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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과 용사는 친해질 수 밖에 없었다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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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과용사는친해질수밖에없었다.jpg




어느 시인의 말을 인용하기를, 내 친구는 완벽하지 않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너무나 잘 맞는다.

마왕 "긴급 외출이야!"
용사 "아?"
소파에 누운 용사가 비몽사몽간에 대꾸한다. 마왕이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외친다.
마왕 "밖에 나갈거라고. 옷 챙겨!"
게슴츠레한 눈을 돌려 마왕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그대로 얼굴을 다시 묻는다.
용사 "...어디 안갈테니까 혼자 가라."
마왕 "아~ 같이 가자~"
마왕이 용사를 잡고 흔들지만 용사는 소파에 푹 빠져버렸다. 찌르고 꼬집어도 반응이 없다. 마왕이 뺨을 부풀린다. 가까운 창문을 홱 하고 열어젖힌다. 푸드덕, 날아드는 까마귀 날갯짓소리에 용사가 눈을 번쩍 뜬다.
용사 "...! 야야야! 멈춰!"
마왕 "보내버릴거야. 거점에 보내버릴거라고."
용사 "간다! 같이 가겠다! 염병할!"
허둥지둥 용사가 소파에서 굴러내린다. 마왕이 씩 웃는다.
마왕 "준비됐어? 바로 갈거야."
용사 "젠장, 일단 까마귀부터 치워라."
마왕이 고개를 으쓱 하고 보내려던 편지를 다시 끄른다. 까마귀가 용사를 보고 험상궂게 소리를 지른다. 까악!
용사 "성질 더러워졌군. 알고 있나?"
마왕 "흥."
용사가 세면대를 찾아 터벅터벅 걷는다. 마왕이 먼저 입구로 나선다.

용사가 주섬주섬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나온다.
용사 "이시간에 어딜 가는건가. 아직 해도 안떴는데."
말이 무섭게 해가 떠오른다. 능선을 찢고 들어오는 아침햇살에 용사가 눈을 찌푸린다.
마왕 "해 떴는데? 자, 가자."
용사 "..."
앞서가는 마왕의 뒤를 용사가 뒤따른다.
용사 "그래서. 어딜 간다는 건가."
마왕 "가보면 알아."
용사 "하아..."
마왕 "계곡으로 간다, 계곡으로. 그게 그렇게 궁금해? 안알려주니까 막 한숨이 푹푹 나와?"
용사 "계곡? 거긴 무슨 볼일이지?"
마왕 "가보면. 알아."
용사 "됐다. 말을 말지."

둘은 한참을 걸었다.
용사 "근데 왜 내가 널 따라가야 하는건가."
마왕 "계곡이 제법 먼데다 거기서 시간을 좀 쓸수도 있거든. 그 사이에 네가 성에서 빠져나가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잖아."
용사 "얌전히 혼자 있겠다고 했잖나? 진심으로 내가 돌출행동을 할거라고 생각하는건가?"
마왕 "너만 혼자 있는다고 되겠니? 경비용 몬스터들도 들어오는데 사룡이랑 걔네들이랑 마왕성 앞마당에서 짝짜꿍하고 놀래? 오, 아니면 니가 마왕성 지켜줄거야?"
용사 "한마디를 안지는군 정말!"
마왕 "굳이 너랑 가고싶고 그런게 아니라, 이러이러한 합당한 이유가 있으니까 데리고 나온거야. 알았으면 잔말말고 따라오시지!"
티격태격하는 둘의 말소리에 동물들이 자리를 피한다.

둘은 다시 한참을 걸었다.
마왕 "음~ 음~"
용사 "..."
마왕 "Do you remember~ the 21st night- of September~ Love was changing the mind-s of pretenders~"
용사 "...음."
마왕 "While chasing the cloud-s away~"
용사 "처음 듣는군. 어디 노래지?"
마왕 "어? ...아아, 이거? 그냥 마족 노래야."
용사 "가사를 알아들을수가 없는데. 마족어인가?"
마왕 "글...쎄. 마족어는 아니고. 그냥 넌 모르는 언어야."
용사 "신기한걸 많이 알고 있군. 나도 여러군데 다녀봤지만 그런 언어는 들어본적이 없다."
마왕이 묵묵히 길을 걷는다.
마왕 "옛날 언어일거야 아마. 지금은 안쓰는."
용사 "그런건가."
용사가 의문이 풀렸는지 얌전히 뒤이어 간다.
마왕 "거의 다 왔네. 좀만 더 가면 돼."
졸졸거리는 물소리가 들린다.

