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월간리딩Dog] 5호-나찌출신과 수용소출신 철학자. 공통점?

20220529_000210.png

 

 

 

 

 

(과거 미완인 채로 타 싸이트에 올렸었던 글이라 짧은 점 양해를.)

20220526_213917.jpg

좌, 카를 슈미트(나치출신). 우, 한나 아렌트.(수용소출신)

 

'나의 철학이 짓밟힐 바엔 신념을 가진 깡패가 되어주마!'

(곽철용 패러디.)

 

카를 슈미트라는 나치가 있다. 정치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으로 우리에게 유명한, 종국에 가서는 전범재판을 받게 되는 나치 소속 정치법학자가 그다. 그리고 이 대척점에는 한나 아렌트라는 유태인수용소에서 살아돌아 온 철학자, 그 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등을 써서 유명해진 여성 철학자가 있다. 이 둘은 너무나 다른 인생의 사건들을 겪었다. 하지만, 둘의 사상도 과연 살아온 삶만큼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학살의 주동자와 학살의 피해자가 비슷하다고?

 

먼저, 나치 정치학자인 슈미트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

 

 

 

 

 

 

 

 

 

 

 

 

 

 

11015537 (1).jpg

슈미트. 그는 '정치적인 것의 개념'이란 책에서 정치란 친구와 적의 구분이라는 유명한 발언을 한 바 있는 인물이다. 그는 먼저 말한다. 자 여기 추상적인 개념이 있다고 하자. 그것들은 서로 대립하는 두 개의 항으로 이루어 진다. 미학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움/추함의 대립. 풍요란 무엇인가? 물질적부유/물질적가난의 대립.. 그리고 정치는? 친구/적의 대립이다.


여기서 각 추상적 대상들은 서로에게 독립해 있다. 아름다우면서/가난한/적군 일 수도 있고 아름다우면서/부유한/친구 도 얼마든 가능하다. 그렇기에 나의 친구가 꼭 내게 도움이 되며 선한 존재일 필요는 없는 것이고, 적군도 꼭 내게 해를 입히며 악한 존재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결국 슈미트에게 정치로써의 친구/적의 기준은 사적인 친밀함따위가 아니라 공적인 존재로써의 친구/적이었다.

 

슈미트는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만 나눈 것 뿐 아니라 어린아이와 어른의 영역도 나누었다. 사적영역은 어린아이의 영역이자 미성숙의 영역이었고 공적영역은 어른의 영역이자 성숙의 영역이었다.어린아이는 부모를 만나고, 부모는 그가 원하는 바를 즉시 언제든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기에, 아이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언제나 충족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서 사회로 나가게 되면 세상은 그에게 여러가지 눈치를 보게 만든다. 가정에서 처럼 내가 원하는 것들만을 주변인들에게 요구한다면 사회에서 낙오당하게 된다. 청년이 된 그는 주변의 욕구에 자신의 욕구를 맞춘다, 허나 그것 역시 결국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방편일 뿐 정말 상대가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은 언제나 섬과 섬 사이만큼이나 떨어져 있다. 청년은 언제나 자신의 욕구와 타인의 욕구가 다름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다. 어떻게 이 부조리를 해결할 것인가? 슈미트는 정신이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 그 답이라고 생각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타인의 바라는 바를 진정 나 자신의 바라는 바로 삼을 수 있는 능력, 나와는 너무나 다른 타인과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 진정한 유대를 이루는 능력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나와 전혀 다른 인간인 타인을 내 안에 품어서 그의 뜻을 내 뜻이라고 여기며 관철시킬 수 있을것인가? 서로 너무나 다른 인간들인데? 그래서 너와 나를 뛰어넘는 더 높은 차원의 공통의 지향하는 바를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슈미트에게는 '국가'였다. 즉 국가란 존재는 인간을 상위의 인간으로 발돋움시켜 성장시키게 해주는 매개체였다. 어른에의 길을 걷는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할 여정 중 하나였다. 그런데 국가만 있다고 이해가 다른 사람들끼리 뭉칠까? 아니었다. 그래서 외부의 위기가 존재해야 했다. 그래서 슈미트는 적이란 존재가 나와 타인을 국가라는 매개체를 통해 하나로 만들어 준다고 생각했다. 외부의 적과 맞서 싸울때만이 나라는 유아적인 인간이 타인을 온전히 마음속에 받아들여 타인과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인간의 성장과정이라는 신념을 따라 유대인을 싫어하든 좋아하든 적으로 삼기로 했다. 그리고 나치를 맹렬히 지지했다. 그는 인간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투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타인의 인정을 받고싶어하는 인간, 그래서 타인의 욕구를 욕망하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자신의 생명마저도 내던지는 존재, 자신의 존엄성을 지켜내기 위해 스스로의 희생마저 마다하지 않는 용감한 투쟁이 아이를 어른으로 만들어내고 타인을 자신과 결합시켜 혼자만의 섬에 갖힌 상태의 어린아이를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유태인을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류의 발전 및 정신적 성숙을 위해서 그만의 신념을 가지고 유태인 학살에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자신의 생명마저도 내던질 각오로.

