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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약으로 마시던 칵테일, 민트 줄랩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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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늘 할 술 이야기는 민트 줄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

 

역사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연혁이 높은 칵테일이면서, 올드패션드 보다도 더 먼저 만들어진 칵테일이지.

 

사실상 이 줄랩(julep)은 칵테일이라는 단어가 있기 전부터 마시던 술이야.

 

 

https://www.youtube.com/watch?v=2rNoR8jnPRU

 

The Clovers - One Mint Julep 이 노래를 들으면서 시작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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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랩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아랍권에서 왔어.

 

julepe라는 이름이었고, 그보다 먼저 온 어원은 페르시아어 گلاب(Golâb)에서 온 단어지.

 

뜻은 장미수, 장미에서 추출한 물이라는 이야기야.

 

흔히들 로즈워터라고 하는, 옛날부터 쓰던 화장품이자 식재료의 하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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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류주의 시작은 중동의 연금술사들에게서부터 시작됐지.

 

금을 만들기 위해서 별의 별짓을 다하던 연금술사들이 술을 증류해서 자연적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 높은 도수의 알코올을 뽑아냈고

 

이걸 약으로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증류주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어.

 

그 과정에서 만들어낸 증류주에 설탕, 장미꽃잎을 넣어서 해열제로 마시던 것이 바로 줄라프야.

 

이 방식은 아랍권 전체로 퍼졌고, 스페인 바로 아래의 중동권 지역들로부터 유럽으로 전파되고, 신대륙까지 뻗어 나간거라고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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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 줄랩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건 1770년이야.

 

그 당시의 희곡에서 미스터 줄랩이라는 주정뱅이가 등장하지.

 

1784년에 나온 의사들의 정보지에도 민트 줄랩이 등장해.

 

당시에는 증류주와 민트, 설탕을 섞은 이 술을 의사들이 처방했어.

 

처음에는 버번이 아니라 당시 미국에서 가장 구하기 쉬웠던 술, 럼을 이용해서 마셨다고 나와있지.

 

증류주와 허브, 설탕을 이용해서 약을 만든다고? 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 당시의 의사들은 분명 지식인들이었지만 현대의 상식으로 생각하면 안되니까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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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1807년경, 좀더 고급화 된 얼음이 들어간 버전이 처음으로 문헌에 등장을 해.

 

아직 냉장고의 발명 이전이라 얼음은 고급품이었고, 그걸 이용해서 만든 차가운 이 술은 한층 더 좋은 해열제로써 이름을 날렸지.

 

이쯤부터 점차 미국 남부에서는 원래 만들던 술 대신, 구하기 쉬운 버번 위스키를 이용한 버전이 조금씩 등장을 했고

 

이 술은 미국 남부의 상류층을 상징하는 술이 됐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냉장고의 발명 이전까지는 얼음은 고급품이었고, 일부 상류층의 전유물이었으니까.

 

당시 조선에서도 얼음을 보관하던 석빙고 함부로 건드리면 그냥 모가지 날아가는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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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어리 얼음이 아니라 잘게 부순 얼음을 이용해서 빠르게 열을 식히는 이 음료는 1830년대 뉴욕까지 넘어왔고

 

당시에는 민트 줄랩보다는 우박 줄랩("hailstone" julep)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었지.

 

잘게 부서진 얼음이 우박처럼 보여서 그런 별명이 생겼다고 해.

 

당시에는 버번만을 이용하는 음료가 아니었어.

 

포트와인이나 포도주, 꼬냑, 브랜디, 위스키, 진, 심지어 샴페인까지도 넣고 만들었지.

 

종류에 상관없이 술과 설탕, 민트가 들어가서 잘게 부순 얼음을 넣고 녹여 마시는 음료를 민트 줄랩이라고 불렀고

 

이 유행은 영국으로까지 퍼져나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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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민트 줄랩이 버번 베이스가 압도적으로 우세해진 건, 한 이벤트의 영향이 커

 

바로 미국 최고, 아니 세계 최고의 경마 이벤트인 켄터키 더비 때문이지.

