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칵테일은 발전하고 있다 2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칵테일은 발전하고 있다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읽고 오면 편함.

 

 

 

 

 

 

 

어제는 팻 워싱이라는 기법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어제 글에서도 말했듯이 이 기법은 이제 너무 올드한 기법 중의 하나가 되어버렸어.

 

이후의 칵테일은 분자요리등 여러가지 요리의 기법을 가져와서 만드는 경우도 많아졌지.

 

오늘 할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사고 싶은데 살 수 없었던 물건들의 이야기야.

 

 

 

 

 

 

 

 

 

 

Frontier_5000_Series_Multi_Pro_Main_600x600.jpg

 

1. 원심분리기

 

생명공학, 혹은 화학 전공자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할 원심분리기야.

 

원심분리기는 회전력을 통해서 액체 혼합물을 분리해주는 기구지.

 

실험실의 필수품 중 하나인 이건 어느순간부터 요리사들의 도구로도 이용됐어.

 

원심분리기를 이용해서 과일 주스의 색을 제거하고 투명한 액체만을 뽑는다거나

 

향이 나는 오일, 투명한 스프등을 만드는 등이 유행했지.

 

우유를 넣어서 회전시키면 한쪽면은 고밀도의 크림이, 다른 한쪽에는 저지방의 우유가 탄생하는 식이야.

 

그리고 이걸 접하게 된 바텐더들 역시 이거 칵테일에 응용이 가능하겠는데? 라는 생각을 해.

 

거기에 사용을 하려고 했지만, 문제는 원심분리기의 가격이었지.

 

대용량을 처리해줄 수 있는 원심분리기는 몇백만원이 넘고, 성능이 좋을 수록 그 가격이 비싸거든.

 

어느정도 자본이 있는 가게들은 살 수 있었지만, 자그마한 가게들은 도전하기도 힘들었지.

 

이제는 아예 원심분리기의 원리를 이용한 기계가 나와서 조금은 접근이 편해졌어.

 

 

 

 

 

 

maxresdefault (1).jpg

 

스핀잘이라고 불리는 이 기계 덕분이었지.

 

기본적인 사용방법은 간단했어.

 

과일을 짜서 주스로 만들고, 과육을 최대한 제거해 준 뒤에 호스를 꼽고 기계를 작동시키면 천천히 시간을 거쳐서 맑은 주스로 바꿔주는 거지.

 

 

https://www.youtube.com/watch?app=desktop&v=y6h_u5-1uY0

 

자몽주스가 원심분리기를 통과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과정이야.

 

 

오렌지 주스를 예로 들자면, 불필요한 잡미가 사라지고, 깨끗하면서 신선한 오렌지 주스의 향이 나는 투명한 액체가 완성되는 거지.

 

이걸 이용해서 칵테일을 만들면 누가봐도 깨끗하고 맑은 형태인데, 신선한 오렌지의 풍미가 느껴지는 칵테일이 만들어져.

 

토마토 주스를 사용해서 투명한 토마토 칵테일이라거나, 여러가지를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주스의 보존도는 높아지지. 맛의 변화를 줄 수 있는 성분들이 전부 분리되니까 말이야.

 

 

 

 

 

 

 

 

 

 

RE-201-Laboratory-Vacuum-Distillation-Oil-Destiller-With-Rotary-Evaporator-Rotovap-for-Evaporation-Distillation-and-Solven.webp

 

2. 재증류기

 

이 다음은 최근 몇년 간 유행을 선도했던, 재증류기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바텐더들은 이제는 단순히 시판되는 술만으로 칵테일을 만드는 것에 만족하지 못했어.

 

전 글에 썻던 팻 워싱도 결국 술의 질감과 도수에 영향을 끼치는 건 어쩔 수 없었고.

 

그래서 발견한 방법이 바로 재증류야.

 

말 그대로, 술을 다시 한 번 증류시키는 기법이지.

 

외국에서 홈메이드 진이라고 해서, 보드카나 다른 술에 진의 재료를 넣고 증류하는 등의 방식이 유행하면서 조명 받은 기법인데

 

원리는 간단해.

 

 

 

술에 부재료를 넣고 섞어준 다음, 증류해서 고순도의 알코오을 뽑아내고 다시 물이나 술을 적정선에 맞춰서 넣어서 도수를 맞추면 되지.

 

이 과정을 통해서 술은 술만이 가지는 질감을 가지면서도, 부재료의 향을 담고 있는 "증류주"로 재탄생해.

 

 

 

 

 

 

예를 들자면, 술과 치즈를 섞어서 만든 용액을 재증류해서 만든 술로 마티니를 만드는 거지.

 

분명히 생긴 것도 마티니고, 마실 때도 마티니를 마시는 느낌인데도 향에서는 치즈향이 베어나오는 술이 탄생하는 거지.

