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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텐더들이 가장 사랑하는 칵테일, 네그로니편-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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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개붕이들, 오늘 할 술 이야기는 칵테일에 대한 이야기야.

 

그 중에서도 네그로니에 대한 이야기지.

 

전에 썼던 캄파리 편에서도 짤막하게나마 얘기했는데, 오늘은 이 칵테일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보려고해.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 캄파리편

 

이거 읽고 오면 좋음 ㅇㅇ

 

 

 

 

 

 

 

 

 

 

 

네그로니 칵테일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어.

 

이탈리아설, 미국설 등등...

 

하지만 네그로니에 핵심인 캄파리에서도 그렇고, 전 세계적으로도 이탈리아 설이 가장 지지를 받고 있지.

 

바로 네그로니 백작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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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밀로 네그로니

 

 

 

네그로니는 이탈리아와 코르시카 지역민들에게서 종종 보이는 성이야.

 

카밀로 네그로니는 그 성을 가진 가문의 사람이었고, 실제로 백작은 아니었지만 그의 할아버지는 백작 작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해.

 

그것 때문에 자기를 항상 네그로니 "백작"이라고 말하고 다녔지.

 

이 양반은 기본적으로 반골기질과 모험심이 다분한 사람이었어.

 

이탈리아에만 있던게 아니라 유럽과 미국 대륙 전역을 여행했고, 카우보이나 펜싱강사 경력도 있는 양반이지.

 

그러던 1919년

 

이탈리아의 피렌체의 Caffè Casoni라는 바에 들린 네그로니 백작이 당시 바텐더였던 포스코 스카셀리(Fosco Scarselli)한테 이런 주문을 하지.

 

"아메리카노(캄파리와 버무스, 탄산수가 들어가는 칵테일), 근데 탄산수를 넣으면 너무 약하니까 진으로 대신해서 주쇼."

 

 

 

 

다운로드 (58).jpg

 

당시 바텐더 포스코 스카셀리는 아마 속으로는

 

'뭔데 이 병신은?'

 

이라고 생각했다는데 내 부랄 두쪽을 걸 수 있다.

 

어쨌든 프로답게, 그는 고객이 원하는대로 아메리카노에서 탄산수 대신 진을 이용한 칵테일을 만들어줬고, 그걸 마신 네그로니 백작은 무척 마음에 들어했어.

 

그리고 네그로니 백작은 이 방식으로 자기가 가는 곳마다 주문했지.

 

생각보다 맛이 있었던 이 조합은 곧 네그로니 백작의 이름을 따서 네그로니라고 불리기 시작했다는 게 이탈리아 기원설이야.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네그로니의 기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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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쩄던간에, 그렇게 만들어진 네그로니는 1950년대쯤에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게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졌지.

 

이 칵테일이 가진 달콤 쌉싸름한 맛은 수많은 팬들을 만들었고, 이 심플한 레시피 역시나 세계적으로 유행하는데 한몫을 단단히 했지.

 

진, 스윗 버무스, 캄파리를 1:1:1로 섞기만 하면 되는 심플한 칵테일이거든.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고 바에는 저 3가지 재료가 없는 경우가 별로 없으니까 말이야.

 

또, 레시피를 바꾸는 경우도 많았어.

 

프랑스에서는 진 대신 버번을 이용한 불바디에라는 칵테일도 만들어졌지만, 이 칵테일은 1920년대 후반에 만들어졌다가 인기를 얻는 건 2000년대 후반이야.

 

자메이칸 럼을 쓰는 킹스턴 네그로니도 2010년대 후반에 꽤나 유행했지.

 

이외에도 여러가지 바리에이션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는 건 따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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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네그로니 스바글라아토(negroni sbagliato)야.

 

영어로 바꾸자면, 미스테이크 네그로니(misstake negroni)지.

 

1970년대에 만들어진 이 칵테일은 밀라노의 Bar Basso의 주인  Mirko Stocchetto에 의해서 만들어졌어.

 

주문 들어온 네그로니를 만들다가 실수로 진 대신에 스파클링 와인을 따라버렸고, 그걸 손님한테 일단 줬는데 손님이 만족해서 시작 된, 말 그대로 실수로 만들어진 칵테일이었지.

