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9. 싸우지 않고 내 생각을 전할 수 있을까? 감정 지연과 나 전달법

 

서론

 

  우리는 종종 곤란한 상황에 놓이곤 합니다. 상대방이 서운한 행동을 했는데, 괜히 말했다가 싸울 것 같고, 괜히 내가 예민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바로 그것이지요. 저도 그런 상황이 종종 찾아오곤 합니다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나의 솔직한 감정을 표현할 방법은 없는 걸까요?

 

 

그들은 왜 화를 내는가?

 

  제일 먼저 생각해 볼 점은, 대체 왜 그들은 화를 내는가? 하는 점이에요. 우리는 그저 우리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뿐인데 ‘알았다’라는 말이 그렇게 힘든 걸까요? 스스로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지적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놀랍게도 우리는 ‘나와는 다른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 것만으로도 ‘공격받았다’라는 판단을 내립니다. 대부분, 사람은 변화를 피하는 ‘항상성’이란 것을 갖고 있는데, ‘현상을 유지하려는 성질’에 의해 현상을 뒤집을 수도 있는 다른 의견을 듣게 되면 ‘수용’하기보다 즉시 ‘반박’할 준비를 하지요. 어떻게 보면 우리의 알량한 자존심이 우리의 귀를 틀어막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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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나와 다른 의견을 들으면 방어적이게 됩니다.]

 

 

 

우리도 싸울 수밖에 없는 말을 한다.

 

  대화를 나눌 때, 듣는 사람의 문제만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관계’는 양방향이거든요. 우리도 알게 모르게 싸움을 만드는 말을 합니다. 이를테면 ‘네가 그러니까 내가 화를 내는 거야.’ 같은 말이요. 굳이 상대방을 이길 필요가 있던가요? 애초에 우리는 진짜로 화가 난 걸까요? 지금부터는 싸움을 피하는 대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해 봅시다.

 

 

 

가정 – 데이트 약속에 늦은 상대방

 

  여러분은 여러분의 이성 친구와 데이트를 하기로 했습니다. 한껏 멋을 부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지요. 하지만 약속 장소엔 상대방이 없었습니다. 상대방은 최대한 빨리 가고 있다는 말만 반복하다가 결국 30분이나 늦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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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저를 위해 지각해주신 지구-3의 B께 감사드립니다.]

 

 

 

Step 1. 감정 지연 – 가짜 감정 걷어내기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은 어떤 기분인가요? 30분쯤이야 하고 넘길 수 있는 인내심 좋은 분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화가 날 것입니다. 상대방에게 말을 걸기 전에, 잠깐만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해요. ‘분노’라는 감정은 상대방에게 해코지하고 싶은 감정이거든요. 약속시간에 30분이나 늦은 그 사람을 때리고 무릎을 꿇려야 여러분의 기분이 풀릴까요? 역시 대부분은 ‘화가 나긴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에요.’라고 말할 것입니다. 이것이 여러분이 느낀 ‘분노’가 가짜 감정이라는 증거입니다.

 

  감정은 한 번에 한 가지만 나타나지 않습니다. 감정은 마치 여러 겹으로 겹쳐진 셀로판지와 같아요. 이런 감정 한 장, 저런 감정 한 장이 서로 겹치고 겹쳐서 마치 하나의 감정인양 나타나는 것이 감정이지요. 그리고 이렇게 겹쳐진 감정은 대게 ‘즐겁거나’, ‘화나거나’입니다. 각각의 셀로판지는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겠지만, 겹쳐져 있는 셀로판지는 대게 ‘검은색’인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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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쳐진 셀로판지를 표현한 그림입니다. 김 아니에요.]

 

우리는 이렇게 겹쳐진 감정들을 한 장 한 장 분리해야 합니다. 각각의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에요. 화를 내기 전에, 나는 지금 어떤 걸 느끼는지, 그 느낌은 어디서 비롯되는지를 천천히 명확하게 설명해봅시다. 다음과 같은 형태로요.

 

“나는 지금 __하다. 왜냐하면, __ 때문이다.”

