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스압)디아블로3 캐릭터 부두술사 스토리 - 의혹의 방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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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게이들!

읽판에 글쓰는건 처음이네 ㅋㅋ

오늘 내가 가져온건 디아블로 공홈에 있는 캐릭터 스토리중 부두술사에 관한 내용을 가져왔어

우선 글을 쓰기 전에 간단하게 용어에 관한 설명을 하고 들어갈게. (처음에 나도 용어를 모르고 보니깐 힘들더라구)



1. 테간제

부두술사의 고향인 밀림의 이름이야. 

지도로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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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정도의 땅이 될거야. 

참고로 오른쪽에 늪지대는 디아2의 네크로멘서의 고향이면서 거의 모든 네크로멘서가 저기서 수련, 연구를 한데.

처음에 지도보면서 늪지대쪽이 테간제인줄 알았어 ㅋㅋ


2. 움바루 족 (움바루 부족)

간단하게 말하면 테간제에 사는 사람들을 움바루 족이라 불러. 

움바루 족 중에서도 여러부족들로 나뉘어


3. 움뷔루 에이쿠라 (형상이 없는 땅)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사후세계'라고 말할 수 있어.

움바루인들은 이 움뷔루 에이쿠라에 가는 것을 전혀 두려워 하지 않고 오히려 남들은 기뻐하며 축하해줄 정도로 

매우 신성한곳으로 여기고 있어.


4. 이가니 바웨(영혼의 수확 혹은 의식 전쟁)

각 부족에서 뽑힌 부두술사들이 서로 전쟁을 벌이는 행위를 말해. 여기서 진 부두술사는 생포가 되서 

움뷔루 에이쿠라에 있는 혼령들을 위해 산제물로 바쳐져.


이 이야기는 움바루 부족의 이가니에 의문을 품는 부두술사 '베누'의 이야기야.


(디아3에서 플레이하는 부두술사는 이 이야기에 나오는 다섯언덕 부족의 이단자 부두술사야. 이름은 나지보(Nazee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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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해 뜰 녘에 시작되었다. 언제나처럼.



베누와 일곱 돌 혈족의 부두술사 열 명은 표범처럼 잽싸게 테간제의 심장부로 접근했다. 전통 가면에 달린 뼈와 쇠장식이 가볍게 흔들리는 소리만으로 이들의 존재가 확인될 뿐이었다. 흰색, 노란색, 붉은색 줄무늬와 밝은 보카이 깃털로 장식한 몸은 주위 밀림의 선명한 색과 섞였다.



곧이어 선녹빛 가지가 점점 빽빽하게 우거지면서 덤불 위로 그늘이 계속 이어졌다. 베누는 어떤 움직임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쫑긋 세웠다... 어떤 인간 사냥감도 놓치지 않으려고.



이가니 바웨, 영혼의 수확이 시작됐다.



첫 번째로 치르는 의식 전쟁인 까닭에,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한 생각으로 베누의 가슴은 두방망이질했다. 베누나 그 혈족원과 마찬가지로, 자기 부족의 대사제에게 부름을 받은 다섯 언덕과 구름 계곡 부족 출신의 경쟁자 부두술사들도 멀지 않은 들판 어딘가에서 사냥에 나서 있을 터였다.

일곱 달 혈족의 전쟁 무리는 다섯 언덕 지역의 경계 안에서 잠시 멈추고 휴식을 취했다. 적이 있는지 살피려 부두술사 둘이 앞쪽 나무를 헤쳐봤다.



“다가올 전투를 생각하니 떨리니?” 베누의 형인 운가테가 곁에서 슬그머니 속삭여 물었다. 운가테가 쓴 무시무시한 가면 윗부분에는 보라색 깃털로 둘러싸인 상아뿔 하나가 뻗어 나와 있었다.



“아니” 베누가 답했다.



“손 이리 내놔 봐.”



베누는 손을 내놓기 전에 마음을 가라앉히려 심호흡을 했다. 손이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기뻤다.



“다가올 전투가 '두렵니?'” 운가테가 목소리를 낮추며 가까이 다가왔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두려워하잖아. 그게 이 그림자 세상의 법칙인걸. 내 손이 떨리지 않는 까닭은 이 사실을 알기 때문이야. 사실을 외면하고 숨어 버리면, 감정에 휘둘리거든.” 젊은 부두술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운가테는 동의한다는 뜻으로 베누의 어깨를 가볍게 잡았다. 베누는 안심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겁이 나지는 않았지만 걱정은 되었다. 훈련을 받는 수년 동안 오늘만을 기다려왔다. 이가니에서 싸우는 것보다 더 큰 명예는 없었다. 혈족 사람들과 그들이 믿어온 신앙이 수 세대를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 고대 의식이었다. 해 질 녘 즈음, 사냥이 끝나갈 때 베누는 승리감에 싸인 채 집으로 돌아가든가 상대 부족 손에 죽고 말 터였다.



어느 쪽이든 그 나름대로 명예롭기는 했다. 제물을 노획했다면 혈족원으로부터 찬양과 존경을 얻고, 상대 부족에 잡힌다면 혼령이 이 그림자 세상으로부터 자유를 얻어 음뷔루 에이쿠라, 형상이 없는 땅의 진정한 현실로 들어갈 테니 말이다.



움바루 유산을 수호하고 살아 있는 다리로서 이 세계와 다른 세계를 잇는 역할이 부두술사인 그에게 지워진 운명이었다. 그와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그런 운명이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터였다.



“삶은 희생이다.” 자부심으로 가슴을 펴며 베누는 고개를 들었다.



운가테가 옛 움바루 격언을 마저 이었다. “희생이 삶이다.”



정찰병 하나가 주변 밀림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나오며 자신이 본 내용을 수신호로 전달했다. 다섯 언덕 부족 부두술사. 혼자.



전사들은 즉시 행동에 나섰다. 촘촘한 반원 진형으로 덤불을 뚫고 나아갔다. 안개 언덕으로 알려진 곳으로 나아가자 나무가 드문드문해졌다. 머지않아 낮게 깔린 구름에 가려진 남자를 발견했다. 자신 만큼이나 흉터가 많고 풍파에 낡은 가면을 쓴, 나이 든 부두술사였다.



운가테는 무릎을 꿇고 허리띠에서 팔뚝 길이만큼 침 발사구를 꺼내어 가면 구멍에 끼웠다. 우아파 두꺼비 독을 바른 침이 휙 날아갔다. 적은 자신이 발각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전에 등에 침을 맞았다. 마비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나이 든 부두술사는 바로 털썩 무릎을 꿇었다. 독 효과는 그게 다였다. 다치게 해서 잡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가니의 이 단계에서 상대를 죽이는 것은 절대적으로 금기시하는 사항이었다.



수적으로도 상대가 안 되고 패배가 확실했기에, 적 부두술사는 관습대로 항복했다.



“일곱 돌 부족...”그가 말을 이었다. “자네들 우리 땅 깊숙이까지 왔군.”



“값진 제물을 찾고자 왔습니다.” 운가테가 대답했다. “당신은 위대한 주왓자가 아니십니까?”



“그렇다네.” 노인은 목례를 했다.



경험이 더 많은 혈족원의 움직임을 눈여겨보며 베누는 멀리서 그 대화를 바라보았다. 전투 규칙을 잘 익혀왔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니 완성된 느낌, 그러니까 그간 배우고 옳다고 믿었던 모든 것이 완결되는 느낌이 차올랐다.



“저보다 위대한 전사시잖습니까.” 운가테는 앞으로 나서며 주왓자를 포옹했다. “여기서 우리는 적이지만, 음뷔루 에이쿠라에서는 영원한 형제입니다. 그곳에서 당신을 만날 기회를 고대합니다.”



독 효과가 사그라진 주왓자는 자기 힘으로 일어섰다. 베누는 주왓자가 가까이 다가올 때 고개를 까딱하며 존경심을 표시했다. 부럽기 짝이 없었다. 오늘 밤 대사제가 주왓자의 고통을 끝낼 테니 말이다. 이 노인의 피와 장기는 나중에 형상이 없는 땅의 혼령들에게 바쳐져 나중에 그리로 갈 사람들의 세계를 풍요롭게 할 뿐만 아니라 이 세상도 강하게 할 것이다. 튼튼한 작물, 계절의 변화, 움바루 부족의 생존이 바로그의 희생에 달렸다. 베누의 눈에는 주왓자가 영웅처럼 보였다.



