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영화 리뷰 - 귀향 [스포]



  위안부 문제는 안타깝다는 말로도 그 문제의 깊이를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위안부 문제를 상기시켜주는 영화가 나오는 것은 정말로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잊지말아야 할 것은, 위안부 문제가 안타까운 사건이라는 것 뿐만 아니라 이 영화와 위안부 문제는 별개의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영화를 욕하는 게 위안부를 욕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만 머리 속에 집어넣고 이 글을 읽어주길 바란다.


명량 욕하면 아주 그냥 이순신을 좆같이 보는 걸로 보이지?





  한가지 이야기를 해보자. 영화의 목적은 무엇인가? 모든 영화는 저마다 목적을 가진다. 목적이라 말하면 표현 범위가 좁으니 주제라고 해두자.


영화는 저마다 자기가 말하고 싶은 주제를 가진다. 예컨데 [주토피아]는 동물들의 관계를 통해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을 비판한다. 


그리고 이를 나타내기 위해 작품은 캐릭터들의 사소한 말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두고 암묵적인 차별이 존재하는 도시를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귀향]은 어떨까?


[귀향]의 주제가 위안부의 아픔과 참상을 다룬 것이라는 말에 이견이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귀향]은 이 주제를 제대로 드러낼 수 있는 표현을 썼는가?


비극을 객관적으로 조명하였는가? 감동을 느낀 이들은 분명히 있을테지만, 필자는 개인이 느낀 감동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작품의 표현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작품 중반부, 위안부 소녀들이 끔찍한 일을 당하는 와중에 소녀들이 강가에 앉아서 차분히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다. 


지나친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넣은 장면일 것이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너무나도 뜬금없이 소녀들 몇 명이 화면 밖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 걸어들어오며 물놀이를 한다. 


이에 대해서 어떤 언급도 되지 않고, 이 장면이 복선으로 쓰이지도 않는다. 그냥 상의를 탈의한 여자애들이 물놀이하는 장면을 보여줄 뿐이다.


족욕을 하고 있던 중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이 장면은 대체 어떤 목적을 가진건지 필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하나 더, 후반부 몸수색을 할때 작품은 굳이 옷을 벗기는 일본군 순사들의 행동을 낱낱이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을 완전히 알몸으로 만들 때까지 카메라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 여기서 나올 말 하나. 니가 변태같은 놈이라 그런 것만 보이는거다.


카메라는 관객의 시선이다. 관객은 카메라가 이끄는 대로만 작품을 볼 수 밖에 없다. 


카메라가 일본도에 집중한다면 관객은 일본도에 의미를 둘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알몸에 집중한다면 관객은 알몸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성 학대를 당한 여성을 다루면서도 작품은 여성의 알몸에 카메라를 집중한다. 피해자의 아픔을 다룬다면서, 


관객을 피해자의 시선에서 공감해야 할 인물이 아닌 피해자의 성 학대 장면을 낱낱히 지켜보는 단순한 관찰자로 끌어내리는 것이다. 


공감은 상상에서 발휘된다. 절제된 연출일수록 더욱 그렇다. 


성학대를 다룬 영화에서 이토록 노골적으로 알몸에 집중한 구도를 사용해야 될 필요성은 어디에도 없다.


이미 강간 장면을 알몸을 보이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표현하지 않았는가. 


물놀이에서, 도피 행각 후에서, 그녀들의 알몸을 서슴없이 보여준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도 이제 와서.




  실화 기반이라지만, 작품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 이 '실화' 때문은 아닐것이다.


그 실화의 내용에는 총을 맞고도 다시 일어나서 동무를 쏘아 죽인 일본군 장교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을 게 분명하며


도망치던 중에 갑작스럽게 주인공을 데리고 와야 한다며 다시 되돌아오는 동무의 이야기도 없었을 게 분명하다.



할머니가 해방 직전, 위안소에서 병을 심하게 앓았을 때 트럭으로 이송해 치료를 해주려는가 싶더니 

일본군들이 산속으로 끌고 가 구덩이에 넣어 불로 태우려고 했었죠. 그때 독립군이 나타나 구해줬고요.

 

“(독립군한테 업혀 맨발로 도망갈 때) 너무 힘이 드는 거야. 내 속으로 ‘살았나? 죽었나?’ 생각했지, 

너무 놀라가지고. 그리고 내가 어떻게 여기에 와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지.” 




http://joent.net/blog/1239?cat=2



  

작품은 감동을 위해 억지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떡밥을 던진 듯한 장면은 그냥 스쳐지나갈 뿐이며 그때 그때 생각해낸 듯 이야기가 진행된다.


어떤 개연성 설득력도 전부 뒷전으로 미뤄버린채 작품은 감동, 오직 마무리의 슬픔을 위해서 모든 걸 다 희생시킨다.


다 도망가던 중에 갑자기 주인공을 구해야겠다며 동무가 되돌아오고는 아무것도 안하는데다, 


마지막에 장교가 부활하는 장면은 너무 뜬금없어서 할말이 없는 수준이었다. 


그냥 마지막에 동무와 부둥켜 안고 우는 주인공을 만들기 위해 이런 전개를 생각해냈다는 것인데, 


결말을 위해 전개를 짜맞춘 수준에 지나지 않는 이 조악한 각본이 14년이란 세월을 거쳐 나왔다는 걸 믿을 수가 없다.






  아픔을 굿으로 승화한다는 전개 자체는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장면 전환은 너무나도 뜬금없다.


