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3 단편소설 - 고아와 보석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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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게이들!

오늘은 디아블로3의 단편소설 고아와 보석공을 가져왔어

디아3을 해본 게이들은 2막에서 통나무에 갖혀있던 욕심쟁이 셴을 잘 알거야.

고향은 시안사이 다이아몬드 섬 출신이고

통나무에서 구해주고 저주받은 도가니의 저주에 걸린 친구를 죽여주면

마법의 도가니를 이용해 마을에서 보석에 관련된 일을 해주는 npc지

겉모습에도 보이듯이 꽤 오래 살았던것 같아.

대화를 해보면 디아1 스토리가 시작하기 이전 호라드림이 활동하던 시기에 창립자중 하나였던 존툰 쿨레를 만난적 있다고 말하고 있어.

더 자세한 내용은 디아3을 안해본 게이들 입장에선 스포라서 이쯤에서 셴에 대한 설명을 마칠게

그럼 셴의 고향 시안사이에 대해서 설명을 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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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사이는 성역중에서 북쪽에 있는 섬지역이야


전에쓴 글에도 말했듯이 팔라딘, 성전사가 믿고 있는 자카룸교의 창시자 아카라트가 깨달음을 얻은 지역이기도 하고


디아3의 마법사의 고향이기도 해.


또한 시안사이는 우리 세상으로 치면 아시아에 가까운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해.


롤로 치자면 아이오니아 정도



일단 배경지식은 이정도 알면 머릿속에서 읽기 충분할거야.


이 이야기는 시안사이의 조우라는 도시에 10가문에게 거둬진 고아 지아와 보석공 셴의 이야기야.


다들 즐감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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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조우 지역에서 처음 밤을 맞던 날은 끔찍했다. 난 가진 돈과 옷가지, 마지막 자존심까지 모든 것을 빼앗기고 웅덩이에 버려진 채 죽음을 기다렸다. 그 이후로 나를 만난 이들은 모두 입을 모아, 그렇게 별 탈 없이 빠져나온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 – 압드 알 하지르, 시안사이 연대기



몰아치는 바람을 미소로 맞이하며, 지아는 굴뚝에서 몸을 던져 도박장의 삐죽삐죽한 기와 지붕을 향해 뛰어내렸다. 단검이 등 아래쪽에 살짝 부딪혀 퉁겼다. 10분 후에는 그걸로 사람을 죽일 것이다. 1초 후에는 어떻게든 착지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 상관 없었다. 하늘을 날고 있었으니까.



조우는 우아한 석조 사원과 너저분한 주점, 장대한 요새와 허물어져 가는 공동 주택들이 16킬로미터에 걸쳐 뒤섞인 채 길게 뻗으며 구오즈 산맥에 들러붙은 도시였다. 도로는 귀중한 공간의 낭비라고 여겨졌기 때문에, 거리와 광장이 아닌 구불구불한 뒷골목으로 가득했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지아는 착륙하는 순간 몸을 굴렸고, 푹신하게 안감을 덧댄 방어구가 충격을 흡수했다. 그리고 한 순간에 일어서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이 위에서는 자신만의 길을 직접 선택할 수 있었다. 막다른 길도, 길의 끝도 없다. 그저 사방으로 뻗은 지붕과 자유뿐이었다. 어떤 의무에도 매이지 않은 척, 어디로도 갈 수 있는 척할 수 있었다.



양옆으로 창문들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안쪽에서 음울한 표정을 짓는 도박꾼들은 패를 들여다보는 데 열중해서 그녀의 기척을 눈치채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오빠 키우와 그가 없애야 할 표적은 그녀를 목격했다. 오빠는 그녀의 무모한 행동이 언짢았는지 눈살을 찌푸렸다. 

이번 시험에서 "열 번째 가문"의 구성원들에게 목격되는 것은 실패가 아니었다. 그들은 "보는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었으니까.



아홉 개의 명가가 조우를 지배했는데, 각 가문의 이름은 해당 가문이 조우에서 지배하는 사업 부문을 나타냈다. 

하지만 "열 번째 가문"은 그 숫자 외의 다른 이름이 없었고, 이 가문에서 독점하는 것은 절도, 밀수, 각종 악행과 살인에 이르는 범죄였다.



이 가문이 지아를 어린 시절부터 키워 주었다.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조우의 무시무시한 거리에서 살아남은 떠돌이 아이들과 고아들은 때가 되면 열 번째 가문의 문을 두드리기 마련이었다. 가문은 고아들에게 음식과 잠잘 곳을 제공하고, 유용한 훈련을 시켜 주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열여덟 살이 되면 선택권을 주었다.



넉넉한 금화가 담긴 가방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선택할 수 있었다. 조우 밖에도 너른 세계가 있었고, 독특한 교육을 받은 젊은 남녀가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곳은 많았다.



아니면 아이들은 열 번째 가문의 일원이 될 수도 있었다. 살인의 시작이었다.



지아는 첫 번째 길을 원했지만 두 번째 길을 선택했다. 조우를 떠나 세계를 탐험하고 싶었지만, 지금 열 번째 가문은 공격을 받고 있었다. 

그녀는 가족을 저버릴 수 없었다.



그녀는 도박장 지붕 너머로 뛰어내려 통시 사원[1]에 빽빽이 들어찬 조각상들 사이에 내려앉았다. 사원은 석상과 조각품으로 가득 차 있어, 발을 제대로 놀릴 줄 아는 이에게는 계단이나 마찬가지였다.


([1]통시는 시안사이 신들의 아버지 신이다. 그는 모든 곳에 존재하지만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한다고 하며, 그래서인지 깜짝 놀란 모습으로 그려지는 일이 많았다.)



그녀는 넝마처럼 얽힌 도시 위로 올라섰다. 발로는 들어올린 손바닥과 숙인 고개를 디디고, 손가락으로는 시안사이의 고귀한 쉰아홉 신이 서로를 유혹하고, 배신하고, 공격하는 모습을 새긴 부조를 더듬었다. 별 감흥은 없었다. 열 번째 가문은 고향 땅의 복잡한 신학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으니까. 단, 예외가 하나 있었다.



지아는 '첫 번째 도둑'의 모습을 돋을새김한 부조 앞에서 멈춰 섰다. 깔깔거리며 웃는 꼬마 신 제이가 천상의 분노에 쫓기며 하늘을 가로지르는 모습이었다.



"말썽꾼 제이가 잠자는 신들 사이를 살금살금 걸었어." 루 언니가 오래 전 열 번째 가문의 아이들에게 얘기했었다. "제이는 활짝 웃으며 날랜 손놀림으로 주머니가 딸랑거릴 때까지 형제 자매들의 보석들을 훔쳤지. 그러고는 허둥지둥 검은 하늘을 날아 도망치다가, 그만 보석을 몽땅 쏟고 말았지 뭐야. 보석들은 대부분 그 자리에 남아 별이 되었는데, 그 중에서 일부는 땅으로 떨어져서 산산이 깨져버렸지..."



결국 제이는 신들에게 붙잡혀 천상으로부터 쫓겨났고, 보석을 마지막 하나까지 돌려놓기 전에는 돌아올 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고 한다. 천 가지 이야기가 그 날부터 시작되었고, 가면 갈수록 점점 더 허무맹랑해졌다. 시안사이는 쉰아홉 신을 섬겼지만, 오직 하나만 사랑했다. 황제를 속이고, 강의 여신을 유혹하고, 초라한 보석공의 모습으로 전 세계를 여행하는 미소 짓는 말썽꾼 제이였다.



행운을 빌러 온 수많은 고아들이 엄지로 문질러온 탓에 도망치는 신의 머리는 형체가 사라져갈 정도로 닳아 있었다. 지아는 엄지로 그의 번쩍이는 이마를 문지른 후, 석재 배수로를 따라 달리다가 마치 담요처럼 조우를 덮은 달콤한 연기와 매캐한 증기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몇 분 후, 그녀는 지붕 끄트머리에 웅크리고 앉아 기다렸다. 건설 가문의 열세 번째 후계자 리가 비틀거리며 발아래 선술집에서 나타났다. 그를 부축한 윤락녀는, 그가 자매 여섯 명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았더라면 그렇게 웃고 있지는 않을 터였다. 지아는 단검을 향해 손을 뻗었고...



