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고려전쟁사 - 여진정벌 (1)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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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진족은 우리 민족과 오랫동안 가까이 지낸 민족이다. 삼국시대엔 숙신, 말갈 등으로 불리었고 고려시대부터 여진이란 명칭이 굳어졌다. 고구려, 발해와는 함께 나라를 이루었고, 수당전쟁 때는 함께 싸웠고 10세기에서 11세기 전란의 시대엔 거란과 고려의 양쪽에 끼어 유린당하고 흩어졌다. 기타 강대국 주변에 살았던 변방 부족처럼 눈치보고, 분열하고, 섬기고, 배신하고, 채이고, 약탈하는 이합집산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민족이었다.

  여진족은 넓게 분포하고 있어 문화와 사회수준도 차이가 났으며 국가를 이루지 못하고 부족이나 소집단으로 생활했다. 중국에선 수준에 따라 숙여진, 생여진 등으로 불렀고 고려는 편안하게 지리로 따져 동여진, 서여진으로 나누었다. 11세기에서 12세기 고려의 동북계에 있는 여진족은 부족 간의 관계도 복잡하며 친고려파, 반고려파, 거란파, 민족주의 등 성향도 다양했다.

  고려는 우호적인 여진인에게 관직을 주며 우대했으며 그 중엔 고려로 귀화해 성을 받은 사람도 있었지만 저항하는 부족에는 무력사용도 주저하지 않았다. 1080년엔 동여진이 난을 일으키자 3만의 군사로 진압하기도 했다하지만 우호적인 부족이나 그렇지 않은 부족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고 그들도 자주 변했다. 어느때는 약탈자로 변했고 더 북쪽에서 원정까지 오기도 했는데 문종의 즉위기간-1046~1083-엔 고려에 투항한 횟수가 130회 고려를 침략한 횟수는 24회였다. .

  여진도 고려를 마찬가지로 믿기 힘들었다. 강자는 변덕스럽다. 약속과 협정은 잘 깨어졌고, 잘 지내다가도 오해나 불상사가 생기면 사신과 상인을 구금하고 살인하기도 했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현종 이후의 평화에 취한걸까? 자신들이 체험하고 이루었던 교훈, 초원의 부족들이 결집하면 어떻게 되는지의 사실을 잊어버렸다. 천리장성을 중심으로 교역하는 길은 열었으나 여진 땅 안쪽으로 사신파견도, 정보 수집도 하지 않고 그들의 가능성을 끊었다.

 

 

어느 고려인

 

 

  10세기 중후반 무렵 지금의 안중근이 이토를 저격한 하얼빈, 당시 완안 부족이 살고 있던 지역으로 그 중 아지고촌이란 곳에 고려인 승려가 한 명이 왔다. 지금의 아성시로 추측되는데 금의 수도가 세워진 곳이다.

 

 

  아지고촌.jpg

<여기 노란점으로 찍힌 곳>

 

 

  그는 김준이라고도 하고 김행지의 아들 김극수였다고도 하는데 어떤 사연으로 고려인이 그 먼 곳까지 갔는지 모른다. 그는 이 마을에서 한 여진 여자와 혼인하고 정착한다. 어떤 로맨스가 있었는지 어떤 사연으로 그렇게 됬는지 모르겠지만 평범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 여자도 평범하진 않았는데 그 부부는 활라라는 손자를 가졌는데 그 활라가 금의 경조로 추존된 오고내였다.

  오고내는 성장하며 이 부족의 리더가 되었고 전형적인 부족의 지도자이며 용사였다. 호색가에 대주가였으며 야성적인 투사로 마지막 원정에도 중장기병의 선두로 전투를 했다. 그는 완안부를 이끌고 주면의 5개 부족을 정복해 여진의 유력 부족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 아들도 그 피가 어디 가질 않는지 둘째 핵리발 , 넷째 피라숙 , 다섯 째 영가가 차례로 추장이 된다. 1085년 추장이 된 영가는 고려의 접경지역의 여진부족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사망하기 전해인 1102년엔 고려와 통교도 맺었다.

  그 때 까지 고려는 여진을 무시했고 특별한 정보도 수집하지 않았지만 우연한 사건 하나가 고려의 분위기를 바꿔놓는다.

 

  어떤 의원이 있었는데, 병을 잘 고쳤다. 그는 본래 고려인으로 어디서 왔는지, 이름도 명확하지 않았다. 여진의 완안부에 살았는데 목종(영가) 때 목종의 친척이 병이 들어 그 의원에게 맡기며 고쳐주면 고향으로 돌려보내 주겠노라 약속했다. 의원은 과연 그 친척의 병을 고쳤고 목종은 약속을 지켜 그를 돌려 보내주었다.