전쟁 무리는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주왓자는 테 웍 누차, 마지막 행진을 지켜보았다. 자신을 기다리는 운명에 겸허히 순응하며 고개를 꼿꼿이 세웠다.



“그를 풀어줘라!” 베누와 그 혈족원들이 밀림의 끝에 도달했을 때 목소리가 안개를 헤치고 울려 나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주왓자를 포함하여, 혼란스러워진 무리 전체가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으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분을 두고 갈 길을 가라. 그분의 삶을 끝낼 이유가 없다. 아직 가르침이 많이 남았다.” 낮게 깔린 구름 사이에서 부두술사 하나가 나타났다. 다른 이가니 참가자들처럼 물감, 깃털, 가면으로 장식한 모습이었다. 몸을 감싼 표시로 보아 베누는 그자가 다섯 언덕 사람임을 파악했다.



“법도에 따라 나는 저자들의 것일세” 주왓자가 말했다. 이 상황이 전혀 놀랍지 않은 목소리였다. “저들은 가르침을 받은 대로 행동할 뿐이야.”

“혼령들은 스승님의 목숨을 원하지 않습니다.” 다섯 언덕 부족 부두술사가 대답했다.



운가테는 상대에게 의식용 단검을 겨눴다. “테 웍 누차를 방해하다니 옳지 않다.”



“대사제가 그렇게 말했을 테지. 이 전쟁을 명령한 건 그들이다. 혼령들이 아니다. 이 세계에서의 삶을 그렇게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런 희생... 이런 이가니는 필요 없다. 그저 공포와 통제를 위한 도구일 뿐이다.”



베누의 혈족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씩씩거렸다. 분개심마저 일어났다. 이가니의 성스러운 법도를 부정하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 남자는 정신이 돌아버린 게 분명했다.



“꺼져라!” 운가테가 소리를 내질렀다.



젊은 다섯 언덕 부족 부두술사는 그 말을 무시하고 손바닥을 보이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너희 모두를 살려 주겠다. 마을로 돌아가라. 대사제들에게 형상이 없는 땅에서 진짜로 무엇을 봤는지, 혼령들이 무엇이라고 했는지 물어봐라. 난 우리 스승님을 살리고 싶을 뿐이다.”



분노를 억누르며 베누는 단검을 뽑아 그 이단자에게 달려들었다. 적은 재빠르게 손을 내밀어 손바닥에서 푸르스름한 녹색 기운 한 줄기를 터뜨려냈다. 혼령 화살이 조심스럽게 발사되었다. 어깨에 살짝 맞았는데도 베누가 땅에 나가떨어져 순간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로 강력했다.



“스승님을 풀어드려라. 원하는 건 그게 전부다!”

운가테와 동료는 다같이 앞으로 돌진했다. 유감스러운 기색이 가득한 눈빛으로, 다섯 언덕 부족의 침입자는 손을 아래로 그으며 이가니에서 금지된 치명적 주문을 외쳤다. 일곱 돌 전사들은 휘청이다 목을 움켜잡으며 무릎을 꿇었고, 입에서는 투명한 보라색 거품이 뿜어져 나왔다. 불과 몇 초 만에 베누의 혈족은 싸늘한 시체가 되어 땅에 누웠다.



“너는 젊구나.” 이단자가 다가오며 말했다. “믿음이 네게는 더 쉽게 오리라.”



단검이 떨어진 곳에 베누의 손이 닿았으나, 상대 부두술사가 옆으로 차 버렸다. 아득히 멀리, 안갯속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의심할 여지 없는 전투의 함성과 구호였다.



“우리 혈족...” 적 부두술사가 말했다. “그들에게 발각되면 네가 희생물이 된다.”



“자랑스러운 죽음이다!” 베누가 소리쳤다. 참혹한 대학살에, 혈족의 불명예스러운 죽음 앞에 눈물이 차올랐다. “너야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그렇지 않다. 넌 삶을 아직 모른다. 그 축복을 보지 못한다. '너는 눈이 멀었다.'”



마지막 말이 베누의 귓가에 울렸다. 주문이었다. 눈앞이 흐릿해지더니 마구 버둥거려졌다.



“넌 대사제의 명령에만 집착하는구나. '두려움에 복종한다.'”



또 다른 저주가 베누를 휘감았다. 가장 깊숙이 있던 공포가 영혼에서 솟아 오르자 베누는 걷잡을 수 없는 두려움에 휘말렸다. 앞을 못 보는 상태였지만, 몸이 움직이는 것은 느껴졌다. 밀림을 헤치고 달려나가면서 발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는 어느 정도 알았다. 그러는 내내 이누의 첫 이가니를 더럽힌 그 이단자의 음성이 바로 옆에 있는 환영처럼 들려왔다.



"가라. 집으로 달려가라. 보이지 않는 곳을 찾아라. 답이 없는 질문을 던져라. 진실을 찾아라."



“이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하지 마라.” 구와테카가 명령했다. 일곱 돌 부족의 가장 연로한 대사제가 베누를 옆에서 지켜봤다. 석 자 길이의 깃털 달린 머리 장식이 주름진 눈썹 위로 솟아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 물감으로 칠하고서 곧 도착할 의식의 희생물을 맞을 준비가 된 상태였다.



“베누, 혼령들은 자네가 명예롭게 행동했음을 안다네. 자네 잘못이 아닐세.” 다른 대사제가 말했다. 일곱 돌 부족의 가장 연로한 지도자 다섯 명 전부가 오두막 안에 모였다. 베누는 마을로 돌아오자마자 이들을 찾아 자신이 목격한 끔찍한 사건을 소상히 말했다.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분이 가시지 않았다. 자신이 더럽혀졌다고 느꼈고 그 이단자를 막으려고 온 힘을 다했음을 혼령들이 정말 이해하는지 궁금했다.



“가세.” 구와테카가 오두막의 입구를 향해 몸을 돌렸다.



마을 한 가운데에서 모닥불이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부두술사들은 불길의 끝을 따라 넘늘거리며, 계속 들려오는 북소리와 군중 속 주민 하나가 읊조리는 영창에 맞춰 발을 구르고 있었다. 오늘 밤의 제물이 담길 피투성이 빈 단지를 준비하는 사람들 때문에 여기저기 흩어진 오두막 사이로 횃불이 커다란 반딧불처럼 너울거렸다.



베누는 돌아온 부두술사와 그렇지 못한 부두술사를 가려냈다. 불운했던 그의 전쟁 무리에 더해 부족 전사 열 명이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부족과 마찬가지로, 다섯 언덕과 구름 계곡의 마을에서 의식용 기름이 발라진 채로 음뷔루 에이쿠라로 가는 여정을 준비하는 그들을 상상해보았다.



의식 참가자가 첫 번째 포로를 모닥불로 데려올 때, 마을 전체가 존경과 찬양의 노래를 시작했다. 제물을 향해 다가가는 대사제 구와테카의 손에는 장식이 달린 쇠 단검이 들려 있었다.



“네게 축하를 보내노라!” 대사제가 소리쳤다. “너를, 모든 움바루가 하나되는 더 큰 부족에 바치노라. 우리는 앞으로 네 희생을 기념하며 노래하리라. 그 위대한 희생을 위해.”



“네가 형상이 없는 땅으로 오면, 내가 마중나가겠다.” 제물이 담담히 말했다.



구와테카의 팔이 옆으로 내려치며 능숙한 솜씨로 부두술사의 목을 그었다. 제물은 소리지르거나 고통으로 몸부림치지도 않았다. 제물답게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했다. 저 너머 세계에서 그를 기다리는 영원한 영광에 비하면 이 세상의 고통쯤이야 무엇이 대수겠는가?



대사제가 머리를 하늘로 향한 채 팔을 뻗고 몸을 격렬하게 떨었다. 이윽고 엄청난 하늘빛 오라가 대사제 주위에서 일어나며 깃털을 비췄다.



베누는 유령 경지에 들어서는 장로를 지켜보았다. 일부 움바루인이 음뷔루 에이쿠라를 볼 수 있는 마음의 상태였다. 젊은 부두술사는 의식을 잘 알았다. 같은 부름을 받은 모두와 마찬가지로, 그도 형상이 없는 땅에 매인 채로 태어났다. 다른 이들보다 그 연결이 강력했지만 대사제에 비하면 미약했다. 다른 세상에서, 베누는 그저 흔적만을 보았다. 부족의 지도자들은 혼령들과 직접 소통하며 깨달음과 지시를 받는다고 했다.



의식에 참가한 사람들은 토기 안에 담긴 제물의 피를 모으려 달려나갔다. 장기는 조심스럽게, 어떻게 보면 사랑스럽게 꺼내어진 다음 단지에 담겼다.