... 그 순간 지주 가문의 덩치 여섯 명이 골목길에서 나타났다. 리는 크게 소리를 지르며 멋진 결투용 검을 뽑아 들고, 시간을 벌기 위해 곁에 있던 여자를 상대에게 밀어붙였다. 지주 가문의 한 명이 귀찮다는 듯 그녀를 칼로 찌른 후 옆으로 밀었다. 그녀는 그대로 쓰러졌다. 이제 앞을 보지 못하는 눈이 하늘을 향했다.



지아는 얼어붙었다.



지주 가문의 한 명이 달려들었다. 리는 자신의 검으로 상대의 검을 막아내고, 웃으면서 암살자 지망생들을 후려쳤다. 덩치들은 함께 돌격했고, 리는 뒤로 물러나며 날쌔게 칼을 휘둘러 적의 서툰 공격을 방어했다. 누구도 쓰러진 여인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지아는 어느새 손에 들린 단검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교관들은 그녀가 감정에 휘둘린다고 말했었다.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가 이곳에 온 목적은 단 한 명의 죽음이었다. 지금은 기다리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었다. 지주들이 그녀 대신 리를 죽여 줄지도 모른다. 

그리고 축배를 들고 웃으며 춤을 출 것이다. 그리고 저 여자는 저대로 잊혀질 것이다.



지아는 한숨을 쉬고, 난투의 한복판으로 뛰어내렸다.



---


"이동 가택[2]"의 최하층에서, 계부 야오가 김이 피어오르는 차 한 잔을 지아 앞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2]"이동 가택"은 열 번째 가문의 요새로, 이 도시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닌다는 소문이 있다. 하지만 사실 열 번째 가문은 여러 채의 가택을 사용했을 뿐이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소문을 다시 퍼뜨리고 새롭게 꾸며냈다)



"마시렴."



소박한 도자기 잔에 담긴 검은 액체였다. 시험에 실패한 이들이 마시는 차에서는 언뜻 희미한 계피 맛이 난다는 소문이 있었다. 하지만 바보 같은 소리였다. 실패한 이는 계부의 집무실에서 살아 나가지 못했으니까.



그녀는 짧게 숨을 몰아쉬고 차를 꿀꺽 들이켰다. 계피 맛이 났다.



"어리석은 짓을 했다." 계부 야오가 커다란 배 위에 깍지 낀 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일곱 명이 죽었어. 한 명만 없애라고 했잖니."



겉보기와 달리 야오는 부드러운 남자가 아니었다. 지아는 그가 일격에 비수 량의 경비병의 등을 부러뜨리는 것도 본 적이 있었다. 계부는 열 번째 가문에서 서열상 두 번째로, 음울하고 말이 없는 지도자 "부서진 자"의 바로 손아래였다. 그녀는 자신과 야오 사이의 책상 위에 두 손을 올려놓고 행여 손이 떨리는 건 아닌지 노려봤다.



"그 여자를..." 그녀가 입을 열었다. 목격자들이 이미 모든 것을 그에게 털어놨을 것이 분명했다. "리가 다른 여자들처럼 살해하기 전에 구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주 쪽 졸개들이 아무 이유 없이 그 아이를 죽여버렸다고요."



"그들 중 하나가 그랬지." 계부 야오가 정정했다.



"다른 놈들도 그 자를 벌하지 않았어요. 신경도 쓰지 않았다니까요."



"그랬지." 계부 야오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네 표적이 아니었어."



"해야 할—" 그녀가 말을 마치기 전에 계부 야오가 책상을 내리쳤다.



"네 표적이 아니었다고!"



"알 게 뭐예요!" 지아는 소리쳤다." 저 명가들은 그게 무슨 놀이라도 되는 양 길거리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어요! 그 여잔 우릴 위해 일했어요, 아빠. 우리 가족을 그 자식들이 죽인 거라고요!"



계부 야오가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 화난 기색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그래서 단검 하나 들고 칼싸움판에 뛰어들어서 남자 일곱 명을 죽였구나."



"여섯 명이에요. 리는 지주 쪽 녀석의 시체에 걸려 넘어져서 목이 부러졌으니까요."



"놀랍구나." 야오가 말했다. "하지만 부주의했어. 목격자가 너무 많았다."



심장이 옥죄어 들었다. 상황이 어땠든 첫 번째 임무에서 남의 눈에 띈다는 것은 실패를 의미했다. 

그리고 실패했다는 것은 그녀가 방금 마신 차가 독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중에 누구도 널 보지 못했다더구나." 계부 야오가 웃으며 말했다. "축하한다, 꼬마 아가씨."



지아는 의자 속으로 녹아내렸다. 안도감에 머리가 아찔했다.



"고마워요, 아빠."



"하지만 또 그렇게 부주의하게 행동한다면, '처벌'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만큼 무서운 일을 겪게 될 거다. 우린 지금 비수 량과 전쟁을 하고 있고, 병사 한 명 한 명이 긴요하다는 걸 너도 알아야..."



의무에 대해 말하던 야오가 무언가… 이상한 낌새 때문에 한눈을 파는 사이 지아는 몸을 꼿꼿이 세웠다. 계부의 집무실은 작지만 호화로운 방이었다. 둘 사이의 책상 외에도 찬장이 있고, 왼쪽 벽의 출입문은 계부의 개인 거처로 이어졌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눈을 깜빡였다. 온통 해진 장포를 입고 굽이 다 닳은 덧신을 신은 비쩍 마른 노인이 출입문에서 슬쩍 나타나, 성긴 수염에 파묻힌 코를 킁킁거렸다. 그녀를 본 그는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고, 조용히 입맛을 다시며 찬장 쪽으로 발을 옮겼다. 개중 가장 좋은 찻잔을 골라낸 그는 집 주인이 설탕을 어디에 보관하는지 궁금해 하는 손님의 표정으로 방 안을 살폈다.



지아는 계부 야오와 노인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를 무시해야 하나? 일어나서 인사라도 해야 하나? 이건 또 다른 시험일까? 가만 있으면 시험에서 탈락하는 걸까?



계부 야오의 얼굴에 짜증이 피어났다.



"대체 뭘 멍청하게 쳐다보고 있는 거야?" 그렇게 말하며 돌아서던 야오의 입이 떡 벌어졌다. 늙수그레한 침입자는 활짝 웃으며 땅굴꾼 독 결정을 찻잔에 담고 있었다.



"경비!"



2장


"하지만 털이 다 뽑힌 닭처럼 벌거벗고, 장대에 묶인 채 모닥불 위에 매달려 있을 때도, 말썽꾼 제이는 바다에 담긴 비밀보다 더 많은 속임수를 감추고 있었다." – 제이와 호랑이 꼬리 서른 개



5분이 바삐 지나고, 계부 야오는 책상에 앉아 시안사이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요새에서도 가장 경계가 삼엄한 장소에 침투한 노인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야오는 침입자가 있었다는 소식을 즉시 부서진 자에게 전했다. 가문의 일인자인 그는 "사업상" 자리를 비운 상태였지만, 이 소식을 전한 것은 단순히 형식적인 일이었다. 침입자는 죽어야 했다.



열 번째 가문에서 가장 악명 높은 암살자인 쟈 이모와 하오 삼촌이 불청객 양옆에 서서 칼을 뽑아 들고, 계부의 명령만 떨어지면 내려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가온 위험을 전혀 모르는 채, 노인은 호사스러운 방 안을 살피며 활짝 웃다가 다시 야오와 자기 사이의 책상을 바라봤다. 그리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배고파 죽겠는데, 뭐 먹을 건 없나?"



"물론 있지." 야오가 말하며 문 앞에서 우울하게 기다리고 있던 지아를 향해 돌아섰다. 그녀는 아마 계부가 자신을 내보낼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녀가 여느 어린 자매와 같았다면 아마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아는 달랐다. 늘 그랬다. 더 강해져야 했다. 그는 남자의 목덜미를 물어 구멍을 낸 적이 있는 쟈 이모가 소녀에게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내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척했다.



"얘야, 식당에서 케이크 한 판 가져오렴. 그리고 갈색 주전자에 차를 좀 끓여라."



지아는 서둘러 방을 나섰다가 케이크가 높이 쌓인 접시를 들고 돌아왔다. 접시가 앞에 놓이자 노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좋소, 친구." 지아가 차를 타러 식품 저장실로 간 사이에 야오가 말했다. "당신은 누구고, 여긴 어떻게 왔지?"



