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인류의 기원 (2) : "’인면수심’의 조상님..." , 후손들은 결국 ‘파묘’했다.

*재미를 위한 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고생물학, 고인류학 전문가 분들의 자료를 참고해주세요.

**이미 유튜브 영상으로 만든 글이니 퍼가시는 것은 좋지만 영상화해서 수익창출(실제잇엇던일ㅠ)은 말아주세요. 정말 슬픕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bV6MMP2kWQ

배경음악

 

다운로드 .png "’인면수심’의 조상님..." , 후손들은 결국 ‘파묘’했다.
 

 

지난 시간에 우리는 (같이생긴) 인간이 원숭이(같이생긴) 인간으로, 그리고 마침내는 침팬지(같이 생긴) 인간으로 변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무려 6600만 년 전부터 1700만 년 전에 달하는 장구한 기간이다. 그런데, 사실 이 우리 조상님들을 ‘인간’으로 일컫는 것은 원숭이나 쥐였다고 말하는 것 만큼 중대한 오류다. 

 

 

 

 

“오류? 아니, 인간의 조상을 인간이라 부르지 못한다니? 우리가 인간이면 당연히 우리 조상님도 인간인거지, 왜 인간이 아니라는 거야?”

 

 

 

 

   사실, 이 우리의 침팬지조상*님들이 어떤 식으로 생활했는지를 살펴보면 조금이나마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도저히 인간적으로 살지 않았다. 그들은 삶의 ‘전부’를 나무 위에서 보냈고, 가끔 땅에 내려올 때는네 발로 다녔으며 뚜렷한 성적 이형은 그들에게 ‘사랑’이라곤 전혀 없었음을 암시한다. 수컷과 암컷의 덩치 차이는 압도적이었고, 암컷은 종종 같이 다니던 수컷 파트너가 우락부락한 침입자에 의해 뾰족한 송곳니 등으로 잔혹하게 살해당한 뒤, 그 우락부락한 개체의 새로운 하렘에 편입됐을 것이다. 이 시기 우리 조상들은 마치, 한낱 짐승들처럼 흘레붙었다. 

 

 * 엄밀히 말해 침팬지 또한 우리처럼 공통조상에게서 파생된 한 갈래 후손이니, 우리의 옛 조상님을 ‘침팬지조상’이라 부르는 것은 마치 고조할아버지의 어릴적 사진을 보고는, “어 이거 옛날에 집나갔던 이복동생 칠복이 아냐? 칠복이 살이 홀쭉해졌네!”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패드립이다.

 

 

1500만년 전, 케냐피테쿠스(Kenyapithecus)

 

image.png "’인면수심’의 조상님..." , 후손들은 결국 ‘파묘’했다.

 

 더 정교하며 오늘날의 유인원과 흡사한 치아를 지닌, 아마도 우리와 더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케냐피테쿠스는 오직 1500만년 된 자그마한 턱뼈 화석 하나만이 그 존재를 어렴풋이 암시한다. 지난 수십년 간 이루어진 DNA와 화석에 대한 연구는 그 이전의 수천 년 동안 감도 잡을 수 없었던 많은 어두운 영역을 추측 가능한 영역으로 밝혀놓았다. 그러나 여전히 장대한 인류의 진화사에서 우리가 밝혀낸 영역은 밤하늘의 별처럼 점점이 찍혀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 턱뼈 화석 이후 800만년의 세월은 여전히 우리가 밝히지 못한 어둠 속에 가리워져 있다. 단지 오늘날의 우리는 그 당시를 살던 우리 조상들이 피어린 적자생존의 투쟁과 대담한 이종교배의 기간을 거쳤을 것이라 추정할 뿐이다. 이 과정을 거쳐 한 갈래의 원숭이들이 보노보와 침팬지의 공통 조상이 되었고, 또 다른 한 갈래는 호미닌의 공통 조상이 되었다. 그런데 호미닌? 호미닌은 대체 뭘까? 아니, 그 이전에 과연 '인간'이란 뭘까? 

 

 

 

인간? 호미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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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을 과연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 중 하나이다. 어떤 고생물학자는 그 기준을 DNA에서 찾고, 어떤 고인류학자들은 직립보행할 수 있는 유인원이 최초의 인간이라고 말하기도한다. 

