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괴담

나방

다른 개붕이가 쓴 나방이라는 소설인데 코믹해서 재밌었는데

반응이 너무 박하더라고, 그래서 졸필이지만 좀 각색해봤어.

지금보니까 덜읽판에 가있네.. 힘내, 나는 재미있었어.

원작 주소 https://www.dogdrip.net/267096171

 

 급하게 업무가 생겨 집을 나선 것은 한밤중이었다. 잦은 야근과 출장에 시달리는 내가 침실에서 곤히 잠드는 일은 감사한 일이었다. 비록 잠시 후에 울린 전화벨 소리와, 여름 밤의 습한 공기가 그것을 잊게 만들었지만.

 

 나는 국도를 한참 달린 뒤에야 불이 들어온 주유 경고등이 눈에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며칠 전에도 불이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카풀을 하다시피 하던 직장 후배를 차에 태웠을 때였다. 언제나 조수석에 타서 새 차를 보듯-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를 쓱 훑고 차의 마감이나 시트를 만져대는- 하는 기분나쁜 버릇이 있는 후배였다. 그날 그녀의 눈에 띈 것은 계기판의 빛나는 주유기 모양이었고 그녀는 내게 물었다.

 

 "선배, 주유등 켜졌네요?"

 "어? 그렇네, 주유소 들렀다가 가면 좋은데.. 하필이면 지갑을 집에 두고 와서 어떡하냐, 니가 좀 내줄래?"

 "그래도 되긴 한데요.. 선배 저거 언제부터 떴는지 기억해요?" 

 "아니. 그래도 어제 아침엔 없었는데, 그건 왜?"

 "어, 별건 아닌데요. 제가 알기로는 저거 켜져도 아직 기름은 남아있는 거래요. 그래서 이정도 거리면 그냥 가도 충분할거 같아서요." 

 "그게 얼마정도인데?"

 "한 9에서 10리터 정도 남아있는 거라던데요?"

 "아.. 그래? 그러면 너 믿고 그냥 간다?"

 

 하지만 내 차는 얼마 못가 도로변에 급히 주차되었고, 나는 시내의 주유소를 찾아 기름을 채워야만 했다. 나는 그녀가 한 말을 놀리듯 여러번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미안하다면서도 한편으론 미련을 버리지 못한 상태였다. 사실 다시 생각해보니 경고등이 켜진 것은 어제보다 일찍이었나 싶기도 하고 그렇게 따진다면 그녀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지만,

 

 "선배, 미안해요. 나 때문에 주유소까지 갔다오고.."

 "기름 사러 갔다왔지~.. 그런데 지갑 없어서 결국 너도 불렀잖아. 같이 고생한걸로 치지 뭐.."

 "그래도 미안하잖아요. 그런 김에 오늘 제가 술이라도 살까요?"

 

 평소에 회식이나 술자리도 끼지 않던 그녀가 어쩐 일로 술을 사려는 건지 내심 놀랐지만 그정도로 미안했기에 이런 제안을 했나 싶었고, 또 그녀의 성의를 거절할 수는 없었다.

 

 테이블에 앉아 술을 따르는 그녀의 손목에는 가죽끈 대신 체인이 엮인 시계가 팔찌를 대신하고 있었다. 자신의 잔까지 채우는 그녀의 모습이 여느 회사원보다 자연스러웠기에 나는 그 손짓만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선배 고기 다 익었는데 왜 멍하게만 계세요?"

 "아, 아니 멍때린건 아니고.. 그냥 너 술 따르는거 보는 중이었어. 평소에는 회식도 안오고 해서, 안마시는 줄 알았는데 여기 따르고 자기 잔도 채우길래"

 "하핫, 저도 술 마셔요. 근데 잘 취하기도 해서 집에서 혼자 마시지.."

 "그래. 그러면 적당히 봐가면서 채워 마셔.."

 

몇 잔이 들어가고 나서야 나는 알았다. 그녀가 나의 잔에 맞춰 술을 잘 넘기기에 의외의 주당인가 했지만, 붉어지지 않는 하얀 피부를 제외하고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하, 이래도 저 숙취는 정말 없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그래도 너 집까지는 내가 데려다 줘야지.."

 "선배, 차 안갖고 왔어요?.. 저 걸어가기 너무 힘든데,"

 "술 마시는데 차는 무슨 차야. 그리고 집이 코앞인데, 마저 가자."

 "그 차 좋은데, 편하고 시트도 부드럽고... 넓고~ 선배랑 닮았어요.."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그 차가 그렇게 좋니?"

 "당연하죠, 아니.. 됐어요. 그냥 가요.."