"자네 책장 뒤에 있는 비밀 통로로 들어왔지." 노인이 말했다. 그는 케이크들이 비밀을 털어놓는 중이기라도 한 듯 노려보고 있었다. "저기 얀딸기 과즙이 들어간 초콜렛 케이크 좀 먹어도 될까? 아주 맛있어 보이는데."



야오는 눈살을 찌푸렸다.



"당신 이름을 물었잖소."



"그래, 들었어."



"그런데?"



"농담하는 줄 알았지!" 노인은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욕심쟁이 셴을 모르는 사람도 있나?!"



"아쉽지만 나는 모르오." 계부 야오가 말했다. "케이크는 마음껏 드시오, 친구."



욕심쟁이 셴이 이 예상치 못한 환대에 입을 떡 벌리고 접시를 향해 달려들었다.



"자, 내가 알고 싶은 건, 당신이 왜..." 계부 야오는 놀라움 반 두려움 반에 말을 잇지 못했다. 셴은 지아가 타고 있는 독 차의 해독제가 케이크 속에 담겨 있기라도 한 듯이 케이크 더미를 학살하고 있었던 것이다.



"... 여기에 왔나 하는 것이오." 야오는 가까스로 말을 끝맺었다. 쟈 이모와 하오 삼촌은 넋을 잃고 이 학살극을 바라봤다.



노인은 입 안 가득 담긴 케이크 부스러기를 책상 위에 흩뿌리며 웅얼거렸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소만." 계부 야오가 말했다.



"놀랄 일도 아니지." 마지막으로 한 입 꿀꺽 삼키며 셴이 말했다. "무척 복잡한 계획이니까."



야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니, 댁 입에 케이크가 가득 들어 있어서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다고."



"미안, 다시 설명해 주지... 아, 차를 가져왔네!"



지아가 김이 피어오르는 주전자와 잔 두 개를 짤랑거리며 책상 위에 올려 놓았다.



"고맙구나." 야오가 말하며 셴에게 차를 한 잔 따라 주었다. 반짝반짝 광을 낸 참나무 빛의 소용돌이가 그 안에 맹독이 담겨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아무 맛도, 아무런 느낌도 없을 것이다. 노인은 잠이 들고 그렇게 끝이 날 것이다. 하지만 아직 알아내야 할 것이—

셴은 찻잔을 들고 차를 한 번에 들이켰다.



"오, 이런..." 노인은 뜨거운 입김을 내뿜으며 말했다. "이거 정말 맛있군. 한 잔 더 청해도 될까?"



미간을 찌푸리며 야오는 차를 한 잔 더 따랐다. 셴은 차를 한 모금 입에 머금고 조심스럽게 굴렸다.



"한 번 더 물어보지." 계부 야오가 말했다. "여기 왜 왔소?"



욕심쟁이 셴은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입을 굳게 다물고 차를 다시 맛봤다. 그 얼굴에 이내 기쁨이 피어났다. 그는 음모를 꾸미기라도 하듯 계부 야오를 향해 몸을 기울였다.



"이 맛은... 전갈 뿌리인가?" 그는 인간에게 알려진 가장 치명적인 독을 뜻밖에 아몬드 맛을 발견하기라도 한 듯이 말했다.



"유감이지만 그렇소. 그러니까 이제-"



"이거 독성이 있다고."



"알고 있소." 야오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제 해독제를 원한다면-"



"아, 해독제는 없어." 욕심쟁이 셴이 차를 더 따르며 말했다.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 중에선 가장 치명적인 독 중 하나라서 말이야.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전에 전갈 뿌리와 독사들로 가득한 섬에 갇힌 채 우울한 한 달을 보낸 적이 있거든. 물론 살아남으려면 그것들을 먹어야 했고. 그때 일 덕분인지 난 대부분의 독에 면역이 생겼어."



계부 야오가 셴을 노려봤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야오는 이해할 수 없는 걸 싫어했다. 그는 하오 삼촌과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명가의 마법 영재들은 칼데움의 이샤리 성소에서 힘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법을 배우고 시안사이에 돌아와 그 힘을 현명하지 않게 사용했다. 열 번째 가문은 살인에 있어 조금 더 직접적인 방법을 선호했고, 그래서 이 가문의 마법 영재들은 인간의 장기에 힘을 가하는 방법에 중점을 두고 마법을 익혔다.



하오 삼촌이 손을 들어올리고 소리 죽여 주문을 외운 후, 주먹을 감아쥐었다. 검은 바람이 지나가기라도 한 듯 천정에 매달린 등불이 깜박이며 흔들렸다.



침묵 속에서, 욕심쟁이 셴은 요란하게 후루룩 소리를 내며 차를 마셨다. 아무리 봐도 그의 심장은 온전해 보였다.



하오 삼촌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 떨어졌다. 핏기 가신 주먹이 공중에서 부들부들 떨었다.



떨림이 찾아왔다. 탁자가 흔들렸다. 욕심쟁이 셴은 만족스럽게 트림을 하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찻주전자가 폭발하며 유리 조각을 사방으로 흩뿌렸다.



휘하 암살자들이 어린아이처럼 깜짝 놀라며 독이 묻은 찻주전자 조각에 어디가 긁히지나 않았는지살피는 것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계부 야오는 무섭게 포효하며 육중한 책상을 한 손으로 밀어내고 칼을 꺼냈다. 욕심쟁이 셴은 차분하게 짐짓 걱정스럽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이를 무섭게 드러낸 야오는 칼을 들어올려 내리치려다가...



... 우뚝 멈췄다. 이마가 아파왔다. 상처가 난 것은 아니었다.



편지는 가로챌 수 있다. 전령은 고문을 통해 정보를 뽑아낼 수 있다. 상당한 돈과 고통스러운 마법을 통해, 계부 야오와 부서진 자는 보다 안전한 원거리 의사 소통 방안을 마련해둔 것이다.



침입자가 처음 나타났을 때, 야오는 주의 깊게 그의 모습을 마음속에 그리고 나지막이 전언의 주문을 외웠다.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부서진 자가 보낸 수많은 정신적 귓속말이 합쳐져 하나의 강력한 생각이 되었다.



원하는 건 뭐든 주고, 빨리 떠나 주기만을 바랄 것.



야오는 숨이 턱 막혔다. 도시 전체가 열 번째 가문에 적대적으로 돌아섰던 숙청의 시간 이후로 부서진 자는 가문을 이끌었다. 2미터에 가까운 키에 흉터투성이 피부와 근육 덩어리, 부러졌다 다시 붙은 뼈들로 이루어진 그는, 이 도시에서 가장 강력한 여성인 비수 량이 맞수로 생각하는 유일한 존재였다.



빨리 떠나 주기만을 바랄 것.



부서진 자가 욕심쟁이 셴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계부 야오는 칼을 칼집에 넣고, 다시 제대로 침입자를 바라봤다. 온통 해지고 먼지가 덮인 장포, 묵직한 주머니, 그리고 저 웃음은...



열 번째 가문에서는 누구나 고아의 시험을 치렀고, 행운을 바라며 제이의 머리를 문질렀다. 천상에서 훔쳐낸 보물을 모두 되찾을 때까지 필멸자의 영역에 갇혀 있어야 하는 장난꾸러기 신의 전설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갑자기 메말라 버린 입술을 핥으며 야오가 말했다. "영감님, 당신은 누구십니까? 정말로 누구십니까?"



"별 볼일 없는 보석공이지." 욕심쟁이 셴이 한껏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아주 재미있는 일이 있는데, 여기 지아 양을 좀 빌려 쓰고 싶어."



3장


"값진 보석들, 또는 하룻밤의 끝없는 환락. 전사의 부인은 제이에게 황제의 몸값으로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말했다. 물론, 제이에게는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였다." – 제이와 끝없는 환락의 밤



이동 가택은 지하의 다섯 개 층에 걸친 숙소와 훈련장이 요새화된 나선 계단으로 연결된 형태였다. 지아는 욕심쟁이 셴을 따라 우울한 표정으로 구불구불한 계단을 올라갔다. 손님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이미 퍼진 듯했다. 사방의 암살용 구멍에 걱정스러운 눈길이 몰려들었고, 시안사이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암살자들이 그들의 모습을 보려고 엎치락뒤치락하며 두런거리는 말소리가 온 건물에 가득했다.



지아가 투덜거렸다. 모두들 그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분이 아닌 거 알아요." 그녀가 말했다.



"누구?" 셴이 쾌할하게 말했다.