 

 그런데, 여전히 너무 범위가 넓다. 어떤 직립보행하는 유인원 ‘인간’은 작금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와 마주쳤을 때 정겨운 악수로 대표되는 환영의 인사 대신 우리 머리를 쥐고는 사과처럼 터뜨려버릴 수도 있다.* 그리고 많은 직립보행하는 유인원 ‘인간’들은 아주 조잡한 석기나, 혹은 그마저도 활용할 지능을 갖추지 못했을 것인데, 당연히 언어능력도 울부짖는 수준에서 그쳤다. 그들은 당신을 흥미롭다는 듯이 몇 초간 응시하다가, 한차례  얼굴을 구기며 우끼낏 울부짖고는, 아무런 우호적 인사행위 없이 성큼성큼 다가와 당신의 머리를 꽈악 쥔다. 그리고 당신은 잠깐의 고통끝에 ... 영원히 행복해진다.

 

 

... 그런 '괴물'들이 과연 ‘인간’인가?

 

 

 * 정확히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벗어나 유럽에 갔을때, 원래부터 거기 살고있었던 어떤 네안데르탈인은 침입자들에게 분명 그렇게 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우발적인 ‘사고’에 뒤이어, 곧 압도적인 사회성의 격차 아래 현생인류에게 집단응징(다굴)으로서 학살당했거나 좋은게 좋은거라고 사랑의 불꽃이 튀어 유전적으로 흡수당했겠지만 말이다. 지금 우리의 유전자에는 대략 4퍼센트 가량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흔적이 남아있는데, 이 비율은 서유럽에서 동아시아까지 대체로 균일하다.

 

(물론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렌시스'라는 학명답게, 말도 할 수 있고, 죽은 자를 추모했으며, 장애를 입은 동료를 끝까지 책임졌고, 무엇보다 우리와 후손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어떤 우리의 친척종보다 인간다웠던, 우리의 아종이었다. 네안데르탈인에 대해서는 향후 다른 글에서 독립적으로 다룰 것이다.)

 

 

 

 

 아예 인간의 범위를 좁게 잡아보자. 생물학적으로 두 개체가 같은 ‘종’에 속한다고 선언하기위해서는, 서로 교배해 낳은 자식이 그 자식또한 훗날 교배해 후손을 남길 수 있어야한다. (그렇기에 네안데르탈인도 호모 사피엔스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를 사는 인간들은 모두 호모 사피엔스 단일종에 속한다. 요컨대, 우리가 알아보려는 대상이 차고있는 손목시계가 오늘날(꽤 옛날인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시기, 20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을 가리키고 있다면 문제 끝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과거(적어도 20만 년 전 보다 훨씬 이전)의 조상님들이 과연 ‘인간적’이었는지를 알아보려하는 중이다. 

 

 당연히 문제는 계속된다. 새롭게 발굴되는 수많은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살았던 ‘예비 조상님들’이, 과연 그 분들끼리 서로 교배해서 생식력있는 자식을 낳을 수 있었을지 없었을지, 아무도 모른다. 이 문제를 둘러싼 복잡한 논쟁들은 뒤로하고, 현재의 잠정적 결론은 우리의 근연종들, 즉 우리의 조상들과 조상들의 친척일 수 있는 몇몇 특징(특히 두 발로 걷는 능력)을 보유한 조상 후보들을 대충 뭉뚱그려 ‘호미닌’이라 부르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DNA와 화석에 근거하여 그 최초의 호미닌이 등장했을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900만~700만 년 전, 우리의 조상들이 침팬지와 갈라져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 바로 그 때다. ‘침팬지’인 이유는, 현재 우리와 가장 가까운 ‘살아있는’ 친척들이 침팬지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나머지 가까운 친척들은, 어째서인지 전부 멸종했다.

 

 

 

 

 

700만 년 전, 최초의 호미닌?*,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Sahelanthropus tchaden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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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개골의 별명은 ‘투마이(Toumaï)’, 차드어로 곧 ‘삶의 희망’이란 뜻이다.

 

 

 이 시기에 살았던 ‘사헬의 유인원’이라는 이름의 이 원숭이인간이 바로 최초의 호미닌으로 추정된다. *  이들이 과연 두 발로 서서 걸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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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숭이와 인간 사이 그 어딘가에 있었던 이들은 비록 뇌의 크기는 침팬지보다도 작았지만(350cc) 송곳니의 크기도 작았다. 작은 송곳니는 이들의 이빨이 더 인간적인 형태로 변해가고 있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눈썹뼈의 형태 또한 더욱 후세 인류들과 닮아있었던 이들은 인간다운 이빨로 벌레, 씨앗, 그리고 식물의 뿌리를 씹어먹고 살았을 것이다.

 

 

 

* 최초의 호미닌 후보는 본래 360만 년 전에 출현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였지만 발굴의 진척으로 연대가 계속해서 거슬러 올라가는 중이다. 대체로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700만 년 전)와 오로린 투게넨시스(600만 년 전) 사이 그 어딘가 쯤으로 잡는 것이 현재까지의 다수설이다. 

