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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을 대표하는 술, 금문고량주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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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개붕이들

 

오늘 할 술 이야기는 대만을 대표하는 술인 금문고량주야.

 

이전에 카발란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카발란 이전부터 대만을 대표하는 술이자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대만의 술이지.

 

이 술이 대만을 대표하게 된데는 사실 꽤 큰 이유가 있어서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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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문고량주는 대만의 금문도에서 생산되는 고량주야.

 

금문도에 살던 싱가포르 출신의 화교인 예화청이 소규모로 생산하던데서 시작한 술이지.

 

얘화청이 세운 진청주창에서 생산되던 금문고량주는 초기에는 그렇게 큰 양조장이 아니었어.

 

금문도는 울릉도의 2배정도 되는 크기의 섬인데다, 대만 본토에서도 꽤나 떨어져 있어서 딱히 유명한 곳도 아니었지.

 

하지만 예화청은 당시 금문도에 주둔하고 있던 중화민국 국군 복지기구에 이 술을 납품하게 됐는데, 이게 큰 기회로 다가왔지.

 

금문도는 작은 섬이었지만, 당시 중화민국 군대 10만명 정도가 주둔하고 있던 섬이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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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문도는 보다시피, 대만보다 중국본토가 훨씬 가까운 섬이었거든.

 

당시 아직도 전쟁 중이었던 중국과 대만의 상황상 정치적, 지리적,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곳이었다보니까 금문도 내 섬 주민보다 군인이 많은 요상한 상황이었지.

 

그러던 1949년부터 금문도에서는 자주 포격전이 일어나는 상황이었어.

 

워낙에 자주 포격전이 일어나다보니 당시에 금문도에 주둔해있던 군인 가운데 포격전을 수행하는 이외의 인원들은 대부분 지하벙커에 있었는데

 

한번에 수백발의 포탄이 떨어지는 상황 속에서 병사들의 스트레스는 극한에 다달았고, 그 과정에서 병사들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일반적인 백주보다 더 독하고 구하기 쉬웠던 금문고량주가 보급되고 그걸 마셨던 병사들 사이에서 유행을 하기 시작했지.

 

그 과정에서 당시 금문도의 전권을 지고 있던 후롄(胡璉)장군이 이 술을 맛보고는 마음에 들어 했지.

 

후롄 장군은 평소에 군인들이 소비하는 술과 쌀이 금문도에서 생산되는 것 만으로는 감당이 안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때 이 술을 마신거지.

 

그리고는 금문도 주민들에게 수수 재배를 명령하고, 생산된 수수를 보급품이었던 쌀과 교환하면서 백주를 생산하게 하지.

 

섬 주민들은 쌀보다는 수수를 키윅 좋았던 금문도에서 수수를 재배하고 쌀로 바꿔서 쌀밥을 먹을 수 있고, 군대 입장에서는 현지에서 생산하는 술을 보급할 수 있는 윈윈 정책이었어.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진청주창은 후롄 장군의 명령에 의해서 군대에 일방적으로 흡수되서 구룡강주창이라는 이름으로 변하지. 민영에서 군직영으로 흡수된거야.

 

진청주창을 만들었던 예화청은 불만이 조금 있었지만, 뭐 어쩌겠어.

 

1952년에 주둔군 총사령관이 회사 내놓으라는데 별 수가 있나?

 

그 대신 군에서는 예화청을 구룡강주창의 기술책임자로 고용했어. 졸지에 자기가 사장으로 있던 회사를 강제로 뻇기고 기술책임자(공장장이지.)가 된 예화청.

 

그래도 당시 같이 일하던 공장장들의 3배 정도 되는 월급 때문에 참았다고 하는데, 월급 때문인지 살려고 그랬는지 뭐...

 

 

 

 

 

 

 

 

 

 

 

이후 1953년에 금문고량주는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게 되고, 1956년에는 금문주창이라는 이름으로 사명을 변경하지.

 

그리고 1958년에 일어난 금문도 포격전의 영향으로 더욱 많은 군인들이 금문고량주를 소비하게 됐고, 이후 전역해서 본토로 돌아가서도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찾아서 마시는 술이 됐어.

 

이후 1981년, 마오쩌둥 사망 이후 등소평이 중국의 정권을 장악한 뒤 "대만에 대한 무력 공격이 없을 것" 이라는 선언을 한 뒤로 금문도의 상황은 안전해졌어.

 

이후 1992년, 금문도에 계엄령이 해제되면서 주둔군도 자연스럽게 축소되고, 이 과정에서 군이 보유하고 있던 금문주창은 금문현 정부 소속으로 귀속되었지.

 

이후로 금문주창은 정부소속으로 있다가 1998년,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주식회사 체재로 독립시켜서 지금도 금문고량주를 생산, 판매를 하는 회사가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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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이후에도 중국본토와 인접해 있는 금문도는 대만 입장에서 절대 사수를 해야하는 곳이었어.

 

문제는 중국의 힘과 국제적 영향력은 계속 커져가는데 비해서 대만의 상황은 위태위태했지.

 

그 과정에서 중국과 인접해 있는 영토인 금문도는 까딱 하는 순간에 넘어갈 수도 있는 지역이었고, 대만은 금문도과 확실히 자신들의 것이라는 증거가 필요했어.