"제이요! 제이 님이 아니잖아요!"



"맞다고 한 적 없는데."



"아니라고 한 적도 없죠!"



"아, 하지만 밤새도록 내가 누구니 아니니 한다면, 비수 량의 탑에 침입할 시간이 없을걸."



벽 너머에서 속삭이던 소리가 갑작스럽게 멎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숨을 들이쉬자 계단참의 공기가 모두 빠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지아도 우뚝 멈춰 섰다.



"뭐라고요?"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셴은 계단 위쪽에서 그녀를 돌아봤다.



"어, 얘기 안 했던가? 그래, 우린 '조언자의 탑'으로 비밀을 훔치러 갈 거야. 끝내주지?"



조우의 법률을 제정하는 건 아홉 가문의 대표 한 명씩으로 이루어진 의회였다. 그리고 명가은 다른 가문을 결코 믿지 않았기 때문에, 오래전에 조언자라는 자리를 따로 마련했다.



엄청난 권력을 지닌 동시에 위험하기도 한 이 자리는 보통 일반인 중에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둬 지위가 높아진 이가 차지했다. 조언자는 중요한 문제[3] 를 의회에 제기하고, 의회의 명령[4]을 수행하면서 명가가 가장무도회를 열거나 사랑하는 이들의 암살을 모의할 시간을 벌어 주었다. 조언자는 아무런 관리 감독 없이 일하는, 조우의 실질적인 지배자였다. 그리고 1년이라는 임기를 채울 때까지 살아남는 일은 별로 없었다.



([3]예: 조언자에게 가장 많은 돈을 주는 거대 가문에게 중요한 문제.


[4]위 각주 참조.)



이는 현재의 조언자인 비수 량이 무척 특이한 경우라는 의미였다. 그녀는 국경을 맞댄 공포의 땅과 성역의 나머지 지역에서 악마의 공격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기로 활용하여 벌써 4년째 권력을 차지하고 있었고, 열여섯 번의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았다. 그녀가 조언자가 되기 전, 시 경비대에는 명가의 사병 찌꺼기들만 가득했지만, 량은 이들 중 주정뱅이와 첩자, 범죄자들을 회유하거나, 해고하거나, 아니면 화끈하게 없애 버리고, 잘 훈련된 병사들에게 두둑한 봉급을 주며 오직 그녀의 명령만 따르게 바꿔 놓았다.



간단히 말하면, 비수 량은 혼돈을 먹고 번성하는 도시에서 질서를 수호하는 유일한 존재였다.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그녀는 부유한 권력자들의 변덕을 만족시키며 세를 불리는 열 번째 가문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미 수년째 전쟁의 열기가 조용히 달아오르고 있었다. 량의 경비병들은 창고를 급습하여 지아의 가족들을 거리에서 학살했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삼촌과 이모들[5]이 여러 차례 경비 초소를 방문하여 온 도시에서 그 불길이 보이도록 해줬다.


([5]계약상 은밀하게 암살을 해야 하는 경우, 계부 야오는 오빠나 언니들을 보냈다. 이모와 삼촌들이 임무에 나서는 건, 

특정 인물들이 열 번째 가문의 심기를 단단히 거슬렀다는 사실을 명명백백히 알려야 할 때뿐이었다.)



부서진 자와 비수 량만큼 서로를 증오하는 이는 없었다. 건축 가문과 지주 가문 사이의 갈등은 애들 장난이었다.



지아는 벽에 기대섰다. '우리가 량의 처소를 털어야 한단 말인가?'



"난 죽었어." 그녀가 소리 내어 말했다.



"경비병들에게 붙잡히면 그렇겠지." 욕심쟁이 셴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면 등반하는 도중에 떨어지거나."



"등반이요?" 지아가 이마를 붙잡으며 말했다.



"아, 그래. 탑 외벽을 타고 올라갈 거야." 셴이 인상을 썼다. "막상 입 밖으로 얘기하니까 좀 위험하게 들리긴 하네. 그나마 다행인 건, 너한텐 비밀 무기가 있다는 거야."



"네? 그게 뭔데요?"



"바로 나!" 셴이 말하고 계단 위로 다시 사라졌다. 지아는 자신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시선을 느꼈다.



"동생, 강해져야 해." 한 명이 천정에 난 구멍 밖으로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항상 조용하고, 조심해야 해."



"빤히 보이는 곳에 숨어." 다른 이가 말했다.



지아는 한숨을 쉬었다. 마지막 말은 하필 "제이의 기록"에서 인용된 말이었기 때문이다.



---


욕심쟁이 셴이 상점으로 위장한 가택 입구로 걸어 나왔고, 지아가 음울한 표정으로 그 뒤를 따랐다. 허름한 공동 주택들이 켜켜이 쌓여 하늘의 별을 가리는 사이로 울퉁불퉁한 자갈 길이 구불거리며 나아갔다.



하늘이 모두 가린 것은 아니었다. 1킬로미터쯤 앞에서는, 너저분한 거리 가운데 "조언자의 탑"의 들쭉날쭉한 형태가 거만하게 우뚝 떠올라 그들을 기다렸다.



욕심쟁이 셴은 고르지 않은 거리 가운데에 미동도 없이 우뚝 섰다. 부드러운 달빛 아래, 헝클어진 그의 수염이 마치 빛을 내뿜는 것 같았다. 그리고 희미한 기억이 지아의 마음 뒤편을 간질였다.



하지만 그 느낌은 이내 사라졌다.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셴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늙은 사기꾼이 마음을 고쳐먹으려는 건지도 모른다.



아니었다. 그는 탑으로 이어지는 구불거리는 거리 저편, 먼 곳에 있는 상인의 모습에 넋을 잃었을 뿐이었다. 지글거리며 고기를 굽는 소리와 함께 향긋한 연기가 그들을 향해 덮쳐 왔다.



"지붕 위로 올라가야 해요."



"지붕 위에도 소고기 카레 장수가 있어?" 셴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무래도 이 놀라운 도시에 너무 오랜만에 온 것 같군."



"아뇨." 지아가 딱 잘라 말했다. "그 편이 안전하다고요."



"아, 그래." 셴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안전이 제일 중요하지.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어. 지붕에서 뛰어내려 사내 일곱 명하고 싸워야 할 일이 생기면, 널 먼저 보내면 되니까."



입을 헤벌린 지아를 남기고, 그는 종종거리며 거리의 상인을 향해 다가갔다. 아마 엿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계부가 지붕 얘기는 한 적이 없는데...



상인의 수레와 석쇠는 열린 부엌에 붙어 있는 형태였는데, 사슬과 톱니가 복잡하게 얽힌 장치로 검게 그을은 벽과 천장에 연결되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장치를 빠르게 당기면 수레 위쪽 철판이 아래로 닫히며 그대로 상점을 막아주는 형태였다. 지아가 욕심쟁이 셴을 따라잡았을 때, 그는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조심스럽게 밀어내며 상인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석쇠 위에 있는 고기들을 몽땅 주문했다.



"영감님, 이거 전부 다요?" 챙이 넓은 밀짚모자 아래로 눈썹을 잔뜩 치켜뜨며 상인이 말했다. 그는 불평하는 손님들은 무시했다. 전부 한꺼번에 팔아버리면, 오늘은 금화가 가득 든 주머니를 들고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었으니까.



"그렇다니까!" 셴이 말했다. "여기 젊은 친구하고 내가 오늘 등반을 좀 해야 하거든."



"우리가 먼저 왔다고요, 영감님." 피곤에 찌든 눈으로 꼬꼬댁 소리가 나는 무거운 자루를 어깨에 둘러멘 중년 여성이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뭐라고? 말도 안 돼!" 셴은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내 앞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면, 내가 못 봤을 리가 없는데. 어쨌든 아무도 배가 고파선 안 되지!"



그리고 그는 한 손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주인장! 여기 내 친구들 모두에게도 고기를 주시게!"



지아는 희미한 미소를 짓는 여인과 커다란 18현 마타르를 등에 맨 거리의 악사를 밀치고 앞으로 나섰다.



"대체 뭘 하시는 거예요?!" 그녀는 새된 목소리로 말했다.



"비밀 임무를 준비하는 거지." 셴은 거리의 모든 이에게 들릴 만큼 큰 소리로 귓속말을 했다. 지글거리며 고기를 굽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란을 피우고 계시잖아요!"



