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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의 왕, 마티니 이야기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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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개붕이들.

 

오늘 할 칵테일 이야기는 칵테일의 왕이라고 불리는 칵테일, 마티니에 대한 이야기야.

 

사실 서구권에서는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 쓰는 말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저 별명이 좀 더 친숙하지.

 

사실 전에 더티 마티니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정작 마티니에 대한 이야기는 한적이 없더라고.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 더티 마티니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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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니의 탄생과 기원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가장 유력한 건 1860년대 센프란시스코 옥시덴탈 호텔에서 만들어진 마르티네즈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지.

 

원래 올드 톰 진과 마라스키노, 스윗 버무스와 비터를 이용해서 만들던 칵테일이 점차 달지 않게 변해가면서 생겨났다는 거야.

 

처음에는 스윗 버무스와 진, 그리고 다른 것의 조합에서 점차 "드라이" 해지면서 변해간거지.

 

이런 마티니의 유행은 미국의 금주법 시대에 박차를 가했어.

 

불법으로 만들어지고 숙성이 필요 없던 진을 버무스와 함께 조합해서 파는 레시피는 심플하면서도 강렬했고, 술꾼들의 취향을 저격했지.

 

금주법이 끝나고 난 뒤에 품질 좋은 진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그 인기는 더욱 올라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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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수많은 대중매체에서 파티에서 사람들은 마티니를 마시고 있어.

 

20세기 초반, 마티니는 미국 파티 문화의 상징이었다고 할 수 있어.

 

수많은 저명인사들이 마티니의 팬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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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영원한 "갈리폴리" 처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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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일무이한 4선 대통령 프렝클린 루즈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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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당시 미남의 대명사 클라크 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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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독계의 전설, 알프레드 히치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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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우 험프리 보가트. 이 사람은 말년에 죽기 전에 "스카치에서 마티니로 갈아타지 말았어야 했어." 라고 했을 정도로 마티니를 많이 마신 사람이지.

 

 

 

 

 

 

 

정제계, 연예계를 가릴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마티니의 팬이었지.

 

그리고 당시 마티니의 지향점은 간단했어.

 

얼마나 더 "드라이"하게 갈거냐.

 

마티니의 구성 요소인 진과 드라이 버무스에서 이 비율을 어떻게 하느냐는 마티니를 마시는 술꾼들 사이에서 항상 논쟁거리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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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농담이었지만, 지금도 전해 내려오는 처칠의 마티니 레시피는 아직도 유명하지.

 

진을 그냥 스트레이트로 마시면서 옆에 있는 사람이 "버무스, 버무스"라고 속삭여준다는 자린고비적인 농담은 아직도 소소한 이야기 거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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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드라이한 마티니를 만들기 위해서 올리브를 빼고 레몬 껍질만을 추가하고

 

진과 버무스를 섞는게 아니라 잔에 버무스를 따랐다가 버려버리고 만드는 린스 타입의 레시피가 있을 정도로.

 

마티니를 마시는 사람들의 방식은 다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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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원래부터 유명했던 마티니를 신화의 위치로 올려놓은 사람은 영국의 작가, 이안 플레밍이야.

 

이안 플레밍이 썼던 007 시리즈에 등장했던 마티니는 소설과 영화의 대히트 이후에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칵테일이 되버렸지.

 

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누구나 한 번쯤은 "마티니, 젓지 말고 흔들어서."라는 대사를 알거야.

 

"본드, 제임스 본드." 와 함께 007 시리즈를 상징하는 대사라고 할 수 있고, 킹스맨에서도 패러디한 명대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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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쉐이크가 아니라 스터라는 기법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마티니

 

그걸 진이 아니라 보드카로, 그것도 쉐이킹해서 만들어 달라는 대사는 한국인이 듣기에는 그냥 넘길 수 있는 대사지만

 

당시에 서구권 사람들에게는 "뭔데 저 사람?" 이라는 의문을 일으키는 대사였지.

 

한국 사람들에게 쉽게 인식시켜주자면

 

"소주, 차가운 거 말고 노지로 컵은 주지 말고."

 

같은 느낌이랄까?

 

저렇게 나온 마티니를 가볍게 휙 마시고 나가는 걸로 제임스 본드의 남성성을 보여주는 장치라는 이야기도 있어.

 

 

 

 

 

 

 

 

 

 

 

 

 

 

 

 

 

 

 

 

 

 

 

뭐 어쨌든, 마티니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칵테일이 됐지.

 

그런데 개붕이들은 마티니를 마셔본 적이 있어?

 

아니면 처음 마셨을 때를 기억해?

 

아마 성인 되고 처음으로 칵테일을 마시러 간 사람들이라면 잘 모르는 만큼 들어본 적이 있는 칵테일을 주문할 거고

 

그 중에서 높은 확률로 마티니를 고를거야.

 

그리고 처음 나온 마티니를 마신 사람들의 심정은 대부분 비슷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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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뭔가 잘못된게 아닐까? 이 사람이 못 만드는 걸까? 많은 고민을 하게하는 맛이 나지.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칵테일에 대한 인식은 "달달하고 마시기 쉬운 술" 이라는게 보편적인데

 

소주보다도 훨씬 독하고 알코올 맛이 센 술이 나와버리니까 당황하는 경우가 많아.

