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7. 사람 마음을 돌리는 방법이 있을까? 픽업 아티스트의 이론에 대하여.

서론

  인터넷에는 참으로 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이론으로 연애 칼럼을 작성합니다. 저도 그런 부류 중 하나지요. 각자의 이론은 저마다 멋진 근거와 타당성을 갖고 있습니다. 딱히 틀린 말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한 글들을 통해 도움을 얻는 분도 분명히 있지요.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애매한 칼럼은 전혀 도움이 안 되거든요. 연애 칼럼들의 주제를 몇 가지로 분류해서 자세하게 이야기해 봅시다.

 

 

대화법, 공감법에 대한 칼럼

  대화를 잘 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과 그에 대한 칼럼이 참 많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되풀이해서 ‘경청하는 척’ 할 수 있는 ‘백트래킹’이나, ‘공감하는 척’ 할 수 있는 ‘미러링’ 같은 방법들이 자주 소개되고는 합니다. 괜찮은 방법일 수는 있겠네요. 상대방에게 내 이야기만 하느라 ‘집단적 독백’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거든요. 근데 중요한 것은요. 제가 강조했듯 대화법이나 공감법을 따라 하는 것은 결국 ‘그런 척’ 하는 것일 뿐입니다.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쉽게 설명해보지요.

 

“지금부터 여러분은 조선인민군 OO 사단에 간첩으로 북파될 것입니다. 북한군처럼 말하기 교본을 지급해드릴 테니, 간첩인 것을 들키지 마시고 북한군과 친구 사이가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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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며낸 말투로 나를 얼마나 숨길 수 있을까요?]

 

  아마도 작전에 투입되고 첫 10분 정도는 무난하게 새 친구들을 사귈 겁니다. 약 3시간이 경과 하면 여러분들 중 절반은 보위부에 끌려가 조사를 받고 있겠지요. 말투를 잠깐 흉내 내는 일은 쉬울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상대방과 연애를 하고 싶은 것이고, 연애를 고작 30분만 하고 끝낼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렇지요?

  제가 이 작전에 북파공작원으로 투입된다면 가장 먼저 그들의 생활과 사고관을 배울 것입니다. 불법이 아니라는 가정하에 주체사상과 관련한 서적을 탐독하는 편이 북한군처럼 말하기 교본보다 백만 배 나을 겁니다. 그렇지만, 많은 분이 상대방과의 애프터를 위해 ‘여자처럼 말하기 교본’만 찾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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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팝니다. 한 번만 봤어요.]

 

상대방의 심리를 조종하는 법에 대한 칼럼

  대화법 못지않게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칼럼은 상대방의 심리를 조종하는 법에 대한 칼럼입니다. 감이 잘 오지 않는다면 ‘남자 마음 돌리기’라고 검색해보세요. 남자 마음을 쉽게 돌리는 방법이라던가, 남자 마음이 돌아오는 확실한 방법 같은 키워드를 내걸고 조회수를 빨아먹고 있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사람 마음을 조종하는 방법이 있긴 있어요. 하지만 9mm 권총이라도 손에 들려있지 않은 이상 상대방의 마음을 조종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지요. 애초에 사람의 마음이 말 한마디나 행동 변화 몇 번으로 돌아온다는 게 믿을 수 있는 일인가요?

 

 

이성을 꼬시는 완벽한 방법 같은 건 없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면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마법이 등장합니다. ‘임페리오’라는 마법이지요. 아마도 ‘임페리오’를 익힐 수만 있다면 재회 상담을 통해 떼돈을 벌 수 있을 겁니다. 그게 ‘살인 마법’이랑 ‘고문 마법’과 함께 용서받지 못할 3대 저주인 것만 어떻게 잘 해명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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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부에 근무하는 친구를 사귀어 두길 잘했네요!]

 

  소위 ‘픽업 아티스트’라 자처하는 사람들의 칼럼이나 상담을 보면 어떻게든 짝사랑을 이루어내고, 재회 성공을 위한 방법에 관해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픽업 아티스트’들의 상담이 성공하는 경우를 꽤 많이 봐왔습니다. 하지만 그건 반쪽짜리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짝사랑을 이루고, 재회에 성공한 이후의 일인데 거기까지 책임져주는 픽업 아티스트들은 본 적이 없고, 재회상담업체 중에서도 그런 곳은 손가락에 꼽았거든요. 애초에 연애 상담을 요청하신 내담자분이 재회 이후, 짝사랑 이후의 상황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습니다.