구와테카는 그 후 바로 경지에서 깨어났다. 자신을 물질 세계에 다시 적응시키기라도 하는 양 초점 없는 눈으로 숨죽인 주민을 바라보았다. 형상이 없는 땅에서 있던 시간은 이 세상과 다르다고 베누는 배웠다. 경지에 들어 저 너머 세계에서 몇 분씩 머물렀어도 이 세상에서는 몇 초만이 지나갔을 뿐이라고 했다.



“이 제물은 이제 음뷔루 에이쿠라에 들었네, 그리고 감사의 노래를 부른다네!” 구와테카가 알렸다.

주민들은 환희에 가득 차서 박수를 쳤다. 몇몇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 제물이 해방을 얻은 시간은 자정이 되어서였다. 사람들은 긴 나무 오두막으로 흩어져 목숨을 바친 부두술사들 얘기와 잔치를 즐겼다. 축하행사는 아침까지 계속되었다. 베누는 혈족들이 사라진 뒤에도 불가에 남아 있었다.



막연한 불편함이랄까 무언가가 마음에 걸렸다. 주왓자의 제자와 만난 지 몇 시간이 흘렀건만, 원하지 않아도 그 어리석은 자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계속 울려댔다.



"보이지 않는 곳을 찾아라. 답이 없는 질문을 던져라."



베누는 주먹을 꽉 쥐었다. 마음에 걸린 것은 상대 부두술사의 말이 아니었다. 대사제가 확인해 주었지만, 그 이단자의 저주에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부두술사는 오고 가는 말과 연회 오두막에서 울려 나오는 노랫소리에서 벗어나 계곡 끝까지 나아갔다. 베누와 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이가니에 이어 유령 경지에 들어가는 일은 금지된 사항이었다. 대사제는 그런 행위로 인해 최근 희생된 제물의 영혼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베누는 혼령과의 사이에서 자신의 입지가 어떤지 알고 싶었다. 아니, 알아야 했다.



자신의 혼령을 육체에서 떼어내려고 애를 썼다. 따뜻하고 뿌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한 방울 한 방울마다, 주변의 세상이 희미해지며 음뷔루 에이쿠라의 형상 없는 지형이 드러났다. 기운이 하늘을 가로질러가며 타올랐지만 그 아래 요동하는 땅은 비추지 않았다.



“저는 아직 그대들의 은총을 받는 겁니까?” 베누가 외쳤다.



그 답으로, 희뿌연 눈과 순수한 어둠의 육체를 지닌 십여 명의 모습이 그 앞에 나타났다. 분간하기 어려운 모습이었지만, 형상이 없는 땅과 베누의 유대가 특별한 까닭에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그들은 희생된 제물의 혼령들이었다. 구와테카에 따르면 음뷔루 에이쿠라에 평화롭게 들어간 자들이었다.



그러나 전혀 평화로운 상태가 아니었다. 영들은 베누를 향해 실체 없는 팔을 뻗었다.



말을 알아듣지는 못해도 그들이 느끼는 혼란함이 베누의 영혼을 꿰뚫고 지나갔다. 형상이 없는 땅은 유령들이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그들은 불확실함으로 몸부림쳤다. 세상에 대한 생각이 통째로 조각난 듯한 모습이었다.



믿었던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는 것만 같았다.



“삶은 희생이다. 희생은 삶이다.” 베누는 칠한 몸뚱이가 주위를 오가는 사이 축축한 공기 사이로 이 말을 속삭였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일찍 이가니 바웨가 시작됐고, 일곱 돌 부족 주민은 해 뜰 녘에 시작될 전쟁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전투는 보통 계절이 바뀌는 시기를 따라 치러지기 마련인데, 이번은 지난 이가니를 치르고 난지 불과 일주일 만이었다.



베누는 마을 가운데에 있는 모닥불을 등지고 앉아 연약한 자신의 그림자가 하늘을 향해 타오르는 불길을 따라 요동치는 것을 보며 최근 일어난 사건들을 곰곰이 생각했다. 구와테카와 다른 대사제는 혼령들이 다섯 언덕 부족의 이단자 부두술사의 행동에 응하는 전쟁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베누는 그 일에 대해 침묵했지만, 주왓자와 그 막무가내인 제자 이야기는 다섯 언덕 부족에서부터 평상시 움바루 부족 사이에 존재하던 교역 경로를 따라 들불처럼 퍼져 나갔다. 밀림에서 발견됐을 때 그 이단자가 자기 혈족을 도륙했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그 이단자와 스승은 숲 속으로 사라지고 그 이후로 아무 소식도 없었다고 한다.



소문은 이야기를 따라 퍼졌다. 누군가가 그 그릇된 부두술사를 묘사하기를, 피에 대해 순전한 욕망이 넘쳐 일곱 돌 부족 전사를 학살한 미친 사람이라고 했다. 자신이 처치한 부두술사의 살을 먹은 이단자가 카리브, 즉 식인종이 되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한 일을 저지른 자는 음뷔루 에이쿠라에 들어갈 수 없으므로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베누는 이런 이야기를 근거도 없고 의미도 없는 소문이라며 머리에서 떨쳐버렸다.



“이번 이가니에서, 더럽혀진 것을 깨끗이 하리라!” 구와테카가 모닥불 근처의 자기 자리에서 소리쳤고 부족의 다른 대사제들이 이어서 외쳤다. “혼령들께 우리의 신실함을 알리리라!”



주위 주민은 함성을 내지르며 동의했지만, 베누는 잠자코 있었다. 이가니에서 느끼던 베누의 자존심은 사라졌다. 자신에 대한 확신과 한때 의식으로 얻던 목적의식도 사라졌다. 이제는 의심만이 남았다. 가슴속 깊이 도사린 채 끊임없이 마음을 괴롭히는, 묵직한 불편함뿐이었다. 심지어 자기 혈족에 싸인 채 동족의 노래로 영예로운 이 자리에서조차, 유령 경지의 혼란스러운 혼령들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들에 대한 기억, 그리고 깊은 곳에서 울려나온 경고가 자나 깨나 베누를 따라다녔다.



그 모든 일이 상상에서 나온 허구일까 아니면 진짜일까? 대사제가 하는 말에 대한 믿음과 점점 커지는 의문 사이에서 마음은 갈기갈기 찢겨졌다.



베누는 눈을 감고 몸서리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내 속에 느껴지는 이 혐오감은 무엇일까? 음뷔루 에이쿠라의 혼령들은 심란해하지 않는다. 평생 명확하게 받아 들였다가, 왜 나는 이제서야 부족의 방식에 의문을 품을까?



젊은 부두술사는 곧 모닥불로 몸을 돌리고 유령 경지로 들어가는 구와테카의 몸을 하늘색 빛이 가로지르며 반짝이는 광경을 지켜봤다. 베누는 자신이 본 것은 단순히 저주의 잔재라고 혼자 되뇌이며 일어나 불가에서 춤추는 무리와 합류했다. 대사제들이 틀릴 리 없었다. 음뷔루 에이쿠라와 대사제의 연결은 베누가 이해할 수 있는 경지를 넘어선 것이니까.



땀으로 번들거린 채 베누는 노래와 춤을 즐겼다. 근심은 사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의식으로 자존심이 되살아난 베누는 내일 치러질 명예로운 전투를 고대했다.



모닥불 가에서 어른거리던 움직임이 시야 한쪽에 번뜩 지나갔다. 거무스름한 유령 손 모양이 수십 개쯤 무언가 잡으려는 듯 사방을 휘저으면서 다가왔다.



'혼령들이... 그간의 거짓말에 대해 복수하러 왔어.' 베누는 뒤로 비틀거리면서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에 이렇게 생각했지만, 불을 다시 쳐다봤을 때는 이상한 점이 없었다.



'내가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야.' 베누는 자신을 달래려 애써봤지만 불편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세상이 압박해왔다. 몸, 색칠, 깃털이 한데 어우러져 색과 소리의 숨 막히는 바다로 섞여 들었다.



베누는 비틀거리며 모닥불 가에서 나온 뒤 빈 오두막 사이로 걸어가며 심호흡을 했다. 어둠 속에서 차가운 손이 불쑥 나와 어깨를 잡았다. 무엇이 있는지도 몰랐지만, 시체 거미가 공격하듯 재빠르게 몸을 돌렸다. 그늘에 가려져 얼굴이 안 보이는 여인 하나가 서 있었다.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베누.” 여인이 입을 열었다. “이렇게 영광스러운 밤에 의식을 피하다니 이상하군요.”



