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은 다 돼요. 도로 접해있겠다, 배수로 잘 빠졌겠다, 안 될 이유가 없어요"
- 부동산 중개사 P씨 -
"이 땅 사시면 안돼요. 하나 부터 열 까지 전부 심의 대상이에요."
- A 건축사사무소 -
"사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제가 해결할께요."
- D 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
사기꾼 거르고, 가계약 했던 땅 통수 맞고
또 다시 필지를 알아 보던 중, 우리가 원하는 규모의(6,000㎡이상/계획관리지역) 땅이 매물로 나왔다.
솔직히 공장 용지만 알아보고 있었는데, 우리 회사가 작년 실적으로 기업신용평가 등급이 쵸큼 잘 나와서
대출이 좀 잘 된단다. 그래서 현재 사무실도 슬슬 질려가고, 변화를 줄 땐 확실히 변화를 주고 싶어서
생각보다 큰 규모의 땅을 알아보게 되었다.
< 그림 - 1 : 누가봐도 완벽한 땅 >
그림의 지적도를 보면 일반 철로계획(빨간 선)으로 인해 파생된 지형(지도상 "L" )과 연결된 대상 필지는
철로 하부의 통로박스(암거)를 통해 발생하는 도로이며, 보통의 박스는 4~6M 도로가 생성되어
공장 설립 요건 중 "도로조건"에 꽤 유리한 조건으로 추가 공사가 많이 필요 없기에 개발행위에
상당한 이점과 편리성을 가진 땅으로 보였다.
또한, 해당 필지를 계약 하기 이전 시점부터 설계사와 함께 직접 눈으로 보고 지적 측량 이후에
부동산 및 설계사무소와 계약을 했기 때문에 이전 글 댓글에서 걱정해준, 아래와 같은 상황은 나오지 않았다.
< 그림 - 2 : 푸념을 늘어놓는 현직 설계쟁이와 10만원 용돈 받으려는 설계쟁이 >
(너네 비하 아님. 그냥 농담으로 받아줘라.)
설계사와의 계약은 굉장히 난항?을 겪었다.
왜? 아니 이사람, 계약서를 안 가져와.
대신, 우리가 부동산 계약한 즉시 지적측량에 들어가고 개발행위에 대한 플랜을 주욱 가져오더라.
오. 역시 종합설계사 대표... 일 잘해 잘해~ 만족 만족!
나는 솔직히 건축사사무소도 여러 사무소에 비교 견적을 요청 했다.
(부동산 때 당하고도 또... ㅠㅠ)
A. 기술사협회에서 소개받은 건축사사무소
B. 협력업체에게 소개받은 건축사사무소
(여긴 자기네도 설계 의뢰하려다가 빠그러져서 돈이 묶여있대. 그래서 묶인 돈 쓰자길래)
C. 안성 공장 증축해준 건축사
D. 이래 저래 알게 된 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아직 협회에서 쥐꼬리만한 힘도 없는 뉴비 기술사라 A. 건축사사무소가 마음이 갔는데,
해당 건축사 왈
"여기 안돼요. 돌아가요. 못 해드려요."
아니 왜????
내 눈으로 봤을 땐 아무 문제 없는 땅이다.
물론 경사가 있어 성토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위에 땅 끌어다가 밑에 메꾸고, 축석 쌓으면
아무 문제 없어 보였다.
해당 필지의 문제점은 아래와 같았다.
1)철도 계획상 통로박스의 폭은 6M이상이나, 해당 입지 파생 도로는 4M로 계획 중
= 개발 규모가 5,000㎡ 이상인 곳은 6M 도로에 접도해야 한다.
2) 경사도 문제
= 해당 필지는 진입구간레벨 34.5 / 마감구간레벨 22.5 무려 12M가 차이가나는 경사
= 재해대책에 대한 방지 시설이 필요하다 / 흙을 쌓아 평탄화 시켜야 할거 아니냐?
요즘엔 법면(축석)이 3M 이상 올라가면 심의조차 통과 못 한다. 그래서 힘들다.
3) 오/폐수 관로는 저 멀리 통로박스 지나서 대로에 있다.
= 우리 땅 아닌 부분에 관로 공사를 해야 하며 토목비가 많이 들 것이다
또한, 해당 지주에게 토지 사용 승인을 받아야 하고 지금 쟤네 철도 만들고 있는데
그거 해주겠냐? 힘들다.
이러한 입장이 나왔다.
이 때 까지는 계약 전이라 이 땅을 정말 포기해야 하나... 싶었는데 D. 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가 말했다.
