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마리우폴에서의 20일 : 종군기자 수필

AP NEWS의 기사 읽다가 공유하고싶어서 번역해봄.

완벽하게 번역하기에는 귀찮아서 걍 의역한거니깐 원문 참조

기사발행일 : 22년 3월 22일 / 발행자 : MSTYSLAV CHERO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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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우리를 쫓고 있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마리우폴에 남은 유일한 종군기자들이었고 러시아군의 포위와 봉쇄에 대한 생생한 기록을 남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에 남은 의사들로부터 백색 가운을 받아 의사로 위장하며 병원에서 우리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는데,

어느 새벽 갑자기 군인들이 들이닥치며, '기자들은 여기에 있습니까?'라고 소리쳤다

나는 군인들의 복장을 살펴보며 혹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으로 위장한게 아닐까 의심했다.

이런 생각을 접고 내가 기자라고 밝히자 그들은 '당신들을 대피시키려고 왔소'라고 우리를 찾은 목적을 밝혔다

솔직히 건물 바깥에는 언제 포탄이나 총알이 날아들 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내부에 있는게 더 안전해 보였지만

우리를 찾아온 군인들은 기자들을 마리우폴 외부로 대피시키라는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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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시민들과 공격당하는 도시)

 

우리팀을 도와준 의료진과 폭격으로 부상당한 환자들이 병원 복도에 널부러져 자고있었다.

갈 곳 없는 그들을 버리고 가는 듯하여 상당히 씁쓸한 기분을 맛보며 병원을 나섰다

9분, 아니 10분정도 폭격당한 거리를 헤치며 나아갔다

가까운 곳에 포격이 떨어질 때마다 지면에 엎드려서 그런지 그 시간이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

포탄이 떨어질때마다 가슴이 내려앉았고 손은 차가워졌다

겨우 목적지에 도착한 뒤 장갑차를 타고 한 지하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제서야 왜 우크라이나 정부가 안그래도 부족한 병력을 우리팀을 대피시키는데 할당했는지 알 수 있었다

"만약 당신네들이 잡힌다면 러시아놈들은 당신들의 카메라를 뺐을 것이오.

그리고 당신네들 스스로 이런 기록들이 조작된 것이라고 말하게 만들거요

그렇게된다면 당신네 기자들이 마리우폴에서 한 모든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고 말테지"

우크라이나 정부관계자는 우리팀에게 마리우폴이 어떻게 죽어가는지 전세계 사람들이 알게해달라며, 제발 도시에서 대피해달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가 살아서 도시를 빠져나갈 수 있을 지는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다.

3월 15일, 우리는 그렇게 철수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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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지대의 하르키우)

 

나는 러시아와의 국경지대에 위치한 하르키우에서 십대시절을 보냈고, 학교 수업으로 총을 어떻게 다루는지 배웠다

당시 학생이었던 나는 이런 수업이 다소 쓸모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인생이란 참 알 수 없는 듯하다

나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에 종군하며 전쟁의 모습을 전세계에 알리고자 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국경지대에 주둔하고 미국이나 유럽등의 서방국가들이 자국민을 대피시킬 때,

난 나의 고향 하르키우를 떠올리며 생각했다. '오 나의 고향 하르키우여..'

전쟁이 시작하고 처음 며칠동안 러시아군은 하르키우의 자유광장에 상당한 폭탄을 때려박았다

나의 청춘이 담긴 그 곳을 말이다

나는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을 전략적 목표로 노릴 것임을 알았다. 왜냐하면 아조프해에 위치한 항구도시니깐

그래서 2월 23일 저녁, 나의 오랜 동료사진사와 함께 마리우폴로 향했다

마리우폴로 향하면서 스페어타이어 등 필요한 물건들을 거리의 상점에서 구할 수 있었다

다만, 우리가 어디로 향하고 있으며 무엇때문에 가는지를 말해주자 우리를 미친놈처럼 보았지만

우리는 새벽 3시 30분 마리우폴에 도착했다.