콰아아아- 쏟아져내리는 물소리가 들린다.
마왕 "과연. 이게 문제셨구만."
용사의 눈에도 거센 물길이 보인다. 물길은 절벽으로 이어지다가, 중간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나무통에 막혀버린다.
용사 "...저 나무통은 뭐지?"
마왕 "늙고 썩은 나무가 기어이 쓰러진 모양이야. 여기까지 떠밀려와선 걸려서 움직이질 않나봐."
때문에 물이 좌우로 갈라져 떨어진다. 내려다보니, 폭포가 좌우로 새서 물난리가 나버렸다.
마왕 "저 아래 숲속 친구들은 지옥을 겪고 있대."
용사 "물살이 세서 직접 치우긴 위험하겠군."
마왕 "자살행위나 다름 없지."
용사 "마법을 쏘면?"
그 말에 마왕이 손을 휘둘러 몇발의 어스 차지를 때려박는다. 투툭. 물만 요란하게 튀고 나무는 흔들릴 낌새도 없다.
마왕 "이정도 마법으론 안되네. 아랫 선에서 해결 못한 이유가 있었겠지."
용사 "음."
둘은 잠시 물을 바라보며 고민했다.
용사 "너무 크고 무거워서 끄집어 내는건 절대 무리고, 차라리 아래로 떨어뜨린다음에 물살이 약한 아래쪽에서 치우는게 맞아보인다."
마왕 "그래보이네. 거기서부턴 내 군대한테 맡겨도 되고."
부스럭, 부스럭.
갑작스레 부자연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둘은 말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저 멀리 나뭇잎 사이로 뭔가 이곳을 향해 걸어오는 것이 보인다. 그래, 그 모습은-
마왕 "인간?"

쿵. 빠드득.
용사가 마왕을 밀치고 손을 찍어누른다. 검을 뽑으려던 손이 쥐어채여 부들부들 떨린다. 마왕의 검이 반쯤 뽑힌 채 검집에서 발광한다.
마왕 "...놔."
용사 "안돼."
마왕 "오래 안걸려. 금방 죽이고 돌아올거야."
용사 "내가 내 눈앞에서 인간이 죽는 꼴을 볼것 같나?"
빠득. 빠득. 걸어오는 인간을 마왕이 노려본다.
용사 "허튼 짓 마라! 절대 죽이게 두지 않는다!"
마왕 "저녀석은 영역을 침범했다고? 마왕의 영역에 인간은 없어. 예외조항은 인정하지 않아...!"
용사 "큭..."
자박자박. 인간의 모습이 점점 가까워진다. 마왕이 검집에 얹은 손을 떼고 목표를 조준한다. 용사가 즉시 마왕을 붙잡고 빙글 돌린다.
마왕 "비켜...!"
용사 "손을 내려라!"
옥신각신 실랑이를 하는 와중에 인간은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수풀을 빠져나온다. 용사가 뒤를 돌아보자 눈앞에 나타난 모습은-
용사 "...응? 꼬마애?"