“누구십니까?” 놀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베누가 물었다.



난 아디야예요. 구와테카의 부인이죠.”



베누는 존경의 뜻으로 눈을 내리깔았다. 대사제의 부인을 쳐다볼 처지가 아니었다. 그렇게 존경받는 신분의 사람은 의식이 있더라도 자기 오두막을 떠나는 일이 거의 없는 법이었다.



아디야는 손으로 베누의 얼굴을 감싸고 천천히 들어 눈을 마주쳤다. “허락할 테니 날 봐도 좋아요. 혼령들이 그대에 대해 말하는 게 사실인지 확인하러 왔어요...”



“무슨-“ 베누가 입을 열었지만, 아디야는 베누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누르며 말을 막았다.



“혼령들 말로는 무언가 그대를 괴롭힌다더군요. 불쾌한 질병이랄까. 내 눈에도 보이는군요.”



마음속 혼란을 혈족이 알아차렸다는 사실이 괴로워 베누는 눈길을 돌렸다.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여기에선 걱정할 필요 없어요. 대사제들은 내가 치유할 수 있다고 믿더군요. 그대 마음속에 남은 독은 씻어낼 수 있어요.”



“그럼 저를 치유해주실 겁니까?”



“그러지요.” 설명할 수 없지만 자애로운 기운을 담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디야는 베누의 팔을 손으로 어루만지더니 그의 젖은 손을 잡았다.



"오세요."



베누는 그 확신에 이끌리어 순종했다. 불길에 비치는 마을이 멀리 떨어진 별빛처럼 보이는 곳에 이르러서야 아디야는 멈춘 다음 젊은 부두술사를 손짓하여 직물 깔개 위에 무릎 꿇렸다. 베누가 쓰던 도구가 앞에 놓였다. 몸에 칠하는 물감, 보석이 달린 단검, 깃털로 장식하고 험악한 인상으로 만들어진 뿔 가면, 물약과 부적 한 무더기였다.



아디야는 베누보다 나이가 아주 약간 많아 보였다. 또렷한 엉덩이를 따라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함이 매혹적으로 흘렀다. 햇살에 그을린 얼굴은 생생한 바리 나무껍질처럼 다채로웠다. 손목과 발목의 금속 장신구에 달린 야생 깃털 위로 바람이 살랑거렸다.



“물감.” 입자가 거친 반죽을 한 움큼 떠내며 말했다. “밀림에서 가장 무서운 야수의 골수로 만든 것. 적과 마주할 때 그대 안에 용기를 불어넣기를.” 아디야는 차가운 혼합물을 베누의 얼굴에 문질렀다.



“발톱 단검, 달려있던 거수만큼 죽음을 부르는 것. 조심스럽고 정확하게 그 굶주린 칼날을 인도하기를.” 여인은 무기를 베누의 옆으로 던졌다.

아디야가 갑자기 앞으로 몸을 숙여오자 베누는 얼어붙었다. 미처 거부할 틈도 없이 아디야의 입술이 베누를 덮쳐왔다. “입맞춤. 이 안에서 우리가 하나임을 보여주는 것.” 입맞춤 후에 말이 이어졌다.



“가면, 우리 선조들의 악몽에서 꺼내온 것.” 아디야는 나무 얼굴을 들어올려 베누에게 씌웠다. “우리의 선한 사냥에 반하는 혼령들을 막아주는 것.”

아디야는 의식적으로 베누를 응시했다. “전투에서의 헛된 죽음보다 명예가 더 중요해요.”


그 말뜻을 깨닫고 베누의 눈이 씰룩거렸다. “이가니에서 헛된 죽음이란 없습니다.”



“그렇게 믿는 건가요? 아니면 그렇게 가르침을 받은 건가요?” 아디야의 질문이 이어졌다. “혼령들이 말하기를 그대는 두 길을 걸으며 운명 사이에서 망설인다고 해요. 한쪽에서는 영원히 일곱 돌 부족의 아이로서, 대사제가 결코 줄 수 없는 은총을 찾아 헤매지요. 다른 한 쪽에서는 앙심을 품고 지혜를 얻어 이 정체된 밀림에 새로움과 생명을 가져다 주는 들불이지요. 내일이 오면, 선택해야 해요.”



아디야의 말은 이단의 논리에 가까웠지만, 어떤 점에서 그 사실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 말에는 최근 베누가 겪은 내면의 갈등이 담겨 있었다. “무엇이 옳습니까?” 베누는 질문을 던졌다. “한쪽을 선택하면 어떤 결과가 생깁니까?”



“그러한 질문에 답하는 건 내 일이 아니에요. 난 조언만을 하지요. 그러나 이건 알아두세요. 혼령들은 불안해요. 그들 말로는 우리 움바루가 더는 유일하지도 않고 축하할 가치도 없다고 해요. 백성 전체를 위해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우리에게 스스로 하는 거짓말이라고 해요. 그들 말로는 –“ 아디야는 머뭇거렸다. “아니에요. 그건 내가 할 일이 아니에요. 난 대사제가 아니니까요.”



“말씀해 주십시오. 전 판단하지 않겠습니다.” 베누는 기뻐서 어쩔 줄 모르며 발끝으로 서성거렸다.



아디야가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속삭였다. “저들은 우리 눈이 멀었다고 해요.”



이단 부두술사가 생각이 번뜩 떠오르면서 베누의 맥박이 빠르게 뛰었다.



“대사제들은 혼령들과 날마다 대화하는 것처럼 굴지만, 그렇지 않아요.” 아디야는 말을 이어갔다. “구와테카와 같은 신분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형상이 없는 땅을 슬쩍 엿봤을 뿐이에요. 우리 삶을 좌지우지하는 법도나 이가니나 대사제가 우리를 통제하고 우리가 누구인지 깨닫지 못하도록 억누르는 방법일 뿐이죠.”



“전 우리 방식을 받들겠다고 맹세했습니다.” 답하는 베누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그대도 지도자들 말이 사실과 다르다는 증거를 음뷔루 에이쿠라에서 봤지요?”

자신이 목격한 것을 털어놓아도 안전할지 확신하지 못한 베누가 우물거렸다. “저는 형상이 없는 땅에서 여러 가지를 봤습니다. 어떤 건 사실이었고, 어떤 건 단순한 생각이었습니다. 그 땅의 본질이죠.”



아디야는 눈살을 찌푸리며 베누의 눈을 보았다. 미소로 입가가 벌어지더니 손뼉을 쳤다. “그래요, 그래요. 무언가 봤군요. 혼령들이 진실을 말한 거네요.”



갑자기 오두막 벽을 울리는 목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두 사람이 마을 변두리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아디야가 낮게 몸을 웅크리자 베누도 그대로 따라 했다. 대사제의 부인과 함께 있을 뿐만 아니라 존경받는 지도자의 가르침에 의문을 품었다는 이유로 잡힐 생각을 하니 공포로 온몸이 굳어졌다. 잠시 후, 말하던 사람들은 둘이 있는 곳을 지나쳐 가던 길을 계속 갔다.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아요.” 아디야가 말을 꺼냈다. “부두술사로서 당신이 짊어진 부담도 알지요.” 분노로 눈썹이 찌푸려졌다. “그건 암묵적 노예제도예요. 난 해방에 대한 희망을 품고 그대에게 왔어요. 그대가 우리 방식을 바꾸리라는 희망 말이에요.”

베누는 옆에 찬 단검과 자신 얼굴에 놓인 조각 가면을 생각했다. “이해가 안 갑니다. 고대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믿는다면 왜 제 이가니 준비를 도우셨습니까?”



“올바른 길을 보려면 먼저 잘못된 것을 보아야지요. 해 뜰 녘에는 가르침을 받은 대로 수확을 할 테지만, 눈을 똑바로 뜨고 있어야 해요. 혼령들이 예언한 말이에요.”

아디야는 뒤로 물러나 자신의 작품을 보았다. “내 앞에 있는 건 한 남자가 아니라 부두술사예요. 음뷔루 에이쿠라의 전사이지요. 용사이지 종이 아니에요. 이 사실을 절대로 잊지 마세요.”



베누는 일어섰다. 엄청난 변화에 대한 생각으로 마음이 어지러웠다. 곧 배울 것들을 생각하니 기운이 났다. 그에게는 목표가 있었다. 최근에 느꼈던 것 중에서 가장 충실한 느낌이었다.



“즐겁게 사냥하기를.” 아디야가 덧붙였다.



