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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옷을 입은 여자, 화이트 레이디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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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개붕이들, 오늘 할 술 이야기는 클래식 칵테일, 화이트 레이디에 대해서야.

 

클래식 칵테일들 가운데서도 특히나 오래됐고, 한국에서도 꽤 옛날부터 만들어 마시던 칵테일이지.

 

하지만 의외로 변형이 많았고, 해석이 분분한 칵테일이기 때문에 오늘은 이 술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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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칵테일은 1919년, Harry MacElhon이라는 바텐더에 의해서 영국의 시로스 클럽(Ciro's Club)이라는 바에서 만들어졌어.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크렘 드 민트, 트리플 섹, 레몬주스라는 조합으로 만들어졌었지.

 

1차 세계대전 때, 영군군 포로들을 흰옷을 입은 세탁소 주인으로 위장해서 구해낸 Eveline Alice Wander Gorkiewicz이라는 사람을 기리기 위해서 만들어져서, 만들어지고 나면 흰색에 잔에 담긴 모습이 하얀 옷을 입은 여자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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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이 칵테일의 레시피는 크렘 드 민트를 쓰다가, 1923년에 파리로 옮겨 갔을 때는 진으로 잠깐 레시피를 바꿨고, 27년에는 진과 레몬주스를 빼고 브랜디를 넣은 버전을 선보이기도 했어.

 

하지만 최종적으로 1929년, 진, 트리플 섹, 레몬주스의 조합으로 완성되었지.

 

혹자는 Harry Craddock이라는 영국 바텐더가 런던의 사보이 호텔에 있던 아메리칸 바에서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정설은 해리 맥켈혼에 가까워.

 

나무 위키에서는 이 둘을 헷갈려서 적어놨으니 속지 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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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저쨌거나, 처음 만들어진 건 런던이지만 이 칵테일이 완성된 건 파리야.

 

해리 멕캘혼이 파리에 만든 해리스 뉴욕 바에서 지금의 기본적인 형태가 완성된 거지.

 

이 바는 칵테일을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바텐더들에게 전설로 내려오는 바야.

 

화이트 레이디 말고도 사이드카, 블러디 메리, 블루 라군 등, 지금에 와서는 기본이 되는 칵테일들이 이곳의 주인, 해리 맥캘혼에 의해서 탄생했어.

 

1958년에 그가 사망한 뒤로 아들 앤드류가 이어서 운영했고, 89년에는 손자 던컨이 사장으로 역임했고, 98년에는 손자의 부인이 이어서 운영하는 곳으로, 여러 저명인사들의 단골 바이기도 했지.

 

리타 헤이워스, 험프리 보가트, 코코 샤넬, 헤밍웨이, 그리고 다프트 펑크까지, 유명인들이라면 대부분 방문을 한 곳이야.

 

이안 플레밍의 소설 중 단편이자, 영화로도 제작된 From a View to a Kill 에서도 제임스 본드가 16살 때 파리에 와서 방문한 적이 있다고 언급했을 정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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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핑크 레이디라는 화이트 레이디와 대조되는 칵테일이 유행하기도 했어.

 

초기에는 진과 계란 흰자, 그레나딘 시럽만이 추가된 칵테일이었지만, 이 방법 대로 만들면 맛이 영 별로라서 후에 레몬이 추가되기 시작했지.

 

핑크 레이디의 유행과 함께, 화이트 레이디에도 계란 흰자가 들어가기 시작해.

 

원래의 화이트 레이디는 단 맛을 트리플 섹, 즉 오렌지 향의 리큐르로 맞추는 칵테일이라서 꽤나 드라이한 칵테일이었는데, 보다 풍성함을 주기 위해서 계란을 추가하는 레시피가 유행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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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이 들어가는 화이트 레이디는 계란과 레몬의 산이 만나서 형성되는 거품 때문에 훨씬 부드럽고, 마시기 편한 칵테일로 변모하는데

 

한 편 원래 계란이 들어가지 않는 버전이 주는 산뜻함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마시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야.

 

한국에서는 주로 계란을 사용하지 않는 버젼이 일반적인데, 이건 주로 옛날부터 사용되던 레시피들이 주로 일본에서 가져온 것이 많아서 그런거야.

 

일본에서는 계란 흰자를 사용하는 칵테일이 대중적이지 않았고, 일본 서적을 번역해서 나오던 레시피 북들에는 계란이 안들어갔던 것에 대한 영향이지.

 

내 경우에도 계란을 쓰는 것보다 쓰지 않는 걸 먼저 마셨고, 거기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없는 쪽을 좀 더 선호하는 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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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레이디는 두 종류의 술과 레몬 주스라는 심플한 조합 덕분에 만드는 사람에 따라서 맛이 천차만별로 변하는 칵테일이기도 해.

 

대부분의 칵테일이 그렇지만, 화이트 레이디는 사이드 카와 마찬가지로 데이지라는 스타일의 가장 기본이 되기도 하지.

 

바텐더가 술과 산, 그리고 당을 잡아줄 술을 양을 어떻게 정하고 만들건지에 따라서 완전히 스타일이 변하는 게 특징이야.

 

레몬이 주는 산뜻함에 포인트를 주느냐, 트리플 섹이 주는 단 맛과 오렌지 향에 포인트를 줄거냐, 아니면 진이 가진 맛에 포인트를 주느냐?

 

이 3가지가 난제라고 할 수 있지.

 

바텐더를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 때는 뭐가 맞는지 알 수가 없어서, 10여군데의 바를 돌아다니면서 물어보고, 마셔보면서 나에게 맞는,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맛의 화이트 레이디는 뭘까? 하는 물음을 던진 적이 있어.

 

결론적으로 난 일본 스타일의 쨍하게 술 맛이 있으면서 산뜻한 맛을 좋아하더라.

 

술이 너무 강하지 않지만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산뜻한 맛 속에서 코엔트로(트리플 섹 대신)의 단 맛이 약간 느껴지는 게 내가 생각하는 베스트였어.

 

 

 

 

 

 

 

 

 

 

 

 

 

 

화이트 레이디는 고전적인 칵테일이지만, 아직도 찾는 사람이 있는 비율면에서 완벽한 칵테일 중의 하나야.

 

술을 처음 마시는 사람이라면, 약간 도수가 있으면서도 좀 상큼하고 약간의 단 맛도 있는 술이 마시고 싶다면 도전해볼만한 술이니까 기억해두라고.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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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2024.02.02

이 글 보고 바 가서 화이트 레이디 5잔 먹었다. 고맙다~ 완전 내 취향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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