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커피를 마실 때 생각해볼 것들 - 커피콩

0. 이 글을 신뢰하지 않을 것을 권장한다. 예컨대 나무위키 정도로 생각해주면 딱 좋겠다.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원재료인 커피콩이다. 커피콩에 대한 간략한(매우 간략하다) 정보를 적어놓는다.

 

1. 대륙

커피벨트 어쩌고 하는 얘기는 좀 접어두고 대충 중남미/중동/아프리카/동남아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이 중에서도 주로 먹는 것은 중남미와 아프리카로 대체로 중남미는 중~강배전용으로 적합한 커피를, 아프리카는 대체로 약~중배전용으로 적합한 커피를 많이 재배한다(당연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중남미 커피 중에도 약배전으로 아주 맛있는 과일향이 나게 로스팅되는 커피도 있고, 국내 로스터리 카페 나무사이로에서는 에티오피아 커피를 프렌치(아주아주 강하게 볶아서 스모키한 향이 확 나도록)로 볶아서 팔기도 한다.).

그래서 카페에서 중남미 커피를 고른다면 아마도 견과류, 초콜릿, 스모키 쪽의 향미가 느껴질 가능성이 높고 아프리카의 커피를 고른다면 과일이나 꽃의 뉘앙스가 강할 것이다.

 

2. 국가

국가는 일반 소비자가 신경쓸만한 사항은 아니다. 전혀 생소한 국가(예컨대 르완다는 스페셜티 애호가에게는 익숙하지만 일반 소비자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국가이다.)여도 결국은 대륙의 큰 카테고리를 벗어나는 커피는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최종적인 컵노트에 집중해서 커피를 마셔보는 것이 더 유익할 것이다. 물론 커피를 본격적인 취미의 영역으로 들인다면 당연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

 

3. 지방/농장

지방은 더더욱 몰라도 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유명한 지방(예를 들어 에티오피아 예가체프.)의 경우 브랜드화되어 있는 경우가 있고, 같은 국가여도 지방에 따라 완전히 다른 커피 맛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으므로 세밀하게 커피를 즐긴다면 자주 보이는 지역이나 농장은 컵노트와 함께 외워두는 것도 좋다.

 

4. 품종 / 고도

 

 4-1. 품종

 커피의 큰 품종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로부스터, 리베리카, 아라비카이다.

 

  4-1-1. 로부스터

  기계공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강건설계라는 것을 배우고 강건함(Robustness)이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기계가 외부요인에 의해 동작받는 것을 방해받았을 때 얼마나 이를 잘 견뎌내는가 하는 것이다. 예컨대 자동차라면 여름의 엄청난 고온에서도, 꽁꽁얼어붙은 겨울에도 신뢰성 있게 동작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 강건함이라는 단어에서 유래된 품종 이름답게 매우 강건한 품종으로 경제성이 좋고 병충해에도 끄떡없다. 다만 향미가 조금 부족하고 쓴 맛이 많고 카페인 함량도 높다. 그래서 인스턴트 커피에 찰떡궁합이고 내가 매우 좋아하는 맥스웰 하우스의 주재료가 된다.

  물론 로부스터 중에서도 고급 품종은 굉장히 훌륭한 품질을 보여주는데, 인도의 커피 로얄은 최상급 로부스터 품종에만 붙는 칭호이다.

 

  4-1-2. 리베리카

  라이베리아에서 발견된 품종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 로부스터나 아라비카의 재배가 어려운 지역에서조차 잘 자라는 품종이다. 특히 습기에 강해서 말레이시아는 리베리카를 키우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짐작했겠지만 맛은 제일 없는 편이라 우리나라같이 커피를 전량 수입하는 나라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품종이기도 하다.

 

  4-1-3. 아라비카

  세 가지 품종 중 가장 향미가 좋지만 키우기 까다로운 품종이다. 하지만 고급 품종인만큼 값도 잘 쳐주기 때문에 전체 커피의 70% 생산량을 아라비카가 차지하고 있다. 인스턴트 커피는 아라비카 100%를 홍보하는 경우도 많은데 인스턴트에 사용되는 질낮은 아라비카는 로부스터보다도 못한 경우가 많으므로 특장점으로 볼 것은 아니다.