몇 시간 후, 일곱 돌 부족의 전쟁 무리는 잡목림과 고향 밀림의 덩굴 사이로 흩어졌다. 베누는 혼자 있으면 생각이 정리되리라 기대하며 단독으로 가려 했다. 여위고 아무것도 씌우지 않은 사냥개 두 마리에게 명령을 내렸다. 섬뜩한 생명체인 사냥개들은 썩은 시체에서 움바루 마법으로 태어난 존재로, 잔인하고 빈틈없었다.



철마다 이가니가 끝난 후 제물의 빈 껍질은 조심스럽게 개의 모양으로 꿰매어진 다음 약초 퇴비와 마른 잎으로 채워진다. 삶은 야수 해골을 깃털로 만든 갈기 위에 붙여 머리로 삼는다. 혼령들의 축복을 받아 이 좀비 생명체는 부두술사의 소환과 조종에 충실히 따르는 하수인이 된다.



대사제들은 베누가 첫 이가니를 떠나기 전에 두 가지를 선물로 주었지만, 쓸 일이 없었다. 자부심 덕에 베누는 자신의 현명함과 힘만 가지고 의식 전쟁에 참여했다. 이제는, 오로지 생존만을 생각한다. 베누는 열기라는 뜻의 체나와 비행이라는 뜻의 오와제라는 이름을 자기 개에게 붙였다. 그놈들은 조그마한 틈도 보이지 않은 채 빽빽하게 마구잡이로 자라난 덤불을 헤치고 환영 심장의 고동 소리에 맞추어 앞뒤로 나란히 나아갔다.



귀신 들린 것 같은 높은 음의 웃음소리가 알 수 없는 곳에서 나뭇잎 사이로 터져 나왔다. 체나와 오와제는 걱정스럽게 사방을 살피며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미끄러지듯 멈춰선 베누는 그 소리의 주인공을 찾으러 주위를 둘러봤다. 허리띠에 매달린 단검을 삭 빼어 들고는 꼭 쥐었다.



낄낄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밀림의 그늘에서, 사물은 그림자에 감춰지는 법이었다. 갑자기, 어린아이의 손바닥만 한 주머니가 윗가지에서 떨어졌다. 그 안에 담겼을지도 모르는 수천 가지 저주가 얼마나 두려운지 알기에 본능적으로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베누의 개들은 반대로 움직였다. 놈들이 신선한 뼈다귀인 양 그 물건에 덤벼들어 송곳니로 주머니를 찢어발기자 메스꺼운 녹색 먼지 구름이 피어올랐다. 사냥개들은 현기증 때문에 감각을 잃은 듯이 휘청거렸다. 개들이 감각을 찾으려고 애쓰는 동안, 베누는 그저 바라보며 닥친 운명에 놀랄 뿐이었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빠르게 주문을 외쳤다. “고와자 펜! 보타!” 결이 고운 딸랑이가 내는 소리 때문에 그 외침이 더 두드러졌다. 덕분에 정신이 들었다. 그 주문과 주머니 둘 다 정신을 지배하려고 마구잡이로 시도한 것이었다. 베누나 다른 부두술사에게는 성공하지 못할 터였지만, 개는 의지가 약하고 단순한 생명체여서 먹혀 들었다.



“겁쟁이!” 베누가 밀림에 대고 소리쳤다.



체나와 오와제는 살이 없는 입으로 으르렁거렸다. 갑자기 달려들더니 이빨과 뒤틀린 발톱으로 베누의 의식 조끼 사이로 보이는 살을 스치고 지나갔다.



개의 흉악한 공격을 피한 부두술사 베누는 허리띠에 달린 해골을 붙잡고 발화 기름과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고는 자신이 부리던 개에게 던지자 닿는 순간 불길이 올랐다. 고통받는 사람 형상이 확 하고 일어나더니 목표를 삼켜버렸다. 굶주린 불꽃이 덮쳤지만, 시체로 만들어진 놈들의 몸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채 단념하지 않고 계속 덤벼들었다.



베누는 놈들이 더 다가오지 못하게 막았다. 음률이 있는 반격 저주를 외고 입에서 만들어진 푸른 기운의 티끌을 투명한 헝겊인 양 개들에게 던졌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시전한 주문에는 별 효과가 없었다. 개는 피할지 몰라도, 적이 다른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게 뻔했다.



움바루 부족이 수천 년간 해온 대로, 항복하면 모든 상황이 바르게 될 터였다. 그러나 베누는 자진해서 항복하는 일이 이해가 안 되었다.



“이 세계에서의 삶을 그렇게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런 희생... 이런 이가니는 필요 없다.” 그 이단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 말이 예전처럼 치욕적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베누는 단검을 더 단단히 쥐고 필사적으로 틈을 엿봤다. 체나와 오와제가 한 발자국씩 내디디며 울부짖을 때, 상황 자체를 즐기며 웃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베누는 목이 바짝 탔다. 거칠게 호흡하느라 가슴이 들썩거렸다. 오와제가 뛰어들 때, 단검을 휘둘러 체나의 가죽을 갈랐다. 부두술사는 간신히 공격을 피하며 땅으로 몸을 날렸다. 개들이 주위를 빙빙 돌며 공격할 태세를 갖췄다.



아무런 예고 없이, 오와제 뒤의 선녹빛 덤불을 헤치며 일곱 돌 부족의 딸이 나타났다. 깃털로 감싸인 옷을 입은 모습이 무시무시했다. 뒤틀린 뿔 네 개가 선홍빛 깃털로 장식된 가면 위로 뻗어 있었다. 여인은 나무 가면 아래쪽에 난 쐐기 모양 구멍 사이로 보이는 입술 앞으로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그다음, 길고 목에서 올라오는 기침과 함께 토해낸 메뚜기 떼가 위쪽 나무를 휘저었다.



숨어 있던 부두술사가 비명을 질렀고 주술에 걸린 개들은 땅에 쓰러졌는데, 그 몸뚱이에서는 불길이 계속 타올랐다.

몇 초 후 메뚜기 떼는 목표물을 찾아내어 위장을 해제하고 균형을 무너뜨렸다. 추락. 고통스러운 울부짖음. 덩굴로 뒤덮인 땅 위에 생명이 끊긴 사람의 몸뚱이. 이빨이 가득 달린 메뚜기 떼는 승리를 확인하며 사방팔방으로 연기처럼 흩어졌다.



목숨을 구한 것은 감사할 일이지만, 시체를 보자 죄책감이 엄습했다. 적의 피부는 굶주린 곤충 떼에 물린 자국으로 여기저기 쓸리고 빨갛게 부어 있었다.



“봐요. 움바루인 또 한 명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죽었어요.” 가면을 쓴 여인이 말했다. “이 그림자 세상을 위해 태어나진 않았어도 살아남으려면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해요.”



베누는 그 목소리를 단박에 알아봤다. “아디야 님?” 소스라치게 놀라 충격을 받은 채로 대답했다. “당신은 부두술사가 아니잖습니까! 왜 여기에 오셨습니까?”



“혼령들이 그대를 따라가라고 강력히 주장했어요. 그 말에 따라서 다행이군요.” 아디야는 고개를 똑바로 들었다.



“이가니 법칙으로는 부두술사를 죽이는 건 금지되-“



“법칙이요?” 아디야가 성을 냈다. “그 모든 것을 보고도 법칙 얘기를 하나요? 음뷔루 에이쿠라는 얻은 것이 아니에요. 모든 움바루인을 기다리는 곳이죠. 그대도 알잖아요. 대사제들이 이런 승부를 만들어 냈어요. 다섯 언덕 부족의 이단자, 그는 진실을 봤죠. 왜 그대는 부정하지요?”



“저는...” 입을 뗐지만, 반박할 수가 없었다. 적어도 진짜로 믿는 사실에 대해서는 그랬다. 아디야가 옳았다. 그 이단자가 옳았다.

넘실거리는 감정의 파도에 휩싸인 채, 베누는 아디야와 그 말 둘 다를 받아들였다. 단순한 욕망, 그 이상의 느낌이었다. 대사제의 가장 엄격한 법칙을 거역하는 데서 오는 짜릿함이었다. 체나와 오와제가 아직 한구석에서 불타고 있을 때, 베누는 아디야의 가면을 벗기고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입술을 더듬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입을 맞추고는 말했다. “이 안에서 우리가 하나임을 보여주는 것.”