"누구세요?" 꼬마애가 되묻는다. 용사도 마왕도 잠시 벙찐다. 용사가 먼저 정신을 차리고 마왕의 뿔 위에 외투를 뒤집어씌운다.
마왕 "어풋."
외투와 씨름하는 마왕을 등 뒤로 가리며 꼬마에게 말한다.
용사 "아~ 아. 우리는 그, 지나가던 사냥꾼들인데, 계곡에 위험한건 없나 살피러 왔다, 아니 왔단다."
용사가 마왕의 발을 콱 밟는다.
마왕 "아얏, 이런 개썅-"
용사 "말좀 맞춰봐라...! 얌전히 돌려보낼거다...!"
용사가 다급히 귀엣말을 한다. 손목이 아직 잡혀있으므로, 마왕도 억지로 웃으며 말을 맞춰준다.
마왕 "응, 맞아. 우린 사냥꾼이란다 꼬마야. 만나서 반가워!"
덜덜거리는 검집을 용사가 필사적으로 가린다. "...사냥꾼 맞아요? 좀 이상한데."
용사 "그럼그럼, 우린 실력있는 사냥꾼이다. 그러니까 이런 위험한 곳에서도 돌아다니는것 아니겠나?"
마왕 "그래. 가까이 와볼래?"
용사가 다시 발을 콱 밟는다.
용사 "아니야! 가까이 올 필요는 없단다!"
꼬마가 의심어린 눈초리로 바라본다. 바보같이 히죽히죽거리는 둘의 모습이 매우 한심해보인다. "뭐, 나쁜사람같진 않네요." 꿈틀거리던 마왕이 한숨을 쉬며 손을 펼치자 용사가 손을 놓아준다. 마왕이 얌전히 검을 놓는다.
용사 "꼬마야, 어쩌다 여기까지 나왔는지 말해주련? 여긴 위험하단다. 알고 있지?"
"그렇게 위험하진 않아요. 이정도면 깊게 들어온것도 아닌걸요." 꼬마가 대꾸한다. 마왕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용사 "아니, 대단히 위험해. 꼬마야, 사실 우린 지금 마왕군 한명을 추적하는 길이야. 마족이 이 근처를 다니고 있다는 말이다. 절대 마족 구역으로 돌아다녀선 안돼."
마왕 "그래그래. 그리고 내생각엔 그 마족이 널 봤다간, 바로 싹둑싹둑 썰어버릴것 같은걸!"
용사가 마왕을 노려본다. 마왕이 뭐 잘못말했냐는 투로 바라본다.
"으음. 알았어요. 빨리 돌아갈게요." 다행히도 꼬마는 말을 잘 들었다.
용사 "조심히 돌아가라. 앞으론 이런데 오지 말고."
"네. 사냥꾼 누나랑... 아저씨도. 조심히 가세요."
마왕 "푸핫."
용사가 얼굴을 찌푸린다.
용사 "아저씨라고?"
"...아저씨 맞는거 같은데요." 꼬마가 안해도 될 말을 덧붙인다.
마왕 "큭큭큭큭큭큭."
마왕이 배를 잡고 웃는다. 돌아가는 꼬마를 용사가 멍청하게 지켜본다.

용사 "...야임마! 벌써 아저씨 소리 들을 나이는 아니야!"
꼬마가 시야에서 사라진다. 마왕이 용사를 툭 친다.
마왕 "아저씨. 저 나무좀 치워줘요."
용사 "닥쳐라 이 사기꾼. 누나소리 들어먹으면서 양심에 찔리는 것도 없는가?"
마왕 "음~ 나이는 세다가 까먹었는데? 아마 17살쯤 되지 않았을까?"
용사 "양심이 없군!"
마왕 "자, 치우자. 빨리."
마왕이 손을 들어 나무를 겨눈다. 용사도 손을 뻗는다.
마왕 "모든 것은 가이아의 숨결 앞에서."
용사 "때려 부수는 가이아의 발걸음으로."
둘은 영창한다.
콰아아앙! 위력이 다른 어스 차지가 나무를 밀쳐낸다. 기우뚱하고 나무가 일어난다. 그대로 넘어져 절벽 아래로 사라진다. 첨벙.
마왕 "성공이네.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할게."
용사 "지금 생각해보니 와서 다행이군."
마왕 "뭐가?"
용사 "저 꼬마 말이다. 정말로 너 혼자 보냈으면 아마 너에게 죽었겠지."
마왕 "뭐 그렇긴 한데, 별 의미 없지 않아? 지금 살아가도 나중엔 죽을텐데?"
용사 "...그렇겠지. 그래도 지금은 살아갔다. 그거면 돼."
마왕 "...아저씨 다됐네."
용사 "그만해라."
용사가 무의식중에 이마의 주름살을 편다. 물살이 세차게 흐른다. 마왕과 용사가 돌아간다.

//표지 일러스트를 구했습니다! 여러분이 상상하시던 마왕과 용사의 모습과 차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리고 가이아는 복선같은게 아닙니다. 제 소설은 너무 생각 많이하면서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용사 "아까 그 노래나 다시 불러봐라."
마왕 "응? 왜?"
용사 "그냥. 좋은 노래던데."
마왕 "음음. Do you remember. the 21st night, of September..."

1개의 댓글

2017.06.20
대본소설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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