전쟁이 시작하고 한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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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마리우폴의 방공기지)

 

43만 마리우폴 주민의 1/4정도가 전쟁 첫 날에 도시를 떠났다.

그리고 그 때가 대피가 가능한 마지막 시점이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전쟁이 진짜로 일어날 지 몰랐고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점을 알았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늦었다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을 포위하고 전력, 물, 식량공급을 끊고 나중에는 통신까지 끊어버렸다

다른 기자들은 통신이 끊기고 도시가 완전히 봉쇄당하기 전에 마리우폴을 탈출했다

마리우폴을 봉쇄하고 모든 것을 차단함으로써 러시아군은 2가지의 목표를 이루었다

우선 '혼란'이다.

사람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몰랐고 그렇기때문에 패닉에 빠졌다

처음에 나는 마리우폴이 왜 이렇게 빨리 *무너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에와서야 나는 이것이 커뮤니케이션의 부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원문에서는 fell apart라고 되어있고 함락되다라고도 해석할 수 있지만 그냥 무너졌다라고 번역함

그리고 '외부와의 단절'이다

마리우폴에서 어떤 소식도 새어나가지 못하기에 러시아군은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다

건물이 무너지고 아이들이 죽어나갔지만, 우리가 도시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면 아무일도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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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에서 마리우폴의 참상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서 우리는 마리우폴로 향했던 것이고,

이런 이유에서 러시아군은 우리를 추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살면서 이토록 '알린다'라는 행위가 중요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나는 본 기사를 통해 마리우폴의 참상을 전세계에 알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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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마리우폴 병원상황)

 

죽음은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다

2월 27일, 폭격으로 실려온 어린 소녀를 의사들이 살려보려했지만 결국 그녀는 사망했다

최초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2번째 3번째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앰뷸런스 차량은 운행을 포기해야만 했었다

왜냐하면 통신이 끊겨 사람들은 전화를 할 수 없었고, 앰뷸런스 차량도 폭격당한 도로를 주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의료진들은 우리팀에게 울분을 토하여 말했다

주민들이 부상당하거나 죽은 자기 가족들을 업고 오는 모습을 찍어달라고

비록 전력은 부족하지만 당신들 카메라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쓰게해주겠다고

지금 마리우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세계는 모르고 있다고

러시아군의 폭격은 병원과 주택들을 강타했다

우리팀의 차량도 창문이 깨지거나 타이어가 터져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거리에서 뛰어다니며 폭격당하는 도시의 모습을 찍어야만 했다

Budivel’nykiv 거리의 한 식료품 가게는 아직 외부로의 인터넷이 살아있었다

우리는 하루에 한 번 여기로 숨어들어 계단 밑 바닥에 엎드린 채로 우리가 찍은 사진과 영상을 전세계가 볼 수 있도록 업로드할 수 있었다

비록 계단이 우리를 보호해주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보호받는 느낌은 들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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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으로 불타는 마리우폴의 한 아파트)

 

 

다만 3월 3일이 되자 식료품가게의 인터넷도 끊겨버렸다

우리는 병원 7층 창문에서 신호를 보내고자 시도하던중 폭격으로 무너지는 아파트를 보고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다

우리는 포격과 총성을 뚫고 마리우폴의 식료품 가게로 향했으나 이미 가게는 주민들에게 약탈당하는 중이었다

수 십의 사람들이 쇼핑카트에 전자기기나 음식, 옷 등을 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가게 옥상에서 포탄이 터지는 굉음이 났고 나는 바닥에 웅크리며 다음 포격을 준비했다

그 순간을 영상으로 남기지 못한 것이 지금까지도 후회된다

다행히 두 번째 포탄은 가게 옆 아파트를 때렸지만 난 여전히 바닥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온갖 물건들이 매대에서 떨어지는 와중에 어떤 십대가 지나가며 말했다

'제 친구들이 방금까지 저기 있었는데 설마 맞았을까요? 한 10미터 차이로 일단 저희는 안맞아서 다행이에요'