잘나가던 과거 배경에서 갑작스럽게 시점을 꺾어버리며 작품은 현대 시점을 자꾸 보여준다. 현대 시점에서 나오는 내용은 할머니가 피해자다


신내림받은 무당이 있다, 이 정도인데 이 모든 건 결말 10분 내로 압축해낼 수 있는 내용들이다. 오히려 지나친 시점 전환 때문에


과거 이야기에 몰입이 힘들었다. 할머니가 뇌종양이라는 사실과 현대 시점 여주인공의 드라마는 이 작품 내용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저 내용을 모조리 쳐내도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신내림 받은 무당과 피해자 할머니만 조명해도 감동에는 큰 변화가 없었을 것이라 자신한다.


오히려 쓸데없는 드라마에 집중하느라 작품은 굿을 원하는 할머니의 부탁같이 현대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들을 잘라냈다.







  위안부 문제는 안타까운 문제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이 영화는 정말로 못만들었다.


나는 위안부 자체에 대해 욕하는 게 아니다.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영화라면 좀 더 조심스럽고


좀 더 세심하게 피해자들에게 다가서야 하지 않았나 이것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취지를 잃고 과한 드라마에 묻혀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이 작품은 그런 작품이다.


아쉬움이란 말이 그나마 찬사가 될 수 있는 그런 작품인 것이다.
























20개의 댓글

2016.02.29
그래도 이정도로 만든거 자체가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위안부 영화 만들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는거랑, 그걸 진짜 실행하는거랑은 천지 차이지..

25억원 가운데 12억원을 관객 모금으로 마련한데다가 엄청 긴 제작기간.. 이러니까 우리 입맛에 맞는 완성도 있는 영화가 만들어 지겠니?

하지만 이 영화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아직 깨어있고 관심있다는걸 보여준거 하나만으로 가치있는 영화이고

앞으로 더 완성도 있는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도 나왔으면 좋겠다.
0
위안부의 문제를 떠나서 영화 자체는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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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1
ㅁㄹㅁㅈ야 혹시 미안한데 동주를 볼 생각이 있다면 보고 리뷰+ 가능할까?

내 필력과 영화보는 눈썰미는 그다지 좋지못해서
0
2016.03.01
혹시 이번에 상받은 스포트라이트 리뷰좀해줄수 잇을까
0
2016.03.01
제발 애국심팔아서 흥행하려는 영화들좀 그만나왔으면함
0
근데 진짜 위안부 문제를 다룰 영화를 만들꺼면 흥행성은 버려야된다 대한민국 시민이라면 다알겠지만 위안부 사건 , 마루타사건등 일본놈들이 한짓은 꿈도 희망

도 감동도 아무것도없는 절망에 절망에 더 깊은 절망의 연속 .. 만약 위안부를 다루는 영화가 다시나온다면 영화에 흔히나오는 이야기패턴 - 감정 그래프가 마이

너스를 쭈우우욱 타다가 후반부에 구출되면서 +적 요소를 남기는게 아니라 그래프 곡선은 무조건 마이너스에서 끝나야됨 그게 아니고 평소 한국 억지감동영화처럼

만들고자 한다면 관객들은 가식 , 영화성 논란등으로 말이 나올수밖에 없음. 왜냐 지금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해결된것도없고 , 여러 위안부할머니 다큐멘터리

를 통해서 광복후 위안부 할머니들이 어떤 취급을 한국에서 당해왔는지 알기때문에( 부모도 위안부로 끌려갔던 희생자분들을 꺼려하거나 부모빼고는 전부 화냥년이

니 뭐니 배척이 어마어마했다는 사실 ) 갑자기 감동을 몰고가면 괴리감 , 거부감이 아주 심하게 오기떄문이라 본다 .
0
2016.03.01
맞어... 잘나가다가 할머니가 아파서 고향가는거, 사진 찍는거는 왜 나온거며 현대, 과거 시점 넘어가는게 불친절하다싶을정도로 어색했음. 일본군장교놈이 왜 그렇게 위안부들을 혐오했는지에 대한 심리묘사도 없고....
힘든 소재를 다뤘다는 가치는 있지만 영화자체가 잘만든건 아니었음.
0
2016.03.01
자금조달이 힘들었던 영화는 대체로 자금조달에 모든 힘을 소진한 나머지 정작 영화내용은 조달한 자금만도 못한 경우가 많더라..

극소수의 자금조달이 어려우면서도 영화내용도 훌륭한 작품들의 빛에 이런 대다수가 가려지는 형국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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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2
몇몇 혐티즌이 좆같은데 영화를 욕하면 위안부를 욕한다고 생각하는게 진짜 좆같다 ;
귀향 재미없다고하면 이 영화는 재미로 보는게 아니란다
씨발놈들 그럴거면 다큐멘터리를 쳐보지그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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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하고 별개로 작품성은 낮았다고 봄

cg도 조잡했고 초반에 굿 전개까는 과정도 좀... 뜬금없었음

근데 영화는 슬프더라 질질짜면서봣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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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2
bgm 선정이나 삽입 부분도 어정쩡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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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어제 보고왔는데 소재는 소재고 작품의 개연성이라던가 그런점은 조금 떨어지더라

제작기간이 짧은것도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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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3
다큐멘터리 형식으루 나왔었으면 더 좋았을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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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3
위안부를 다루려면 다큐멘터리를 찍는게 최선이지

영화로 만들기엔 소재가 힘든게 사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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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3
이동진 평가도 보니까

2/5 - 소재에 대한 울분, 영화에 대한 한숨
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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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마지막 불사신 일본병사보고 빵터지려는거 참았는데..
0
좋은 글인데 퍼가도 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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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4
@반동분자에미나이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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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4
마치 귀향 보는게 애국이고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위로라고 생각하는 병신들 보면 한숨만 나옴.
0
2016.03.04
글 되게 잘쓴다
잘 읽고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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