"아, 그런지도 모르겠군." 셴이 말했다. "눈에 띄지 않게 할게."



"영감님!" 상인이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말했다. "소... 손이...!"



셴이 그를 바라본 후, 내리친 손으로 시선을 옮겼다. 손은 빨갛게 달아오른 석쇠 위에 놓여 있었다.



"괜찮아!" 노인이 말하며 다른 한 손으로 석쇠에 기대섰다. "난 화상을 잘 안 입는데다가, 오늘밤은 날씨도 꽤 시원하니까. 자, 내 고기는 어딨지?"

"돈부터 줘요." 계속해서 지글거리는 소리에 눈살을 찌푸리며 상인이 말했다.



"오, 그럼 그럼. 미안하구먼." 셴은 몸을 죽 펴고 중얼거리며 양손으로 주머니를 뒤졌다. 한참 후, 표정이 환해진 그는 루비 하나를 꺼냈다. 양손 모두 화상의 흔적은 없었다.



"이거면 될까?"



사람들의 눈이 손에서 루비로, 다시 셴의 주름진 얼굴로 옮겨갔다. "보석공"이라고 누군가 속삭였고, 이내 "제이"라는 속삭임도 들렸다. 이번엔 지아도... 확신할 수가 없었다. 보석이잖아. 불타버렸어야 하는데 말짱한 피부도 그렇고, 독과 마법까지... 저 사람은 대체 누구지?



그래도 어린 소녀 특유의 냉소가 다시 돌아왔다.



"이게 눈에 띄지 않는 거예요?"



"내가 가진 것 중에서 제일 큰 것도 아닌데..." 셴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거면 이 거리 전체도 살 수 있다고요!" 지아가 말했다. "이걸 고기 한 수레 사는 데 쓰겠다고요?"



"이 맛있는 냄새 안 나? 이런 고기라면 루비 하나 정도는 아깝지 않아!"



"할아버지는 바보예요."



"미인 앞에선 아무리 총명한 사람이라도 바보가 되지." 셴이 이렇게 말하며 닭 자루를 둘러멘 여성에게 윙크를 보냈다. 그녀는 순진한 여사제처럼 얼굴을 붉혔다. "그래도 틀린 말은 아니야."



"주인장, 그 멋진 모자를 함께 주면, 이 보잘것없는 루비는 자네 거야." 그가 말을 이으며 보석을 머리 위에서 흔들었다. 상인의 눈은 보석에 못박혀 있었다.



"그렇게 내보이지 말라고요. 죽고 싶으세요?"



"이 훌륭한 분들이 나를 해친다고?" 루비를 건네고 새 모자를 머리에 쓰며 셴이 말했다. "다들 아주 믿음직스러운 분들인 것 같은데. 게다가, 겨우 내 보석 따위에 누가 사람을 해치겠어?"



"여기 사람들은 다들 그럴걸요. 망할 보석 얘기 좀 그만 하시라고요."



"난 기꺼이 보석을 나눠드리고 싶은걸." 셴이 말하며 모자를 고쳐 썼다. "나한텐 아주 많거든."



그 순간 빼빼 마른 불한당 셋이 근처 골목길에서 어슬렁거리며 나타났다. 긴장한 사람들 사이에 몸을 숨긴 채, 지아는 한 발을 조심스럽게 뒤로 빼며 단검이 손에 미끄러져 내리게 했다. 이 바보들에게는 열 번째 가문의 문장이 없었다. 다시 말하면 무허가 무소속 도둑들[6] 이란 말이었고, 그녀가 부탁한다고 해도 물러설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죽이려고 들 것이다. 아무래도 그녀가 먼저 그들을 없애야—


([6]열 번째 가문은 조우 지역의 경쟁자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았다. 무소속 도둑이나 사기꾼, 장물아비들은 수익의 일부를 열 번째 가문에 상납해야 했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상당히 중요한 것, 다시 말해 주요 장기 중 일부를 빼앗겨야 했다.)



조언자의 시 경비대 소속 순찰병이 반대편에서 다가왔다. 완벽하군. 하필이면 눈에 잘 띄지 않는 암살자 방어구를 입고 서 있을 때.



상인도 분명히 이내 다가올 일을 눈치챈 것이 분명했다. 그가 서둘러 수레를 뒤로 빼자, 강철 천장이 빙글 돌아 닫히기 시작했다.



욕심쟁이 셴은 그걸 한 손으로 잡고,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 올렸다.



"자네 뒤 찬장에 있는 저건... 혹시 생강 포도주야?"



꿈쩍도 않는 손잡이를 애처롭게 당기며, 상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병에 오팔을 하나씩 줄게." 셴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위쪽의 높은 건물까지 쩌렁쩌렁 울렸다.



상인은 얼어붙었다. 대머리 불량배가 곤봉을 떨어뜨렸다.



"정말요? 한 병에 오팔 하나씩이라고요?" 지아가 물었다.



"난 평생 생강 포도주를 제대로 마셔본 적이 없어." 셴은 엄숙하게 말했다. "내가 가장 후회하는 일 중 하나지."



오팔에 목숨을 걸고, 상인은 셴에게 술 한 병을 건넸다. 셴은 돌아보지도 않고 대머리 불량배에게 병을 던졌다.



"친구들, 술 받아!" 노인이 선언했다. " 이제 관객도 있겠다 음악이 필요하겠어!"



관객이라고? 지아는 고개를 들었다. 집집의 열린 창문에서 사람들이 몸을 내밀고 이 광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조우는 밤이면 모든 문이 잠기고 덧문이 닫히는 도시였다. 밖에서 무슨 소란이 벌어지든, 그게 계단으로 올라와 자기에게 인사하는 게 싫다면 신경 쓰지 않는 편이 좋았다.



"그 마타르 좀 빌려도 될까, 젊은이?" 셴은 거리의 악사에게 물었다.



"저도 포도주 좀 얻을 수 있을까요?"



"괜찮은 거래구먼!" 포도주와 악기가 손을 바꿨다. 셴은 무거운 마타르를 들고 잠시 비틀거렸다.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무거운데. 양손을 써야겠어."



"거기 당신!" 그는 다시 대머리 불량배에게 말했다. "우리 상인 친구가 포도주 나눠주는 걸 도와주게. 가사를 아는 사람들은 다들 노래를 따라 부르고!"



가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음란한 노래라서 더 그랬다. 제이에 관한 노래 중 얌전한 것은 많지 않았다. 공작 여왕이 제이가 그녀의 세 자매들과 나무 위에 뒤엉켜 있는 것을 찾아내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닭 자루를 든 여인과 대머리 불량배가 서로를 부둥켜 안고 큰 소리로 웃고 있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모두에게 술병이 건네졌다. 시 경비대가 도착했고, 호루라기를 불며 경비병들을 모아 난장판을 수습하려고 했다. 마타르를 돌려받고 셴의 모자까지 얻어 쓴 거리의 악사는 미친 듯이 악기를 연주하며 새 친구들과 함께 소리 높여 노래했다. 상인은 부인을 깨워 오팔 가방을 감추라고, 지하실에서 생강 포도주와 날고기를 더 가져오라고 소리쳤다...



십 분 뒤 몇 구획 떨어진 거리, 지아와 욕심쟁이 셴은 조언자의 탑을 둘러싼 장원 언저리에 서 있었다. 그들이 바라보는 사이 마지막 정찰병들이 즉흥 거리 축제의 장으로 달려갔다.



"교활한 악마 같은 영감님," 지아가 말했다. "전부 일부러 그러신 거... 잠깐, 포도주를 가져오신 거예요?"



"오랫동안 등반을 하다 보면 목이 마르거든." 셴은 익숙하게 엄지를 놀려 코르크 마개를 따고 단 세 모금으로 술병 절반을 비웠다.



자기보다 나이가 네 배는 많은 사람이 어른 노릇을 떠넘기려는 것 같아 언짢아진 지아는 말했다. "술 취한 채로 저 탑을 기어오를 순 없다고요."



"왜 안 되는데? 난 수없이 많은 탑을 올라가 봤지만, 술을 마시고 안 마시고는 전혀 상관 없더라고."



"떨어질 거예요!"



"아냐, 아냐. 난 너무 가벼워서 그렇게 떨어지거나 하진 않을 거야. 아직 이 이론을 시험해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공중에 떠서 천천히 땅으로 내려오겠지."