 

1875년부터 시작된 이 경마대회는 미국대회 트리플 크라운의 첫번째로 시작되는 대회이자,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경마대회야.

 

실제로 미국내에서 켄터키 더비의 시청률은 슈퍼볼 다음이라고 할 정도로 인기 있는 스포츠야.

 

매년 5월 열리는 이 경기에서 사람들은 열광하면서 경마를 보고, 돈을 걸고, 그 과정에서 술을 마시지.

 

그리고 당시 유럽 남부에서 가장 인기 있던 칵테일이었던 버번으로 만든 민트 줄랩은 이 경기의 상징과도 같아졌어.

 

무엇보다, 이 경마대회가 열리는 처칠 다운스 경마장은 최초에 세워졌을 때 클럽하우스 밖에서 민트를 키워서, 신선한 민트를 언제나 구할 수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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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켄터키 더비를 기념하기 위한 버번 위스키들이 미친듯이 만들어졌고

 

지금도 켄터키 더비 에디션은 매년 발매되고 있지.

 

개중에서 브라운 포맨이라는 기업은 오래도록 켄터키 더비를 후원해왔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우드포드 리저브는 아예 켄터키 더비 공식 버번으로 지정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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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아예 켄터키 더비의 공식 후원사로 등록이 되어있을 정도로, 켄터키 더비와 민트 줄랩은 땔래야 떌 수 없는 사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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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는 켄터키 더비에서 1잔에 1000$짜리 민트 줄랩을 판매하고 있어.

 

은으로 만든 빨대와 금도금한 컵, 우드포드 리저브 버번과 아일랜드에서 수입한 민트, 알프스의 물로 만든 얼음, 호주산 설탕으로 만든 이 칵테일은 사실상 맛이나 이런 걸 떠나서 수익금의 전부가 은퇴한 경주마를 위한 자선활동에 기부되는 이벤트 성 음료지.

 

지금은 2500$ 짜리 민트줄랩도 생겼어. 15명만 구입할 수 있는 프리미엄 판인데,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사서 마실 수 있지.

 

참고로 저거 사서 마시는 건 기부금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미국내에서 세금을 공제할 수 있다는 걸 알아둬.

 

 

 

 

 

이랬던 민트 줄랩과 켄터키 더비는 한때 잠시 결별했던 시기가 있어.

 

한때 음주난동이 문제가 되서 트랙내에서 알코올이 포함된 음료가 금지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언론의 반응은 대부분이 부정적이었지.

 

"좋아하는 음료가 없어진 켄터키 더비."라고 말이야.

 

이런 기사가 나올 정도로, 켄터키 더비와 민트줄랩은 땔래야 떌 수가 없는 관계에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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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 줄랩이 남긴건 칵테일 뿐이 아니야. 특유의 잔과 줄랩 스트레이너라고 불리는 저 스트레이너(거름망) 역시나 특징적이지.

 

일반적인 스트레이너와 다르게 촘촘하지 않고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저 스트레이너는 민트 줄랩을 위해서 개발됐어.

 

원래의 민트 줄랩은 잘게 부서진 얼음과 함께 제공되기 때문에 빨대를 이용해서 마셔야 하는 음료였지.

 

하지만 일부 술꾼들은 빨대로 쪽쪽 빨아먹는 건 맛이 안난다면서 잔을 들고 마시다가 얼음을 쏟는 일이 자주 발생했지.

 

그래서 등장한게 저 줄랩 스트레이너야.

 

얼음을 막아주고, 액체만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들어서 빨대로 마시는 민트 줄랩을 벌컥벌컥 마시기 위해서 만들어진 상남자스러운 제품이라고 할 수 있지.

 

실제로 서양인, 특히 미국인의 경우는 빨대로 음료를 마시는 걸 "게이" 스럽다면서 안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리고 남부에서 많이 먹는 음료라는 점에서, 등장은 필연적이었다고까지 할 수 있겠어.

 

 

 

 

 

 

 

진짜로, 미국에서는 술이나 음료 빨대로 먹으면 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많다.

 

한국에서는 밈처럼 남자가 아니다, 라고 하는데 미국에서는 실제로 게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임.