인터넷이 끊겼다는 걸 확인한 이상 더이상 있을 이유가 없었고 병원으로 복귀했다

우리가 복귀하고 한 20분쯤 지나자 환자들이 쇼핑카트에 실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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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용 사진. 실제 스팟 아님)

 

 

며칠 동안 우리를 외부세계와 연결시켜주는 것은 위성전화뿐이었다

그리고 위성전화가 연결되는 유일한 스팟은 병원 외부의 포탄구덩이 근처였고 어떤 엄폐물도 없었다

나는 그저 그 구덩이에 앉아 약한 신호가 연결되기만을 기도할 뿐이었다

근처의 모든 사람들이 전쟁이 언제 끝나는 지 물어보았지만, 나로서는 답해줄 수 없었다

매일같이 우크라이나군이 곧 포위를 뚫고 마리우폴을 구하러 온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현실은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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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대피소에 숨어있는 마리우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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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격으로 남편을 잃고 병원 복도에서 우는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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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대피소에서 아이를 업고 있는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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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대피소에서의 사람들)

 

 

이때쯤되자 난 병원에서 수 많은 환자들의 죽음과 거리의 즐비한 시체들, 공동묘치에 매장되는 희생자들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너무나 많은 죽음을 봐야만 했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했다

 

https://youtu.be/fFD4Dqe0F8w

 

 

3월 9일, 두 번의 공습이 있었고 우리가 탄 차량 역시 공격범위에 있었다

창문이 터져나가면서 내 얼굴, 특히 귀쪽에 부상을 입었지만 치명상은 아니었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자 산부인과 병원쪽에서 연기가 보였다

우리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은 피흘리는 산모들을 무너진 병원의 잔해에서 꺼내고 있었다

카메라 배터리가 거의 다 떨어졌고 우리는 방금 찍은 사진들을 외부로 보낼 방법이 없었다

병원을 폭격한 소식을 어떻게 외부로 보낼 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우리 이야기를 우연찮게 들은 경찰이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다

 

'이 사진은 전쟁의 양상을 바꿀거요'

 

그 경찰은 우리에게 카메라를 충전할 수 있고 인터넷연결도 가능한 곳으로 안내했다

덕분에 우리는 수 많은 죽음들 특히 어린아이들의 죽음을 기록할 수 있었다

다만, 그가 말한 *더 많은 죽음이 많은 것을 바꿀 것이라는 생각을 당시에는 끝내 이해할 수는 없었다

*원문 I didn't understad why he thought still more deaths could change anything

지금에와서야 그가 무슨 의미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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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들이 집단묘지에 매장되고 있는 사진)

 

 

어둠을 틈타서 우리는 산모병원 폭격 사진을 업로드했고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통금시간은 일찌감치 지나버렸고 포격은 계속되었지만 경찰은 우리를 안전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에스코트해주었다

그리고 우리가 사용한 인터넷망은 또다시 차단되었다

이렇게 외부와 차단된 상황에서는 우리가 외부로 보낸 사진들에 대해서 러시아가 어떻게 왜곡하고 선전할 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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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러시아는 우리가 보낸 사진들에 대해서 가짜뉴스이며 부상당한 임산부는 배우의 연기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UN안보리에서도 산부인과 폭격에 대한 거짓말을 계속했다

러시아가 산부인과 폭격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는 사이에 우리도 주민들로부터 질문폭격을 받고 있었다

사람들이 전쟁관련 뉴스를 우리에게 끊임없이 물어보았기 때문이다

또 많은 사람들이 우리팀에게 와서 자신의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사진이 찍혀 외부로 나간다면 자기가족들이 자신의 생존을 알고 안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이다

이 당시의 마리우폴에서는 그 어떤 우크라이나 라디오나 티비신호도 잡히지 않았다

유일하게 잡히는 라디오신호는 러시아 라디오였으며 러시아의 프로파간다만 들을 수 있었다

다만,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는 그런 프로파간다가 큰 힘을 발휘했으며

일부 주민들은 러시아의 프로파간다를 믿는 경우도 있었다 그들이 실제로 보고 겪는 상황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라디오는 반복적으로 짧은 내용을 전달했다