"좋아요." 지아는 자기 콧날을 꼬집으며 말했다. "가죠. 제가 신호하면—"



셴은 이미 정원을 가로질러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투덜거리며 그 뒤를 따랐고, 언제라도 경비병의 목소리가 들려올 거라 생각했다. 이웃한 건물의 지붕 위에 궁수들이 있었지만 다행히 발각되지는 않았다. 셴의 행운이 그녀에게까지 옮겨온 모양이었다.



그는 탑에 도착한 후, 셀 수 없이 많은 주머니 안에 술병을 집어넣고, 위로 치솟은 탑 벽을 3미터 정도 미친 원숭이처럼 기어 올라갔다. 지아는 온 근육의 힘과 재주를 모두 사용해서야 겨우 그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아래쪽으로 조우가 점점 멀어졌다. 어둠이 잠자는 도시를 지배했는데, 셴이 일궈낸 작은 제이의 축제[7]와, 수없이 많은 횃불과 등불로 환하게 밝혀진 동쪽의 영원의 장터만이 예외였다.


([7]시안사이에서 열리는 많은 축제에서, 사람들은 공공 장소에서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매년 열리는 제이의 축제만큼 그 경박함이 극에 달한 것도 없다. 제이의 축제에서는 말썽꾸러기 신의 놀랍도록 천박한 모험담을 재연하는 열네 번의 행진이 도시 전체로 이어지며, 매년 되풀이되는 짓궂은 장난 때문에 한 마을 전체가 몇 주 동안 아무도 살 수 없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고, 지아도 셴이 비교적 똑바로 탑을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매끈한 돌 벽 위에, 탑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 불규칙하지만 교묘하게 패인 홈들이 있었다.



"다른 사람도 이 탑을 올라갔나 봐요." 그녀가 말했다.



"아, 그럼." 셴은 숨이 찬 기색은 하나도 없었다. "내 아들도 여기 자주 오거든."



"아들이요?" 지아가 물었다. "하지만 영감님 말을 들으면 꼭—"



"숫총각 같다고? 그럴 수야 없지. 여자들은 그 꼴을 보느니 차라리 산을 바다로 뒤집어 놓을 거야."



"아뇨, 신 같다고요. 그리고 제발 성... 아니, 동정이니 뭐니 하는 말은 하지 마세요." 지아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왜?" 셴은 순진한 표정으로 말했다. 잠시 멈춰선 그는 뼈가 앙상한 한쪽 손으로 탑의 패인 홈을 붙잡고 다른 손으로는 수염 난 턱을 긁적였다.



"영감님은..."



"엄청나게 잘생겼으니까? 아주 좋은 향기가 나니까?"



"늙었으니까요."



"그건 사실이지." 셴이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늙었어. 사실 너무 늙었지. 그래서 이 무거운 술병을 들고 갈 수가 없네. 받아."



그는 술병을 떨어뜨렸고, 지아는 가까스로 병을 붙잡았다. 놓쳤더라면 까마득한 아래의 자갈밭으로 곤두박질쳐 산산이 조각날 판이었다.



"이걸로 뭘 하라고요?"



"마셔." 셴이 말했다. 그가 샌들을 신은 발로 자그마한 홈을 더듬는 사이, 돌풍이 그의 장포를 휘날렸다. "그리고 병을 깨뜨려서 숙취를 쫓아내!"



"전 절대로... 어, 그게 진짜 효과가 있어요?"



"어쩌면. 그런데 난 개인적으로 숙취를 좋아해. 아주 옛날에..."



그는 말을 잇지 않았다. 미처 예상치 못한 침묵이라, 지아는 왠지 그 빈자리를 채워야 할 것만 같았다.



"아주 옛날에 무슨 일이...?"



"아, 그냥 추억이야." 셴이 그녀를 보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지금까지와 달리, 지아는 진짜로 그를 바라봤다. 이상하게 낯익은 수염과 사람 좋은 미소 아래로, 아주 짧은 순간 무언가 보였다. 아마도... 슬픔, 드높은 벽과 단단한 문 뒤에 갇힌 슬픔이었을 것이다. 어느새 그 문은 다시 닫혔다.



"아들 얘기 하셨었죠." 두툼하게 덧댄 방어구 안으로 술병을 집어넣으며 그녀가 말했다.



"아, 맞다. 그 녀석은 이 탑을 너무 자주 올라간다니까. 있잖아, 내 아들놈하고 량이 몰래 연애를 하고 있거든."



지아의 손이 공중에서 우뚝 멎었다.



"비수 량이요? 여기 이 탑에 사는 조언자 말이에요? 그 량이요?"



"그럼!" 셴은 기쁜 듯이 말했다. "둘은 오랫동안 사랑에 빠져 있었단다. 적어도 몇십 년은 될걸."



"말도 안 돼요." 지아가 말했다. 조언자가 연애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은 노래 가사로 쓰일 정도였다. 량은 수많은 명가 구혼자들의 청을 모두 거절했던 것이다. 지아가 생각하기에, 그것이 그녀의 유일한 장점이었다.



"말은 되지. 좀 의외긴 하겠지만. 이제는 목소리를 좀 낮추는 게 좋겠구나." 셴이 덧붙였다. 위쪽으로 조언자의 창이 드러났다.



"그리고 아드님이란 사람도," 지아는 셴이 자신을 놀리는 거라 생각하며 말했다. "여자 꼬시기로 유명해요? 인간으로 변장한 신이라도 돼요?"

"아, 얘기 안 했던가? 너도 알고 있잖아. '부서진 자'라던가."



지아는 미끄러졌다. 셴이 내리꽂히는 번개보다 빠른 속도로 팔을 뻗어 그녀의 팔을 붙잡으며 끙 소리를 냈다. 바람이 비명을 지르는 지상 수백 미터 위 공중에서 지아의 두 발이 대롱거렸다.



"조심해." 이 말만 하고 그는 그녀를 흔들어 다시 벽에 붙여 주었다. 지아는 차가운 벽에 얼굴을 대고 잠시 숨을 돌렸다.



"아니에요." 그녀는 가까스로 말했다. "우린 량의 시 경비대와 전쟁 중이라고요. 둘은 서로를 미워해요."



"분명히 감정이 얽혀 있긴 하지." 셴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 때문인지, 아니면 떨어질 뻔한 사건 때문인지, 그의 목소리에서는 웃음기가 사라졌다.



창문과의 거리는 이제 1.5미터에 불과했다.



"아니에요! 부서진 자가 우릴 배신할 리는 없어요." 자기 목소리에 담긴 필사적인 기색이 그녀는 너무도 싫었다.



"그에게는 량이 가장 우선이란다." 셴은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열 번째 가문은 한참 떨어진 세 번째고."



"세 번째요? 두 번째는 뭔데요?"



"물어봐 줘서 고맙구나!" 밝은 목소리. "그 비밀을 가르쳐 주려고 널 여기 데려온 거야."



그리고 근육질의 한 팔로 셴은 그녀의 방어구 목덜미를 붙잡아 창틀까지 끌어올렸다.



칼날 같은 달빛이 조언자의 침실을 꿰뚫으며, 호사스러운 양탄자와 화로, 침대를 비췄다. 비수 량은 벌거벗은 등과 하얀 어깨 위에 장포를 걸치고 벽을 향해 서 있었다.



허리 위로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부서진 자가 그녀 뒤의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피부의 빈 곳보다 흉터가 더 많았다. 살인자의 두 손이 그녀의 목을 붙잡고 부드럽게, 부드럽게 턱을 당겨 올려 입을 맞췄다...



그때 지붕 위에서와 같았다. 지아는 머리가 따라잡기도 전에 단검을 뽑아 들고 창문을 넘었다.



비수 량이 부서진 자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그녀의 입이 벌어지고...



... 부서진 자는 그 입을 막고 조언자를 물러서게 했다. 그가 지아를 바라봤지만,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지아는 두목이 자신을 살려 보내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올라온 길로 도망칠 순 없었다. 지아는 창문 너머로 손을 뻗어 욕심쟁이 셴을 끌어올리려 했지만, 그는 이미 없었다. 아래 정원까지 이르는 벽에는 자기가 신이라는 망상에 빠진 미치광이가 보이지 않았다. 욕설을 뱉으며 빙글 돌아서자, 부서진 자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상대의 손목을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가 손을 움츠리는 사이 그 팔 아래를 지나가 마지막 남은 탈출구를 향해 달렸다—



"경비병!" 량이 뒤쪽에서 소리쳤다. 경비병 두 명이 탈출하려는 지아의 마지막 희망, 문을 박차고 칼을 뽑아 든 채 들어왔다. 미처 머리로 생각하기도 전에 지아는 셴의 술병을 꺼내 가까이에 있던 경비병의 머리를 향해 던졌다. 종소리 같은 뎅 소리와 함께, 그는 옆으로 비틀거렸다. 다른 경비병이 은빛 원호를 그리며 검을 휘두르자, 그녀는 검의 궤적 밖으로 피한 다음, 단검으로 그의 팔뚝을 찌르고 떨어지는 검을 붙잡았다.



