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가 상말~병장 쯤에 겪은 일임.

우리 부대는 인원이 적은데 담당초소가 여러개라 매일 주간1회 야간1회씩 경계근무에 투입되어왔음..

그래서 야간경계근무자를 깨워주는게 불침번겸 당직근무를 서는 병사임.
이 병사가 내 근무시간이 다되서 나를 깨워주려고 할때 일어난 일임.

평소와 같이 새벽에 근무자를 깨우러 돌아다닌 후임 당직병.

우리 생활관 문을 조용히 열고선 내 자리쪽에 후레시를 비췄는데, 내가 갑자기 상체를 벌떡 일으키더니 생글생글 웃으며 이런 말을 했다고 함.

'뭐하러 왔어? 뭐하러 왔어? 뭐하러 왔어?'

그러니까 후임은 진짜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고 함. 얼래 잠많아서 당직병들이 간지럽힐정도로 깨워야 일어나는 내가 벌떡 일어난것도 그렇고,
또 말투나 샐쭉 웃는 표정이 평범한 사람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는 거임...

그래서 후임은 당황했으나 이 인간이 왠일로 일어나있나, 해서 근무투입이니 일어나십시오, 하고 다른 근무자를 깨우러 갔다고 함.

근데 투입시간이 다되가는데도 내가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는거임..

그래서 당직병 후임이 왜이러나 싶고 내가 다시 잠든건가 해서 날 확인하러 왔다고 함.

그런데 그 당직병이 본건 온몸에 땀을 폭포처럼 흘리며 누워있는 내 모습이였다고 함（날씨는 선선해 야상입고 근무나가는 정도엿음에도）.

거기서 후임 당직병은 소름이 한번 더 돋았다고 함.

조금전만 해도 생글생글 웃으면서 뭐하러왔냐고 묻던 인간이 악몽을 꾸듯 끙끙거리면서 자고 있으니까 말임.

그래서 후임은 날 깨웠고..

나는 그에 놀라며 일어나면서 그 후임한테 '허억! 고맙다..' 이랬다고 함

근데 이 모든일이 소름돋게도 난 아예 기억이 안남...

한가지 확실하게 기억나는건, 내가 그날밤 엄청 무서운 악몽을 꿧다는 정도?
그나마 이것도 강렬한 꿈이여서 악몽을 꾼걸 기억하는거지 꿈내용은 오래되서 하나도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리하여 경계근무에서 복귀한 내가 잠들고 아침이 밝았음.

새벽에 있던일 때문에 나에게 새벽에 뭐하러 왔어? 거린 기억 나냐고 후임이 물어봤는데 난 당연히 기억이 않남.

그에 후임이 엄청 무서워하면서 소름돋는다 햇음....

그 뒤론 다행히 나에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진 않음.

이상하게도 경계근무자들 사이에 새벽 근무중 뛰어노는 어린아이가 보인다던가, 하는 얘기도 나오긴 했지만 원래 이런 군대심령 이야기는 어느 부대든 있으니 별로 신경쓰진 않았음.

물론 내 일과 경계근무 중 보이는 어린 아이의 실루엣과, 부대내에 있는 아주 오래전 부대가 생기기 전부터 있었다는 어린아이의 묘지가 연관이 있어보이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