 

 

 

 

 

 

 

 

 

 

 

 

 

 

2a79c71fcf2f69c8df24fa2361748149.jpg

이제 한나 아렌트를 소개할 차례. 그녀는 유태인이다. 나치에 의해 포로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을 뻔 했던 여자. 한나 아렌트는, 끄적이다 보니 지쳐서 여기서 줄이겠지만, 그녀의 저서 '인간의 조건'을 보면 도움이 될 것인 바 극과 극이어야 할 슈미트와는 그 지향하는 점, 인간완성의 목표가 너무나 비슷하고 동일했다. 동일한 사상적 연관성을 지닌 이 둘은 같은 시대를 너무나 다른 처지에서 살아내게 된 것이었고 그것은 아니러니해 보였다.

 

슈미트나 아렌트나 둘 다 정신의 성숙이 중요한 것이며 육체의 욕구는  방해가 된다고 보았기에 상업적으로 '국가'의 통제 영역을 벗어나 세계 각지 '개개의 욕망'만을 향해 뻗어나가는 당시의 막 태동하던 자본의 세계화 물결을 아주 부정적으로 보았다. 구매/소비의 주체는 타인과 자신을 결합시키는 고상한 '인간'이 아니라 기계처럼 공장의 부속품이 되어 일하는 노동자들이 주 고객이었기 때문이며 노동자들은 타인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위해 활동하는 것이었기 때문이고 구매/소비 그 모든 일련의 과정 속에서 그들은 예외없이 자기자신 속의 1차적 욕구에 갖혀 홀로 자급자족하는 외로운 섬 갖은 형태를 보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 모두 자본주의의 물결이 정신적 성숙의 매개체인 국가를 벗어나 자유로이 뻗어나가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겼다. 인간이란 이성적이며 진보적이고 인류의 역사가 끊임없이 발전해나간다고 믿는 그들의 눈에는 이러한 자본화의 추세가 타자를 존중하고 중요하게 여기며 그를 자신의 내면안에 온전히 품어낸다는 정신의 성숙과정이 결여된 것 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45068359_695177304202897_4511533406923784192_n.jpg

 

 

 

하지만 현시대는 노동자가 즐비하고 글로벌한 세계경제가 국가와 국가를 넘어 거미줄처럼 얽히게 된 시대가 되었다. 과거의 이념들은 낡은 것이 되었고, 국가는 과거처럼 국가 그 이상의 역할을 맡아 인간정신의 징검다리가 될 거라는 확신을 이제 그 누구에게도 주지 못하고 있다. 현 시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후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책 아즈마 히로키의 '관광객의 철학'을 읽어보길 바란다. 내가 요약한 위의 글보다 훨씬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펼쳐나가니깐.

 

 

예전에 쓴 글 옮김, 원글링크.

https://m.idpaper.co.kr/counsel/item/item_view.html?cnslSeq=816434&rurlList=https%3A%2F%2Fm.idpaper.co.kr%2Fcounsel%2Fitem%2Fitem_list_my.html

3개의 댓글

2022.05.27

글이 흥미로워서 추천해주신 관광객의 철학도 읽어봐야겠어요!

0
2022.05.27
@별명임
0
2022.05.27
@별명임

그의 이전 작들부터 읽으면 현대사회에 대해 저자의 시야가 점차 바뀌는 걸 느낄 수 있어 더욱 재미있어요

1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2424 [역사] 네안데르탈인은 어떻게 생겼을까? 8 식별불해 16 16 시간 전
12423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게임에서 만난 여대생에게 돈을 주겠다며 집... 그그그그 1 1 일 전
12422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바람피우던 여성의 실종, 27년 뒤 법정에 선... 그그그그 2 3 일 전
12421 [역사] American Socialists-링컨대대의 투쟁과 최후(下) 2 綠象 5 4 일 전
12420 [역사] American Socialists-링컨대대의 투쟁과 최후(中) 1 綠象 3 5 일 전
12419 [기타 지식] 아무리 만들어봐도 맛이 없는 칵테일, 브롱스편 - 바텐더 개... 3 지나가는김개붕 2 5 일 전
12418 [역사] American Socialists-링컨대대의 투쟁과 최후(上) 5 綠象 4 6 일 전
12417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 보돔 호수 살인사건 2 그그그그 2 7 일 전
12416 [기타 지식] 일본에 의해서 만들어진 칵테일들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 2 지나가는김개붕 6 7 일 전
12415 [기타 지식] 중국에서 안드로이드 폰을 사면 안되는 이유? 10 대한민국이탈리아 24 8 일 전
12414 [역사] English) 지도로 보는 정사 삼국지 3 FishAndMaps 5 8 일 전
12413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그녀는 왜 일본 최고령 여성 사형수가 되었나 10 그그그그 10 9 일 전
12412 [기타 지식] 최근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국내 항공업계 (수정판) 15 K1A1 23 10 일 전
12411 [역사] 인류의 기원 (3) 3 식별불해 8 10 일 전
12410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재벌 3세의 아내가 사라졌다? 그리고 밝혀지... 그그그그 5 12 일 전
12409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의붓아버지의 컴퓨터에서 발견한 사진 3 그그그그 9 15 일 전
12408 [기타 지식] 도카이촌 방사능 누출사고 실제 영상 21 ASI 2 15 일 전
12407 [역사] 지도로 보는 정사 삼국지 ver2 19 FishAndMaps 15 17 일 전
12406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지구 2부 21 Mtrap 8 15 일 전
12405 [기타 지식] 100년을 시간을 넘어서 유행한 칵테일, 사제락편 - 바텐더 개... 5 지나가는김개붕 1 17 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