 

'마리우폴은 포위당했다.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

 

3월 11일, 한 팀멤버는 산부인과 폭격에서 살아남은 임산부를 찾자고 제안했다

그들의 존재를 찾기만 한다면 강력한 증거가 될 것이고, 러시아의 주장을 반박하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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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폭격으로부터 생존한 임산부를 찾을 수 있었고 그녀의 아기도 무사했다

다만 그녀는 운이 좋았던 경우였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산모가 죽거나 혹은 아이가 죽거나 아니면 둘 다 죽었거나 다양한 케이스가 있었다

이 증거들을 외부로 보내기 위해 병원 7층으로 올라가 미약한 신호에 어떻게든 연결시키려고 시도하던 중이었다

거기서 난 탱크들이 줄지어 병원으로 오고있는 모습을 보았고 그 탱크들은 모두 러시아군을 상징하는 'Z'표시가 적혀있었다

병원은 포위당했다.

수 십명의 의료진과 수 백명의 환자들, 그리고 우리팀까지 말이다

병원을 지켜주던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이미 없었다. 싸우고 있거나 죽었겠지

식량과 식수, 그리고 촬영장비가 있는 차량까지 가는 길은 이미 러시아군 저격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둠이 내려앉고 시간이 지나자 전투가 시작되었고 폭발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글의 초입부에서 말했듯이 우크라이나 군은 우리를 대피시키기로 결정했다

사실 그 당시의 나는 그런 도움이 별로 대피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저 위험한 이 곳에서 다른 위험한 곳으로 옮겨가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왜나하면 그 당시의 마리우폴은 이미 안전한 장소가 없었고 마찬가지로 대피할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마리우폴에서 우리는 언제 어느 순간이라도 죽을 수 있었다

물론 우리를 대피시켜준다는 군인들에게 매우 고마웠지만 동시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마리우폴에서 우리만 떠난다는 것에 일말의 부끄러움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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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탈출에 사용되었던 현대차. 유리는 대부분 깨져버렸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현대차에 몸을 어떻게든 구겨넣었고 마리우폴에서 나가기 위해서 약 5km정도를 가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그 날 약 3만명의 사람들이 마리우폴에서 빠져나왔다

도시를 포위하고 있던 대량의 러시아군은 외부의 지원을 막고 도시 내부의 저항에 집중하고 있었기에

누가봐도 민간인이 탈출하는 것처럼 보이는 허름한 승용차에는 관심이 없었다

다만, 그 5km는 지옥이었다

사람들은 극도로 긴장하고 있었고 사소한 것에도 서로 싸우거나 소리치며 이성을 잃었다

하늘에서 뭔가 날라올 때마다 그것은 폭격이거나 전투기였고,

끊임없이 계속되는 포격으로 인해 땅이 흔들리고 귀가 먹먹한 수준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러시아군의 검문소를 15번이나 통과해야만 했다

매 순간마다 조수석의 한 아줌마는 벌벌 떨며 기도를 통해 신을 찾았고, 우리는 그저 그것을 듣고 있어야만 했다

러시아군은 정말로 중무장한 상태였고 우리는 매 검문소를 이런식으로 통과했다

3번째, 10번째, 15번째.

