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괴담

[단편] 피그말리온

안녕? 나를 소개하자면 그러니까... 그..

 

이렇게 말하긴 뭐하지만 인터넷에서 조차 자기소개를 어려워 하는 소심한 사람이다.

 

외모도 평범, 재력도 평범, 성적도 평범, 프로필만 나열하자면 9등급으로 나눴을 때

 

4~6등급 정도 되는 어디에나 발이 채일 정도의 평범한 인간이지만

 

워낙 소심한 성격 탓에 여자에게 인기 없는 남자로 정평이나 있다.

 

심지어 모쏠도 아닌데 사람들이 모쏠아니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어느 덧 30대 중반이 되고 사람들이 소개해준 여자들에게 번번히 차여

 

안그래도 낮았던 자존감이 공기처럼 희미해질 무렵

 

결혼은 포기하고 차라리 혼자 살자라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이제는 밥도 혼자 먹는게 편하고, 잠도 혼자 자는게 편하고

 

퇴근하고 집에 가면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을 둘러 보는게 일상이 되었으니까.

 

그래도 가끔은 외로워서 옆구리가 허전하다고 느껴지는 날이 있었다.

 

잠이 안와서 인터넷을 둘러 보던 중 '리얼돌'이라는 자극적인 상품이 눈에 띄었다.

 

나도 모르게 한참을 보다가 진짜 이상형에 가까운 모습을 찾았다.

 

거의 사람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얼굴, 남자라면 시선을 떼지 못할 정도의 훌륭한 가슴과 엉덩이...

 

나는 홀린 듯이 가격을 보았고 거의 400만원에 가까운 거액이었지만

 

어차피 크게 돈쓸 일이 없는 삶을 살고 있던지라 과감하게 결제를 했다.

 

다음 날부터 제품이 도착할 때까지 나는 계속 두근두근 했다.

 

대부분 하루나 이틀이면 배송이 되지만 이 제품은 어떤 이유에선지

 

열흘 가까이 되서야 배송이 시작되었고 거의 2주 만에 제품을 받아볼 수 있었다.

 

제품이 도착하는 날, 나는 급한 업무도 대충 마치고 설렌 마음으로 집에 돌아갔다.

 

내가 사는 원룸 앞에는 거의 내 키에 버금가는 상자가 놓여져 있었다.

 

누가 볼까 얼른 집으로 가져가려 했지만 생각보다 무거워 끌다시피 집으로 들여 놓을 수 있었다.

 

급하게 상자를 개봉하니 내가 사진으로 보았던 '리얼돌'이 담겨 있었다.

 

회사를 통해 배달된게 아닌건지 상자에는 운송장과 같은 스티커가 없는 말끔한 상태였고

 

회사에서 직접 출력한 것 같은 보관 시 유의사항 과 같은 프린트 용지가 있었지만

 

나는 급한 마음에 책상서랍에 구겨 넣고 '리얼돌'의 촉감을 느끼기 위해 여기저기 만지작 거렸다.

 

정말 사람과 같은 감촉이었다. 피부는 진짜 여자를 만지는 듯한 부드러움이 느껴졌고

 

가슴과 엉덩이도 예술품처럼 아름다웠으며 살짝 눈을 감은 얼굴 또한 사랑스러웠다.

 

얼른 침대에 눕히고 싶어 일단 씻기자는 마음에 욕실로 가져가려 했지만

 

너무 무거운 탓에 공주님 안기는 커녕 부축하는 모습으로 욕실로 가져가 

 

샴푸와 바디워시로 정말 정성스럽게 씻겼다.

 

머리를 말리고 몸도 정성스럽게 닦고 침대에 눕혀 놓으니 정말 400만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형이 내가 자는 침대에 눕혀 있는 느낌이 황홀했다.

 

나는 어느 덧 잔뜩 흥분한 몸을 '리얼돌'과 겹치며 나의 끓어 오르는 듯한 욕정을 풀었다.

 

그렇게 2~3일을 '리얼돌'을 사랑했을까.

 

점차 불편한 점이 느껴졌다. 너무 무겁고, 관절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고 

 

가슴이나 배쪽에 이물감이 느껴졌으며, 무엇보다 씻기기가 불편했다. 

 

나는 일주일도 안가 '리얼돌'은 잠들기 전 품에 안고 외로움을 달래는 용도로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보름이 지났을 무렵, 내 방에서는 평소에는 맡지 못했던 이상한 냄새가 나는 듯 했다.

 

오랫 동안 방치한 씽크대 거름망에서 나는 듯한 이상한 냄새에

 

나는 너무 게으르게 살았나 싶어 배수구, 화장실 등을 세척용품으로 청소했다.

 

하지만 그 이상한 냄새는 온 방을 메워 버린 듯 빠지지 않았고

 

일단 방에 들어와 잠깐 있어보면 냄새가 느껴지지 않아 그럭저럭 살게 되었다.

 

한 달이 지났을 무렵, 냄새는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로 심해지고 있었다.

 

문득 안쓰는 이불에 꽁꽁 싸여 방치된 '리얼돌'이 생각났다.

 

처음에 흥분과 황홀감을 온데 간데 없고 불편함만 남아

 

안그래도 좁은 침대 아래에 넣어 두었던 '리얼돌'을 끄집어 내니

 

거기에서 썩은 냄새와 같은 엄청난 악취가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긴장되는 마음을 추스리며 이불을 들추니

 

거기에는 상당히 부패한 모습의 여성의 신체가 적나라하게 펼쳐져 있었다.

 

아름답게 부푼 가슴과 엉덩이는 볼품없이 짓눌린 상태였고

 

부드러운 피부 여기 저기가 부패의 흔적인 듯 색이 변해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변해버린 '리얼돌'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난 제작회사에서 작성한 프린트 용지를 찾기 위해 책상 서랍을 열었다.

 

'박제 관리를 위한 유의사항'

 

구겨진 종이에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최적화된 습도 및 온도 유지, 한 곳에 오래두어 특정 부위가 눌리지 않아야 함,

 

내부 충전물의 교체 주기 등의 내용에 나는 아연실색했다.

 

급하게 구매했던 사이트를 들어가려 했지만 폐쇄를 한 건지

 

유해사이트로 차단된건지 해당 사이트를 찾을 수 없다는 정보만 나올 뿐이었다.

 

나는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평소에는 관심이 없는 물건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톱, 믹서기, 사골용 냄비, 까만 비닐봉지 100장 한 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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