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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의 끝판왕, 페르넷 브랑카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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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친구들, 오늘 할 술 이야기는 페르넷 브랑카라는 술이야.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져서 남미에서 유행했고, 그 영향을 받은 미국에서의 유행에 따라 한국에도 들어오는 술이지.

 

특유의 쌉쌀도 아니고 씁쓸한 맛 떄문에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데, 한 번 맛 들리면 계속해서 찾게 되는 마성의 술이지.

 

아르헨티나에서 살아본 적이 있다면 굉장히 익숙할 거야.

 

아르헨티나 교민들 사이에서는 아르헨티나에 적응하는 걸 이 술을 마실 수 있게 되는 시점부터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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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넷 브랑카는 1845년, 밀라노에서 베르나르디노 브랑카라는 이탈리아 약초학자에 의해서 만들어졌어.

 

 27가지 종류의 허브와 기타재료를 넣어서 만든 이 술은 초기에 기생충, 발열, 콜레라 및 생리통 치료제로 판매됐어.

 

효과가 어떠냐고? 그건 잘 모르겠음...확실한 건 소화제 효과는 있었다는 거지.

 

뭐 시대가 시대니까 그럴 수 있어, 어쨌거나 여러가지 효과를 가진 허브들을 배합해서 만든 술이니까.

 

들어간 허브들은 대황, 알로에 페록스, 신코나, 카카오, 퀴닌, 안젤리카 루트, 용담, 갈랑가, 카모마일, 몰약, 사프란 등등 다양한 허브들이 들어가 있지.

 

그 시기쯤에 유행하던 아마로 계통의 술이었는데, 이 술이 다른 아마로들과 차별점이 있다면, 도수가 39%로 좀 더 높고, 설탕이 적게 들어가서 훨씬 더 약 같은 맛이 났다는 거야.

 

주정에 허브들을 침출해서 만들어진 술을 오크통에 1년 가량 숙성 시킨 뒤에 판매되는 이 술은 그 특유의 쓴 맛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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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술은 1907년부터 아르헨티나에 수출되기 시작했고, 미국에서도 많은 양은 아니지만 꽤나 큰 수요가 있는 술이었어.

 

아르헨티나에서 왠지 모르겠지만 유행을 했고, 그 덕에 1925년에 아르헨티나에 증류소를 차릴 정도로 잘나갔지.

 

유럽계 이민자들이 많았던 아르헨티나에서는 자연스럽게 식전주와 식후주 문화가 자리 잡았는데, 그 자리를 이 페르넷이 딱 꿰고 들어간거야.

 

초기에는 식전에 소다수와 섞어서 마시거나, 식후에 커피에 이 술을 추가한 카라히요 데 페르넷이라는 걸로 마셨지.

 

특유의 씁쓸한 맛이 위를 자극해서 소화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줬거든.

 

이렇게, 페르넷은 아르헨티나에 천천히, 하지만 단단하게 자리 잡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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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술은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이 술이 유행을 해..

 

다른 건 아니고, 항구도시였던 샌프란시스코에 아르헨티나 선박들이 왔다 갔다 하는데 얘들이 마시는 걸 보고 저게 뭐지?

 

하고 찾아 마시게 된게 그 계기지.

 

과거 술들의 유행은 대부분 항구도시가 주도했던 것처럼, 이 술 역시 배를 통해서 미국에 전파된거야.

 

하지만 이러던 미국 내에 페르넷의 인기가 갑자기 치솟은 기간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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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1919년에 제정된 금주법 때문이지.

 

금주법으로 인해서 미국 내에서 1%이상 알코올이 함유된 음료의 유통이 전면 금지 됐는데

 

이 페르넷 브랑카의 판매량은 급증했지.

 

이유는 간단해, 그 당시 페르넷 브랑카를 주류나 음료가 아니라 약으로 유통했기 떄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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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많은 술꾼들이 술을 마시고 싶으면 갑자기 발열이 일어나서 약국으로 달려가서 페르넷 브랑카를 달라고 했지.

 

그 당시에 가장 구하기 쉬웠던 술인 만큼, 몰래 숨어서 운영하던 바들에서도 이 술을 많이 썻어.

 

이 시기에 페르넷을 이용한 여러 칵테일들이 생겨났고, 페르넷의 소비량도 급증했지만, 미국 정부는 이미 의약품으로 등록된 게 유통되는 걸 막을 수 없었지.

 

금주법이 끝난 뒤에도, 한 번 유행했던 것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꾸준하게 소비되어 가면서 그 위치를 공고히 했지.

 

참고로 미국과 아르헨티나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페르넷이 유행한 적이 별로 없어.

 

맛 들이기가 쉽지 않아서 유행을 할 수 가 없지 않았나 싶은게 내 생각이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술은 잠깐 한떄의 유행처럼 사라질 수도 있었는데, 1980년대에 갑작스런 반전이 일어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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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넷 콘 코카.

 

 

현재 아르헨티나에서는 이 술과 콜라를 섞어서 마시는 페르넷 콘 코카라는 음료로 주로 소비되는 데, 아르헨티나에 놀러간다면 어딜 가든 이걸 볼 수 있을 거야.

 

카페, 바, 술집, 클럽을 가리지 않고 파는 아르헨티나의 국민 칵테일이라고 할 수 있지.

