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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 칵테일 스크류 드라이버?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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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에 관심이 있는 개붕이라면 누구나 쉽게 접근하기 쉬워서 알게되는 칵테일

 

레이디 킬러라는 별명이 붙은 칵테일.

 

근-본 스러운 칵테일 스크류 드라이버.

 

오늘은 이 칵테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

 

근데 평소에 칵테일 얘기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묻히는게 아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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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류 드라이버라는 칵테일은 심플하기 그지없어

 

보드카를 한 샷, 그리고 오렌지 주스를 따르고 휘저어주면 완성이지.

 

그 이름이 붙은데는 광산에서 처음 만들어 먹어서 대충 드라이버로 저어서 먹던 것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가장 유력해.

 

근데 이 칵테일이 만들어진 곳이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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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터키로 사이버 이민을 떠나는 이곳이 바로 스크류 드라이버의 탄생지야.

 

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3년 경, 앙카라 지역에 파견 나가있던 미국인 기술자들이 술을 마시고 싶은데 마실 술 이라고는 그쪽 동네에서 생산되는 보드카 정도였는지라 만들게 된 칵테일이야.

 

그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인들에게 보드카는 딱히 선호되는 술이 아니었어.

 

하지만 튀르키예에서 구할 수 있는 증류주는 보드카 정도였지.

 

라키라는 이 동네 전통 술도 있었지만, 그건 호불호가 너무 심해서 마실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던 반면에, 보드카는 에탄올 같지만 그래도 섞으면 티가 안났거든.

 

그래서 구하기 쉬웠던 보드카에 오렌지 주스를 타서 기술자들 주변에 굴러다니던 스크류 드라이버로 대충 휘저어 먹으면서 이 칵테일이 탄생했지.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보드카 말고도 진, 꼬냑, 비터등을 넣는 다른 레시피들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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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이 양반이 자살하고 2차 세계대전 유럽전선이 끝나가자 유럽에 파견 나가있던 기술자들은 귀국길에 올랐지.

 

전쟁이 끝났다고 한번에 다 귀국할 수도 없으니, 점차적으로 돌아온 기술자들은 얼마 후 신기한 걸 발견할 수 있었어.

 

바로 보드카의 대유행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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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반들이 유럽으로 떠날 때 까지만 해도 딱히 사람들이 많이 마시지 않던 보드카는 1941년, 모스크 뮬의 탄생 이후로

 

갑자기 조금씩 유행을 탔어.

 

이전까지는 거들떠도 안보던 술이 이제는 조금씩 대세가 되기 시작하자, 돌아온 기술자들이 바에 가서 자기들이 2차 대전 때 마시던 방법이라면서 이 칵테일을 소개하지.

 

이어서 1959년, 쿠바의 공산혁명 이후 설탕의 수입이 원활해지지 않아서 미국을 지배하던 술, 럼이 몰락하자 그 틈을 치고 보드카가 올라왔어.

 

보드카의 유행과 함께, 만들기 간단한 스크류 드라이버 역시 대유행을 한거야.

 

그리고 유행과 함께 다양한 변형들이 생겨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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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진과 서던 컴포트를 넣어서 만든 슬로 콤퍼터블 스크류

 

갈리아노 리큐르를 살짝 띄운 하비 웰빙어

 

이 두개를 합친 "슬로 컴퍼터블 스크류 업 어게인스트 더 월(sloe comfortable screw up against the wall)" 이게 칵테일 이름 중에는 제일 긴편임. 사실 이정도면 뇌절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게 없던 시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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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레시피들 중에 꽤 재미있는 것도 하나 있는데

 

바로 아니타 브라이언트라는 칵테일이야.

 

스크류 드라이버에서 오렌지 쥬스 대신에 사과 쥬스를 쓴 칵테일이지.

 

이 칵테일이 탄생 이유도 꽤나 재미있어.

 

다만 불편한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까 불편하면 그냥 스크롤을 내려버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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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타 브라이언트는 사람의 이름이야.

 

미국의 가수로, 오클라호마 미인대회 우승자였고, 대박은 아니더라도 빌보드 TOP 20에 3개 정도의 곡을 올릴 정도의 히트를 친 가수였지.

 

그리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격렬한 동성애 반대론자였어.

