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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텐더 개붕이가 쓰는 술 이야기 - 모히또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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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췌장파괴 관련 글을 쓴 김에, 오늘은 모히또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한국에서는 "내부자들"에서 모히또가서 몰디브 한잔 발언으로 주목 받는 칵테일이지만, 세계적으로는 굉장히 유명하고 스탠다드한 칵테일 중의 하나지.

 

이 칵테일의 정확한 기원은 알려져 있지 않은데, 그 발상지는 쿠바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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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쿠바는 열대지역으로 스페인이 오기 전까지는 인디오들이 살던 동네였다.

 

그러다보니 지중해 지역에서는 찾기 힘든 여러가지 병들이 있었는데, 

 

모히토는 오래된 많은 종류의 칵테일들이 그렇듯, 이 병들의 약으로써 출발했다.

 

정확한 사료를 찾기가 힘든데, 아마 초기에는 민트와 사탕수수로 만든 술의 조합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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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남미는 사탕수수와 라임으로 유명하지만, 라임의 원산지는 중동과 동남아시아, 사탕수수는 동남아시아로 남미와는 관련이 없다.

 

하지만 남미를 점령한 백인들은 이쪽의 기후가 라임이나 사탕수수를 키우기에 최적화되어있다는 걸 꺠닫고 대량 생산을 하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여러가지 풍토병들을 겪으면서, 약용 효과로 유명한 허브인 민트를 으깨어 술과 마시는 방식이 시작된 걸로 보인다. 라임은 이후에 추가되었다.

 

이러한 방식은 중동의 쥴라프(Julep)라는 음료에서 시작된 것으로, 당시에 소화제로 마시던 음료였다고 보면 된다.

 

하여튼 이 라움주스와 민트의 조합은 이내 영국인들에게 유행하기 시작했고, 거기에 영국선원들의 필수품인 럼이 추가되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혹은 19세기 아프리카 노예들이 사탕수수 주스에 라임이나 민트(그 당시 남미에서 라임과 민트는 한국에서 제주도의 귤, 들판의 쑥 같은거였다.)를 넣어 마시던 것에서 유래됐다고 하는데, 정확한 사실은 밝혀진 바 없다.

 

모히토라는 이름은 두 가지 설이 있는데, 당시 쿠바에서 유행하던 모조(mojo)라는 라임이 들어간 소스에서 유행했다는 설

 

스페인어 mojado ("wet")의 축소형인 mojadito (스페인어로 "약간 젖은"을 뜻함)에서 파생되었다는 설,

 

이 2가지가 유력하다.

 

 

 

 

 

 

 

 

 

 

 

확실한 건, 모히토는 쿠바를 대표하는 칵테일로 자리매김 했지만, 쿠바 이외 지역에서 유행한 건 1950년대 이후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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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문호이자, 인생의 절반을 쿠바에서 보냈던 헤밍웨이가 그 유행의 시초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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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보데기타 델 메디오

 

위에 보이는 저 바의 단골이었던 헤밍웨이는 유명한 술꾼으로, 당뇨병에 걸려있지만 술을 끊지 못한 걸로 유명한 술꾼이자 그 시대 최고의 셀럽 가운데 한명이었다.

 

그가 쿠바에 있을 떄 단골로 가던 두 바가 있었는데, 거기에 어느 날 술에 취해서 한 문구를 써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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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Mojito in La Bodeguita, My Daiquiri in El Floridita "

 

 

 

이 말과 함께 모히토는 전 세계적으로 유행을 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숨어있다.

 

사실, 라 보데기타의 창립자의 말에 따르면 막상 헤밍웨이는 그렇게 단골이 아니었고, 그런 말을 남기지도 않았다는 거다.

 

지금도 헤밍웨이의 칵테일 하면 따라오는 말이 모히토와 다이퀴리인데, 이건 그냥 일부 사람들의 마케팅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헤밍웨이 전기 작가의 말에 따르면 헤밍웨이는 일반적으로 "g"와 "y"에 루프 없이 자신의 이름에 서명한 반면, 보데기타의 서명에는 루프가 포함되어 있으니 헤밍웨이가 직접 썼을리가 없다고 한다.

 

또한 라 보데기타는 쿠바의 공산화 이전에도 헤밍웨이 외에도 많은 유명인들이 자주 가는 단골 바였지만, 술보다는 음식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뭐 이유야 어찌 됐든, 지금에와서 모히토와 다이퀴리는 헤밍웨이를 상징하는 칵테일이 되었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모히토를 마시면서 헤밍웨이의 이야기를 한다.

 

 

 

 

 

 

 

 

 

 

 

 

 

 

한국에서는 2015년, 내부자들이 개봉하기 전까지는 모히토는 헤밍웨이를 아는 사람들이나 마시는 칵테일이었지, 메이저한 칵테일은 아니었다.

 

그 전까지는 민트도, 라임도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가 없었던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2010년쯤 들어서 그나마 바에서도 생 민트나 생 라임을 취급하는 곳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내부자들 개봉 이후로 모히토의 주문량이 늘어났다.

 

물론 많은 바텐더들은 여기도 몰디브 한 잔이라는 말을 오늘 날에도 듣고 있다.