아디야가 알겠다는 뜻으로 미소를 짓던 순간 갑자기 형상이 없는 땅으로부터 고통스러운 호소가 전해졌다. 아디야는 눈을 감고 앞으로 닥칠 희락을 갈구했고, 베누는 걱정을 한 편으로 밀어놓은 채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두 사람의 입술이 마주쳤을 때 주위 밀림에서 가면을 쓴 부족원 한 떼가 뛰어나온 것처럼 함성과 울부짖음이 들려서 베누는 깜짝 놀랐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어리둥절해진 나머지, 두 사람은 어떤 위험이 닥쳤는지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다.



적이 죽으면서 지른 비명과 한때 베누에게 충실했던 사냥개에서 나온 불꽃 때문에 구름 계곡 부족의 부두술사들이 몰려온 것이다.



저물어가는 황혼을 향해 끌려가면서 할 일은 엄숙한 침묵이 전부였다. 눈앞에 구름 계곡 부족의 본거지가 펼쳐졌다. 베누의 눈에는 일곱 돌 부족 마을과 완전히 똑같이 보였다. 이엉으로 엮은 오두막이 중앙의 트인 공간을 주위로 들어차 있으며 그 한 가운데에는 모닥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피투성이 단지가 곧 그 안을 가득 채워줄 제물을 갈망하는 듯 근처에 놓여 있었다.



삶에 대한 아디야의 갈망이 마음에 깊이 파고들어오는 바람에 베누는 테 웍 누차를 축하하지 못했다. 아직까지도, 전통 유산을 거부하고 포획자들을 공격하라는 요청이 강렬한 눈빛을 타고 전해졌다. 그런 행동은 금지된 일, 생각할 수조차 없는 일이었다.



구름 계곡 부족이 포획한 사람은 셋 밖에 되지 않았다. 베누와 아디야, 그리고 에드와시라는 늙은 부두술사였다. 무리가 모닥불 근처로 가자 의식 참가자들이 반겼다. 그 외 주민은 의식을 축하하고자 연호하고 북을 치며 춤을 추고 있었다.



가면과 무기가 벗겨진 다음 풀로 덮인 오두막 안의 낮은 탁자 위에 눕혀진 세 사람 몸에는 감귤 기름이 발라졌다. 죽고 나서 몇 시간 동안 몸이 썩지 않도록 미리 발라두는 영액도 칠해졌다. 방 저쪽 끝에서 백발의 에드와시가 불안함을 달래려 깊이 심호흡을 했다.



베누 옆의 탁자에서 아디야가 무력한 눈길을 보내며 손을 뻗었다.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작업을 마친 참가자들은 자리를 뜨며 초승달 모양의 턱뼈 낫을 든, 큰 덩치의 남자를 향해 오두막 문을 열었다. 이름은 몰랐지만 인상적인 머리 장식을 보고 고위 대사제임을 알았다. 그 뒤에는 같은 계급의 대사제들이 알록달록한 깃털 장식을 두르고 부적 인형을 손에 쥐고 서 있었다.



지도자 대사제가 턱짓을 하고는 오두막에서 물러났다. 치마를 입은 두 남자가 들어와 에드와시의 손목을 잡았다. 늙은 부두술사는 끌려가 대사제 앞에 놓이는 동안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자기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열린 오두막 문으로 베누는 마치 처음인 듯이 의식을 지켜봤다. 참가자들은 그동안 이가니에서 보아왔던 것과 똑같은 행동을 했다. 말이 떨어졌다. 에드와시의 피가 흘렀다. 참가자들은 장기를 단지에 담았고 다른 주민은 노래를 계속 이어갔다. 의식과 모든 광경은 언제나와 똑같았다. 그러나 젊은 부두술사에게는 아무런 본질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 움바루는 사람을 자극하는 음률로 무의미한 폭력을 가리지요.” 아디야가 내뱉듯이 말했다.

지금까지 베누는, 에드와시의 공허한 혼령이 이 세계에서 물러갔다고 추측했다. 그동안 믿도록 인도받았던 것과 현실이 달라서 혼란에 빠진 환영을 음뷔루 에이쿠라에서 봤던 일이 갑자기 떠올랐다.



“갑작스러운 삶의 끝, 과연 무엇을 위해서지요?” 에디야가 속삭였다. “우리까지 저렇게 될 필요는 없어요. 다른 방법이 있어요.”



베누의 가슴이 고동쳤다. 어지러웠다. “저들은 많고 우리는 둘뿐입니다. 무슨 방법이 있습니까?”



우리는 혼령들에게 기꺼이 움바루의 몸을 바치면서도, 그 소산물을 먹는 일은 금지하지요. 왜인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그 제안에 현기증이 일었다. “카리브는 혼령들이 저주하는 일입니다!”



“대사제들이 지어낸 이야기예요.” 아디야는 베누의 말을 일축하며 손을 내저었다. “남편의 동료 사이에 오가는 비밀을 들었어요. 부두술사의 몸을 먹으면 금단의 길이 열려 신으로 상승한다는 전설을 얘기했어요. 진실이 밝혀지지 않도록 거짓이 만들어진 셈이죠. 그러나 용사여, 그대는 현명하니 이 힘을 쓸 수 있어요. 그 힘으로 이 이그러진 관습을 바꿀 수 있어요. 아무도 그대를 막지 못해요.”



베누는 아디야를 바라봤다. 당당하면서도 진지한 눈빛이었다.



“우리를 죽이려는 자들이 가까이 오면 과감히 맞서요.” 아디야가 속삭였다. “내 말대로 해요. 움바루는 진정한 깨달음의 시대를 맞이하여 번영할 거예요. 어둠의 시대가 아니라요.”



치마를 입은 남자들은 예상대로 가슴팍과 팔에 온통 피 칠갑을 한 채 돌아왔다. 이어서 아디야의 손목을 붙든 순간, 갑자기 짐승처럼 터져 나오는 분노와 마주해야 했다.



아디야는 탁자 위로 뛰어 올라 남자 하나에게 덤벼들더니 그 기세를 몰아 머리를 잡고는 비틀어버렸다. 둔탁하게 뚝 하는 소리로 성공했음이 확인됐다. 나머지 호위자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냉혹하게 목 뒤를 잡은 다음 머리를 내리누르고는 무릎으로 코를 갈겨버렸다. 그 남자는 땅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베누는 방금 일어난 일을 믿을 수도 없었고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이루어졌는지 가늠할 수도 없었다. 그러한 광폭함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아디야는 얼이 빠진 베누의 손을 잡고 오두막 문가로 뛰쳐 나갔다.



구름 계곡 주민은 격분했다. 무기가 있었어도 이리저리 밀리기만 하던 고위 대사제는 그저 망연자실할 뿐이었다. 아디야는 에드와시의 장기가 담긴 단지를 향해 달려 들었다. 한 겹 한 겹 뚜껑을 벗겨내는 동안, 사람들은 뒤로 물러나며 저주를 퍼부었지만 정작 무엇을 하려는지는 몰랐다.



“저들이 얼마나 한심하고 법칙에만 의존하는지 보여요?” 아디야가 물었다. “움바루는 너무나 결함이 많아요. 우리가 죽고 죽이는 건 명예 때문이 아니에요. 두려움 때문이죠.”



파란색 토기 단지 안에서 아디야는 찾던 물건을 발견했다. 따뜻하지만 멈춰 버린 에드와시의 심장이었다. 그 심장을 홱 빼내서 얼굴 가까이 들어 올리고는 말했다. “우리의 부정함이 그동안 이겨낸 부정함보다 더하다.”



일시적으로 받았던 충격이 점차 가라앉자, 구름 계곡 부족민은 사방에서 고함을 질렀다. 베누는 곧 공격이 닥치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많은 부족민이 단검과 창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베누는 망설였다. 거짓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무의미한 전쟁과 관습의 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 삶을 약속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보고 느꼈던 모든 것을 떠올렸다. 형상이 없는 땅의 고통받은 혼령들, 경고, 음뷔루 에이쿠라에서 온 호소, 낡은 관습에 저항한 이단자 부두술사...



그러나 그 남자는 카리브가 아니었다. 싸움을 반기지도 않았다. 먼저 공격해서 유혈 상황을 일으킨 것은 베누였다. 이단자가 법률을 거부했던 이유는 사람들 사이에서 신이 되려는 게 아니라 스승의 목숨을, 그의 생명을 구하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하면 그대는 테간제를 다시 세울 수 있어요!” 아디야가 외쳤다. “다시는 무의미하게 생명이 버려지는 일이 없을 거예요. 다시는 거짓으로 우리 부족의 마음이 물들지 않는다고요!”