 

그녀는 Save Our Children 이라는 정치 연합의 대표격 인물이었지.

 

1976년, 마이애미에서는 게이와 레즈비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조레안을 제정해.

 

지금의 차별금지법이랑 같은거라고 보면 되는 거야.

 

당시 미국의 문화는 게이나 레즈비언 자체를 죄악시 하는 문화였지만, 60년대에 퍼진 변화의 바람과 자유화된 사회 속에서 점점 문제가 됐고

 

결국 1976년 12월, 게이 남성과 레즈비언 여성을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례안이 올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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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역시 반복된다는 걸 잘 보여줘.

 

한국에서도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려고 하자 저런 단체들이 시위를 했지?

 

미국도 마찬가지야. 구호 역시 똑같아, "아이들이 위험해요.", "Save Our Children."

 

당시 아니타는 9살 된 아이가 있었고,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자기 아이가 있는 학교에 게이나 레즈비언이 일할 수 있게 됐으며, 그로 인해서 아이들이 성추행을 당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지.

 

이 캠패인의 목적은 동성애의 죄악성과 동성애자의 아동 성추행의 위협을 주 이유로 들고왔거든.

 

기본적으로 기독교 단체기도 하고.

 

 

 

 

 

 

 

2020년대 한국에서도 이정도 였는데, 1970년대 미국은 어떘을까?

 

이 운동의 성공으로 인해서 이 조례 제정안은 결국 1977년 6월 7일, 찬성 69% 반대 31%로 폐지되어 버렸어.

 

운동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아니타는 자기 아이들을 동성애로부터 지킬 수 있다는 것에 안심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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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녀가 플로리다 네츄럴 오렌지 쥬스의 광고 홍보대사였다는 거야.

 

이 조례철폐는 단순히 마이애미만이 아니라 미국 전역의 동성애 옹호자와 자유주의자들에게 반발을 불러일으켰어.

 

당시 미국에 있던 수많은 게이 커뮤니티에서는 그녀가 광고모델로 있던 플로리다 오렌지 쥬스를 보이콧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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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보이콧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쓰던 버튼이야.

 

그리고 여러 바에서도 오렌지 주스를 안쓰고 사과주스를 쓰는 "아니타 브라이언트"라는 칵테일을 판매하기 시작했지.

 

그녀는 이 정치활동으로 인해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고, 플로리다 네츄럴은 그녀와의 광고 계약을 철회했어.

 

 

 

 

 

 

 

 

 

그녀는 이 반대운동전까지는 모범적인 기독교인이라는 이미지였는데, 이 반대운동의 대표로 있던 것 때문에 흔히들 말하는 독선적인 기독교 신자의 이미자로 변해버렸고, 결국 그 이미지 때문에 그녀는 재기하지 못하고 이혼과 2번의 파산을 겪었지.

 

 

 

 

 

 

 

 

 

 

 

 

 

 

 

 

 

 

 

 

잠깐 다른 이야기를 했지만, 어쨌든 스크류 드라이버는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유행을 했고, 주로 대학생들의 홈파티에서 많이 소비됐어.

 

보드카에 오렌지 쥬스만 타면 되는 칵테일, 편하잖아?

 

이 방식은 보드카 크렌베리등 보드카나 술에 쥬스를 섞은 레시피의 조상님 같은 느낌이야.

 

하지만 정작 만들어지고 유행한건 1950년대라는 사실.

 

근본이 있다, 라는 말에 부합하는 가 하면 칵테일계에서는 글쎄...? 라는 말이 나오는 시기지.

 

 

 

만들어진지 7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칵테일 쪽에서 근본이 있으려면 100년쯤은 되야한다는 느낌이 있어.

 

올드 패션드, 마티니, 네그로니, 진토닉처럼 말이야.

 

그리고 결정적인 사실이 하나 있는데.

 

 

 

 

 

 

 

 

 

 

 

 

 

 

 

 

 

 

 

 

 

 

 

 

 

 

이거 맛있냐? 나는 모르겠다.

 

신선한 오렌지 쥬스를 쓰든 시판 오렌지 쥬스를 쓰던 그냥 스크류 드라이버는 술맛 나는 오렌지 쥬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신선한 오렌지를 직접 짜서 만들면 좀 더 프레쉬한 맛이 나긴 하는데, 사실 그거 그냥 오렌지 쥬스만 먹는 게 더 맛있어.

