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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과 용사는 친해질 수 밖에 없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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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과용사는친해질수밖에없었다.jpg


그리고 그건 고양이의 탓이었다. 농담 아니고 진짜로. 고양이가 둘을 친해질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미야아아앗!

우당탕탕. 부딫히는 바람에 천장에서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굴러다닌다. 떨어진 쥐 시체를 보고 용사가 기겁한다.

용사 "가만히 있어!"

말을 들어먹을리가 없다. 늙은 몸으로 상당히 날쌔게 천장 이곳저곳을 누비는 것이다. 뭉게뭉게 먼지구름이 일어나고, 그걸 한껏 들이마신 용사가 기침을 한다.

용사 "컥, 컥. 이게!"

결국 용사가 버둥거리며 천장 틈새로 머리를 집어 넣는다. 그러자 노렸다는듯이 발톱을 휘둘러온다. 하지만 상대는 용사다. 역으로 발을 붙잡혀 천장 밑으로 끄집혀나온다.

미야아아아아아악!

용사 "이 멍청하고- 지랄맞은- 고양이새끼가!"

멍청하고 지랄맞게 생긴 고양이가 남은 세 발을 열심히 휘두르지만 상대는 용사다. 용사가 목덜미를 붙잡고 세차게 흔든다. 뇌가 흔들리자 헤롱헤롱해진 고양이가 축 늘어진다. 만족스럽게 웃는 용사의 머리에 손날이 날아와 박힌다. 딱!

용사 "아!"

마왕 "멍청아! 무슨 짓거리야!"

마왕이 고양이를 뺏어든다. 그러자 고양이가 눈을 그렁이며 마왕의 손을 열심히 핥는다. 격렬하게 애정표현을 해온다. 마왕이 눈을 가늘게 뜨고 그걸 내려다본다.

마왕 "영악한 새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쓰다듬어준다. 거친 털과 늘어진 주름살, 뚱뚱한 몸에 심술 가득한 표정. 팔에 안겨 거만한 눈으로 용사를 노려보는게 그야말로 마왕의 고양이에 어울리는 모습이다. 쓰다듬는 털 사이로 먼지구름이 한아름 올라온다. 그걸보고 마왕이 기겁을 한다.

마왕 "히이익."

용사 "빨랫물에 담궈버려라. 어서."

마왕이 입을 막고서 오물 옮기듯 고양이를 화장실로 옮긴다. 이내 물 흐르는 소리와 발광하는 고양이 소리, 그리고-

마왕 "가만히 있어! 악! 멍청한 새끼야!"

고통받는 마왕의 소리가 들린다. 용사는 손을 털며 자리를 옮겼다.


잠시 뒤.

마왕 "허억. 허억..."

마왕이 눈 풀린 고양이를 집어들고 응접실 문을 연다. 용사가 그걸 빤히 바라본다. 떠올렸다는 듯이 손을 딱 튕긴다.

용사 "물고문을 했군."

마왕 "그런 취미 없거든?"

용사 "음? 그럼 목욕이라도 시킨건가? 쥐고 흔든 것보다 심한 꼴이 되었는데."

마왕 "닥쳐봐. 좀 격하게 씻길 필요가 있었어."

용사 "체셔한테 미움받겠군."

마왕 "어머, 네 입에선 미움받네 어쩌네 하는 소리가 나오면 안되지."

마왕이 소파에 앉는다. 고양이도, 즉 체셔도 옆에 눕는다. 아니 누우려고 했는데 몸이 쿠션사이로 빠지는 바람에 바둥거린다. 마왕이 한숨을 쉬며 그걸 꺼내준다.

마왕 "이름이 아깝다. 모자란 놈."

용사 "왜?"

마왕 "원래 체셔라는 고양이가 있었어. 엄청나게 똑똑하고 음흉한 놈이지."

용사 "과분한 이름을 달아줬군."

마왕 "공감이야. 품종이 비슷하면 똑똑한것도 비슷할 줄 알았더니. 그냥 잔머리만 들어차가지고는."

마왕이 혀를 찬다. 체셔가 가르릉 거리며 다시 거만하게 드러눕는다. 용사가 기가 차다는듯이 웃는다.


용사 "어쩌다 키우게 되었나?"

마왕 "응?"

용사 "내말은, 내가 여기 오기 전부터 고양이는 키우고 있었지 않았나. 어쩌다 키우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마왕 "아... 그거. 별건 아닌데. 내가 고양이는 못다뤄."

용사 "...그럴것 같긴 했지."

마왕이 소파 뒤쪽으로 허리를 숙인다. 소파 바닥으로 손을 내민다. 그러자 그늘 뒤에서 자그마한 거미 하나가 모습을 보인다. 스물스물 기어온다. 얌전히 마왕의 손가락에 올라탄다. 마왕이 손을 들어 눈높이를 맞춘다. 거미가 가만히 마왕의 눈을 들여다본다.

마왕 "정확히는 잘 못다룬다고 생각하면 돼. 까마귀들은 마왕에 대한 존경심이라도 있는데 고양이는 지가 최고고 귀찮은거 싫어하고... 아주 건방진 놈들이야."

마왕이 소파를 타고 올라가 창틀 위쪽에 손을 뻗는다. 거미가 창틀 위로 올라간다. 실을 내며 집짓기에 들어간다.

