 이 푸시알림 규범화 사업에 대해 굉장히 미적지근한 태도입니다.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름을 统一推送工作委员会이라고 바꾼거 외에는 성과나 변화라고 할 만 한게 딱히 없어요. 심지어 중간에는 홈페이지 도메인이 팔려버려 누군가 그걸 구매하고 무덤 사진에다가 푸시연맹 로고를 합성해서 올렸을 정도니깐요.

즉 결론은 "중국에서 안드로이드 폰 쓰면 배터리 팍팍 닳고 버벅거리게 되는데 이건 구글이 다시 중국에 진출하기 전까진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로 보인다" 입니다.

 


 

그럼 해결책은 없을까요? 없진 않습니다.

 

1. 아이폰을 산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법입니다. 중국한테 진작에 찍히고 쫒겨난 구글과 달리 애플은 아이클라우드 서버도 중국에 놓는 등 중국 정부한테 딸랑딸랑을 잘 한 덕분에 아직 무슨 서비스가 차단된 적은 없습니다. 애플의 푸시 알림 서비스인 APNS 역시 중국에서 잘 작동하고요.

거기에 더해 iOS의 앱스토어는 올라오는 앱들을 아주 깐깐하게 검사하기 때문에 아무리 대기업 앱이더라도 배터리를 갉아먹는다던가, 광고 푸시알림을 쏟아낸다거나 하는 허튼 짓은 절대 못합니다.

안드로이드 골수 팬, 개발자 등 안드로이드를 반드시 사용해야하는 소수의 중국인들은 아예 중국 앱 설치 전용 아이폰을 따로 사서 쓴다고 합니다.

근데 아이폰은 도저히 적응이 안되신다고요?

2. 폰을 중국에서 산다

이처럼 혼돈의 카오스같은 중국의 앱 생태계에 대응하기 위해, 대부분 중국 스마트폰 메이저 제조사들은 백그라운드 앱 뿌리까지 강제종료시키기, 스리슬쩍 실행되는 앱 틀어막기 등 편의기능들이 굉장히 잘 되있습니다. 아마도 유일하게 중국에서 장사할 마음이 있어보이는 외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 역시 이 험난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중국 내수용 제품의 현지화가 매우 잘 되있고요. 거기에 더해 일부 제조사들은 자체 푸시 서비스도 있어 배터리 소모를 그나마 덜 체감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일부 제조사의 백도어나 광고 무단 삽입 문제는 감수하셔야 합니다.)

3. 되도록 중국 앱을 사용하지 않는다

1번과 어느정도 일맥상통한 방법입니다. 중국앱을 안쓰면 중국앱의 고통을 겪을 필요가 없죠. 저는 중국에 있을때 위챗을 제외한 중국 SNS는 일절 사용하지 않았고 (물론 앱 최적화가 유일한 이유는 아니었지만), 타오바오같은 굳이 폰에 깔 필요 없는 서비스들은 PC나 모바일 웹을 사용했습니다. 아니면 위챗 미니프로그램으로 대체하는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물론 위챗, 알리페이, 지도 등 중국 생활에서 없는게 불가능한 앱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4. 되도록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받는다

중국 앱스토어나 자체 홈페이지가 아닌 플레이스토어에 올라와있는 앱들은 "그나마" 구글 표준 규범을 잘 지킵니다. 위챗같은 경우 1. 플레이스토어에서 설치하고 2. 외국에서 사용하는 두 조건이 모두 일치하면 FCM이 활성화된다고 하더군요. 다만 상당수 앱들은 플스에 올라와있지도 않다는게 문제지만요.

5. 전문가를 위한 방법

Brevent, IceBox, Greenify 등 앱을 사용하면 백그라운드에서 지멋대로 앱들이 실행하는것을 어느정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역시 한계가 존재하고, 일부는 adb나 루팅 등 복잡하거나 심지어는 위험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여기선 자세히 다루지 않겠습니다.

 

 

 

ㅡ ㅡ ㅡ ㅡ ㅡ

퍼왔습니다

https://meeco.kr/mini/38673347

10개의 댓글

11 일 전

ㅇㅇ 이거 맞는말임

근데 위에서도 나왔지만 중국 전용 과제는 각 제조사별 소모전류를 줄이기 위한 여러 기술을 탑재하고,

앱들이 여러 권한 등으로 램 상주하거나 하는 걸 whitelist등으로 관리함.

 

결론은 애플짱.

0
11 일 전

황금방패 만들 노력으로 정부가 직접 푸시서버를 만들면 되는거 아닌지 ㅋㅋ

0
11 일 전

지식이 늘었다

0
11 일 전

요즘 앱은 이걸 그냥 모바일 웹에서 쓰지 왜 앱으로 만들어서 사용자에게 강요하지? 싶은 게 많은 것 같음. 앱의 존재목적 자체가 본말전도되어 버린듯한 상황인데 중국은 그게 극대화된 형태의 카오스인가보네

3
@줍줍

예전에는 데이터 수집용이였고

 

요즘에는 푸시알람으로 광고/구입 유도 말곤 딱히 무슨 장점이

있나 모르겠음

 

니도 어지간하면 웹으로 하고 강제로 앱 다운 유도하는 서비스는 사용 안함

2
10 일 전

병신구조보니깐 중국은 폰사업 접을 일 없겠내

0
10 일 전

대륙개붕이다 대륙 유심 꽂으면 바로 지역별 배터리 제한 기능 알림이 뜬다

0
10 일 전

중국에서도 아이폰이 잘나가는 이유가있었구나

1
itx
10 일 전

중국 유학할때 들고간 LG, 갤럭시가 너무 발열이 심하고 느려져서 매년 홍미시리즈 사서 쓰는게 훨씬 쾌적했음

 

이런이유가잇엇네

0
9 일 전

지식이느럿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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