 

술이 들어간게 중요하다지만, 술맛을 죽이려고 만든 칵테일이라는 말이지.

 

오히려 슬로 컴퍼터블 스크류나 하비 웰빙어는 꽤나 맛있는 칵테일이야.

 

원래부터 다른 풍미를 가지고 있는 술을 오렌지 쥬스와 섞어서 변화를 주는 건 맛있지만, 아무런 특징도 없는 보드카를 단순히 쥬스만 하나만 섞어서 마신다는 점에서는 솔직히 이게 맛있다고 느껴지질 않거든.

 

모스크 뮬 같은 경우도 그나마 진저비어의 맵싸하고 탄산이 있는 맛에 라임이 더해지지만, 이건 글쎄올시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 칵테일의 장점을 찾지 못해서, 내가 하는 가게에서는 판매를 안하고 있어.

 

솔직히 이건 집에 가서 만들어 먹어도 비슷하고, 우리 가게에서 이거 3잔 마실 돈이면 집에 괜찮은 보드카는 한병, 저렴한 보드카로 가면 2~3병도 둘 수 있거든.

 

파는 입장에서는 고맙지만, 꽤 큰 돈을 지불하고 마시는 사람에게 내가 납득이 안되는 음료를 줄 수 없어서 판매를 안하는 칵테일 중 하나야.

 

 

 

 

만약에 이 칵테일을 좋아해서 바에 가서 이 칵테일을 주문해보려는 개붕이라면, 바텐더에게 한 번 이렇게 말해봐.

 

"평소에 스크류 드라이버를 좋아하는데, 뭔가 좀 다른 게 없을까요?" 하고.

 

아마 바텐더에게 여러가지 생각을 던져줄 수 있는 질문일거야.

 

바에서 주문할 때 좀 더 즐겁게 주문하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해, 뭐가 나올지 모르지만, 니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바텐더에게 알려주는 것.

 

그게 바를 가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지.

 

참고로 그렇다고 데킬라 선라이즈를 주면 너무 생각이 없는 거니까 주의해라.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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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의 댓글

항상 바를 가면 시키는 내 칵테일 매크로가 있지

파우스트 갓파더 스크류 드라이버 이렇게인데 이 글을 보니 술맛나는 오렌지주스말고 마무리 지을거 뭐가있을까 고민되네

0
2024.01.21
@그건로그라이크아님

난 진토닉-김렛-올드패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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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로그라이크아님

난 올드패션드 / 뷰카레 or 맨해튼 / 불바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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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2
@그건로그라이크아님

갓 파더, 갓 마더, 프렌치 커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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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던 컴포트... 쌈마이 위스키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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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2
@개드립하면안됨

복숭아 맛 리큐르였나...

싼마이 리큐르는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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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2

재밌는 글 ㄱㅅㄱㅅ

스크류드라이버는 어릴적부터 내 최애 칵테일이었는데 사실 제조하는 입장에선 이게 뭔가 싶은거 이해함

그냥 기성품 주스에 술섞은 거니까

근데 묘하게 첫잔은 늘 시키게 되더라

술들어간 오렌지 주스라는 점과 맛이 단순하다는 점이 나름 어필이 되는듯

갠적으로 너무 달고 맛이 다양한? 바텐더의 역량에 기대야 하는 술은 정이 안가더라구

마티니랑 스크류드라이버로 처음 칵테일 입문했는데 지금도 드라이 마티니랑 스크류가 제일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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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글내려

마티니가 진짜 개인역량에 기대야 하는 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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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2

어렸을때 첫 연애하면서 칵테일바라는데 잠시 다녔던 기억 난다. 신촌에 '비바'라는 가게가 있었지. 스크류드라이버니 섹스온더비치니 블랙러시안이니 싱가폴슬링이니...... 지금은 갈 일도 없고 술에 단거 타먹는게 취향이 아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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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랑 술을 섞는 행위는 음료맛을 죽이는 행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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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마린겨드랑이

잭과 콜라를 섞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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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오쿠키냠냠

그거 내취향아니드라 ㅋㅋ 위스키 안좋아해서 ㅋㅋ 과실주랑 음료섞는건 괜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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