구름 계곡 부족민의 얼굴을 바라보며 베누의 마음속에선 모든 것이 뚜렷해졌다. 이 부족민은 잘못된 길을 간다. 그것만은 분명하지만, 적은 아니었다. 저들과 싸우는 일은  진실의 길이 아니기에 원하지 않았다. 그저 깨우쳐주고 싶을 뿐이었다.



“못 하겠습니다.” 베누의 대답이었다.



“더러운 놈!” 아디야가 울부짖었다. 그녀는 손 안의 심장을 움켜쥐어 터뜨렸다. 보라빛 빛줄기가 아디야의 몸 속에서부터 뿜어져 나와 잿빛 하늘과 주위의 소박한 움막들을 물들였다. 여인의 육신이 일그러졌다. 다리에서 길고 반짝이는 허물이 조각조각 벗겨지자, 담즙이 줄줄 흘러내리는 주둥이가 수도 없이 달린 촉수들이 나타났다. 지저분한 머리칼 사이로 뿔 세 개가 솟아났고, 턱이 사라진 머리 아래쪽에서 쩍 벌어진 구멍이 들썩일 때마다 침이 줄줄 흘렀다. 아디야라는 여인은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



"악마..." 베누는 몸서리를 쳤다. 가늠할 수도 없는 존재로, 수세대 전에 태어난 고대 악이라고 들은 적이 있었다. 한 번도 본 적은 없었다.



악마의 촉수가 곡선을 그리며 낮게 휘감아 들어오는 순간 베누는 뒤로 뛰어올랐다. 달린 촉수가 대기를 가르는 비명을 지르며 근처에 있던 움바루족 두 명의 몸통을 베어버렸다. 다른 주민이 앞다투어 달려나갈 때 악마는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을 쏘며 울부짖었다.



연속된 공격으로 베누는 어찌할 바를 모르다 튀어나온 바위에 쾅 부딪쳤다. 옆으로 굴렀지만 받은 충격으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주민 몇이 침을 쏘고 의식용 단검으로 찔러대며 방어했다. 이런 형태가 되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아디야는 그런 공격을 쉽게 쳐내버렸다.



주민들은 목숨을 잃을 터였다, 베누도 마찬가지였다



젊은 부두술사는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마음을 비우고 유령 경지에 들어서려 하면서, 혼령들이 안내해 줄 것을 갈망했다. 그가 오늘 죽어야 한다면, 자신의 깨달음이 진실인지, 아니면 단순히 악마의 교활한 술책인지 알아낸 후 최후를 맞을 것이다.



곧 음뷔루 에이쿠라의 초현실적인 지형이 그의 눈앞을 가득 채웠다. 수십 개의 혼령이 그를 향해 다가왔다. 군중 한가운데에 형상 하나가 서 있었다. 실체 없는 팔이 베누에게 손짓했다. 마음에 생각이 떠올랐다 – 느낌이었다.



오너라.



진실을 깨달은 베누는 전율했다. 상관 없었다. 좋든 나쁘든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의심할 이유도 없었다. 그는 혼령을 향해 다가갔다.

네가 베누로구나. 알고 있다. 악마와 함께 걷는구나.



"저는..." 베누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그렇습니다. 악마가 사실을 말했다고 믿습니다."



일부에 불과하지만, 그렇다. 악마는 진실로 거짓을 가려, 너를 잘못된 길로 인도한다. 진실을 일러주마. 형상이 없는 땅은 대사제들의 가르침과 같지 않다. 네가 이단자라 부르는 그자는 이 사실을 안다. 그래서 법률을 거부했지.



연기처럼 번개처럼, 장면이 베누 앞에 소용돌이치며 나타났다 사라졌다. 이상한 땅을 헤매는 소위 이단자가 언뜻 보였다. 젊은 부두술사 베누가 모르는 곳이었다. 별똥별이 타오르며 밤하늘을 가로질렀고, 베누는 땅에 떨어진 곳까지 그 별을 따라갔다. 악에 시달리는, 작은 마을이었다.



“ 그 남자가 알았다면, 왜 떠났습니까? 왜 자기 혈족에게 알리지 않았습니까?”



모든 움바루는 자신만의 길을 간다. 두 사람이 같은 길을 가는 법은 없다. 그 사람은 자기 방식대로 가르칠 테니 너는 네 방식대로 가르쳐라. 너, 베누는 경계에서 태어난 것 마냥 그림자 세상과 형상이 없는 땅, 두 세계에 걸쳐있다. 바로 이 연결 관계가 네게는 가장 큰 무기가 되리라.



“제가 어떤 걸 가르치기를 바라십니까?”



그림자 세상의 삶은 소중하다. 헛되이 쓰여서는 안 된다. 움바루 전쟁으로 형상이 없는 땅이 혜택을 얻지는 않는다. 음뷔루 에이쿠라는 영겁의 땅이니, 이러한 사실도 영원히 지속된다. 네 세상이 그렇듯이, 여기에도 기쁨과 슬픔이 있다. 이런 것이 네가 가르칠 진실이다.



“말씀하신 바를, 저는 이가니에서 희생된 혼령들을 응시했을 때 보았습니다.” 베누가 대답했다.



보았으나 믿지 않았다.



할 말이 없었다. 예리하면서도 맞는 말이었다.



네가 의심하는 걸 눈치챈 악마가 신성한 우리 밀림으로 들어왔다.



환영은 베누의 어깨 너머를 가리켰다. 부두술사는 뒤로 돌아서, 음뷔루 에이쿠라를 어둠의 세계에서 분리시키는 장막 너머로 악마 아디야를 보았다. 시간 속에 멈춰 선 모습이었다.



“악마가 무슨 이유로 절 쫓습니까?”



혼령은 팔을 들어 새로운 환영을 만들어냈다. 심장을 먹는 베누의 모습이 나타났다. 아디야의 주장과 달리, 초월적 힘은 생기지 않았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허상은 다시 바뀌어 베누가 일곱 돌 부족에서 쫓겨나 테간제를 헤매는 광경이 되었다. 슬픔과 치욕으로 점철되어 궁핍한 채로 홀로 남겨진 카리브의 모습이었다. 그러는 내내, 아디야가 바로 곁에서 따라다녔다.



저 악마가 너로 하여금 심장을 먹고 너라는 존재의 전부를 버리게 했을 것이다. 그때에 가서야 얼마나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는지 깨달을 테지. 세월이 지나면 수없이 많은 이들에게 그러했듯이, 저 생명체는 고통받은 네 혼령을 삼키리라. 그런데 악마가 유혹했을 때 너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왜지?



“우리 움바루는 악마가 주장한 것처럼 약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명예와 자긍심으로 옛 방식을 따릅니다. 관습을 고수하는 자들과 싸워봐야 아무것도 얻지 못합니다. 제가 가르쳐줘야 합니다.”



이번에는 전부 한목소리로 소통하는 것처럼 모든 형상에게서 생각이 전해졌다.



맞다. 너는 눈이 멀었었지만 더는 아니다. 우리 앞에 스승으로 서 있다. 영적 지도자이자 치유자로서. 삶을 지키면서도 죽음의 필요함을 아는 전사로서. 우리 앞에 부두술사로 서 있구나.



“악마는 어떻게 합니까?” 베누의 물음에 지도자 혼령만이 대답했다.



악마를 이곳으로 이끌어온 건 너다. 쫓아 보내는 것도 너여야 한다. 엄청난 임무이지만 너를 인도할 혼령들이 여기 있음을 항상 기억하라. 우리는 형상이 없는 땅으로 영원히 너와 결속되어 있다.



베누는 머리를 숙였다. “감사드립니다–“



아무런 예고 없이 순간 빛이 번쩍이더니 형상이 없는 땅은 사라졌다. 베누는 꿈에서 깨어난 듯 눈을 떴다.



악마가 막아선 주민 사이를 헤쳐 나왔다. 보랏빛 기운의 파동이 몸에서 폭포처럼 흘러나와 오두막을 무너뜨리고 움바루족을 주술 인형처럼 공중으로 던져올렸다. 아디야의 촉수가 목이며 다리며 몸통이며 가리지 않고 꽉 옥죄어 들었다. 담즙이 흐르는 입이 살과 뼈를 마구 뜯어 삼켰다.



베누는 고위 대사제가 땅에 버렸던 검과 창을 들고 그 생물을 향해 걸어갔다. “이 악마!” 라며 포효했다. “이곳을 떠나라!” 던진 창이 높이 날아가 아디야의 어깨를 살짝 맞혔다. 그 정도로도 악마의 분노를 사기는 충분했다.