 

 나도 그녀가 시무룩한 까닭을 안다. 하지만 그게 술김이었는지, 혹은 그냥 칭찬이었는지 확신이 없었으니까. 그런 저런 여러가지 생각을 하는 도중에 나는 그녀를 보낼 때를 놓치고 말았다. 결국 쓰러지려는 그녀를 등에 들춰 업었다.

 여자를 지고 걷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술 때문이기도 했고 운동 부족이기도 했다. 어지간한 길은 차로 다녔으니까, 편한 차를 고르긴 했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말했다. 

 

 "집까지 오긴 왔구나. 하, 너 혼자 들어갈 수 있지?"

 "네, 네 당연하죠. 6..2...1..9, 됐다. 도착,"

 "그래, 다음부턴 진짜 적당히 마셔-"

 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그대로 현관에 널부러졌고 나는 결국 그녀를 들고 침실에 눕힌 뒤 앉았다.

 

 "내 침대 푹신하죠? 하하, 앞이 막 도네요.."

 "그래..힘들다. 힘들어.. 이제 가야겠다 진짜."

 

 내가 무릎을 짚고 일어나려고 할 때 그녀는 나의 팔을 붙잡았다.

 

 "선배.. 선배는 왜 저 차에 태워주세요?.. 다른 사람은 안태우면서,"

 "그거야 니가 내 집이랑 가까우니까.."

 "그러면 다른 여자가 선배보고 태워달라면 태워줄 거에요?"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녀가 탄 조수석의 모습이 너무 익숙해서, 다른 여자는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빛 하나 들지않는 방 안에서도 그녀의 눈은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침묵이 3초쯤 유지되었을 때,

그녀는 몸을 반쯤 일으켜 내 멱살을 잡고 드러눕듯 당겼다.

 

 

 나는 시골 고속도로 공사현장을 정처없이 돌아다녔다. 그런데 왜 어두운 고속도로 공사현장 한복판에 검은색 스타렉스가 2번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군대에서 배운 엄폐술이 아니었으면 밤하늘의 Star-X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하, 오랜만에 정말 무서웠다.

 

  산속에 어째서 커다란 공장이 그리도 많은지, 길의 가로등은 왜 안켜놓았는지, 공장 마당의 개들은 왜 풀어놔서 내 뒤를 따라다니게 만들었는지, 나는 참 무서웠다. 중간에 만나게 된 두 어르신이 아니었다면 실종되었을지도 모르지. 왜 그런곳에 귀도 어두운 어르신들이 서로 떨어져 사시는지, 나라면 불안해서라도 같이 살았을 것이다.

 

  나는 계속 생각없이 어둠을 걷다가, 저 멀리 차들이 다니는 도로를 발견했다. 하지만, 그 도로로 가려면 40미터쯤 되어 보이는 어두컴컴한 터널을 지나야만 했다. 내가 터널을 지나려고 했을 때, 터널의 출구쪽에는 다 자란 진돗개 크기의 개 두 마리가 서 있었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개들은 홍해가 갈라지듯 양 옆으로 길을 텄다. 그 사이를 도망치듯 뛰면 오히려 뒤에서 날 물지도 모를까 싶어 나는 주인이라도 된 양 당당하게 걸었다.

 

  터널을 지나 불빛을 향해 가려는데 개들이 나를 따라왔고 나는 밀려오는 두려움에 있는 힘껏 도망갔다. 나를 놓쳤다는 걸 두,세번 확인한 후, 내가 원래 이렇게 빨랐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분명 저 불쌍한 개들은 허기가 져서 힘이 없었을 것이다. 힘이 없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이런 꼴을 보이지는 않았을텐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빛나는 도로를 향해 걷는다. 가까워짐에 뭇 감동이 밀려오는 순간, 뒤가 서늘했다. 어느새 그 개 두 마리가 다시 내 뒤를 따라잡아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나는 놀라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개들이 가까워졌고 내 얼굴을 핥는다! 

 

 나는 잠에서 깼다.

두 스타렉스, 두 할아버지, 개 두마리..

그 꿈은 뭐였을까, 새벽 출장을 다녀 온 스트레스 때문이었을까? 라고 생각하는 동안 전화가 울렸고 나는 전화를 받았다.

 

 "선배.. 나 두줄이에요.."

 "뭐라고? 뭐가 두줄인데?.."

 

 

 

 와이프는 그날 처음으로 회사에서 울었다고 한다.

나도 집에서 울었다. 지금은 행복하게 살지만 말이다. 하하-

6개의 댓글

2020.06.29

그니까 동굴갔다가 힘차게 달려서 새로운 아이가 생겼다는거지?

1
@친목감지
0
2020.06.29

아 외로워서 그런가 읽으면서 설레네ㅜ

1
2020.06.2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이렇게?

1
2020.07.02

두번했다와 두줄을 암시하는 것인가?

1
2020.07.03

진짜 호러가 됐누ㅋㅋㅋㅋㅋ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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