 

예전에 일했던 가게에 미군들이 온적이 있는데, 음료에 빨대 꼽아주니까 바로 뽑아버리고 마셔버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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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이쯤 했으면, 이제 민트 줄랩의 맛에 대해서 이야기할 시간이 왔다.

 

민트 줄랩의 구성물은

 

버번 위스키

설탕

민트

얼음

 

보통 이 4가지가 들어간다. 설탕이 들어가니까 달달하겠지? 라는 생각은 버려라.

 

민트 줄랩은 생각보다 술이 센 칵테일이다.

 

원래 여기에 들어가는 설탕은 달달한 맛보다는 술의 맛을 살짝 가려주는 정도로 사용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술의 맛이 센 칵테일의 하나다.

 

거기에 더해진 민트의 상쾌한 향 떄문에 모히토 같은 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상남자스러운 술인 것이다.

 

그리고 잔 얼음을 꽉꽉 채워서 만들기 때문에, 마시다가 잠깐 신경을 다른데 쓰고 있으면 마신만큼의 양이 다시 늘어나 있는 마법을 경험해볼 수 있다.

 

물론 얼음이 녹아서 그런거라, 천천히 마시면 마지막에는 민트랑 위스키 향이 나는 얼음물을 마시고 있을 거야.

 

원래 살짝 녹여서 마시는 칵테일이지만, 요즘은 대부분 마시기 전에 바텐더들이 얼음을 충분히 녹여서 제공하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마시는 게 베스트야.

 

물론 처음에 마시고 좀 독하다 싶으면 빨대를 움직여서 좀 더 녹여서 취향에 맞춰서 마시는 게 좋다.

 

다만, 취향에 맞춰진 타이밍에 빨리 마시지 않으면 밍밍해진 맛을 경험할 수 있으니 주의해라.

 

 

 

 

 

 

 

기본적으로 민트줄랩은 시원하고 살짝 단 맛이 있는 위스키를 민트향과 함께 마시는 칵테일이다.

 

일반 얼음보다 부숴서 제공되는 얼음은 안에 든 용액을 훨씬 차갑게 만들고 빠르게 녹아버린다.

 

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몸을 식히기 위해서 마시는 음료인 만큼, 자기 입맛에 맞는 타이밍에 빠르게 마시는 게 민트줄랩을 가장 맛있게 마시는 방법이다.

 

참고로 어지간한 사람도 이거 3~4잔 마시면 취하니까 주의하고.

 

보통 이거 한잔을 만들때는 위스키 2잔 정도의 술을 넣는데, 사실 나는 반잔 더 넣음.

 

술의 양이 많을 수록 맛이 밍밍해지지 않기 때문에 사실 많이 넣을 수록 더 오래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술이라고 볼 수 있다.

 

민트향과 약간의 단맛으로 술을 즐기는, 올드패션드와 일맥상통하는 칵테일인 만큼, 술을 좋아한다면 바에 가서 한번 시켜보는 게 어떨까?

 

아마 이 칵테일을 주문하면 그때부터 바텐더의 말이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술 좀 치는 놈인가?' 싶어서 말을 거는 바텐더를 보고 싶다면, 민트 줄랩을 시키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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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댓글

2024.01.23

보통 바가서 첫잔 뭐로하는게 좋나요

0
@채첨단

첫 잔은 가볍게 시작하는게 좋음

단게 별로다 - 진 리키

위스키가 좋고 좀 달달했음 싶다 - 하이랜드 쿨러

시지 않고 달콤쌉쌀하고 싶다 - 아메리카노

단맛 신맛 뭐 다 제끼고가볍게 위스키 향만 즐기고 싶다 - 위스키 하이볼

0
2024.01.23

아이리시 커피!! 아이리시 커피도 해줭!!

0
2024.01.23

개붕이네 업장가서 저거 주문하면 초콜릿도 같이 줄거야?

0
2024.01.23

민트 줄랩을 시키고 빨대를 뽑는다..메모...

0
2024.01.25

오.. 나도 최애 칵테일인디!

0
@민트줄렙

배운 개붕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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