 

 

연애 상담을 대하는 올바른 방법

  상담 실패 사례를 하나 보도록 하지요. 20대 남자 A는 동거 중인 여자친구 B와 헤어졌습니다. B는 A를 위해 집안일도 도맡아 하고, 취업은 뒷전인 A를 경제적으로 뒷바라지하고 있었지요. B가 상대적으로 더 노력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B의 감정이 폭발했고, B가 이별 통보를 한 것입니다.

  저는 A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B에게 느끼고 있는 미안하고 고마운 감정을 확인하였고, 그 마음을 편지에 담아 전달하기로 하였지요. 즉시 지침을 실행했고 B가 A의 편지를 읽고 어떤 반응을 보이면, A가 저에게 상황을 보고하기로 하였습니다. 후속 상담을 통해 A와 B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A가 고칠 점과 B와의 합의점을 찾아내기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A의 후속 상담은 지침 실행 이후 한참 뒤인 1달 뒤에나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B가 A의 마음을 확인하고 재회하였으나 A의 모습이 변하지 않아 B가 A를 완전히 끊어내고 나서야 저를 찾아온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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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후속 상담은 실패했습니다. 더 솔직히, 시작하지도 않았어요.]

 

  A는 제가 A에게 대필해 준 편지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제가 어떤 과정을 통해 A의 진짜 감정을 찾아내었고, 어떤 방식으로 그러한 감정을 전했는지 고민하지 않은 겁니다. 또 제가 어떤 방법으로 상대방의 심리를 파악했고, 어떤 표현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달래주었는지 귀담아듣지 않은 것이지요.

  A가 답답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A 같은 사람이 훨씬 더 많다고 자신할 수 있어요. 막상 상황이 닥치면 많은 분이 ‘가면’을 쓰려 합니다.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이 큰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수요에 맞게 ‘가면’을 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덕분에 여러분은 ‘가면’을 쓰고 상황을 모면할 수 있지요. 하지만 그뿐입니다. ‘가면’은 금방 벗겨지거든요.

 

여러분은 연애 칼럼을 대할 때, 그 ‘가면’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를 봐야 합니다. 단지 ‘이렇게 하면 되겠지.’ 같은 생각에 머물지 말고, 그 행동이 상대방의 심리와 우리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결론

  말 몇 마디, 행동 몇 가지로는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게 만들 수 없습니다. 단지 매력적인 ‘척’할 뿐이죠.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이 이런 부분입니다. 매력적인 척하는 법을 배우는 건 좋은 일입니다만, 그런 방법을 배우면서 여러분이 진짜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방법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거든요. 여러분이 제 이야기를 들을 때도 단순히 ‘이렇게 하면 애인이 생기겠구나.’ 하는 생각에서 그치지 않길 바랍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이런 방법으로 풀어나가면 관계를 긍정적으로 이끌 수 있겠구나.’ 하는 고민과 함께 제가 하는 이야기를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시선으로 들어주신다면 어느샌가 여러분은 진짜 멋진 사람이 될 겁니다.

7 어절 요약

어설프게 흉내내지 말고 진짜 멋진 사람이 됩시다.

 

 

<이전 글 보기>

1. 정말 연애에 정답은 없는 걸까? 연애 잘 하는 법.

2. 모쏠을 탈출 할 수 있을까? 연애 시작하는 법 - 上

3. 모쏠을 탈출할 수 있을까? 연애 시작하는 법 - 下

4. 매력적인 외모만 있다면 연애가 쉬울까? 오래 연애하는 법.

5. 우리는 왜 자주 싸울까? 자주 싸우는 연애

6. 전남친 잊는 방법이 있을까? 이별 대처법

 

18개의 댓글

2023.03.21

이런건 아무 소용도 쓸모도 없다 왜냐면 개개인의 역량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0
@아크릴

이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역량 자체를 기르는게 아니라면

그냥 말투나 고치는 것은 소용 없다 이말이야

0
2023.03.21
@개드립에서가장긴닉네임을

니말이 그런거라면 이 글을 올릴 필요도 없음

1
2023.03.24
@아크릴

아니지 이거조차 모르니까 올린거지 그래서 픽업아티스트한테 돈바치는 헛짓거리를 ㅈ나 하잖아

 

그거 하지말라고 올리는거잖아 대신 자기 스스로의 가치를 키우라고 말이지

0
2023.03.21

1. [꾸며낸 말투로 나를 얼마나 숨길 수 있을까요?] → 길필요 없음. 그럴 마음도 없고. 왜 픽업이라고 할까?