 

  이 의원은 고려로 돌아오자 완안부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했고 고려는 놀라 이 때부터 여진의 동향에 주의를 기울인다. 하지만 늦은감이 있었는데 완안부 세력은 이미 간도지방을 거쳐 함경도로 추정되는 갈라전까지 미치고 있었다. 이 지역의 여진인들은 고려에 복종하고 있었지만 사이가 안좋은 부족은 완안부에 붙으려고 했고 고려와 동맹을 맺거나 의탁하는 부족도 있었다.

  고려는 대응을 적극적으로 바꿔 1102년엔 반고려파의 리더급 부족의 추장인 허정과 나불을 억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려는 아직 본격적인 대응방안을 정하지 못했다. 여진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 완안부와 전면전의 우려가 있었고 그렇다고 배척하자니 완안부가 함경도 깊숙이 오고 결속해 거란이 그랬듯이 큰 위험으로 번질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 여진의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만남

 

  영가는 고려와 우호관계를 유지하며 갈라전 침공을 준비했고 유능하며 지도력과 통치력을 가진 석적탄을 책임자로 임명하나 1103년 영가는 죽게 된다.

  수장자리는 핵리발의 장자 우야소로 넘어갔다. 동생 아골타-금 건국 황제-의 보좌를 받던 그는 완안부의 승리에 확신을 가지고 갈라전으로 석적탄을 파견했고 그 기대에 맞게 1104년까지 원정에 상당한 성과를 이루었고 이 지역의 부락을 복속시키며 저항하는 부족은 공격해 정복했다.

 

 

  아골타.jpg

<아골타 지금은 아니지만 후에 그 거란을 박살낸다>

 

 

  석전탄에게 패한 여진족 일부가 고려 국경안으로 도주하는데 함북일대로 추정되는 오수의 여진인들은 모두 고려에 붙었고 이 지역에 임명한 여진 족장 14명이 모두 고려로 도주한다. 1104년 봄에만 1754명이 귀순했다고 한다.

  석적탄은 유능한 사람이었다. 그들은 냅두면 다시 결집할 것이란걸 알았다. 그렇기에 불씨를 남겨선 안된다. 석적탄은 고려로 가는 여진족들을 추격하며 남진했고 함흥을 지나 정평의 관문 앞까지 진출했다. 천리장성까지 온 것이다. 정평은 천리장성을 방어하는 요충지였다.

  완안부는 우연히 고려국경으로 온게 아니었다. 고려로 망명한 여진인들을 내놓으라 요구하러 온 것이다. 이제까지 여진족한테 볼 수 없던 태도였다. 고려는 석적탄에게 화의를 제의하며 시간을 끌었다. 완안부에서 사신을 보냈는데 고려는 이들을 억류한 후 군을 편성하고 11041월에 문하시랑 평장사 임간을 판동북면행 영병마사로 임명해 동북면으로 향해 출발했다.

  고려군은 2월에 정평에 도착하는데 여진군은 천리장성의 관문에서는 물러났던 것 같다. 임간은 완안부의 석적탄 부대를 추격했다. 임간 입장으로썬 방어만 할 순 없었다. 친고려파 여진족의 땅을 되찾아주고 북쪽의 여진족에게 힘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임간이 정평의 관문을 나서 함흥 쪽으로 진군하자 완안부는 역습을 한다. 이 전투에서 고려군은 대패하게 되는데 구채적인 내용은 없지만 고려사에선 태반을 잃었다라고 나오고 금사에선 석적탄이 고려군을 대파하여 살상한 자가 심히 많다라고 한다. 이후 이정도의 표현은 없는 것으로 보아 꽤나 심각한 패배를 당한 것 같다. 패전이유도 적어 놓았는데 임간이 욕심을 부렸다고도 하고 고려군이 훈련이 부족했다고도 한다.

 

 

  정평부.jpg

<천리산성과 정평, 정주>

 

 

  지금 보기엔 훈련이 부족했다가 맞는 듯 싶다. 고려군은 제대로 된 퇴각전투를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도망간다. 정평성에 도달했을 땐 석적탄군과 고려군이 뒤섞여 몰려왔고 성문을 차단할 수 없었고 성을 지켜야할 고려군도 도망가버렸다. 그 결과 석적탄의 부대는 정평 성내로 진입했고 민간인의 피해까지 발생하게 된다. 고려군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빨리 가까운 요새로 들어가야 했다. 그렇게 정평성도 포기하고 선덕관으로 향하게 된다. 선덕관의 위치는 미상인데 장주쯤으로 예측이 된다.