 

그래서 대만정부 자체에서 금문고량주라는 브랜드를 밀어주기 시작한거야.

 

금문도에서 생산되는 대만의 술, 이라는 타이틀은 금문도가 대만의 영토라는걸 보여주는 증거가 되거든.

 

그리고 일단 주식회사 체제가 되긴 했지만 국영기업이라서 세수 확보도 용이했고.

 

덕분에 대만의 국가 행사 등에서 만찬주로 금문고량주를 내세웠고, 제품군을 다양화시키고 고급화까지 진행됐지.

 

한국에도 2018년부터 정식으로 금문고량주 58도 짜리가 수입되기 시작했고, 그전에도 대만 여행을 간다면 사와야하는 술이라는 분위기가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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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문고량주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해.

 

한국인에게 익숙한 건 주로 수입되는 금문고량주 58, 그리고 도수가 조금 낮은 38이지만, 오리지날은 66%의 도수를 자랑했고, 한정판으로 나오는 애들은 68% 도수를 가지고 있다고 해.

 

게다가 대만 내에서도 금문고량주를 나누는 게 있는데 바로 라벨의 색깔이야.

 

흔히 핑크 라벨, 블랙 라벨, 화이트 라벨이라고 하는데

 

핑크색 라벨은 금문도 주변에만 납풉되는 군납품으로 구하기가 힘들어서 가장 귀한 걸로 치고,

 

블랙 라벨은 00년대 이후로 생산되는 주로 해외 수출용 라벨

 

화이트 라벨은 대만 내수 소비자용 라벨이지.

 

매니아들은 핑크색 라벨을 구하려고 한다는 데, 맛의 차이는 어떨까 궁금한 부분이야.

 

뭐 현지 군납용이니까 좀더 신경쓰지 않을까? 군이 주둔하고 있는 지역인데 한국이라면 모르겠지만 대만, 특히 금문도는 진짜 위험지역이니까.

 

 

 

 

 

 

 

금문고량주 프리미엄 라인은 고태법이라고 하는 고량주 발효법으로 만드는데,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물을 넣지 않고 발효시키서 시간 대비 알코올 생산량이 무척이나 작은 제조법이라고 해.

 

대신 맛과 향이 가장 좋은 편이라는데, 프리미엄급 금문고량주를 마시면 특유의 향의 여운이 1분 이상 갈 정도라고 하지.

 

국내에서도 금문고량주 58은 꽤나 자주 보이는 편이니까 가끔 보이면 한 번 마셔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몰라.

 

대신 가격은 비싸, 대만 현지에서는 2~3만원대에 구하는 걸 한국에서는 9만원대에 사야하는 슬픈 현실이지...

 

 

 

 

 

 

여담인데, 중국집 등에서 금문고량주를 취급한다면 아마 그 중국집의 사장은 한국인이거나 대만화교일거야.

 

찐 중국인이 운영하는 집은 금문고량주를 넣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하더라.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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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의 댓글

2024.01.08

이거 맥주도 있던데 12퍼 짜리 존맛탱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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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

맛돌이 개추

0

오 조만간 사봐야겠다

0
2024.01.08

연태 도 좋아하는데 금문이 최고더라 기회되면 66도 먹어 보고싶어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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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문고량주 분홍 라벨은 금문고량주 양조 회사인 금문주창이 금문도 사람들을 위해 만든, 가격이 조금 더 싸게 공급되는 금문도섬 내부 전용 상품이야 그래서 금문도 내에서는 가장 저렴해

대만 내부나 세계적으로 가장 인지도가 있는 하얀라벨 58도가 제일 맛있고 분홍 라벨이랑 맛이 똑같음

블랙 라벨은 오히려 한국 채널 전용으로 먼저 만든건데 리저브가 5%정도 블렌딩 되어있음

그런데 하얀 라벨 금문고량주 생산량이 블랙보다 압도적이어서 생산 단가가 좋다보니 실제로도 화이트 품질을 더 쳐주는 편이야

완전 상위 라인들도 매력적이지만 개인적으로 오리지널이 제일 깔끔하고 맛있어서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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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헬리베뷰웅신

그리고 상위 라인이 수입된건 2018년도지만 하얀 라벨 금문고량주 58도가 수입된건 훨씬 전임

0
@수헬리베뷰웅신

그리고 대만 술들이 현지가랑 차이나는 이유는 중국에서 들어오는 중국 술들은 세율이 점점 낮아지지만 대만은 초창기 중국 세율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어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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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되게 맛있음... 저항 없이 넘어가더라

초전도체가 따로 없어 ㅋㅋㅋ

0
2024.01.08

왜 이건 오래될수록 맛있다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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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9

사실 난 마오타이보다 이게 인상적이더라ㅋㅋㅋ

정말 좋아하는 술이야

근데 전에 주류상점 가보니까 금문고량주 백룡이라는게 있더라고

뭔가 싶어서 보니까 그건 대만국기가 아니라 중국 국기가 걸려 있는거야

이건 중국에서 만드는 유사품이라고 봐도 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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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9

진먼가오량 대만 출장갔을때 엄청 마심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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