 

   4-1-3-1. 아라비카의 세부품종

   여기서부터는 전문 커피업자라도 대다수가 모르는 영역이다. 우리나라 커피업계의 첨단을 달리는 몇몇 선두주자 정도가 신경쓰기 시작하는 영역이고, 게이샤와 같이 고급 품종이거나 버번(부르봉)과 같이 대중적인 품종이 아니라면 커피 이름에 중요하게 들어가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서 에티오피아의 품종은 하도 다양해서 Heirloom이라고 뭉뚱그려 얘기하기도 하고, 74110/74158과 같이 번호로 나타내기도 한다.

 

 4-2. 고도

 고도 역시 마찬가지여서 높은 곳에서 재배된 커피가 좋은 품질일 가능성이 높지만(그래서 커피의 품질을 나타낼 때 SHB와 같이 일정한 재배고도를 기준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그것을 블라인드로 맞추어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거나 의미없는 일이다.(물론 전문 테이스터들에게는 다른 얘기)
 

5. 가공방식

이 부분은 꼭 알아두는 것이 좋다. 같은 농장에서 만들어진 커피라도 가공방식에 따라 맛은 상당한 차이가 나게 되며 커피에서 느껴지는 뉘앙스 또한 그렇다.

 

 5-1. 내추럴

 커피체리를 수확한 이후 그대로 커피베드에 말린 뒤 과육째로 마른 체리를 벗기고 커피콩을 빼낸다. 내추럴은 마르는 과정에서 과육의 다양한 향미가 커피콩에 남게 된다. 따라서 화사하고 여러가지 복합적인 맛이 나지만 깔끔한 맛이 덜하다. 아주 대표적인 커피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내추럴.

 

 5-2. 워시드

 커피체리를 수확하고 바로 과육을 물에 씻어 벗겨낸 뒤 발효시켜서 커피콩만 말린다. 내추럴에 비해 정제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지만 화사한 맛이 덜하다. 대표적인 원두는 파나마 게이샤(물론 게이샤는 내추럴도 좋지만)

 

 5-3. 펄프드 내추럴(허니 프로세싱)

 내추럴과 워시드의 중간단계로 과육을 다 벗겨내지 않고 일부 남긴 뒤 말린다. 남기는 정도에 따라 블랙 > 레드 > 골드 > 옐로우 > 화이트 순으로 점액질이 많이 남는다. 맛이나 향미도 당연히 중간 정도.

 

 5-4. 세미워시드

 과육을 벗겨내는 것은 워시드와 똑같지만 수세식으로 벗겨내는 것이 아니라 기계를 사용해 벗겨낸다. 워시드와의 가장 큰 차이는 발효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육을 벗겨낸 뒤 바로 말리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환경오염이 덜하다는 것(물을 덜 쓰기 때문에) 이외의 장점을 잘 모르겠는 방식. 아마도 대량으로 물을 끌어다 쓰기 어려운 커피가공공장에서 워시드 대신 쓰는 방식이 아닌가 한다.

 

 5-5. 카보닉(애너로빅)

 커피체리를 산소가 없는 탱크(대신 이산화탄소를 채운)에서 발효시키는 공정이다. 독립적인 공정이 아니라 부가적인 공정이므로 위의 다른 공정들과 합쳐서 부를 수 있다. 예컨대 카보닉 내추럴이라 하면 커피체리를 탱크에서 발효시킨 뒤에 과육째 말렸다는 뜻이다. 이 발효과정에서 커피에 매우 독특한 풍미가 생기게 되고, 특정 과육이나 꽃 향을 노리고 탱크에 과일을 같이 발효시킨다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분야에서 대표적으로 권해보는 원두는 콜롬비아 엘 파라이소 리치.

 

6. 원두의 품질 및 선별

 커피를 마시는 일반 소비자에게 있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적지 않는다. 이 부분은 커피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에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30개의 댓글

2023.09.15

와 ㅋㅋㅋㅋ 사장님 완전 전문가시네

에티 르완다 케냐 생두 수입 하면서 진짜 막막했었을때 혼자 공부 많이 했는데

에티 농부아조씨들 무산소가 돈이 많이된다고 소문나서 다들 그레인프로에 열심히 무산소들 하고 계신데.. 암튼 지금은 완전 다른일 하고있다가 다시 보니까 재밌네염

0
2023.09.15
@파라군

생두 수입하실 정도면 저같은 아마추어보다 훨씬 전문가이신데요

0
2023.09.15
@년째하는중

아니에요.. 월급쟁이로 했었던걸요.. 진짜 아무것도 몰라서 SCA 유투브 보면서 생두 고르기부터 독학했었어염.. 요즘 커피생두값이 많이 내려서 업계는 신나겠네여