검문소를 통과할수록 마리우폴이 결국 버틸 것이라는 나의 희망은 사라져갔다

나는 검문소를 통과하며 우크라이나군이 마리우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이겨내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마 그럴 일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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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서스 위치)

 

저녁이 되어서야 우리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진군을 막기 위해 파괴한 다리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대략 20대 정도의 적십자 차량들 역시 마찬가지로 멈춰있었다

15번째 검문소에서 코카서스 억양의 러시아군은 우리를 포함한 모든 차량에게 헤드라이트를 끄라고 지시했다

도로에 놓여있는 장비들이나 군사차량들이 보이는 것을 꺼리는 것처럼 보였고 그래서 난 'Z' 표시를 볼 수 없었다

그렇게 마침내 16번째 검문소에 도착했을 때, 나는 들을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어를 말이다

온 몸에 피가 도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안도감이 들었다

조수석의 아줌마가 울기 시작했고 각자의 방식으로 안도감을 표현했다

 

그렇게 우리는 마리우폴에서 빠져나왔다

 

우리는 마리우폴에 남았던 마지막 기자였고, 지금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많은 우크라이나사람들은 우리가 찍은 마리우폴 주민들의 사진을 보고 우리에게 연락해온다

내가 사진으로 남겼던 그들의 가족, 연인, 친구 등이 아직까지 살아있냐고, 아니면 죽었냐고

그런 연락 하나하나가 필사적으로 느껴지면서 동시에 친밀하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이런 연락들을 받다보면 마치 내가 우크라이나인이 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 이런 연락들을 받아보면 마치 내가 그들을 도와줄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러시아군이 수 백명의 마리우폴 주민들이 피난소로 쓰고있는 극장을 폭격했을 때

난 어디로 가야 생존자들과 이야기할 수 있으며,

잔해 속에서 몇시간 동안이나 갇혀있었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있었다

왜냐하면 난 그 극장에 익숙했고 주변에 지리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 폭격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도 내가 아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또 수 백명의 주민들이 대피소로 쓰고있었던 예술학교를 러시아가 폭격했을 때도

난 예술학교가 어떻게 생겼으며 주변에 어떤 건물이 있는 지를 알고있었고

그리고 아마 폭격의 희생자와 생존자들도 내가 아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 더이상 마리우폴로 갈 수 없다

그리고 마리우폴은 외부와 차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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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텐 사이로 보이는 폭격으로 인해 불타는 마리우폴 모습)

 

이 기사는 Chernov의 이야기를 AP통신의 기자인 Lori Hinnant가 파리에서 각색한 것입니다.

Vasylisa Stepanenko의 기여에도 감사를 표합니다

특별히 새로운 정보는 없지만 다 읽고나니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해서 내가 번역함

한국에는 이 뉴스가 안보여서 내가 한거고 완벽한 번역은 아니고 그냥 적당한 수준으로 했으니깐

정말 궁금한 사람은 원문으로 보는거 추천. 원문기사에는 촬영한 영상까지도 다 있는데 못 가져온 것도 있음

 

원문기사 : ​https://apnews.com/article/russia-ukraine-europe-edf7240a9d990e7e3e32f82ca351dede/gallery/2710c23718734f52b5c75cfcec2f1662

그리고 왜 마리우폴이 이렇게까지 집중공격받는 지에 대해서는 내가 썼던 이전글 참조바람 https://blog.naver.com/chatho1103/222674582448

 

 

블로그 원본 :  https://blog.naver.com/chatho1103/222685513556

14개의 댓글

2022.03.28

평화가 빨리 오기를

0

이런 일 볼때마다 내가 고민하고 좌절하는 문제들은 그저 아무것도 아닌거 같다. 저 사람들은 생사의 문제를 고민하는데...

0
2022.03.29

슬프고 허망하다. 대체 무엇때문에,,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해서.

0
2022.03.29

피난민은 전선 옆으로 지나갈 수 있구나..

전쟁의 실상은 내가 상상하던 그림이랑 다르네

0
2022.03.29
@lllllIlllll

그 이유는 안적혀잇더라. 인도적 탈출일수도잇고 아니면 진짜로 러시아군이 관심없는걸수고잇고

0
2022.03.29

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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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9

흉기차 성능 확실하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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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9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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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9

집단묘지 사진 진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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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판 택시운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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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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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2

그냥 보기만해도 눈물이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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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렇게 정성들인 글에 추천수가 이게 뭐냐 빨리 올려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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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5
@와타골바이흉민쏜

ㅠㅠ 읽판을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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