 

이 칵테일은 1980년대 아르헨티나의 코르도바에서 처음 탄생해서 유행했고, 그 유행을 본 페르넷 사에 의해서 대대적으로 광고를 때리면서 전국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어.

 

페르넷이 가진 특유의 쌉쌀함을 콜라가 중화시켜주고 마시기 편해진 이 칵테일은 그 인기를 꾸준히 구가해왔고, 이제는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칵테일이 되었어.

 

어느정도냐면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페르넷의 75%는 아르헨티나 내에서 소비된다고 할 정도의 규모였지.

 

2020년에는 국제 바텐더 협회(IBA)의 정식 칵테일로 채택되서 페르난디토 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아무도 그렇게 안부르는게 함정이야.

 

아르헨티나에서 이 칵테일의 위상은 비공인이지만 아르헨티나의 술이라는 이미지고, 일종의 문화 아이콘이야.

 

이탈리아 술이 아르헨티나를 대표한다는 것 때문에 마음에 안들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페르넷 사랑은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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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칵테일의 인기는 아르헨티나를 넘어서 인근 국가들에도 퍼졌고

 

역시나 옛날부터 페르넷을 마셔왔던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유행했지.

 

미국에서는 발음 그대로, 퍼넷 콕이라는 이름으로 소비됐는데, 호불호 갈리는 그 맛을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콜라로 덮어주자마자 인기가 폭발했지.

 

어느정도냐면, 미국에서도 와인과 맥주 다음으로 인기 있는 알코올 음료로 꼽힐 정도로 말이야.

 

그 덕분에 엄청난 인기와 생산량을 자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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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술에 들어가는 재료 중 하나인 사프란. 세게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지.

 

페르넷 사는 전세계에서 유통되는 사프란의 75%를 사들여서 술을 만드는데 사용하고 있어.

 

주 재료가 아닌데도 워낙의 사프란 생산량이 적어서 그런거지만, 무시무시한 인기라고 밖에 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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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페르넷은 바텐더들 사이에서 유명한 술이야.

 

미국에서는 바텐더의 악수라면서 바에 다른 바텐더가 놀러오면 페르넷 한잔을 나눠 마시는 문화가 있어.

 

어디에서든 자기가 바텐더라고 밝히면 이 페르넷 한잔을 나눠 마시면서 서로에게 인사를 하는 거지.

 

이 문화가 한국에도 들어와서 꽤나 유행을 했는데, 정작 지금 미국에서는 이것도 질렸는지, 페르넷이나 다른 아마로를 이용한 작은 양의 칵테일을 서로 나눠마시지.

 

이 문화의 시작은 샌프란시스코의 바텐더 커뮤니티의 습관이었어.

 

미국은 바텐더들이 대부분 프리랜서라 일정 시간 이상 근무를 하지 못했고, 근무 교대를 할 때 많이 구비되어 있고, 가격이 별로 비싸지 않은 페르넷을 한 잔 마시고 교대했는데, 이 과정에서 악수를 하면서 헤어지는 걸 본 사람들이 그 별명을 붙여줬어.

 

그리고 단순히 근무 교대만이 아니라 다른 가게에 가서도 역시나 값싸고 항시 구비되어 있는 페르넷을 나눠마시는데

 

이걸 본 페르넷 사에서는 물이 들어올때라고 판단 했는지 노를 저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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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넷사는 페르넷 브랑카의 로고를 새긴 코인을 만들어서 바텐더들에게 배포하기 시작했어.

 

이건 일종의 바텐더 커뮤니티의 일원이라는 증거였고, 이 코인을 바 테이블 위에 올려두면 페르넷을 제공하는 것이 암묵적인 룰로 변했지.

 

그리고 이 코인은 요청한다고 모두 주는게 아니라, 페르넷 사에서 지정된 사람들에게 발급을 했어.

 

지금에 와서는 페르넷 브랑카 코인 챌린지라는 칵테일 대회에서 입상하거나, 타인에게 양도 받아야 물건이지.

 

뭐 이베이 같은데를 보면 50~60달러 정도에 판매되고 있지만, 사실 바텐더에게 이 코인의 의미는 사는데 있는게 아니니까.

 

 

 

 

 

 

 

 

 

 

 

페르넷 브랑카는 한국에서도 지금 계속 유통되고 있어.

 

한때는 아르헨티나에서 만들어진 39%짜리가 주로 유통됐지만, 지금은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지는 35%이 글로벌 판매용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지.

 

두 제품은 실제로도 꽤 차이가 나는데, 39%짜리가 더 단 맛이 적고 쓴 맛이 강한 반면에 35% 짜리는 쓴맛보다 단맛이 조금 더 나는 정도의 차이야.

 

그리고 일부 타국가에서 금지되는 성분이 빠졌다고 하는데, 용담이나 뭐 그런 종류가 아닐까 싶어.

 

아시아권에서 약으로 쓰이던 물건들은 식품에 들어가면 검수가 굉장히 빡세거나 판매 불가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보니 그런 것 같아.

 

마트나 주류점에가면 가끔 구석에서 혼자 쓸쓸히 있는 이 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야.

 

한번 쯤, 아르헨티나의 사람들은 왜 이걸 마실까? 하는 궁금을 가지고 마셔주길 바라면서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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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2024.01.13

이렇게보면 콜라가 참 만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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