 

 

 

600만 년 전, 오로린 투게넨시스(Orrorin tugenen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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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백만 년 뒤쯤에 살았던 오로린 투게넨시스는 반면 더 커다랗고 원시적으로 보이는 송곳니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송곳니에는 이전의 원숭이인간들에겐 없던 새로운 최신식 장비가 갖춰져 있었다.

 

 

image.png "’인면수심’의 조상님..." , 후손들은 결국 ‘파묘’했다.
image.png "’인면수심’의 조상님..." , 후손들은 결국 ‘파묘’했다.


 

 

 표면이 두꺼운 법랑(琺瑯)으로 뒤덮여있던 것이다. 마치 우리처럼.

 

 

image.png "’인면수심’의 조상님..." , 후손들은 결국 ‘파묘’했다.

 

 오늘날 침팬지 정도의 크기였던 이 원숭이인간들은 넓적다리뼈의 형태로 미루어보아 두 발로 걸을 수 있었지만, 위팔뼈와 손발가락뼈의 형태는 여전히 이들이 뛰어난 나무타기 명수임을 암시했다. 대부분의 삶을 나무 위에서 보내던 이들은, 비록 오늘날의 우리가 볼때 짧은 시간동안 절뚝거리는 것처럼 걸었겠지만, 분명히 두 발로 서서 걸었다. 

 

 

 

 

 이 호미닌들은 왜 두 발로 걷기 시작한걸까? 빅풋 연구로도 유명한 인류학자 존 네이피어가 두 발로 걷는 것을 두고 ‘위험이 따르는 사업(risky business)’라고 표현했듯, 그리고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속담도 있듯, 나무 위에서 절뚝절뚝 두 발로 걷는 것은 상당히 고난도의 위험천만한 도박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발굴된 많은 이 시기의 호미닌들에게서 나무에서 떨어져 치명상을 입은 흔적이 발견되곤 한다. 두 발로 걷는다는 것은 죽을 위험을 감수할만한 이익을 가지고 있어야한다. 다음 시간에는 호미닌 조상들이 어째서 두 발로 걷는 도박을 시작했는지 알아볼 것이다.

 

 

 

 

 

 

 

 

3부에서 계속

 

 

 

 

 

 

 

 

 

+ 보너스 코너: 조상님들의 조상님들의 조상님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image.png "’인면수심’의 조상님..." , 후손들은 결국 ‘파묘’했다.
우리의 6000만년된 조상(푸르가토리우스)의 6000만년된 조상뻘, 초기 포유류 리아코노돈(1억 2천만 년 전).

길다란 몸과 물갈퀴같은 팔다리를 지녔던 반수생동물이었으니, 어쩌면 길쭉한 비버같았을 것이다. 조상님 귀엽다. 

 

 

참고)

Sargis, E.J. New views on tree shrews: the role of tupaiids in primate supraordinal relationships. Evolutionary Anthropology 13, 56-66 (2004)

 

Silcox, M. T. The biogeographic origins of Primates and Euprimates: East, West, North, or South of Eden? In Mammalian Evolutionary Morphology: a Tribute to Frederick S. Szalay. eds. Dagosto M. & Sargis, E. J. (2008)

 

Zalmout, I. S. et al. New Oligocene primate from Saudi Arabia and the divergence of apes and Old World monkeys. Nature 466, 360-364 (2010)

 

Soligo, Christophe, and Jeroen B Smaers. “Contextualising primate origins--an ecomorphological framework.” Journal of anatomy vol. 228,4 (2016)

 

Wisniewski, Anna L., et al. “Extant species fail to estimate ancestral geographical ranges at older nodes in primate phylogeny.”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vol. 289, (2022)

 

Maiolino, S.A., Chester, S.G.B., Boyer, D.M. et al. Functional morphology of plesiadapiform distal phalanges and implications for the evolution of arboreality in Paleogene euarchontans. J Mammal Evol 30, 1107–1153 (2023)

 

Oriol Monclús-Gonzalo, David M. Alba, Anaïs Duhamel, Anne-Claire Fabre, Judit Marigó, Early euprimates already had a diverse locomotor repertoire: Evidence from ankle bone morphology, Journal of Human Evolution, Volume 181, (2023)

 

...기타등등

4개의 댓글

12 일 전

흥미진진

0
12 일 전

오 잼나

0
12 일 전

송곳니의 두꺼운 법랑질은 쥐부터 개 돼지 다 있는거라 우리와 유사해졌다는 증거가 되진않음 원시적이라고 보는 송곳니도 어차피 법랑질은 두꺼웠을것이고 그보다는 송곳니의 모양새나 형태 자체가 우리와 유사해졌다는게 포인트인듯

0
11 일 전

너무 흥미있게 재밌게 읽었어요. 좋은 글 올려줘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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