 

2. 이성을 꼬시는 완벽한 방법 같은 건 없다. → 완벽한 방법은 없고 그렇게 생각하는사람이 더 적을듯 다만 확률을 높이고 제일 베이스는 많은 트라이해서 거기서 건지는 거임 이건 기본중의 기본이고. 거기에 트릭을 더하는것일 뿐

 

3. 척하는건 누구든지 아는 사실이고 거기에 익숙해지는거지. 스피킹 수업듣고 말투나 제스처 흉내내도 당연히 척이지 이걸 척하는거라고 그 수업을 욕할수 있음?

 

 

0
@배춧국

맞는 말씀 ;)

0
2023.03.21

얼굴은 그냥 평범한데 픽업아티스트 스승을 만난 후 수백명의 여자와 잤다는 지인 보면 픽업이라는게 찐인거 같기도 한데 본인 재능(이것도 재능이겠지?)이 없으면 안되는 영역같기도 하고..

0
@수도권

수백명의 여자가 자는거 자체가 목적이라면 그 친구가 걷는 길이 맞는 거겠지만

내가 지향하고 있는 연애랑은 거리가 좀 머네

누굴 만나더라도 진득한 사랑을 하자는게 내 연애관이야

0
2023.03.21

그러니까... 여자친구를 만들려면 여자랑 대화하는 방법 같은 걸 배울 시간에 재산을 증식시켜서 백만 장자가 되는 게 낫다는 거죠?

0
@asdflbwg

엄한대 돈 쓰지말고 자기계발이나 하라는 말씀!

1
2023.03.23

도움되는 시리즈네.. 지우지말아줘 고마워 이런글 써줘서

0
2023.03.24

근데 연애상담 하고 싶은데 가능한가 전반적인 연애관에 대한 상담인데

0
@글깨작

댓글로 남겨주면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는 답변 해줄게

0
2023.03.24
@개드립에서가장긴닉네임을

내가 너무 쉽게 이성을 좋아하는것 같아 이러다 보니 최대한 이성에게 거리를 두려고 하거든 근데 보면 이성적인 감정이 없어도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야 그런데 만약 외모가 평균 이상이면 너무 쉽게 좋아하게 되더라고 근데 더한 문제는 그 때부터 거의 뭔 10년 상대방을 좋아하게 된 것처럼 심적으로 힘들어져.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저 충동 같은 거 같은데 진짜 그 사람을 끊어 내지 않는 이상 심적으로 계속 힘들더라고 눈앞에서 그 사람이 사라지고 그 사람이랑 연락을 끊어 내면 신기하게도 힘든 것도 없어지고 빠르게 괜찮아지게 되더라 개인적으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싶을 정도로 이러다 보니 일반적인 연애보다는 그냥 빠르게 하룻밤 만나고 마는 쪽으로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도 고민이야..

0
@글깨작

금사빠 사연이구나

너는 그저 조금 더 감정에 충실할 뿐이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든지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 먼저 말해주고 싶다.

일반적인 연애 보다는 하룻밤만 만나고 만다는 걸 보면 '여자의 호감을 얻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는 뜻인가?' 싶네

연애를 하는 와중에도 매력적인 다른 이성을 만나면 마음을 뺐기는 일이 많아서 고민인거야?

0
2023.03.24
@개드립에서가장긴닉네임을

그런것도 있고 그 사실 상대방이 나한테 별 마음이 없는데 나는 혼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미쳐 날뛰는 게

스스로 너무 힘듬....연애라는게 어째든 서로 감정을 주고 받아야 하는데 혼자 저 멀리 가는 거지 상대방은 별거

한 것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러다 보니 이성친구는 다 그냥 배제하고 살고 있고 이런 부분도 참...

0
@글깨작

과연 평범한 고민은 아니네

감정을 느끼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아이의 자아에 비해서

강한 이성으로 행동을 제어하는 어른의 자아가 제 기능을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빡 든다

순전히 내 경험적인 추론에서 나오는 시건방진 이야기일수도 있는데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을 일기장 같은데라도 털어놔 봐 봐

감정은 다른 곳에 풀기만 해도 많이 사라질거거든

 

단순히 여자를 멀리해서는 그 문제가 해결될거같지는 않어 너도 느끼겠지만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과감하게 심리상담센터 내방해보는거 추천!

0
2023.03.24
@개드립에서가장긴닉네임을

이게 근데 여자 상대할때만 그러더라고 일반적인 다른 영역에서는 괜찮은데

 

여자상대 할때만 이래서 하... 예전에는 막 엄청 연락이나 문자 같은거에 집착하고 그랬어서

 

썸타는 사이에서도 이것 때문에 어긋난 적이 많거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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