 

사실 그냥 저냥 잊혀질 가능성이 높은 칵테일이었지만, 00년대 후반에 클래식 칵테일 붐 속에서 최고의 인기스타였던 네그로니의 바리에이션 중 하나로 발굴되면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어.

 

마침 이탈리아에서 인기가 많은 스프릿츠 라는 타입의 칵테일과도 비슷했거든.

 

칵테일 중에서는 이렇게 실수로 잘못 만들어졌다고 "오히려 좋아!" 하면서 만들어진 칵테일들이 꽤나 많아, 뭐 음식도 그런 경우가 많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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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심플한 칵테일을 바텐더들이 왜 가장 사랑하는 칵테일이라고 하느냐?

 

그건 바로 심플한 만큼, 만드는 사람에 따라서 맛이 확연하게 변하는 칵테일이기 떄문이야.

 

이건 아마 네그로니를 마셔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동의할꺼야.

 

약간의 레시피 차이는 있어도, 기본적으로 같은 재료를 이용해서 만드는데 만드는 사람에 따라서 맛이 천차만별이라는 걸 말이야.

 

어느 바에서는 좋았던 기억이 어느 바에서는 최악으로 변하는 경험을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칵테일이지.

 

 

 

 

 

 

사실, 네그로니라는 칵테일의 정답은 없어.

 

취향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네그로니를 충분히 잘 섞고, 그 과정에서 얼음을 녹여서 도수를 낮추고 풍미를 끌어올리지.

 

이 과정을 거치게 되면 첫 모금에서 오렌지 향과 함께 달콤하고 쌉쌀하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기분 좋은 맛을 느낄 수 있어.

 

하지만 이렇게 만들면 맛의 지속력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

 

한 잔을 시키고 빠르게 마시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10분 정도가 지나면 밍밍해진 술을 마주할 수 있을 거야.

 

 

 

 

반면에 이걸 잘 섞어주되, 너무 많이 섞지 않아서 얼음을 덜 녹이면 첫 맛에서 굉장히 강렬한 임팩트를 느낄 수 있어.

 

쓰고, 단 맛이 진과 합쳐져서 도수가 강한 느낌으로 넘어오지. 이런 느낌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꽤나 많아.

 

이 방식으로 만들게 되면 처음에는 강하지만, 얼음이 점차 녹으면서 다양한 맛으로 변화하는 걸 느낄 수 있지.

 

첫 모금은 강렬하게, 중간에는 적당히, 마지막에는 스무스하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칵테일에는 정해진 답이 없어.

 

뭐가 맞는지는 본인의 취향에 따라서 결정해야하는 거니까.

 

 

 

 

하여튼 이런 특성 때문에 경력이 있는 바텐더들은 대부분 네그로니에 대한 자기만의 고집을 가지고 있고, 신입 바텐더들은 자기 스타일의 네그로니를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칵테일들 가운데 하나거든.

 

 

 

 

 

 

 

 

 

참고로 홈텐딩을 시작 하는 친구들에게, 자기가 만든 네그로니의 맛이 별로 없는거 같다면 처음에 말한대로 충분히 녹이는 방식을 추천해.

 

천천히 얼음을 섞으면서 녹이면 꽤나 먹을만한 칵테일이 나올거야.

 

어느정도 해야하는지는 사용하는 얼음의 온도나 술의 온도에 따라서 달라지니까 뭐라고 확답은 못 주겠다.

 

경험적으로는 섞다보면 점도가 점점 풀려서 휙 하고 돌아가는 타이밍이 있는데 그때 멈추면 되더라.

 

 

 

 

뭐 하여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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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댓글

2023.12.16

네그로가 니편?

0
2023.12.16

맛있어보이는데 훅가겠다.. 담에도전한번해봄.. 네그로니..네그로니..ㄴ..

0
2023.12.16
0

캄파리 사볼까...

0
2023.12.17

니1그로 네편..?

0
2023.12.18

오타났다 misstake

0
2023.12.24

아메리카노가 네그로니보다 먼저였구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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