 

뭐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재증류기도 비싸서 아직 대중화는 힘들어.

 

한국에서도 이걸 사용하는 바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많지는 않은 편이야.

 

일단 계속해서 만들어야 하고, 재증류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술이 손실되기 때문에 쉽게 도전하기는 힘들지.

 

그래도 기회만 되면 꼭 써보고 싶어.

 

 

 

참고로 이런 방법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데이터 정리야.

 

몇 도에서 몇 분, 어떤 용액을 넣었을 때 어떻게 증류해야 원하는 맛이 나오는가? 이거는 계속해서 만들어봐야만 알 수 있거든.

 

 

 

 

 

 

 

 

 

 

 

 

 

421.-Fermented-Cocktails_Featured-Image_CANVA_andrei-moldoveanus-images.webp

 

3. 발효

 

지금까지 계속해서 기계를 이용한 텍티컬한 테크닉을 소개했다면

 

지금 세계적으로 유행의 첨단에 있는 방식 중 하나를 소개할게.

 

그건 바로 발효를 이용한 칵테일들이야.

 

 

이전까지 칵테일을 만들던 사람들이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건 재료의 신선함이었어.

 

신선한 과일이 가지는 풍미를 어떻게 칵테일로 풀어낼 것인가? 는 항상 과일이나 채소등을 이용한 칵테일을 만드는 사람들의 의문이었지.

 

하지만 2020년이 넘어갈 때 쯤부터, 조금씩 등장하는 건 바로 발효된 재료들이야.

 

재료가 가진 신선한 맛이 아니라, 발효를 통해서 더 큰 풍미를 이끌어내고 그걸 칵테일에 사용하는 거지.

 

이 사소한 차이는 역시나 이전에 알던 맛과는 다른 풍미를 칵테일에 선사해줬고, 오늘도 세계의 바텐더들은 온갓 것들을 발효하기 시작했어.

 

 

 

 

1599096938188_0.jpg

 

이 방법이 유행되는데는 콤부차의 유행이 컸다는 이야기도 있어.

 

일반적인 차와 다르게 과일등을 발효시켜서 만드는 콤부차는 발효를 통해서 자연적으로 탄산감을 가지게 되거든.

 

이걸 보고 여기저기에 적용해보던 바텐더들이 이 방식을 차용하기 시작했다는 거야.

 

 

 

Inline1-Fermented-Aperol-Cocktail-Rustic-Canyon-2000x1125.jpg

 

산타모니카 지역의 한 바텐더가 유행시킨 한 칵테일의 경우는 우연히 만들어지기도 했어.

 

평소에 신선한 딸기와 아페롤이라는 술을 인퓨징해서 사용하던 이 사람은 어느날 인퓨징 하던 걸 깜빡하고 딸기를 넣어둔채로 일주일 정도를 방치했다가 발견한 다음에 재미있는 걸 봤지.

 

딸기가 썩어버린게 아니라 거품이 나고 발효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보통 인퓨징은 차가운 곳에서 진행해, 그렇지 않으면 안에 들어있는 재료가 상하거나해서 실패하는 경우가 있기 떄문이지.

 

당연히 아 망했다, 라고 생각한 바텐더가 술을 열어봤을 때 발효가 진행되서 탄산이 생긴 걸 보고는 마셔봤고, 생각보다 훨씬 다채로운 맛이 나면서 이걸 이용해서 자신의 시그니쳐 칵테일을 만들었지.

 

지금은 아예 여기에 발효를 이용해서 만든 딸기시럽을 더해서 맛을 강화한다고 해.

 

딸기과 설탕을 섞어서 며칠 동안 발효시켜서 퓨레로 만드는 거지.

 

이 과정에서 그 시럽은 복잡한 산미와 딸기의 맛을 가진 재료가 되.

 

단점이 있다면 빠르게 산폐되고 상할 수 있기 때문에 만들고 3~4일 안에 소모해야 한다는 거 정도?

 

 

 

 

 

 

발효를 이용한 칵테일의 발전은 위에서 나온 택티컬한 칵테일들의 반작용이라는 이야기도 있어.

 

바텐더들 가운데는 새로운 기계를 쓰는데 거부감을 가지고, 재밌고 새롭지만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거든.

 

아마 이 글을 읽는 애들 중에도 저게 그래서 무슨 의민데? 하는 애들이 있을 텐데, 그거랑 같은 거지.

 

그 반작용으로 옛날부터 사용하던 방식을 개량해서 발효를 통한 칵테일들이 유행하기 시작한거야.

 

그리고 이 방식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외식업 트랜드인 제로 웨이스트(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와 맞물려서 유행한거지.

 

 

 

 

 

 

참고로 제로 웨이스트가 칵테일에 미친 영향력은 생각보다 커.