 

특히나 아저씨들이 자주 그렇게 주문하면서 본인의 위트를 과시하는데, 바텐더 입장에서는 너무 많이 들어서 질리는 주문이다.

 

그래도 일하면서 손님으로 우민호 감독이 와서 모히토를 서비스한 적이 있는 건 나름 자랑거리임.

 

 

 

 

 

 

 

 

 

 

 

 

 

 

 

 

 

 

 

 

 

 

 

 

 

모히토의 썰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이제부터는 모히토를 만드는 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모히토를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매체를 통해서 쉽게 접했을 거고, 보기만 하면 나도 만들 수 있겠는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될 만큼 쉽지만, 맛있는 모히토를 만들기 위해서는 거기에서 약간의 디테일이 필요하다.

 

 

 

 

우선, 모히토를 만들 떄 모든 재료를 한 번에 넣으면 안된다.

 

가장 먼저 넣어야 할 건 설탕, 그리고 라임이다.

 

설탕은 일반인은 양을 개량하기에 어려운 만큼, 각설탕을 2개 정도 넣어주도록 하고, 라임은 취향에 따라 한개에서 반개를 세로로 자른 다음 다시 가로로 다이스를 쳐서 넣도록 하자.

 

이 과정에서 라임의 꼭다리는 제거하자, 쓴 맛이 강하게 나오는 부분이다. 쓴 맛이 싫다면 라임 안쪽의 흰색 부분도 제거하는 게 좋지만, 그 정도는 풍미로 남겨둬도 좋다.

 

먼저 이 두개를 넣고 머들러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설탕과 라임을 같이 으깨준다.

 

이 두 개를 먼저 해야하는 이유는, 입자가 있는 설탕은 알코올이 포함되면 잘 녹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먼저 설탕을 으깨고 라임에서 나오는 즙을 통해서 이를 충분히 녹여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물론 설탕이 으득으득 씹히는 식감을 좋아한다면 너무 녹이지 않아도 좋다.

 

이후에 럼 2온스와 민트를 넣는다.

 

여기도 사실 취향이 갈리는데, 민트의 시원함을 좋아한다면 민트잎을 10개에서 12개 정도를 넣고, 힌트만 주고 싶다면 4~5개만 넣는다.

 

또한, 민트를 넣을 때는 줄기를 같이 넣느냐, 잎만 넣느냐에 따라서 풍미가 달라지니 만들어보고 자기 취향 껏 넣자.

 

여기서 포인트는 다시 한 번 민트를 짓이길 때인데, 민트가 부서질 떄가지 짓이기지 말고 살짝 눌러서 멍이 나게 한다는 느낌으로 눌러주자.

 

너무 으깨면 쓴맛이 도드라진다. 살짝 눌러서 민트의 에센셜 오일이 나오는 정도로만 섞어준 뒤, 잘게 간 얼음을 채운다.

 

사실 일반인이면 잘게 간 얼음을 구하는게 힘들테니, 그냥 냉장고에 있는 얼음을 넣어도 되긴 한다.

 

그리고 몇번 휘져어서 얼음을 살짝 녹여주는 게 포인트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료 위에 탄산수를 살짝, 단게 좋다면 진로 토닉이나 사이다 같은 걸 붓자. 너무 많이 넣으면 안된다.

 

그 다음 민트를 장식해서 마시면 된다.

 

 

 

 

 

 

 

설명이 길었는데, 간단하게 말하자면.

 

1. 라임이랑 설탕 먼저.

 

2. 민트를 으깰 때는 부서지지 않게

 

3. 얼음 넣고 조금 녹여준 다음 탄산수를 넣는다.

 

 

이 세가지만 주의하면 너도 집에서 맛있는 모히토를 만들 수 있다.

 

 

 

 

 

뭐 이거저거 귀찮으면 시판하는 모히토 시럽을 사다가 만들거나 바카디 모히토라는 제품에 사이다 타서 마셔라.

 

그럭저럭 먹을만한 물건이 나오긴 한다.

 

까페에서 가끔 메뉴에 올라있는 무알코올 모히토가 그 시럽으로 만드는 거다. 그거 쓰면 집에서 만들어도 거의 그 맛 남.

 

 

 

 

 

 

하지만 제대로 된 모히토를 만들어서 마시고 나면 모히토"향"이 나는 음료는 더 이상 먹기 힘들어질거다.

 

프레시한 허브와 라임으로 만드는 음료는 그 프레시함이 주는 특별함이 있다. 기성 시럽으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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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히토는 휴양지의 음료도 유명하다. 민트와 라임의 상쾌한 조합은 더운 지역에서 갈증을 푸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니까 겨울 말고 여름에 마시라고.

 

 

 

 

여기도 올려둠

4개의 댓글

2023.10.29

항상 술에 관심있고 좋아서 잘 챙겨보고 있어요

이런 글 하나하나가 정성인데 따따봉

0
2023.10.29

읽판은 새글 올라오면 바로 보여서 좋네 ㅋㅋㅋ 개츄하고감

0
2023.10.30

마이애미 살적에 현지직원이 소개해줘서 모히토 마셔봤는데 맛있었음

0

와 진짜 재밋게 잘쓴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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