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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를 하다보면 많이 보는 손님들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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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텐더를 시작하고, 이제는 바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보이는 많은 손님들의 유형이 있음.

 

흔히들 진상이라고 표현하는데, 사실 나는 성격 자체가 진상들이 오더라도 어떻게든 케어하려고 하는 편임.

 

하지만 개중에서도 선을 넘는 사람이 있고, 덕분에 자기가 진상인 줄 모르고 계속 오는 사람도 있어서 피곤한 편이다.

 

단호해지고 싶지만, 그게 쉽지 않은 게 서비스직의 세계, 지금까지 겪은 진상들의 유형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1. 다른데는 안그러던데 유형.

 

 

주로 타 지역이나 타 업장과 비교를 하는 케이스. 단골이 아니라 다른데를 주로 다니다가 어쩌다가 온 사람들이 주로 이 쪽에 속한다.

 

칵테일을 시키고 맛을 보고는, 다른 가게에서는 안이러는데 여긴 왜 이래요? 라고 하는 케이스가 주를 이룬다.

 

아마 평소에 다니는 가게가 유명한 가게일 가능성인 높고, 거기에 충성도가 높은 고객일 가능성이 높다.

 

칵테일은 가게마다 차이가 있고, 사용하는 재료와 기법에 따라서 맛이 다른 경우가 많은데, 본인이 평소에 마시는 것과 다르다는 이유로 저런 말을 한다.

 

보통 이런 경우는 바를 많이 다닌다기 보다, 특정 바만 많이 다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바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경우로, 100% 본인들이 진상인 걸 모른다.

 

"아, 여긴 별로 못하는 곳이네." 라고 생각하고 '조언' 해줄 겸 말을 꺼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하나하나 자기 단골 가게와 비교를 한다.

 

속마음으로는 "아 그럴거면 거길 가시면 되겠네요." 라고 하고 싶지만, 이제는 그냥 아, 네 그렇군요 하고 다니는 가게의 스타일로 만들어주면 보통은 만족한다.

 

그리고는 그 가게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전화해서 물어본다, 걔 뭐하는 애임? 하고.

 

그러면 보통 그 가게 사람들에게 오는 답변은 "아, 또 그랬어? 미안." 이라는 말이다. 나름 돈은 많이 쓰는데, 자꾸 여기저기서 다른 가게 이름을 들먹이는 경우는 본인과 그 가게 입장에서도 좋지 않은 케이스다.

 

혹시라도 자기가 이런다고 생각하면 반성하자.

 

 

 

 

 

 

2. 이만큼 마셨는데 좀 빼주면 안되요, 서비스 없나요 유형.

 

 

이건 주로 나이대가 있는 손님들에게서 자주 나오는 유형이다. 2~30대에는 별로 없고, 4~50대로 올라가야 자주 나온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남자보다는 여자 쪽에서 이런 유형이 많았다.

 

사실, 어느정도 술을 마시거나 이야기를 했다면 바텐더 입장에서는 서비스 정도야 해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그럴만큼 마신 사람들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둘이 와서 3~40정도 마시면, 가게에서는 몇 잔의 술을 더 준다거나 술을 좀 더 주는 식의 서비스를 하게 된다.

 

근데 10만원이 안되게 술을 마시고 먼저 서비스를 요구하는 경우는 조금 챙겨줄까 하는 마음도 들어가게 만든다.

 

서비스는 마음에서 나와야지, 요구한다고 나오는게 아니다.

 

또 다른 경우로는, 바틀 마시면서 가격 좀 빼달라고 하는 경우는 이해하지만, 칵테일이나 잔 술을 마시고 빼달라고 하는 경우다.

 

가격협상 하고 싶으면 바틀부터다, 기억해라. 물론, 이것도 좀 안면이 있어야 할만한 이야기지, 처음 보는 사람이 저러면 황당하다.

 

현금으로 드릴테니 빼주세요, 하는 것도 비슷하다.

 

 

 

 

 

 

3. 술이 이거 밖에 없어?

 

 

싱글 몰트 위스키가 유행하면서 늘어난 유형이다. 사실 옛날부터 있었지만, 요즘도 꽤나 많다.

 

주로 아저씨들이나 20대 초반의 어린애들이 여기에 속한다.

 

보통 바에 자주 안오는 사람들이 위스키가 유행한다는 이야기에 와서 시켜서 하는 말이다.

 

바에서는 잔술을 팔 때 보통 30ml를 기준으로 잡고 판매한다.

 

요즘 나오는 술이 보통 700ml인 만큼, 가게에 따라서 원가에 나누기 20, 혹은 23정도를 하고 거기에 3을 곱한다.

 

보통 술잔으로 나오는 글랜캐런 글라스나 노징 글라스 등에 따르면 양이 많아 보이지 않지만, 한 잔을 마시기에는 충분한 양이다.

 

실제로 일반적인 사람들의 경우는 혼자서 위스키 4~5잔만 마셔도 충분히 취한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주로 비교하는 건 소주, 혹은 집에서 사먹는 술이다.

 

그럼 집에서 사서 드세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항상 이게 정량이라는 설명을 해준다.

 

보통 그러면 뚱해져 있다가 나온거 마시고 집에 가고, 다시는 안오더라.

 

감사하다.

 

 

 

 

4. 술 한잔 시키고 버티는 경우

 

이건 솔직히 이해는 되지만,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진상이라고 보이는 경우다.

