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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등장해서 메이저가 된 술, 피치트리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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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할 술 이야기는 혜성처럼 등장해서 한순간에 메이저가 된 술에 대한 이야기야.

 

과일 계통 리큐르의 등장은 다른 술들에 비해서 꽤나 늦지만, 이 피치 트리는 더욱 더 늦어.

 

피치트리의 첫 등장은 1984년 가을이야.

 

사실 이전에도 복숭아로 만들거나 복숭아 맛이 들어간 술은 있었지만, 대부분 도수가 있는 편이었지.

 

하지만 피치트리의 특징은 낮은 도수였어.

 

기본적으로 35%에서 40%를 넘나드는게 최저한도 였던 주류 시장에 혜성 같이 등장한 20%의 도수를 가진 술 피치트리.

 

이 술은 등장과 함께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면서 10개월만에 1300만병이 팔리는 기염을 토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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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술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낮은 도수와 달달한 복숭아 맛, 그리고 왠만한 거랑 섞어도 다 어울린다는 데 있었어.

 

개중에서도 오렌지 주스와 섞은 퍼지 네이블은 80년대 미국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칵테일로 꼽히기도 했지.

 

그리고 이 사건은 나이 있는 술꾼들에게는 꽤나 충격으로 다가왔어.

 

도수가 낮고 음료수 같은 걸 술이라고 마시는 꼴을 본 아저씨들은 이 술에 큰 거부감을 드러냈지만, 그 인기를 막을 수는 없었지.

 

이전까지 술은 마시면서 천천히 익숙해져 가는 시대였다면

 

피치트리의 등장 이후로 그냥 맛도 음료수 같이 맛있는 술이 대세가 된거야.

 

실제로 당시 주류회사의 이사는 "이제 술의 맛을 익히는 시대는 끝이 났다." 라고 말할 정도였지.

 

거기에 낮은 도수 때문에 좀 더 건강에 좋다라는 인식도 있었고, 음주운전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할거라는 의미 없는 믿음도 있었지.

 

하지만 몰랐을 거야, 이 술이 가져오는 변화는 단순히 그런게 아니었다는 걸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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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미국 바텐더 매거진에서 꼽은 올해의 음료, 실크 팬티.

 

피치트리와 보드카를 섞은 단순한 이 칵테일은 높은 도수의 알코올을 단 맛으로 마시게 하는 칵테일이었지.

 

도수가 높지만 부드럽게 넘어가는 맛에 붙인 이름, 실크 팬티.

 

이 노골적인 네이밍은 그야말로 시대에 딱 들어맞는 네이밍이었지.

 

마돈나의 성공 이후로 미국의 보수적인 세대가 뒤로 가고, 흔히들 MTV 세대라고 불리는 세대들에게 이 이름은 아주 잘 먹혔고

 

이 칵테일을 기반으로 곧 이어서 또 하나의 칵테일이 등장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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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한국에서도 여전히 유명하고, 한번 들으면 그 이름을 잊을 수가 없는 칵테일.

 

섹스 온 더 비치야.

 

아무리 칵테일에 대해서 잘 모르는 개붕이라도 이 이름은 한 번 들어봤거나, 그 노래를 들어봤을 거라고 봐.

 

피치트리를 이용한 칵테일 대회에서 입상한 이 칵테일은 그 자극적인 이름과 함께 대유행을 하게 되지.

 

보드카와 피치트리, 오렌지주스와 크렌베리 주스라는 단순하고 별 생각이 없어보이지만

 

달달하고 마시기 편한 이 칵테일의 대성공은 당시 바텐더 업계에 한 가지 충격을 던져줘.

 

"칵테일은 맛보다 야한 이름이 중요하다." 라는 생각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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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바텐더는 그 시대에 대해서 이렇게 회상하지.

 

"칵테일을 만들 때 어떻게 하면 맛있게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야한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는 시대였다." 라고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이 당시에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칵테일들은 그런 이름이 붙는 게 당연한 시대가 되버렸어.

 

누군가는 그 시대를 칵테일의 암흑기라고 부르기도 해.

 

맛은 어찌됐던 달게 만들고, 더 야한 이름을 붙이면 팔리는 시대.

 

그 시대를 선도해간건 바로 이 피치트리라는 리큐르야.

 

낮은 도수에 단 맛, 그리고 뭐랑 섞어도 그 맛이 나는 이 술은 너무나 편한 재료였어.

 

특히나 누가 어떻게 섞어도 어쩄든 그 맛이 난다는 점에서 바텐더들에게도 편하고, 사장에게도 편한 술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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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피치트리의 인기가 사그라 든건, 00년대 초반 이후부터야.

 

다른 종류의 많은 맛을 가진 리큐르들이 속속들이 등장했고

 

가장 첫 번째 주자였던 피치트리는 이제는 가장 올드한 술이 되어버렸지.

 

물론 시장을 선점해서 기본적으로 망한 건 아니었지만, 예전 만큼의 인기는 아니었다는 거야.

 

그리고 결정적으로, 바텐더들에게 점차 거부당하기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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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년대 부터 불었던 크래프트 칵테일 붐.

