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우메하라 다이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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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심심해서 일본 프로게이머 씬의 대부, 우메하라 다이고 이야기를 해볼까 함

 

우메하라 다이고는 영미권에서는 흔히 DAIGO라고 불리는 프로 격투게이머로, 세대로 치면 대략 1.5세대에 해당하는 격투게이머임. 

 

1세대는 물론 스트리트 파이터 2를 실시간으로 즐겼던 세대라고 할 수 있는데, 우메하라는 2를 시작으로 수많은 격투게임을 섭렵하며 무려 20년 가까이 되는 세월을 정상권에서 군림한 플레이어임

 

어릴 때부터 스파2를 하면서 이 바닥에 발을 들인 우메하라는 뱀파이어 시리즈, 스트리트 파이터 제로 시리즈등을 플레이하며 그야말로 압도적인 재능과 실력을 발휘해 잡는 게임마다 정상권에서 노는 압도적인 실력을 과시했음. 격투게임 붐이 현역으로 밀어닥치는 시절, 여러 잡지와 토너먼트 비디오 등에서 소개된 우메하라의 이미지는 그야말로 격투게임의 신 그 자체.

 

본인피셜 14세때 이미 자신이 세계최강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고(물론 나이먹고는 좀 부끄럽게 여김ㅋㅋㅌ) 

 

언제나 무표정하게 대전에 임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를 기묘하고 과감한 플레이로 승리를 따내는 우메하라는 그야말로 일본 격투게임계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었음

 

근데 아이콘이면 뭐하나... 그 시절엔 프로게이머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게임에 있어서도 굉장한 현탐을 느끼게 됨. 계속 이겨서 재미없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것만을 추구하다보니 게임이 재미없어졌다고 해야하나... 게다가 일본은 대회가 워낙 자주 열리긴 했지만, 파칭코와 엮인 여러가지 제약때문에 놀이를 통해 경품을 제공하는 데 제한이 큰 나라였고, 그래서 대회 우승해봤자 상금 5만원 주고 그러던 곳이었음.

 

그래서 거기서 조금 더 제한이 풀린 분야를 찾다보니 가게 된 곳이 마작판임. 실제 프로 기사를 목표로 정진해서 충분히 프로로 갈 수 있겠다는 평가도 받았다고 함. 근데 여기서도 질려버림. 즐기는 게 아니라 이기기 위한 마작을 치는 게 재미가 없었다더라. 그래도 그냥 취미로 치는 마작은 아직 좋아하나 봄. 요즘도 경기 대기중에는 핸드폰 붙들고 마작이나 치고 계신다

 

결국 요양원에서 일하면서 게임도 마작도 접고 말았는데, 어느 날 친구가 "야 스파 신작 나왔는데 오락실 안 가볼래?"하고 권유하길래 거절하기도 뭣해서 쫄래쫄래 따라감

 

근데 생전 첨 해보는 게임인데도 오락실 사람들에게 도무지 질래야 질 수가 없었다고... 그때 얻은 깨달음이 우메하라가 줄창 주장하는 노력론임. 한 번 쌓아 둔 노력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고, 틀이 좀 바뀌더라도 올바른 노력을 해 온 사람은 이기는 방법을 쉽고 간단하게 찾아낸다는 거지. 

이 일로 깨달음을 얻어 "내가 가장 많이 쌓아온 자산은 격투게임이다"라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그 분야에 투신함. 이후 여러 대회를 거치며 성적을 남기고 스폰싱을 받아서 일본 최초의 격투 프로게이머가 되었음

 

우메하라 다이고하면 생각나는, 커뮤 좀 했으면 한 번은 봤을 법한 바로 그 전설의 경기(1차 은퇴 전)

 

 

여담이지만 본인 말로는 제안을 받기 전까지는 격투게임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 걸 상상도 못했다고 

 

 

 

 

 

 

 

 

 

이 사람의 노력론은 게임을 잘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꽤나 새겨들을만한 부분임

 

게임을 할 때, 매뉴얼대로 잘하는 건 의미가 없음. 스스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하고, 누가 "그 짓을 왜 해"라고 하는 것도 일단 해보고 스스로 "그걸 왜 하면 안 되는지" 납득해야만 함. 예를 들면 스파5 시절 보여준 일명 "중립가일" 스타일이 있음. 

 

가일은 고성능 기술인 소닉붐과 서머솔트를 기반으로 싸우는 캐릭터고, 따라서 언제든지 상대의 움직임에 맞춰 소닉붐과 서머솔트를 낼 수 있도록 레버를 좌하단 방향으로 고정한 상태로 싸우는 일이 많은 캐릭터임. 게다가 격투게임은 애초에 간격과 공간을 지배하는 게임이므로 끊임없이 움직여서 유리한 간격을 잡고 공간을 지배하에 넣는 게 이득이라는 게 격투게임의 상식임.