"개발 행위 그렇게 하는거 아닌데~~"
1) 철도청에 확인해보니 철로 계획에서 해당 필지 주변 파생 도로는 6M가 맞다.
2) 땅의 고저차? 그걸 왜 성토를 하냐? 깎아내면 되는거잖아? 그게 더 싸게 먹힌다
3) 정화조 설치하고 펌핑하면 되는데?
아.
신박한 샛기.
이 사람은 내가 땅 보러 갔을 때 따라오는 열정을 보였고,
이래 저래 안된다는 말을 듣고 얘기를 하면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아니 내가 봐도 말도 안되는 것 같은데... 이게 맞나? 싶다가도
"어? 될 것 같은데?" 하면서 나를 유혹했다.
왜 얘는 되는거지? 저 사람은 안 해줬는데? 뭐지? 뭐지?
얘 건축사 아닌데...? 그냥 존나 큰 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인데?
하는 찰나에
"사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제가 해결할께요. 큰 문제는 없어 보이네요."
이러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하면서도
뭔가 알 수 없는 끌림에, 몇 번 밖에 못 봤지만 신속하고 적극적인 고객 응대에 나도
"네, 계약 합시다."
"그러면 대표님, 토지 계약 하시는 동안 저희도 준비좀 하고 있을께요"
이 때 나는 이런 생각으로 이 사람과 계약을 했던 것 같다.
'계약서에 사인이 먼저가 아니다 = 돈이 급한게 아니다'
'남들이 안 된다고 하는데에도 본인은 된다고 한 자신감에는 뭔가 있을 것이다.'
'뭘 요청하면 빠릿빠릿하게 해준다. 그게 답변으로 끝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준다'
라는 부분이 계약으로 만들었던 것 같다.
그래, 토지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이것도 연이겠지.
빨리 허가 받으려면 토지부터 계약 해야겠다.
나 : 안녕하세요 중개사님, 토지 구매하기로 결정 했습니다.
중개사 : 아 네! 그럼 이번주 X요일에 계약 할까요?
나 : 네 그래요. 그런데 이 땅, 허가 받기가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중개사 : 왜요? 아무 문제 없는데요
나: 면적이 ~~해서 도로가 ~~필요하고 하수처리 문제, 재해대책문제 등등
좀 잡음이 생기네요.
중개사 : 하하하. 뭐 그런거야 큰 문제가 아니지요. 설계사사무소에서 다 해줄겁니다.
나 : ......
솔직히 부동산중개사를 다 믿지는 않았지만 저렇게 말 할지는 몰랐다.
아니 이 대책없이 긍정적인 샛기...
그래도, 설계사무소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상태라, 또 더 이상 지체하기 싫어서
이 땅에 계약을 하게 된다.
그리고 마참내...
지적측량도 및 계획도를 받게 되는데...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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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에서 내가 느낀 교훈은
"부동산 말에 무조건 믿지 말고 처음부터 확인 잘 하자"
"안된다고 하는 곳도 있고 된다고 하는 곳도 있다. 어느 한 곳 말만 듣지 말고 여러 군데 비교해보자."
정도인 것 같다.
다음편은 "그래도 뭔가 문제는 발생한다" 가 될 예정이다.
읽어주셔서 감사하다.
성웅모택동
오우... 본격적이네 ㅋㅋㅋㅋ 아니 안된다는 답변을 받고서 왜 된다는것만 듣는거야...ㅠ.ㅠ A건축사가 필요한부분 제대로 잡아줬구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명란파스타
마! 진정한 남자는... 그 끌림에 이끌려 가는 거다! ㅋㅋㅋ
성웅모택동
꼭 써줘. 요즘 젊은 주무관들 예전같지 않아서 꽁꼬로 넘어가는법이 없다고
성웅모택동
특히 절토성토문제는 건축이 아니라 토목사무실이 처리할일이라...
명란파스타
아 ㅈㄴ 웃기네 현직 아니랄까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럴때에도 책임 구분 하는 것 봐 ㅋㅋㅋ
성웅모택동
주도는 건축이 하지만ㅋㅋㅋㅋㅋ 분야는 확실히 다르니... 저런거 이야기 해준것만봐도 A건축사는 실력과 경험과 인성을 갖춘 사람이라고 보임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개의불알주름
보고싶은것만 보고 듣고싶은것만 듣고 진행했다 좆대는 스토리 푸는거야?
은나노찜질천국
다음이 궁금한데 언제 올라와요? 올라와도 모르고 지나갈거같아서
명란파스타
아마도 내일 오후 업무시간 중(14:00~17:00)에는 올라올겁니다. 감사하다.
뮤릇
직접 쓰는거군요.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