0
2023.09.15

공부하고 갑니다

0
2023.09.15
@쪼율

대단찮은 내용입니다 ㅎㅎ

0
2023.09.15

진짜 궁금했는데 스크랩해놓고 마시면서 볼게요

 

0
2023.09.15
@손님이당

감사합니다 나중에 시간 나면 그라인더랑 추출 편도 써볼게요

0
2023.09.15
@년째하는중

그것도 진짜 궁금했어요 강배전 약배전 경수 연수같은거

 

글을 잘 쓰셔서 술술 읽히네요

0
2023.09.15

개추 크레용 나도 커피 글 개드립에 많이 올리는데 커피 얘기는 항상 재미짐

0
2023.09.15

이런건 개추지

0
2023.09.16

오늘 라 에스메랄다 게이샤 워시드 프라이빗 랏 200그램 주문했다

0
2023.09.16
@으으으으읏

부자시네요

0
2023.09.16

인도네시아 만델링같이 산미 없는 원두는 어디가 있나요 선생님

0
2023.09.16
@GWFd1000

중남미에서 나오는 중강배전 원두들을 드시면 됩니다

대신 만델링은 끝에 약간 박하사탕처럼 화한 느낌이 있죠

중남미 원두들은 그런 게 없습니다

0
2023.09.16

전부 강배전으로 로스팅해버리면 그것도 문제일것같은데..

0
2023.09.16
@GWFd1000

즐기고자 하는 맛에 따라 볶으면 됩니다

0
2023.09.16

재밌당

0
2023.09.17

예전에 캡슐먹을땐 만델링 좋아했는데 커피 취미 제대로 시작한 뒤론 별로 안좋아하게됐음 ㅋㅋ

가공방식도 좀 비위생적이고 그 방식땜에 생두에 수분이 많아서 그런지 잘 볶는 로스터리 아니면 색 균일도가 떨어지고 맛도 이상함

어느 로스터리는 디개싱해도 계속 탄내만 나는데다가 겉은 까만데 속은 엄청 밝고 맛도 탄맛뿐이라 다 버린적도 있음 ㅋㅋㅋㅋ

0
2023.09.18
@뫂융운눔

원래 중강배전 잘하기가 약배전보다 어려운 거라고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ㅎㅎ

0
2023.09.17

보통 원두사려고 보면 종류가 넘 많아서 그냥 적당히 블렌딩된 남들 많이사는 원두 사는편인데 블렌딩 비율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용

0
2023.09.17
@Girp

블렌딩은 보통 에스프레소 추출을 위해서 사는 것이라서 필터로 내려 드신다면 싱글오리진을 사시길 권해드립니다

종류가 너무 많아서 혼동이 되신다면 로스터가 제공하는 컵노트를 보시고 골라보시면 좋을 듯 하네요

그리고 종류가 많다고 두려워하지 마시고 대륙이나 국가, 농장등의 정보를 메모나 노트에 기입해서 마셨을 때의 느낌을 정리해보세요

정리해나가시다 보면 산지 정보들에 따른 맛의 경향이나 본인의 취향이 보이실 겁니다

0
2023.09.17

하나도 모르는 얘긴데 신기하고 재밌네 ㅎㅎㅎ

글이랑은 상관 없는 얘긴데

나는 그냥 태운느낌이 많이 들면 깊은맛인것처럼 느껴지고 만족스럽던데 이런건 무슨 맛이라고 표현해?

0
2023.09.18
@맛있어

Smoky하다고 표현합니다 ㅎㅎ

1
2023.09.18

커알못이라 로부스터는 저가 프랜차이즈만 쓰고 어디서나 잘 커서 마치 통일벼같은 존재라 생각했는데 아니었군요!

0
2023.09.18
@가을모기

커피 로얄 함 드셔보세요 ㅎㅎ

0
2023.09.19
[삭제 되었습니다]
2023.09.19
@수도권

네 카페인 추출과정에서 카페인만 제거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향미물질도 제거되고 제거 방법에 따라 각기 다른 향미물질이 제거되기 때문에 맛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0
2023.09.21
0
2023.09.22

전문가의 글 맛있게 읽었습니다

0
2023.09.25

커피를 마실 때 생각해볼 것들 - 커피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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