마왕 "특히 이녀석은 심했고."

용사 "알것같다. 그래서 오히려 키울 맘이 든게로군? 유일하게 말을 안듣는 놈이라서?"

마왕이 고개를 끄덕인다.

마왕 "다른 동물들은 옆에 둬봐야 재미가 없지. 시키면 시키는대로 할 뿐이고. 그러면 부하랑 차이점이 없잖아."

용사 "그래도 사흘 내내 천장을 구르며 난리를 피워대는건 예상 밖이겠군."

마왕 "난... 난 그냥 좀 독특하고 신비로운 교감을 원했던건데... 이건 잘못됐어..."

마왕이 풀린 눈으로 중얼거린다. 체셔가 몸을 일으키더니 소파에서 원형탁자로 뛴다. 쿵- 육중한 소리가 난다. 너무 무거운 나머지 탁자가 기우뚱 하고 넘어진다.

용사 "어엇."

재빨리 용사가 탁자를 잡는다. 미끄러지던 체셔가 용사의 팔을 붙잡고 대롱대롱 매달린다. 떼다가 탁자 위에 얹어주었다. 체셔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도도하게 용사를 바라본다.


용사 "그러고보니 이녀석, 나를 무서워하질 않는데?"

마왕 "그야... 멍청... 그러게. 다들 널 싫어하는데 말이야. 이상하네."

용사 "이봐. 너 동물과 대화가 가능한 거였지."

마왕 "치매왔어?"

용사 "체셔하고도 일단은 대화가 되는거지?"

마왕 "당연히."

용사 "그럼 통역도 되는것 아닌가?"

마왕 "무, 뭣?"

마왕이 농담하지 말라는 투로 용사를 바라보지만 용사의 표정은 제법 진지하다. 흥미진진해 보인다.

용사 "내가 무섭냐고 물어봐라."

마왕 "뭐하자는건지 모르겠네!"

용사 "난 동물하고 이렇게 가까이 있는게 거의 처음이란 말이다. 부탁한다."

마왕 "무슨... 나 참..."

용사가 가만히 대답을 기다린다. 마치 목사 앞의 신자처럼 체셔의 얼굴을 바라본다. 마왕이 찜찜한 표정으로 체셔와 눈을 맞춘다.


나온 대답은-

마왕 "늙고 냄새나서 그렇지 무섭기는 개뿔이 무섭대."

용사 "오! 오오!"

용사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다리를 떤다. 마왕이 한심하게 쳐다본다.

마왕 "존나게 기분나쁘대. ...그리고 나도 동감이니까 멈춰줄래?"

용사 "크흠. 어흠. 이건 감격스럽군. 지금 내가 동물과 대화하고 있다니! 어쨌든 무섭지는 않다는거군. 좋아..."

마왕 "너 살짝 미친것같아."

용사 "미움받는 삶을 살아봐야 내 기분을 알거다."

굉장히 서글픈 말을 내뱉는다.

용사 "그럼 이번엔,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봐라."

마왕 "..."

체셔가 귀를 긁는다. 대답은-

마왕 "늙고 추하고 똥고집 센 멍청이."

용사 "그거 혹시 네 얘기냐고 물어봐라."

마왕 "..."

먀아아옹. 대답은-

마왕 "정도의 차이를 인지하래. 자기는 너 정도로 심각하진 않대."

용사 "으하하. 말 잘하는군!"

마왕 "글쎄. 둘다 저능아로 보이는데."


용사 "왜 동물들이 나를 피하는지 알려다오."

마왕 "그건..."

용사 "한번 직접 듣고싶다."

마왕 "..."

체셔가 가르릉 거린다. 마왕이 입을 연다.

마왕 "네 핏속에 독이 너무 많아서 닿을까봐 다들 겁내는거래. 자기는 네 멍청함을 아니까 굳이 겁내지 않는것 뿐이고. 놀아주기도 피곤하니 이제 더 묻지 말래... 잠시만."

체셔가 이내 응접실을 떠난다. 씰룩거리는 꼬리를 마왕이 노려본다.

마왕 "죽여버릴까보다."

용사 "뭐?"

마왕 "아, 미안. 이건 혼잣말이고. 사실상 자기덕분에 둘이 친...해진건 기억하고 있냐고 그러네."

용사 "하하. 맨 처음 일을 얘기하는거지? 뜬금없이 너한테 엿을 던지고 가는군."

마왕 "키우는게 아니었어 진짜..."

용사도 용사대로 고민에 빠진다.

용사 "독이라..."

마왕 "신성력이지. 뻔하잖아."

용사 "최근에는 사용한적 없는데. 이게 위험한 힘인건 내가 제일 잘 안다."

마왕 "없어져야 할 힘이야. 인간 멸절의 부가목표이기도 하고."

용사가 입을 다문다. 여기에 대해선 용사도 할 말이 없는 듯 하다.


와장창. 또 천장이 울린다. 먀오오옹. 고양이 소리가 천장에서 먼지와 함께 내려온다. 마왕의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기어코 탁자를 내리친다.

마왕 "또... 또... 또...! 그새를 못참고! 저 망할 고양이새끼가아아아아아악!"

마왕이 칼을 빼들고 사다리로 향한다. 용사가 뜯어말린다. 체셔의 털이 또 검게 물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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