예문)“나는 지금 속상하다. 왜냐하면, 30분 동안 서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불안하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나와의 약속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기분이 나쁘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나에게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Step 2. 감정 지연 - 감정을 정제하기

 

  위와 같은 방법으로 감정들을 분리하고 각각의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데 성공했다면, 여러분은 성공적으로 가짜 감정을 걷어내고, 진짜 나의 감정을 찾아낸 것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규정’한 것이지요) 이렇게 소중한 나의 ‘진짜 감정’을 찾아냈다면, 이 감정을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해야 합니다. 다이아몬드 원석은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돌’일 뿐이거든요. 이 ‘원석’을 ‘보석’으로 가공하는 작업이 바로 ‘Step 2. 감정 정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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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이런 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다가 싸우게 됩니다.]

 

 

너 전달법과 나 전달법

 

  감정 표현에 서툰 분들은 ‘이제 분리된 감정을 표현하세요.’라고 지시하면 십중팔구 “그냥 늦는다고 말하면 내가 이해해주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너는 나를 소중하게 대하지 않는 것 같아.” 하는 식으로 표현들 하십니다. 이런 형태의 대화법을 ‘너 전달법’이라고 합니다. 대화의 주체가 ‘상대방’인 것이죠. “네가 이렇게 했어야지.”, “네가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됐지.” 하는 식입니다.

 

  반면 ‘나 전달법’은 대화의 주체가 ‘나’입니다. ‘상대방이 어떤 잘못을 했는가?’를 표현하기보다는 ‘내 감정은 어떤가?’를 표현합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지요.

 

“네가 곧 도착한다고 말을 하면, 나는 2~3분이면 도착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 그게 30분씩 길어지니까 나는 너무 힘들었어.”

“네가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을 때면, 네가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나빠.”

 

 

나 전달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나 전달법이 가져오는 뉘앙스의 변화를 느꼈다면, 나 전달법을 통해 내 감정을 이쁘게 가공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해요. 나 전달법은 다음의 3가지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사실 – 객관적으로 발생한 사실

ex) 상대방이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 상대방이 약속시간에 늦었다.

 

감정 - ‘사실’로부터 느껴진 나의 감정이나 생각

ex) 상대방이 나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믿음직한 모습을 보지 못해 실망스럽다.

 

요구 – 상대방에게 하는 요구

ex) 솔직하게 늦는다고 처음부터 말해줬으면 좋겠다.

 

나 전달법의 구조를 통해 가공된 나의 감정 표현은 이런 식이 됩니다.

 

“네가 약속시간에 30분씩 늦는데도 불구하고 곧 도착한다고 이야기하면, 네가 나와의 약속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아서 기분이 속상해. 다음번엔 미리미리 늦는다고 말해줬으면 좋겠어!”

 

 

 

결론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일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상대방은 방어적으로 반응하고, 우리는 그런 상대방을 감정적으로 대하게 되니까요. 그럴 때는 ‘감정 지연’을 통해 우리의 진짜 감정을 발견하고, 발견한 감정을 ‘나 전달법’이라는 대화법을 통해 예쁜 보석으로 가공해서 상대방에게 표현한다면 싸우지 않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우리의 인내심은 언제나 가득 채워져 있지 않거든요. 그렇다 해도, 감정 지연과 나 전달법을 숙지한다면 다가올 싸움의 절반은 사라질 것입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행복한 사랑만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7 어절 요약

상대방을 비난하지 말고, 솔직하게 마음만 표현하면 됩니다.

 

 

 

 

<이전 글 보기>

1. 정말 연애에 정답은 없는 걸까? 연애 잘 하는 법.

2. 모쏠을 탈출 할 수 있을까? 연애 시작하는 법 - 上

3. 모쏠을 탈출할 수 있을까? 연애 시작하는 법 - 下

4. 매력적인 외모만 있다면 연애가 쉬울까? 오래 연애하는 법.

5. 우리는 왜 자주 싸울까? 자주 싸우는 연애

6. 전남친 잊는 방법이 있을까? 이별 대처법

7. 사람 마음을 돌리는 방법이 있을까? 픽업 아티스트의 이론에 대하여.

8. 애인과 싸운 뒤엔 어떻게 화해해야 할까? 을이 되지 않는 사과법

1개의 댓글

잘보고잇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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