경비병의 비명 소리를 무시하고 빙글 돌아선 그녀는 가까스로 – 아, 맙소사 – 정말 가까스로 량의 검을 막아냈다. 열 번째 가문의 암살자 수십 명을 죽인 여자다. 그런데 부서진 자는 지금 그녀와 사랑에 빠져 있었다.



손목에서 피를 흘리며, 부서진 자가 침실을 가로질러 달려왔다. 량은 한 번, 다시 한 번 칼을 휘둘렀지만, 지아는 분노 가득한 쇳소리를 내며 온 힘을 실어 조언자의 검을 막아냈다. 그리고 다시 몸을 빙글 돌리며...



... 가슴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온 분노를 한 번에 뱉어 내면서 단검과 검 모두를 부서진 자의 가슴을 향해 던졌다.



그는 무기들을 공중에서 쳐내고 계속 다가왔다.



지아는 재빨리 뒤로 돌아 침실을 벗어났고, 복도를 지나 구불거리며 이어지는 계단으로 향했다. 아래쪽에서 갑옷을 입은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위로 올라가는 방법뿐이었다.



위에서 기다리는 건 죽음뿐이라는 사실을 그녀도 알았다. 그녀는 죽고 가문은 계속해서 부서진 자의 거짓말 때문에 고통 받을 것이다.

달빛이 드리운 탑 꼭대기에 도착했다. 묘하게 고요했다. 물론, 그곳은 막다른 길이었다.



지아는 헐떡이며 지붕 가장자리를 향해 달렸다. 혹시나 그녀가 여기 올라온 후 사려 깊은 누군가가 사다리라도 설치해 두었길 바랐다. 그럴 리가. 까마득한 아래쪽 정원까지 곧바로 떨어지는 길뿐이다. 아래쪽 조언자의 창문으로 가서 탑 벽의 홈을 잡고 내려갈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쫓기는 상황에서는 무리다. 경비병들의 고함 소리를 듣자니, 벌써 거의 가까이 접근한 것 같았다.



지아는 눈을 감았다. 제이의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다...



불의 신들에게 쫓긴 영리한 제이는 하늘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쫓아온 신들이 갈 곳 없는 그를 놀렸지만, 제이는 붉게 물든 새벽의 볼에 입을 맞추고 뛰어내렸다...



지아가 눈을 떴다. 경비병들이 다가오면서 강철이 돌을 긁어대는 소리가 들렸다. 바랐던 것처럼 지평선 너머로 여행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한 번 더 하늘을 날 수는 있겠구나...



그녀는 탑 가장자리를 등지고, 소멸의 가장자리에 발뒤꿈치를 대고 돌아섰다. 적어도 스무 명의 경비병들이 놀리는 듯한 표정으로 창과 칼의 반원을 그리며 그녀를 둘러쌌다. 그녀의 가족들까지 해칠지 모르는 스무 명의 병사들.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 달려들었다.



검이 그녀의 목을 노렸지만, 그녀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 창이 등을 노렸지만, 그녀는 창을 흘려버린 후 창대를 붙잡아 경비병의 손에서 빼앗았다.



청아한 소리와 함께 참나무 창대가 경비병의 투구와 충돌했고, 다시 창날로 다리 방어구 틈새를 찌르자 경비병은 비명만을 남기고 지붕 너머로 떨어졌다. 지아는 자신이 질 것임을 알면서도 계속 싸웠다. 경비병들은 입을 떡 벌리고 먹이를 기다리는 탑 가장자리를 향해 그녀를 몰아붙였고, 그중 하나가 휘두른 칼이 운 좋게 그녀의 창을 반으로 갈랐다. 또 한 명이 그녀를 등 뒤에서 붙잡자, 그녀는 으르렁거리며 창으로 상대의 신발을 찍어버리고, 품에서 빠져나오며 다시 창날로 그의 가슴을 꿰뚫었다.



창대가 쪼개졌다. 그녀는 경비병이 탑에서 떨어지기 직전에 칼을 빼앗아 들고는, 자신을 죽이려는 남자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칼을 휘두를 때마다 몇 차례의 공격을 막아내고, 칼을 찔러 넣을 때마다 살을 꿰뚫었다. 소리 높여 웃으며, 그녀는 춤을 추고 회전하며 계속 싸웠다...



경비병이 아홉 명 남았을 때, 그중 하나가 단단한 장갑을 찬 손으로 그녀를 때려 눕혔고, 다른 한 명이 그녀 손에 들린 칼을 걷어찼다.



현기증을 느끼며, 그녀는 달빛에 반짝이는 도끼가 머리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고, 누군가... 누군가 계단을 달려 올라오는 소리를 들었다...



부서진 자가 폭발하듯 계단에서 뛰쳐나와 경비병 둘의 목을 붙잡고 그대로 탑 밖으로 던져 버렸다. 빙글 돌아선 그는 적의 창이 머리에 와 닿는 순간 그걸 붙잡았다. 손등으로 후려친 일격에 창병의 투구가 박살 났다.



지아는 몸을 날려 칼을 잡고, 가슴을 향해 날아오는 칼날을 가까스로 막아냈다. 부서진 자가 찢어진 주먹에서 피를 흘리며 그 불운한 경비병 뒤에서 나타나, 그의 머리를 거대한 두 손으로 감싸 쥐고는 그대로 우그러뜨렸다.



남은 경비병 다섯 명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부서진 자가 누군지 알았다. 하지만 지아는 그가 그들을 살려주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목격자였던 것이다...



... 그리고 깨달음과 함께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를 그냥 죽게 내버려둘 수도 있었을 텐데.



허약한 노인 욕심쟁이 셴이 자신의 아들이라 부른 남자는 순식간에 경비병을 세 명 더 처치했다. 그리고 마지막 둘을 붙잡아 그들이 축 늘어질 때까지 서로 충돌시키고는, 그대로 계단 아래로 던져 버렸다.



십여 군데 상처에서 피를 흘리며 그는 돌아섰다.



"량은 네 엄마다." 그가 말했다.



지아는 공허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셴의 비밀. 량과 부서진 자는 수십 년 동안 사랑에 빠져 있었다...



"그럼 당신이..."



"그래."



그는 지아를 해치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는 량을 막으려 한 것이었다.



지아는 자신의 눈이 그를 닮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가 기억하기로, 그가 이렇게 자신을 바라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분이 널 여기 데려올 줄 알았다."



어린 시절 들었던 이야기 속 주인공이었다면, 지금쯤 몸을 날려 그를 껴안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아는 그의 따귀를 때렸다. 그리고 그걸 돌이킬 수 있다면 뭐라도 주겠다고 생각했다.



"미안하다." 검은 눈의 거인이 말했다. "모두가 나를 노린다. 너까지 그렇게 만들 순 없어."



왼쪽에서 비단이 돌바닥에 스쳤다. 비수 량이 계단참 그림자 속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진실을 깨닫고 나자, 그녀와 조언자가 무척 닮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



비수 량은 이를 악물고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그대로 계단을 내려갔다.



"엄마는 널 낳은 이후로는 널 본 적이 없어." 부서진 자가 말했다. "침입자가 넌 줄 알았다면 경비병들을 보내진 않았을 거야."



"그 말을 믿어도 될지 모르겠네요." 그 눈 속에 담겼던 차가운 분노를 떠올리며 지아가 말했다.



"넌 네 엄마를 몰라."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도 확신은 없었다.



"아빠는 알고요?" 단호한 목소리였다.



"어린 시절부터 우린 거리에서 먹을 것을 두고 싸웠다. 그러다가 내가 열 번째 가문에 합류해 정착하자, 그녀는 홀로 떠나 버렸어."