 

 

Social-Banana-Peel-Syrup-Cocktail-Recipe.jpg

 

일반적으로 버려지는 바나나껍질도 이제는 요리나 칵테일을 만들 때 사용되고 있어.

 

바나나가 가지는 풍미에서 껍질이 주는 맛도 있으니, 껍질 채로 잘라서 설탕을 부어서 그 풍미를 끌어내는 방법은 진작부터 있었지만

 

이제는 꽤나 대중화 됐지.

 

한국에서는 말고.

 

 

 

 

 

뭐 하여튼 이렇게 칵테일은 변화하고 있고, 올해의 트렌드는 무엇일까? 라는 궁금증을 가지면서

 

오늘은 여기까지

 

 

RrKdwAeK9k5tpi-Vxli9x93Bb8UHONOdX1eMhf3QiQ9Kd1Ar81KH55NJVc7OxeGBEzet3OEvP4X8xFBzpiI8WQ.webp

10개의 댓글

대박 재밌다 칵테일의 종류들 게시글들은 많이 봤는데 이런 종류는 처음이네 개추

0
2024.01.26

가둬놓고 글만 쓰게하고싶다

0
2024.01.26

내용과 별개로 콤부차 너무 많이 먹지 말라드라 맛있는데 ㅠ

0
2024.01.27
@아잇조아요

이유가 뭐임?

0
2024.01.27
@pipo

유산균 활동 과다로 배탈날 수 있뎅

1

돈없어서 담금소주 35도 2리터짜리페트병 마시다가 있던돈도 다 떨어져서 더 싼거 찾다보니, 근처 중국식품 파는데서 5리터 짜리 55도인가? 이과두주사서 아주 주구장창 마시고 있는데,

왜 이런건 칵테일로 못쓸까? 보드카 대신에 이과두주라든가? 백주, 이과두주에도 나름 향이 있다보니 진 대체품으로 써볼 수 있을거 같은데, 뭐 술마시다보면 별별 생각이 나더라고. 존나 심심하면 함 도전해봐.

 

참고로 55도 5리터 이과두주 2만원 처음보고, 너무 싸서 짭도 없다는 백주 이과두주지만, 너무 싸서 메탄올 들어간거 아냐? 라는 의심도 들었는데... 아직 두눈 멀쩡합니다 ㅎㅎ

1
2024.01.27
@구화지문설참신도

하이볼은 많이 해먹음 근데 그게 은근 쉽지가 않은데다가 진,보드카로 워낙 많은 바리에이션이 나와버려서 만들었다고 해도 오리지날이 아닌 기존의 진,보드카 베이스의 레시피인 경우가 대다수임

0
2024.01.27

개붕햄 항상 잘읽어요

0
2024.01.27

재밌게 읽고있음👍

0

콩순이 마티니도 발전이다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2415 [기타 지식] 중국에서 안드로이드 폰을 사면 안되는 이유? 5 대한민국이탈리아 12 14 시간 전
12414 [역사] English) 지도로 보는 정사 삼국지 3 FishAndMaps 2 17 시간 전
12413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그녀는 왜 일본 최고령 여성 사형수가 되었나 10 그그그그 7 2 일 전
12412 [기타 지식] 최근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국내 항공업계 (수정판) 15 K1A1 23 3 일 전
12411 [역사] 인류의 기원 (3) 3 식별불해 6 3 일 전
12410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재벌 3세의 아내가 사라졌다? 그리고 밝혀지... 그그그그 4 5 일 전
12409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의붓아버지의 컴퓨터에서 발견한 사진 3 그그그그 7 7 일 전
12408 [기타 지식] 도카이촌 방사능 누출사고 실제 영상 21 ASI 2 7 일 전
12407 [역사] 지도로 보는 정사 삼국지 ver2 19 FishAndMaps 15 9 일 전
12406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지구 2부 21 Mtrap 8 7 일 전
12405 [기타 지식] 100년을 시간을 넘어서 유행한 칵테일, 사제락편 - 바텐더 개... 5 지나가는김개붕 1 9 일 전
12404 [기타 지식] 오이...좋아하세요? 오이 칵테일 아이리쉬 메이드편 - 바텐더... 3 지나가는김개붕 2 11 일 전
12403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지구 1부 31 Mtrap 13 11 일 전
12402 [기타 지식] 칵테일의 근본, 올드 패션드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15 지나가는김개붕 14 12 일 전
12401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인류 2부 22 Mtrap 14 11 일 전
12400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인류 1부 13 Mtrap 20 12 일 전
12399 [역사] 군사첩보 실패의 교과서-욤 키푸르(完) 1 綠象 1 10 일 전
12398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체포되기까지 28년이... 1 그그그그 6 12 일 전
12397 [역사] 아편 전쟁 실제 후기의 후기 3 carrera 13 13 일 전
12396 [과학] 경계선 지능이 700만 있다는 기사들에 대해 34 LinkedList 11 13 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