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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그리고 위스키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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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개붕이들.

 

오늘 할 이야기는 인도와 위스키에 대한 이야기야.

 

최근 들어서 모 유튜버 때문에 폴존이라는 위스키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여러가지 의미로 핫해졌지.

 

인도라는 이미지 때문에 여러모로 오해도 있고 한 인도 위스키지만, 의외로 꽤나 오랫동안 위스키를 마셔온 지역인 인도.

 

그 인도 위스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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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위스키의 시작은 19세기, 영국 통치시기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어.

 

1820년경 에드워드 다이어라는 영국인이 카사올리 지역에 인도 최초의 양조장을 세운데서 출발했지.

 

사실 이떄까지만 해도 인도내에서 위스키는 만들어지기 쉽지 않았어.

 

인도의 사정상, 식량 문제만으로도 공급이 힘든데 그 식량으로 만드는 술은 생산 자체를 엄격히 관리했거든.

 

그래서 돈 있는 영국인들은 본토에서 들어온 위스키를 마셨지.

 

그걸 보는 인도인들은 어떻게 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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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새끼들이 먹을 것도 부족한데 그걸 술로 만든다고?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인도의 땅덩어리는 컸고, 인구는 많았지.

 

"어? 쟤들이 마시는 거 뭐냐?"

 

하는 부자들이 생각보다 꽤 많았고, 돈이 있는 인도인들은 위스키를 마시기 시작했지.

 

인도 내에 위스키의 수요가 오르기 시작한거야.

 

그리고 그 인기는 인도가 독립된 이후로도 계속해서 이어져 왔지.

 

식민 시대에 지배층에서 마시던 술은 언제나 인기가 있었어, 한국으로 치면 맥주가 그랬던 것처럼.

 

문제는 독립된 인도는 여전히 빈곤한 나라였다는 사실이야.

 

먹을 것도 없는데 보리로 만든 위스키를 마시기는 힘들었지.

 

그래서 인도의 위스키 업자들은 한가지 방책을 생각해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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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우리 사탕수수 존나 많이 키우고 남는 당밀도 많은데 이걸로 만들면 되지 않냐?"

 

현재도 인도는 세계 2위의 설탕 생산국이야.

 

설탕이 많이 생산된다는 건 당밀도 많다는 이야기지.

 

먹기도 바쁜 보리 말고 당밀로 대체하면 모두에게 행복한 일이 아닌가? 싶지만, 당밀로 만드는 건 안타깝게도 위스키가 아니라 럼이었지.

 

실제로 인도에서도 럼을 꽤나 많이 생산하고 있기도 해.

 

하지만 영국이든 인도든 럼은 싸구려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위스키의 아성을 넘어서지 못했지.

 

그래서 인도의 위스키 업자들은 10~20%의 몰트와 나머지를 당밀로 만든 증류주를 섞어서 위스키를 만들기 시작하지.

 

여기서 "역시 인도답다!" 라는 말을 함부로 하면 안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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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그러던 시절이 있었거든.

 

쟤들은 당밀로, 우리는 주정으로 했다는 차이가 좀 있지만.

 

참고로 일본도 그러던 시절이 있었고.

 

아 참고로 도라지 위스키는 애초에 위스키도 안들어가고 색소랑 향이 들어간 물건이야.

 

위에 나온 드슈 같은 경우가 그나마 위스키 원액이 25%가 들어가서 "특급" 이라는 딱지가 붙여서 팔던 위스키였지.

 

 

 

 

 

 

 

 

 

 

 

 

 

 

 

물론 영국이나 유럽에서 보기에는 저런 술에 위스키라고 이름 붙이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소리였지.

 

장점은 가격이 좀 저렴하다는 것 정도?

 

하지만 인도에는 관련 법안이 없었고, 이렇게 만들어진 인도식 위스키들이 퍼지고, 인도의 생각보다 거대한 내수시장이 합쳐지면서

 

인도의 위스키 생산량과 소비량은 전세계 최고가 되어버렸지.

 

2010년경에는 단순 생산량으로만 따지면 전세계 위스키의 절반은 인도에서 만들어지고 인도에서 소비되는 지경에 이를 정도로 말이야.

 

 

 

그렇게 위스키를 소비하던 인도내에서도 한가지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생겨났지.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가짜 위스키를 먹어야 하는가? 라는 의문을 가진 사람들 말이야.

 

진짜 위스키를 마셔 본 사람들에게 가짜 위스키는 용납할 수 없는 물건이었던 거야.

 

하지만 세금이라는 큰 문제 때문에 수입 된 위스키를 편하게 마시기 힘들었던 인도의 시장 상황상, 어쩔 수 없이 가짜 위스키만을 마셔야 했지.

 

인도는 자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서 수입 위스키에 150%의 관세를 붙이는 미친 나라였거든.

 

한국도 못 살던 시기에도 위스키에 붙이던 주세가 100%였다는 걸 생각하면 어마무시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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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관세+주세+교육세+부가세 콤보로 현재 한국은 132%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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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이러다보니 인도내에서 진짜 위스키를 마시려면 자기들이 직접 생산하는 게 가장 싸게 먹히는 길이었어.

 

그래서 1982년, 1948년에 만들어진 암룻이라는 증류소에서 당밀이 아니라 보리로 만든 위스키 원액들을 혼합한 블렌디드몰트 위스키를 만들기 시작했지.

 

물론 원액은 여전히 MaQintosh라는 당밀 혼합 위스키에 공급되기 위해서 생산했지만,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도 만든다는 건 꽤나 고무적인 일이었어.