아디야는 이미 숨이 끊어진 시체를 촉수에서 던져버리고는 몸을 돌렸다. 방어하던 구름 계곡 부족민은 위험을 무릅쓴 채 오두막 뒤에 몸을 숨기고 지켜보았다. 베누가 바란 대로 그들은 서서히 흩어지더니 빽빽하게 우거져 안전한 밀림 속으로 사라져갔다.



베누가 검으로 손바닥을 긋고는 주먹을 꽉 쥐자 상처에서 피가 흘렀다. “나는 일곱 돌 부족의 베누다. 내 안에는 우리 부족의 힘이 흐른다!”



“너희 '부족'은 너를 버렸어.” 다른 세상에서 온 듯한 악마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넌 혼자야.”



“나는 형상이 없는 땅과 영원히 결속되어 있다. 살아있는 존재로, 음뷔루 에이쿠라를 연결하는 다리다! 내 곁에는 저 너머 세계의 혼령들이 서 있다. 언제나 그들의 지혜로 나를 인도하신다. 그리고 가끔은...”



부두술사 베누는 주먹을 펼쳐 악마 앞에 피를 뿌렸다. 아디야의 수많은 입이 다음 먹이의 향기에 게거품을 물었다.



“그들의 힘으로 나를 돕는다!”



투명한 녹색 기운이 아디야 주위로 터져나갔다. 그 순간 수백 개의 섬뜩한 팔이 장막을 가르며 나와 이 세상을 음뷔루 에이쿠라와 분리했다. 분노한 팔이 악마를 잡고 할퀴면서 살점을 조각조각 내버렸다.



아디야가 산산조각이 나기 전에, 마력이 몸에서 터져 나오자 혼령의 팔은 비취색 연기 줄기로 녹아버렸다. 촉수 하나가 베누의 목을 감고 고동치는 악마의 입 바로 앞까지 끌어왔다. 썩은 숨결이 강하게 밀려왔다.



촉수에 달린 주둥이가 목을 씹기 시작할 때 베누는 몸부림을 쳤다. 그 많은 입은 살과 피가 닿는 대로 갈기갈기 찢어 삼켜버렸다. 부두술사의 손이 고통으로 축 늘어졌고 손가락 사이로 낫이 스르르 미끄러지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단단히 쥐었다. 베누가 악마의 가슴을 세게 걷어차자 그 생물이 잠시 움찔했다... 그 정도면 젊은 움바루가 틈을 노리기에 충분했다.



베누는 검을 악마 이마에 찌르고는 머리 뒤편까지 깊숙이 박아 넣었다. 괴물의 눈에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이 어리더니 거센 바람에 시달리는 바리 나무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촉수가 허공에서 마구 흔들리며 베누를 옆으로 던졌다.



아디야라 불리던 존재는 기운이 빠지면서 땅으로 허물어지듯 쓰러졌다. 숨이 끊어져 있었다.



목에서 피를 쏟으며 등을 대고 눕자 주위 세상이 느려지는 것 같았다. 마을 어귀의 나무는 산들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새들의 지저귐과 야수의 울음소리가 벌판에서 울려 퍼졌다. 또 다른 이가니의 끝을 알리며 해가 지평선 너머로 기울었다.



곧바로 죽음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여기까지 자신을 이끌어 운명이 혼란스러웠고 자신이 배운 그 어떤 것도 혈족의 귀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사실이 두려웠기에 저항하려 애써봤다. 그러나 심장이 마지막으로 뛰기 전에 혼령들의 말이 기억났다...



너, 베누는 경계에서 태어난 것 마냥 그림자 세상과 형상이 없는 땅, 두 세계에 걸쳐있다. 바로 이 연결 관계가 네게는 가장 큰 무기가 되리라.

...그리고 안식이 찾아왔다.



일곱 돌 부족의 부두술사들은 유령 경지를 준비하며 모닥불 주위에 자리를 잡았다. 마지막 이가니가 치러진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모두 베누가 악마와 싸운 이야기를 들었다. 모든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베누는 구름 계곡 부족을 지키고자 자신을 희생한 셈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이야기 뒤에는 소문이 이어졌다. 으레 그러기 마련이었다. 구름 계곡 부족에서 흘러나오는 말로는 베누가 이가니 법칙을 어기고 카리브가 되었다고 했다.



일곱 돌 부족의 대사제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혼령이 분노한 바를 얘기했다. 베누를 영웅으로 여기면서도, 악마의 출현 때문에 의식 전쟁이 더럽혀졌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또 다른 이가니 바웨가 명해졌다.



혼령들의 축복을 구하며, 일곱 돌 부족의 부두술사들은 유령 경지로 들어갔다. 저 너머 세상으로 옮겨갈 때, 시간이 느려졌다. 마을 모습이 벗겨나면서 형상이 없는 땅의 구불구불한 기운이 사방으로 끝없이 뻗어나갔다.



보통 전사들이 무언가 보거나 듣는다면 각기 다른 혼령을 보고 듣는 법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모든 부두술사가 하나같이 칠흑 같은 형체가 손짓하는 것을 목격했다. 혼령의 생각이 말이 되어 수정처럼 청명하고 단검처럼 날카롭게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 잡혔다.



너희는 눈이 멀었다.



부두술사들은 혼령이 비난하는 바가 무엇인지 몰랐다. 그저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다. 많은 이들이 웬일인지 화가 난 혼령들을 만나 두렵다며 경지에서 깨어났다.

그러한 전사들은 준비가 안 된 것이었지만, 준비된 전사들도 있었다.



“우리가 무얼 보기 원하십니까?” 남아 있던 부두술사 몇이 물었다.



진실이다. 너희는 이번 이가니에서 죽을 수도 있다. 무엇을 위해서인가?



“당신과 혈족을 기리기 위해서입니다.” 한 명이 대답했다.



“대사제들이 그리 명령합니다. 부두술사로서의 제 의무입니다.” 다른 이가 말했다.



“삶은 희생이다. 희생은 삶이다.” 젊은 전사 하나가 단언했다.



혼령은 들은 말을 깊이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말한 이에게 다가갔다. 다른 세계에서는 한 때 그도 그런 말을 갑옷으로 두르고 검으로 휘둘렀었다. 그러나 생명은 그리 쉽게, 무익하게 버려져서는 안 될 터였다.



나는 너희 희생을 원하지 않는다. 이 땅은 너희 희생이 필요치 않다.



혼란스러움과 불편함이 젊은 부두술사의 마음에 파문처럼 번졌다. 잠시 머뭇거리던 부두술사는 이렇게 물었다. “그렇다면 제게서 무얼 원하십니까? 희생 말고 뭐가 있습니까?”



생명이다.



결국에는 그 젊은 부두술사 하나만이 경지에 남았지만, 한때 베누라 불리던 그 혼령은 달아난 이들에게 아무런 반감을 품지 않았다. 몇 날, 몇 주, 심지어 몇 년이 걸리더라도 그들을 깨달음으로 이끌 생각이었다. 모든 움바루는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 같은 길을 따르는 법은 없다.

12개의 댓글

2014.09.21
ㅊㅊ 꼭 세븐킹덤의 기사 읽는기분이였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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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령이 당신을 인도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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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1
잼따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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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잼이네 다른직업은 이런거없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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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1
@학기 연속 학사경고
나중에 다른 직업들도 올릴거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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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1
디아3도 디아2처럼 시크릿레벨 스코보스군도 에 대해 루머가많던데

이것도 정리해서 올려줄수있음?

분명 많은ㅅㅏ람들의 흥미를끌기 좋을거같은데

정말 궁금하기도한데 글찾는재주가없어서 ㅠ
0
2014.09.21
@피꺼솟
오 처음 들어보는 얘기네ㅋㅋ

캐릭터 스토리 다 올리고 한번 찾아볼게

스토리 정리하면서 느낀건데

진짜 디아 스토리가 심오하고 재밌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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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1
@느어어어어
고맙다

일단 내가아는건

스코보스제도가 아마존의 고향이고

디아블로3 2막에서 검은바위수기 라는 잡템이있는데 그아이템 스토리에 스코보스제도에 관한 정보가 있다더라


기대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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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1
그거 2막 저주받은 배 있잖아 그거 이야기는 없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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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2
제대로 맞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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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2
맨위에 짤 그린 사람 헬보이 그린사람인가? 느낌이 똑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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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6
@Infiza
오 나도 그생각 했는데

이 게이가 새로 올린 야만용사도 그렇고 아마 맞는듯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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