  정평에서 장주까지 15km정도 되는데 여기서도 성에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꼬리를 물고 온다. 희생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없었다. 선덕관의 문은 닫혔고 석적탄군은 임간이 있는 중군까지 압박하고 있었다.

  이 때 품계도 없는 하급 서리, 그 중에서도 밑에서 두 번째 급인 별가-한마디로 나부랭이-가 자신에게 병기와 중갑기마 한 필을 주면 나가 싸우겠다며 소리쳤다. 그는 중추원의 별가로 있다가 전쟁에 따라온 척준경이었다.

  건방진 요구였음에도 급박한 상황에 임간은 요구를 들어주었다. 기록 그대로 단신인지 부대 하나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등장한 척준경은 적진으로 돌격해 단숨에 적장을 살해하고 병사 두명을 구출한다. 교위 준민과 덕린도 적병을 사살한다. 이들은 척준경과 함께 돌격한 고려군이거나 후위의 부대 지휘관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지휘관을 잃고 당황한 적군은 물러나고 그틈에 고려군은 잠깐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 공백을 이용해 척준경은 고려군을 수습하고 있었는데 100여명의 기병이 추격해 왔다. 척준경은 다시 되돌아 돌격해 대상 인점과 함께 적장 두명을 사살한다.

  여진군은 고려군을 길게 추격해 전열이 흩어지고 분산된거 같다. 척준경의 무쌍(...)으로 순식간에 지휘관이 사살되고 고려군이 다시 강습으로 나오자 여진군은 물러섰다. 그러자 고려군은 선덕관에 입성하고 수성태세를 갖출 수 있었지만 정평은 약탈당하고 불태워졌다.

  패전소식을 들은 조정은 임간 이하 지휘부를 파면하고 추밀원사 윤관과 김한충 등을 파견했다. 새로운 지휘관과 보충병력을 받은 고려군은 34일에 출격해 싸우지만 이번에도 패배한다. 여진 쪽 기록에 의하면 석적탄이 기병 500여명을 이끌고 고려군을 벽등수에서 막아 대파하고 추격하자 고려군이 국경너머로 도주했다고 한다.

 

 

  jincavalry.jpg

<여진 기병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런 놈들이 아니었다>

 

 

  패배한 윤관은 완안부와 화친을 제의하고 14명의 추장을 비롯하여 고려로 망명한 여진족 지도자들을 넘긴다. 완안부도 아직 여진 통합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전면전을 하고싶진 않았고 올리골수와 갈라전활탑수를 고려와 여진의 국경으로 정했다. 고려는 병사와 영토를 잃었고 병사는 포로가 되었다. 그들 중 일부는 거란을 통해 탈출하기도 한다.

  임간이 패했을 때만 해도 조정에선 적을 얕보다가 당했다고 생각했지만 윤관까지 패하자 여진의 승전이 우연이 아님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승패는 병가지상사다. 하지만 패한것에서 원인과 결과를 분석해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그건 큰 잘못이다.

  다행히 이 당시 고려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숙종은 분노해 천지신명께 적을 소탕해달라 기원했다. 하지만 그렇게 기도만 한 것이 아니다. 그는 사태가 예상외로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았고 현종 때와 다른 해이에진 전력으론 여진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도 인정한다. 윤관이 돌아와 말을 했다.

 

제가 패전당한 원인은 적들을 말을 탔고 우리는 보행으로 전투한 까닭에 대적할 수가 없었습니다.

 

 왕은 기꺼이 받아들였다. 전쟁준비의 시작이었다.

 

 

7개의 댓글

2014.07.25
이 글들 모아서 책을 내면 진짜 좋을듯 싶딘. 몰입력이 장난아냐ㄷㄷㄷ
0
2014.07.25
글 잘쓰내... ㅊㅊ
0
2014.07.25
다시 돌아와 반가움 ㅎㅎ 이번엔 여진! 근데 아골타 사진 뭔가 존나 무섭네
0
2014.07.25
여기서 척준경이 나오는구나
0
2014.07.25
글 잘 쓰네 ㅎㅎ 문체가 맘에 든다.
이 글들 블로그에 퍼가도 될까?
0
2014.07.25
@이과
ㅇㅇ
0
2014.07.26
고맙다 한국사 공부하면서 고려사가 계속 헷갈렸는데 너가 쓴글들로 정리에 큰 도움이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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