 

하지만 당시 인도에서는 싱글 몰트 위스키를 마시는 문화가 없다시피해서, 열심히 원액만을 공급했지.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직접 원액에 들어가는 싱글 몰트 위스키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거야.

 

2004년, 8월 24일, 암룻은 그동안 숙성시킨 원액만을 병에 담아서 인도의 첫 싱글 몰트 위스키, 암룻을 출시하지.

 

 

 

 

 

 

출시 당시에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어, 처음에 런던에서 이 제품을 소개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하나 같이 똑같았지.

 

이 글을 읽는 너희와 마찬가지로,

 

"인도에서 품질 좋은 위스키가 나오기는 하겠냐?"

 

라는 게 당시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었거든.

 

하지만 암룻은 꽤나 자신이 있었어, 이 위스키를 출시하기 전, 증류소의 사장은 영국에 유학 중이던 아들에게 위스키를 주고 반응을 알아보라고 했어

 

블라인드 테스트로 술을 마셔본 사람들은 대부분이 이 위스키를 스페이사이드 지역 몰트와 비슷하고 맛있다는 반응을 보였거든.

 

하지만 인도라는 이미지 때문에 암룻은 이 술의 판로를 레스토랑이나 바보다는

 

소매점과 작은 펍을 위주로 운영했지.

 

이후 판매 2년만에 이 위스키를 서유럽과 스칸디나비아 쪽 국가들에게까지 퍼졌고, 꽤나 인기를 끌었어.

 

맛에서는 밀리지 않았다는 반증이라고 볼 수 있지.

 

 

 

 

 

 

 

 

 

암룻 증류소의 마스터 디스틸러 Surinder Kumar는 인도에서의 1년 숙성은 스코틀랜드의 3년 숙성과 비슷하다고도 말을 했어.

 

인도의 기후 때문에 증발과 숙성이 더 빨리된다는 이야기지.

 

그래서 인도 위스키들은 대부분 숙성년수 표기가 없어, 사람들이 숙성년수가 낮은 것 때문에 선입견을 가지지 않을까 싶어해서 내린 결정이었지.

 

이건 대만 위스키 역시 마찬가지야.

 

여러가지 제약이 있었지만, 암룻이라는 인도 위스키는 세계 위스키 시장에 그 발자취를 톡톡히 남겼다고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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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elakanta Jagdale 암룻 증류소 사장

 

"마케팅 관점에서 우리는 우리 제품이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면 가장 어려운 지역에서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스코틀랜드는 스카치의 본고장입니다. 그들이 우리 싱글 몰트를 인정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의 말처럼, 암룻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의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볼 수 있어.

 

엄청나게 좋은 술이다! 까지는 아니어도 나쁘지 않은 싱글 몰트라는 이미지를 본고장에서 얻은 것 만으로도 인도에서는 큰 수확이었으니까.

 

이후 인도내에서 싱글몰트를 만드는 업체들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고, 최근에 화재가 된 폴 존 역시 2012년에 런칭을 했지.

 

 

 

인도 자국내의 위스키 시장에도 변화가 불어와.

 

2010년대 이전까지 전체 시장의 1%정도의 소비량을 보이던 인도의 싱글 몰트 위스키 판매량이 2017년에는 15%, 2022년에는 32%를 차지했지.

 

인도에서도 더 이상 예전처럼 혼합 된 짝퉁 위스키가 아니라 진짜 위스키를 마시기 시작한거야.

 

  

 

 

 

 

바나 어디에서 가끔 암룻 같은게 보인다면, 인도 위스키라고 너무 평가절하하지 말고 한 번 마셔봐,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암룻 퓨전 같은 경우는 피트 처리 된 스코틀랜드의 몰트와 인도의 몰트를 합친 제품으로 꽤나 재미있는 맛이 나기도 하거든.

 

 

 

 

 

 

 

 

 

아 이건 여담인데, 인도내에서 수입 위스키의 비율이 크진 않아도 시장은 커.

 

스카치 위스키의 소비량만으로 따지면 세계 7위의 수입국이거든.

 

인도 사람의 1%만 마셔도 시장성이 있음...

 

그리고 여전히 당밀을 혼합한 인도'식' 위스키 역시 여전히 판매 중이지.

 

한때 EU 측에서 당밀 기반의 증류주를 위스키라고 파는 것을 금지하라고 권고했지만, 인도가 씹어버린 일도 있었지.


"제국주의적인 부과는 용납할 수 없다." 라면서 말이야.

 

인도가 유럽, 특히 영국한테 좆같이 구는 건 이해할만하긴 해.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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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개의 댓글

2024.01.04

암룻 스펙트럼이 그렇게 맛돌이라면서

0
2024.01.04
@콜덕

아 그래? 다음에 인도가면 사와야겠네

0
2024.01.04
@개드립ㅅㅂ

위베 평점 89

극강의 킹성비라 하입까지 붙은걸로 알고 있음

1
2024.01.04

인도나 대만 위스키 나오는 거 보면 우리 나라도 충분히 도전할만 한데 주세법이 발목을 잡는 거 같아 안타깝다. 요즘 주류시장 분위기가 점점 고급주 위주로 옮겨가고 있는데 외국 업체들에 다 내줄 판이야. 기재부 뭐하고 있나...

1
[삭제 되었습니다]
@구화지문설참신도

없겠냐, 히트한게 없을 뿐이지…그리고 모야시몬은 술이 아니라 발효와 균을 다룬다고 보는게 맞지 않음?

1
2024.01.05

난 크게 불호 못느끼고 그냥 평범하네 싶었는데 암룻 특유의맛이 싫다는 사람도 많더라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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