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가해자 협박따라 동영상을 찍어보내도 성추행이 되는 이유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N번방 사건처럼 가해자가 동영상을 요구하며 협박, 겁에 질린 피해자가 자위하는 동영상 등을 스스로 찍어 보내는 경우를 언론기사 등으로 자주 접할 수 있음. 언뜻 생각하기에 성추행(형법상 강제추행)이 성립치 않음. 가해자가 직접 피해자의 몸을 만진(추행)한게 아니기 때문.

 

하지만 상식을 뒤집는, 가해자의 강요로 피해자가 자위동영상을 직접 찍어보내도 강제추행죄가 성립된다는 판례가 나옴. 강제추행죄를 간접정범의 형태로 범할 수 있다는게 이유임.

 

간접정범 범죄는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는 타인을 도구로 삼아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말함. 예컨대 의사가 입원환자 a를 죽이고 싶어 환자가 평소 맞는 주사 대신 독약주사를 준비, 이 사정을 모르는 간호사에게 투약을 지시했을 경우 간호사를 도구로 이용한 간접정범 형태의 살인이 됨.

 

그런데 이 판례는 "처벌받지 않을 사람"에 범죄 피해자 자신도 들어간다는 신박한 논리를 전개. 즉 가해자가 피해자를 시켜서, 피해자의 손을 도구로 피해자 몸을 강제추행한 꼴이 되는 것. 이번 n번방 사건 피의자들의 죄목에 강제추행죄가 들어간 것도 마찬가지의 논리.

 

아래는 판례 2016도17733 원문

 

가. 피고인은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하여 알게 된 피해자들로부터 은밀한 신체 부위가 드러난 사진을 전송받은 사실이 있고,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나 피해자들의 지인에 대한 인적사항을 알게 된 것을 기화로 피해자들에게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기존에 전송받았던 신체 사진과 개인정보 등을 유포하겠다고 하는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협박하였다.

나. 피고인은 2015. 5. 3.경 피고인의 협박으로 겁을 먹은 피해자 공소외 1로 하여금 스스로 가슴 사진, 성기 사진, 가슴을 만지는 동영상을 촬영하도록 한 다음, 그와 같이 촬영된 사진과 동영상을 전송받은 것을 비롯하여, 원심판결문 별지 범죄일람표Ⅰ(순번 3번 제외) 기재와 같이 위 일시경부터 2015. 12. 22.경까지 7회에 걸쳐 피해자 공소외 1로부터 가슴 사진이나 나체사진, 속옷을 입고 다리를 벌린 모습의 사진, 가슴을 만지거나 성기에 볼펜을 삽입하여 자위하는 동영상 등을 촬영하도록 하여 이를 전송받았다.

다. 또한 피고인은 2014. 4.경 피고인의 협박으로 겁을 먹은 피해자 공소외 2로 하여금 회사 화장실에서 얼굴이 나오게 속옷만 입은 사진을 촬영하도록 한 다음, 그와 같이 촬영된 사진을 전송받은 것을 비롯하여, 원심판결문 별지 범죄일람표Ⅱ(순번 5번 제외) 기재와 같이 위 일시경부터 2015. 12. 25.경까지 총 11회에 걸쳐 피해자 공소외 2로부터 나체사진, 속옷을 입고 있는 사진, 성기에 볼펜을 삽입하거나 자위하는 동영상 등을 촬영하도록 하여 이를 전송받았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강제추행죄는 사람의 성적 자유 내지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죄로서 정범 자신이 직접 범죄를 실행하여야 성립하는 자수범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처벌되지 아니하는 타인을 도구로 삼아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는 간접정범의 형태로도 범할 수 있다. 여기서 강제추행에 관한 간접정범의 의사를 실현하는 도구로서의 타인에는 피해자도 포함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해자를 도구로 삼아 피해자의 신체를 이용하여 추행행위를 한 경우에도 강제추행죄의 간접정범에 해당할 수 있다.

나.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협박하여 겁을 먹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나체나 속옷만 입은 상태가 되게 하여 스스로를 촬영하게 하거나, 성기에 이물질을 삽입하거나 자위를 하는 등의 행위를 하게 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피해자들을 도구로 삼아 피해자들의 신체를 이용하여 그 성적 자유를 침해한 행위로서, 그 행위의 내용과 경위에 비추어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다. 따라서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 중 위와 같은 행위들은 피해자들을 이용하여 강제추행의 범죄를 실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피고인이 직접 위와 같은 행위들을 하지 않았다거나 피해자들의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3개의 댓글

DE1
2020.03.20

강요니깐 당연한거 아니야?

제목만 보면 자발적으로 보냈는대 피해자가 된건줄 알겠내

2
2020.03.20
@DE1

신체접촉이 없는데 강제추행죄를 인정하려는 판례의 법리전개에 대한 내용입니다. 강요라고 해서 강제추행이 당연성립하는건 아니죠!

 

제목 헷갈리게 적은건 죄송..ㅠ

0
2020.03.24

한국의 성관련법은 읽을 필요가 없지 외국인이 되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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