지아는 반갑지 않은 존경심이 마음 속에서 움트는 것이 느껴졌다. 엄마는 순전히 꾀와 의지만을 바탕으로 거리 밑바닥에서부터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선 것이었다. 연줄을 맺고, 그렇게 조언자가 되고, 살아남아서...



... 비수 량이 되어 연인의 암살자 아이들을 사냥했다. 엄마가 부탁한다고 해도 용서할 수는 없었다.



"가서 얘기라도 해야지." 부서진 자가 말했다. "엄마도 너를 봤으니..."



깨달음과 함께 한숨이 나왔다. 량이 가장 우선이고, 내가 두 번째, 열 번째 가문이 세 번째야. 그리고 우리 모두를 지키고 싶어서...



"우린 가족이 될 수 없어요." 그녀가 말했다. "아시겠어요? 당신이 량을 사랑한다고 해서 그녀가 이 모든 걸 그만두지는 않을 거라고요. 량이 죽거나, 거리가 우리 피로 붉게 물들지 않는 한 끝나지 않아요. 아시잖아요."



"네 엄마래도." 그가 말했다.



"아뇨." 지아가 지붕 가장자리에 엉덩이를 깔고 앉으며 말했다. "당신 연인이죠. 저는 고아예요."



그리고 부서진 자를 시체 더미 사이에 홀로 남겨두고 탑을 내려갔다.



4장


"그림자는 햇빛 아래에서 사라진다. 구멍은 안을 들여다 보면 그만이다. 빤히 보이는 곳에 숨어라. 그러면 눈에 띄지 않을 것이다." – 제이의 기록

몇 시간 후, 지아는 다시 통시 사원 꼭대기에서 제이의 석상에 등을 기대고 앉아 다리를 공중에 늘어뜨렸다. 새벽이 가까웠다. 의회 요새는 등불 빛으로 반짝였다. 검은 구오즈 산의 목덜미에서 반짝이는 목걸이 같았다. "파묻힌 제련소"의 굴뚝이 짙은 붉은색으로 타올랐다.



떠나고 싶었다. 열 번째 가문은 가족이었지만, 형제자매들은 이제 대부분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그들은 이 삶을 즐겼다. 계속되는 전투를 즐겼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못했다.



지아는 자신이 가족에 대한 사랑과 아버지에 대한 여전하고 어리석은 충성심 때문에 아무 의미 없는 전쟁을 계속하다 죽어갈 것임을 알았다. 떠나고 싶었지만, 의무감이 그녀를 이곳에 묶어 두었다.



"손녀딸, 안녕?" 욕심쟁이 셴이 옆 바위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왜 그러셨어요?"



"어떤 아이라도 부모가 누군지는 알아야 하니까." 공중에 뜬 발을 흔들흔들 놀리며 셴이 말했다. "그래야 '나중에 이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구나,' 하는 걸 배울 수 있잖아?"



"계속 농담만 하시네요." 지아는 고개를 돌렸다.



"그런가?" 셴이 날 선 목소리로 말했다. "네 어미는 반대 세력 없이 이 도시를 지배하고 싶어 한단다. 그리고 명가를 차례차례 모두 멸망시키려 하고 있어. 네 아비도 그게 아홉 번째 가문에서 멈추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고. 머잖아 끝이 보이는 그 사랑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때가 되면, 이 나라는 또 한 번의 내전을 겪어야 할 거야. 얘야, 넌 그 녀석들보다는 현명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지아는 할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사람 좋은 미소는 없었다. 그 자리에는 수백 번의 생으로도 견뎌낼 수 없을 만큼 큰 슬픔뿐이었다.



"제 할아버지가 누군지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오랜 침묵 끝에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신들의 분노를 피해 달아나며 깔깔 웃는 제이의 조각을 바라봤다. 옆모습만 봐서는 두 얼굴이 똑같았다.



"아주 잘생긴 청년이지." 욕심쟁이 셴이 말하며 희미하게 웃었다.



"전 어떻게 해야 해요?" 침묵을 통해 셴이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해지자, 지아가 다시 말을 이었다. "엄마와 아빠를 화해시켜야 하나요? 도망가서 숨어야 하나요?"



"네가 원하는 일을 하렴." 그녀의 볼을 쓰다듬으며 셴이 말했다. "인생은 너무 짧아."



"필멸자들에겐 그렇단 말씀이겠죠."



셴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걸 보렴." 그는 한 손을 들어 조우 지역 전체를 가로질렀다. "한때, 이곳은 작은 부족민들이 모여 살던 초원이었단다. 꽃이 잔뜩 피어 있었지."



셴은 말을 이었다. "그런데 세상이 변했어. 사람들은 이야기를 하고, 하늘을 보며 자신보다 힘 센 존재들의 지시를 기다렸지. 이런 이야기들이 법과 의무가 되었고, 부족들은 덩치를 키워 서로 싸우기 시작했단다. 그들은 자신에게 선택권이 없다고 믿었어. 그래서 계시를 기다렸지."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하늘을 가리켰다. 불타는 유성이, 꿈틀거리는 불꽃과 긴 잿불 꼬리로 이루어진 구체가 폭발하며 하늘을 가로질렀다. 깜짝 놀란 지아가 고개를 돌려 욕심쟁이 셴을 바라봤다.



"내가 한 거 아냐." 두 눈이 휘둥그레진 그가 말했다.



그녀는 웃었다.



"내 말을 들어보렴." 머리 위로 지나가는 별을 보며 그가 다시 말했다. 별은 남서쪽으로 시안사이 섬에서 멀리 떨어진 땅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넌 네 아비의 정과 어미의 분노를 함께 품고 있단다. 그 녀석이 널 처음 집에 데리고 돌아왔을 때부터 알았어. 내가 널 안아 봤더니, 아 글쎄, 어찌나 억세게 내 수염을 잡아당겼던지."



마침내 지아도 기억이 났다. 그녀의 작은 손가락이 달빛으로 환하게 빛나는 푸석한 수염에 얽혀 있던 때가. 너무 어렸던 시절의 일이라 바로 떠올릴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 기억은 그녀의 것이었다.



"자," 셴이 말했다. "넌 열 번째 가문의 아이면서 내 손녀딸이란다. 하지만 우리 뜻에 묶여 있을 필요는 없어. 우리 싸움에 뛰어들어야 할 병사도 아니고."



그는 부드럽게 그녀의 턱을 잡고 바라보며 말했다.



"누가 뭐라고 하든, 넌 자유다."



유성의 빛 아래에서, 셴은 극도로 피곤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늙어 보였다. 묻지는 않았지만 그가 그 유성을 따라갈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유성이 그에겐 의미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녀에겐 아무 의미도 없었다.



오랫동안 둘은 친근한 침묵 속에 앉아 있었다. 갑자기 셴이 코를 킁킁거렸다.



"저거 후추어 자반 구이인가?" 그가 벌떡 일어서며 물었다.



지아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가 보세요." 그녀가 말했다. "다 떨어질지도 몰라요."



"맞아." 셴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것 좀 맡아주렴. 우린 조만간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는 셀 수 없이 많은 주머니들 중 하나를 그녀의 품에 내려놓고 정수리에 입을 맞춘 후, 그 황홀한 냄새를 쫓아 사원의 배수로 중 하나를 미끄러져 내려갔다.



지아는 두둑한 주머니 안을 들여다 봤다. 흠 하나 없는 다이아몬드들이 수북이 쌓인 위에, 금이 가고 검게 탄 보석이 하나 놓여 있었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건 저녁 무렵 하오 삼촌이 셴을 공격할 때 쓴 것과 같은 공격 주문을 반사하는 보호의 보석이었다.



그녀는 여명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리를 죽 펴고 주머니를 옷 안에 집어 넣었다. 아침을 먹으러 이동 가택에 갈 수도 있었다. 아빠에게 사과할 수도 있었다. 아니면 배에 올라 책에서만 읽어본 땅으로 갈 수도 있었다.



어디든 갈 수 있었다.


5개의 댓글

2015.03.06
다음 이야기는 추천 받아볼게
0
2015.03.06
@느어어어어
5막에 천사랑 악마가 서로 좋아하던 애들 이야기책 떨어지던데.. 걔들 이야기
0
2015.03.07
잘ㅇ읽엇땁ლ(╹◡╹ლ)
0
2015.03.11
작성자게이야 이거 디아3에서 셴이랑 대화하면 나오는이야기 소설로 각설한거야??
0
2015.03.11
@건덕후
ㅇㅇ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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