 

근데 우메하라가 어느날 선보인 것이 그냥 가만히 서있는 중립가일. 소닉붐과 서머솔트 사용을 준비하지도 않고, 그냥 서서 오는 걸 쳐내고, 너무 가깝다 싶으면 조금 뒤로 걷고, 너무 멀다 싶으면 조금 앞으로 걷는 기괴한 플레이에 사람들이 충격을 받음

 

나중에 우메하라의 설명은 이러함. "레버를 좌하단으로 고정하면 필연적으로 앉은 자세가 되는데, 선 것보다 앉은 자세가 피격박스가 좌우로 조금 더 크다. 또한 앉은 자세에서 일어선 후 이동이나 기본기를 낼 때 1~2프레임이 낭비된다. 무조건 옳은 운영법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틀림없이 어드밴티지가 존재하는 플레이다" 였음. 물론 상대 선수(토키도라는 또 다른 전설적인 플레이어인데, 여기서는 소개하지 않음)가 당황해서 약간 정신을 놔버린 것도 없잖아 있지만 결국 성공적인 플레이였고, 10선 이겼으면 개소리도 맞는 말이 되는 게 격투게임의 진리이므로... 

 

이렇게 전혀 쓸데없어보이는 것까지 전부 다, 누가 봐도 이상한 건데 일단 시도해보고 그 쓸모를 찾아낸 후 직접 실험까지 해보는 특유의 연구력이 우메하라의 진짜 강점이고, 이렇게 게임을 낱낱이 분해해서 스스로 재조립하는 과정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이 게이머의 진짜 실력이라는 게 우메하라의 주장임

 

게임의 프로성? 이라고 해야하나. 게임이라는 종목에 프로페셔널이 존재할 만한가? 라는 질문에 대해 반박측이 드는 예가 "제작사가 파는 상품이며, 제작사에 의해 밸런싱이 얼마든지 날뛸 수 있는 종목에 공정한 경쟁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느냐"라는 부분인데, 우메하라의 말대로라면 "그 바뀌는 밸런싱과 상황에도 불구하고 강한 놈들은 항상 강하며, 그들이 강한 이유는 게임의 미세한 요소까지 낱낱이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바뀌는 상황에 대해 가장 합리적이고 위력적인 대응을 가장 신속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반박할 수 있음. 

 

나도 "프로게이머" "E스포츠"라는 표현에 굉장히 회의적인 사람이었고, 오히려 "컴페티션 게이밍"같은 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강한 게이머에 대해서 우메하라가 한 말을 듣고 나름대로 납득을 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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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차도남 느낌 넘치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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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이렇게 대전격투게임계의 카리스마와도 같은 존재인 우메하라지만, 실제로는 술 좋아하고 말 많고 되게 허술한 사람이기도 하다

 

본인 피셜 "나는 게임 아니었으면 뭐 하고 먹고살았을지 감도 안 잡히는 인간"이라고 할 만큼 다른 부분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허술해서 술먹고 얼굴 벌개져서 배까고 드러누워있는 장면이 목격되거나, 개같이 글씨를 못 써서 팬이 싸인해달라고 하면 대문짝만하게 자기 이름 한자 두 글자 써주질 않나, 요즘엔 젊은 시절에 하던 관리(매체에 노출되는 게이머가 꾸미지 않고 후줄근하게 다니면 게이머 전체가 얕보일까봐 그랬다고 한다)도 놓아버려서 살찌고 눈 짝짝이인 후줄근한 아저씨가 되어버렸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대한 확고한 철학, 후배들의 상담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친절함 등 여러가지로 존경받는 플레이어이기도 하다

 

이제 토너먼트는 잘 안나가고, 원로 라인에 들어가기 일보직전이지만 뭐...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격투게이머들이 존경심을 담아 "큰형"이라고 부르는 건 다 이유가 있다

15개의 댓글

2023.08.02

저 책이 큰형 자서전이야? 사봐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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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2
@은박지

우메하라가 쓴 책들은 자서전이라기보다는 자기계발서에 가까움. 근데 게이머의 입장에선 꽤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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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2
@박타나

하긴 큰형 강연같은데서 말 잘하더라고 그런거 모아놓은거같네

작은형꺼 책은 일본가서 사왔는데 볼만하더라고 그래서 큰형꺼도 사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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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2
@은박지

괜찮은 책이긴 해. 아카라이브 격투게임 채널에 "계속 이겨나가는 의지력" "승부론" 둘 다 번역연재되어있는데 워낙 오래전이라 검색이 어려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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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2

이 사람 페이커랑 방송 한 번 하게 된 썰도 웃긴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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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2

잘 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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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2

유구한 전통의 10선 결정법은 누가 더 약캐인가를 정할때도 쓰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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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3

엄청난 노력파이기도 하지 ㅋ

아케이드 시절부터 지금까지 메이저에서 활동하는 몇안되는 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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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3

팔로우해놓고 방송 자주 보는데 묘하게 웃긴 아저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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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3

근데 고르는 캐릭터는 다 정통파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딱히 약캐를 고르는 건 못본 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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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3
@국밥햄

성능만 따지기보단 성능과 재미를 둘 다 따지는데, 재미의 측면에서는 얼마나 팔 게 많고 본인이 밝혀낼 수 있는 미답의 영역이 많은가를 중요시해서 결과적으로 성능으로 이어지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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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하라 아이 ㅇ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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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4
@퀀텀연구소이석배

대체 언제적 우에하라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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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4

이거 이슈되서 결국 둘이 경기한 걸로 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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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4

재밋네야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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