 

특히나 별다른 사전 정보 없이 마시게 되면 누구나 충격을 먹지.

 

물론 술이 세다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맛에 대해서는 익숙하지 않을 거야.

 

 

 

 

 

 

 

 

 

 

그럼 마티니는 맛이 없는 술일까? 이런 걸 마시는 양놈들 입맛은 이상한 걸까?

 

사실 양놈들도 마티니는 어릴 수록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마티니는 전형적으로 술 맛을 배워야 하는 칵테일이라고 할 수 있거든.

 

 

 

 

 

 

 

 

마티니의 맛을 본격적으로 알기 위해서는 꽤나 많은 사전준비가 필요해.

 

우선 도수가 높은 술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야해, 마티니는 그냥 진보다는 도수가 낮지만, 전체적으로 드라이할 수록 30%를 넘어가는 술이야.

 

그리고 진의 맛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지.

 

한국인은 진을 평소에 자주 마시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진을 처음 마시게 되면 대부분이 불호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지.

 

하지만 익숙해지면 또 괜찮아 지는게 사람이거든.

 

이 두가지가 익숙해지면, 그때부터는 마티니의 "맛"이라는 게 조금씩 느껴지지.

 

이때부터는 칵테일을 마시는 게 꽤나 재미있어 지는 타이밍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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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니의 재밌는 점은, 단순해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칵테일이지만, 만드는 사람에 따라서 맛이 너무나 다르다는 거야.

 

그래서 가는 바에서 저 사람은 마티니를 어떻게 만들까? 하는 재미로 마시는 것도 있지.

 

그리고 칵테일에 대해서 흥미가 있고, 만들어 보려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벽이 있어.

 

마티니가 그 벽 중의 하나야.

 

 

 

 

드라이 버무스

 

옵션으로 오렌지 비터

 

 

 

술이라고는 이 3가지, 사실 2가지로 구성된 이 칵테일은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만들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왜 내가 만들면 그 맛이 안나지?"

 

술 두개를 정확하게 계량해서 따르고 만들었는데도, 맛이 달라.

 

오히려 술과 다른 재료들이 들어가는 칵테일들은 집에서 만들어도 어느정도 선까지는 먹을 수 있는 맛이 나오지만

 

단 맛이 별로 없는 두 종류의 술을 섞어서 맛을 내는 건 쉬운 작업이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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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실제로 칵테일을 만들 때의 온도 변화를 기록한 그래프야.

 

빨간색은 칵테일을 빠르게 섞을 때

 

초록색은 느리게 섞을 때

 

파란색은 쉐이킹을 했을 때의 온도변화를 기록한 그래프지.

 

 

 

 

칵테일을 만들 때 온도변화는 꽤나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야.

 

차가운 상태에 따라서 얼음이 녹는 정도가 다르고, 가수량이 달라지기 때문이지.

 

전문 바텐더의 경우는 연습과 시행착오를 거쳐서 자신이 생각하는 최적의 지점을 만들려고 하는데 반해서

 

일반적인 홈텐더들은 그만큼 만들 수가 없으니까 타이밍을 잡을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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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끼처럼 손가락 비벼서 그날의 온도랑 습도 체크하는 초능력자까지는 없지만

 

경력이 좀 있는 바텐더라면 칵테일을 만들 때 오늘은 이정도구나 싶은 자신만의 타이밍을 가지게 되.

 

얼음을 젓다보면 어느 순간 느낌이 달라진다는 타이밍이 있는데, 많이 만들다보면 그 타이밍이 손에 익게 되는 거지.

 

물론 그렇다고 항상 같은 상태의 칵테일을 만들 수 있느냐? 라고 한다면 불가능하다는 말 밖에는 안나와.

 

대신의 오차의 편차를 줄여나가는 게 바텐더의 일인거지.

 

 

 

 

 

 

 

 

 

 

 

 

 

 

 

 

 

 

 

 

 

 

잠깐 또 다른 얘기를 했네.

 

하여튼, 마티니는 처음 술을 마시는 사람을 위한 칵테일이 아니야.

 

어느 정도 술을 마실 줄 아는 사람들이 즐기기 위해서 마시는 칵테일이지.

 

마티니의 맛을 본격적으로 느끼기 시작했다면, 축하해. 너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술꾼의 길에 들어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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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니에 관한 명언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제임스 서버라는 작가가 남긴 말이야.

 

"마티니는 한잔이 딱 좋고, 두잔은 너무 많다. 그리고 세잔은 부족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라면 머리를 탁 칠만한 명문장이라고 생각해.

 

 

 

 

 

 

사실 좀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니까 글은 여기에서 마칠게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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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댓글

2024.01.22

"마티니는 한잔이 딱 좋고, 두잔은 너무 많다. 그리고 세잔은 부족하다." -> 대부분의 술에 해당되는 얘기라고 생각함

0
2024.01.22

술 약하면 마니티 한잔 너모 빡세

0
2024.01.22

진을 사와야겠다

0

더티마티니 처ㅣ고야

0
2024.01.22

역사를 마시는 군

0
2024.01.22

우리는 음식과 음료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먹고 마시는거라 생각해.

매 번 좋은 글을 써줘서 고마워

0

한 잔이 딱 좋고 두 잔은 너무 많고 세 잔은 부족하다... 20도는 너무 높고 40도는 너무 낮다는 말이 생각나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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