 

이 문화를 주도했던건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중반에 일을 시작했던 바텐더들이었고

 

이렇게 단순히 달고 야한 이름을 가진 칵테일에 신물이 나있던 사람들이었지.

 

종종 이야기하는 크래프트 칵테일에 대해서는 나중에 글을 쓰던가 할께.

 

하여튼, 그 시기를 겪었던 사람들에게는 피치트리는 별로 쓰고 싶은 재료가 아니었어.

 

오히려 쓴다면 진짜 복숭아를 쓰는게 나은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된거지.

 

또, 칵테일의 트렌드가 이때부터 조금씩 변하기 시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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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칵테일이라고 하면 생각하는 이미지는 위에 사진처럼 뭔가 색깔이 있고

 

주스처럼 마시기 편한게 칵테일이었다면

 

이 시기에 점점 고전적인 칵테일들이 다시 재조명을 받아.

 

술의 맛을 익히는 시대가 끝났다고 했지만, 다시 그 술의 맛을 익힌 사람들의 시대가 온 거지.

 

금주법 시대에 유행했던 칵테일들이 다시 발견되고, 그런 칵테일들을 베이스로 변화를 준 칵테일이 유행하는 시대 속에서

 

1984년에 나온 피치트리의 설 자리는 없었지.

 

실제로 피치트리를 사용하는 칵테일들은 대부분 지금에 와서는 레트로 칵테일이라고 불리는 80년대 스타일의 칵테일들이 대다수야.

 

물론 지금도 잘 팔리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은 칵테일이지만.

 

이미지가 달라졌어.

 

예전에는 피치트리를 이용한 칵테일들이 새롭게 멋있는 이미지였다면

 

이제는 옛날에 아저씨, 아줌마들이 젊었을 때 마시던 술이라는 이미지로 변해버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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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도 피치트리는 잘 팔리고 있어.

 

여전히 잘나가는 스테디셀러 상품이지만, 시대를 뒤흔들었던 술 치고는 막상 구글에 영어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이미지가 적은 편이지.

 

뭐 회사 자체는 여전히 잘나가고 있어, 피치트리는 이 회사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리큐르 중에 하나였으니까.

 

에전처럼 회사를 이끌던 제품은 아니더라도, 꾸준한 매출을 내주는 캐시카우 역할을 해주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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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유튜버들에게도 언제나 좋은 아이템으로 사용되고 있지.

 

아까도 잠깐 얘기했지만, 피치트리를 이용하는 칵테일은 사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복숭아 맛이 전부 덮어버린다는 단점이자 장점이 있어.

 

단점은 뭘 하든 간에 피치트리 맛이라는 거고.

 

장점은 그래서 대충 만들어도 마실 수 있는 맛이라는 거야.

 

덕분에 집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인기있는 제품이지.

 

뭐 단점이 있다면 단 맛이랑 복숭아 맛이 너무 강해서 금방 물린다는 거 정도?

 

실제로 사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맛은 있는데 생각보다 금방 질려서 빨리 없어지지 않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야.

 

지금 같은 하이볼 대유행의 시대에 이 술로 만든 하이볼이 별로 유행하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유지.

 

맛은 있는데 금방 물려버리는 단점이 명확해서 가게 입장에서도 별로 좋아하질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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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사실상 한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접근성이 쉬운 칵테일 중 하나인 피치 크러쉬도 이 술이 메인이야.

 

맛있다고 소문나고, 여기저기서 많이들 만드는 칵테일이지.

 

RTD 형식이나 피치크러쉬 맛이라는 이름으로 만든 제품들도 꽤나 있는 이 칵테일.

 

사실 복숭아 맛에 상큼달콤함이 추가 된 맛은 달거나 복숭아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대부분 좋아하는 맛이지.

 

역시나 단점은 맛이 너무 뻔하다는 거야.

 

피치 크러쉬를 마시고 맛있어 하는 사람은 많지만, 이걸 여러잔 시키는 사람은 별로 없거든.

 

또 뻔한 맛인 만큼, 제품화하기도 쉬워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있지.

 

 

 

 

 

 

 

 

 

 

 

 

 

 

 

칵테일에 있어서 단 맛은 바텐더에게 언제나 고민거리야.

 

단 맛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너무 달라서, 어떤 사람에게는 이게 딱 좋을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 단 술일 수 있지.

 

뭐가 정답인지는 몰라. 사람에 따라서 맞춰나가는 게 바텐더의 역할인거니까.

 

지금은 단 맛을 최대한 줄이는 게 트렌드인 시대지만, 언젠가 다시 피치트리의 붐이 올지도 모르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여전히 인기가 있고, 초심자들에게 쉽게 추천이 가능한 술, 피치트리였어.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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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댓글

2024.01.17

피치트리는 결국 원색적인 재료로써의 역할밖에 안되는건가?

다른 몇몇 리큐르들처럼 조화롭게 레이어를 형성나 킥을 주는 용도로는 사용하기 힘든것인가?

그렇다면 어떤 요소가 작용해서 이런 특성을 유도하는지 궁금해지네.

과일 에센스와 주정과 당의 직선적인 성분들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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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rari

색이 투명해서 레이어 주기에도 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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