 

바에서 마시는 칵테일이나 위스키는 어느정도 가격이 있고, 거기에는 자리에 대한 비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여긴 술집이지, 까페가 아니다. 까페에서는 손님이 한 잔으로 안나가고 남아 있으면 신경을 끄면 그만이지만, 바에서는 그런 손님이라도 계속해서 신경을 써줘야 한다.

 

물이 비면 체워주고, 기본 안주가 떨어지면 체워주고.

 

이것도 사실 한 두번이지, 몇 시간을 물과 얼음이 담겨 있던 잔, 그리고 기본 안주로 버티면 당연히 좋은 시선으로 보기 힘들다.

 

커플들이 특히 그런 경우가 많은데, 특히나 바쁜 날에 사람들이 몰려와서 자리 없어요? 해서 웨이팅을 적는게 뻔히 보이는데도 한 잔으로 몇시간을 버티는 사람들을 보면 바텐더도 속이 터지고 사장은 더욱 속이 터진다.

 

적어도 한시간에 한 잔은 시키자.

 

 

 

 

 

 

5. 여긴 아가씨 없어요?

 

요 케이스는 여전히 많다. 다행히 내가 덩치 큰 남자라서 보통은 들어와서 슥슥 보다가 나가버리는 경우가 있지만, 자리에 앉아서 물어보는 케이스도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언제나 비슷한 입장을 취한다.

 

"아가씨는 없고 아저씨만 있어요." .

 

보통 알아서 나가거나, 재미있다고 오는 경우로 나뉜다.

 

제발 아무데서나 가서 아가씨 찾지마라...

 

여직원이 있을 때는 혹시 2차 데리고 나가면 안되냐, 하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던데, 이 경우는 바로 그냥 꺼지시라고 한다.

 

 

 

 

 

 

 

서비스직의 서비스는 일방적인게 아니라, 상호적용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고객을 응대하면서 서비스를 하는 게 서비스직이지만, 고객이 무조건 적으로 요구할 수는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내가 친절한 만큼, 고객 역시 친절하다면 없던 서비스도 갑자기 생겨나는 게 사람이다.

 

먼저 서비스를 요구하기 전에 먼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15개의 댓글

지방에 사는대 여기선 사람들이 '바 = 아가씨나옴' 이 거진 디폴트로 알고있더라

3
2024.02.01
@번생각하고댓담

토킹바나 걸즈바를 기본으로 생각해서 그런듯ㅋㅋㅋ

0
2024.01.31

레시피 물어보는건 보통 좀 민감한가

집에서도 해보게 비율같은거 궁금할때가 많음

0
@채첨단

궁금하면 알려줌, 집에서 해도 같은 맛이 나오냐 하면 그건 또 아니라서

0
2024.01.31
@지나가는김개붕

무례한건 아니지?

0

그 뭐시냐 엄청 흔드는 칵테일 그런거 시키면 진상인가? 아니면 쇼맨쉽으로 한번은 해줌?

그리고 쇼츠에서 중국인 아저씨가 칵테일 만드는거 한때 많이 뜬거 생각나서 하는 질문인데, 쇼츠의 영향으로 저런거 보여달라는 진상은 없음?

0
@구화지문설참신도

그건 그냥 먹고 싶으면 해줌, 사실 뭐 한번에 수십개 들어오지 않는한 별 것도 아니고.

쇼츠에 뜨던건 일본인 아저씨가 하는 걸텐데, 그건 불나서 안되, 방염처리 안된 가게에서 하다가 너한테 불 붙는 수가 있다.

2
@지나가는김개붕

1. 찾아보니 라모스 피즈 였음. https://www.dogdrip.net/424706552

2. 내가 본건 중국인 바텐더였음. 중국자막이 달렸고... 칵테일에 불질하는건 아니고, 엄청 긴 각얼음을 긴 잔에 담아서 한참 젓고, 용수철 넣어서 한참 흔들어서 거품내던데. 그리고 좀더 부으면 거품이 잔 입구위로 솟지만 넘치지는 않는 그런 칵테일이었음. 어 그게 라모스 피즈인가?

0
@구화지문설참신도

칵테일을 즐긴다고 하면 술 그자체를 즐기는거라고 치고,

바를 즐긴다고 하면 칵테일을 포함해서 바의 분위기, 바텐더와의 대화, 칵테일을 만드는 바텐더의 쇼잉 모든걸 포함한다고 할때, 쇼잉에 대한 손님의 요구는 정당한거 같기도 하고... 물론 그만큼 돈을 더 받아야겠지만.

0
@구화지문설참신도

사실 쇼잉은 쇼잉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을 가는게 좋음, 해서 플러스가 되면 하겠지만, 마이너스가 되거나 하는 것들이 많아서 굳이 안함

2
2024.01.31

취향에 맞는 가게가 있는건 다행인데, 다른 가게에 가서도 그 취향을 그대로 전도할려고 하면 문제가 있긴 하지...

 

1번 손님 같은 경우엔, 칵테일 평론한다고 블로그도 할 것 같은데 ㅋㅋㅋ

0
2024.02.01

오랜만에 바 갔었는데 그냥마시는거랑 다르게 분위기 있어서 좋긴 하더라 ㅋㅋㅋㅋ 재밌네

0
2024.02.02

나도 술이 이거밖에 없어유형인데

1oz 용량 말하는게 아니라

ㄹㅇ 술 종류가 이거밖에 없어임

나는 잔술로 다양하게 먹고싶은데

0
2024.02.03

1시간에 한잔도 안먹으면 바는 왜가는건데ㅋㅋ

0
2024.02.05

만화책 바텐더 봤음? 거기 나오는 술 실데로 다 있는거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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