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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볼이란 무엇인가?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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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개붕이들, 오늘은 연말 연시를 맞이해서 올 한해 가장 유명해진 술, 하이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

 

실제로 하이볼은 몇 년전까지만 해도 이자카야나 바에서만 마시다가 이제는 어딜가나 볼 수 있는 메뉴가 됐지.

 

심지어 카페에서도 팔 정도니까, 그 유행이 정점에 왔다고 봐.

 

오늘은 이 하이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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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볼의 시작은 영국이야.

 

하이볼의 시작은 탄산수의 발명과 함께 시작되지.

 

최초로 물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한 건 윌리엄 브라운리그라는 사람이야. 다만 이 사람은 과학자로서 실험의 일종이었고

 

1767년 조셉 프리스틀리라는 사람이 마시기 위한 탄산수를 최초로 개발한 사람이지.

 

이 사람은 단순히 탄산수만 만든게 아니라 과학사적으로 굉장히 많은 업적을 남겼는데, 독립전인 산소라는 원소를 발견한 걸로도 유명해.

 

뭐 하여튼, 이떄까지는 아직 상용화의 단계에 이르지 못했어.

 

본격적으로 탄산수를 유행시킨 건, 요한 자콥 슈베페(Johann Jacob Schweppe)라는 스위스 사람이야.

 

1783년, 탄산수를 병에 담아서 판매하기 시작했고, 그의 이름을 따서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Schweppes라는 회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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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전통을 가진 이 회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탄산수, 탄산 음료계의 명가라고 볼 수 있어.

 

진 토닉에 사용되는 토닉워터를 만든 회사이기도 하지.

 

뭐, 요한 야콥 슈베페 본인은 이 성공을 보지 못했어.

 

탄산수가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처럼, 처음 탄산수를 맛 본 사람들에게는 반응이 별로 안 좋았거든.

 

1792년에 런던에 회사를 창립했지만, 1795년에 회사가 망했지.

 

하지만 회사가 망한 뒤, 에라스무스 다윈(진화론을 만든 찰스 다윈의 할아버지다.)이라는 사람이 탄산수가 좋다고 이야기했고

 

저명한 학자이자 프리메이슨 단원이었던 이 양반 덕분에 탄산수의 유행이 시작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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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상류층들 사이에서는 브랜디에 탄산수를 타서 마시는 방식이 유행을 하기 시작했고

 

이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어.

 

당시 영국의 상류층들은 사냥 등의 취미생활이 끝나고 브랜디에 소다를 타먹는 게 하루 일과였지.

 

이후 필록세라 병으로 인해서 브랜디 수급이 어려워지자, 구하기 쉬운 스카치 위스키를 소다에 타서 마시게 되는데, 이 방식이 스카치&소다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지.

 

그리고 이게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일반적인 위스키 잔이 아니라 톨 글라스라고 불리는 긴 잔에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게 지금의 하이볼 글라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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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이볼이라는 이름이 붙은데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이 술이 열차의 식당칸에서 주로 제공된데서 비롯됐다고 해.

 

사진에서 보이는 저건 기차의 신호기로 쓰이던 공이야.

 

당시에 저 공이 높이 올라가 있으면 기차가 최대한 빠르게 출발해도 좋다는 신호였지.

 

기관사들이 출발할 때 저 신호를 보고 하이볼! 이라고 외쳤는데, 이후에 이 단어의 뜻은 빠르고 신속하게 를 뜻하는 속어로 사용되었다고 해.

 

그래서 칵테일들 가운데서 별 다른 시간이 걸리지 않고 빨리 나오는 이 술을 하이볼 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가 있어.

 

혹은 긴 잔에 떠 있는 얼음의 모습이 저 공이 높이 떠오른 모습과 비슷해서 붙었다는 말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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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최초의 하이볼은 브랜디로 시작했고, 위스키를 이용하면서 본격적으로 하이볼이라는 이름이 붙었어.

 

이후에 시간이 지나면서 증류주와 무알콜 음료의 조합 자체를 하이볼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지.

 

진 토닉, 스크류 드라이버, 페르넷 콘 코카, 럼콕등도 크게 보자면 하이볼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어.

 

하지만 이것들은 지금 한국에서 유행하는 하이볼과는 사실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지.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하이볼은 엄밀히 따지자면 하이보루(ハイボール)에 영향을 받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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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하이볼은 지금도 인기 있는 메뉴 중의 하나지만, 생각보다 역사가 짧은 음용법이야.

 

버블 붕괴 이후에 나타나기 유행하기 시작한 음용법이거든. 뭐 나름 30년이 넘기는 했지만.

 

원래 일본에서는 위스키의 인기가 높았지만, 일본에서 위스키를 마시는 방법은 대체로 미즈와리라고 위스키에 물을 타서 마시는 방식이었어.

 

높은 도수에 익숙하지 않았던 일본인들에게 미즈와리는 위스키를 편하게 마시기 위한 수단이었지.

 

일본에서만 마시는 방법은 아니고, 전통적으로 트와이스 업이라고 위스키에 물을 1;2 비율로 타서 마시는 방식이 있었는데,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나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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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버블 이전까지도 일본에서 위스키는 꽤나 고급품이었어.

 

자국에서 만드는 위스키도 있었지만, 당시 일본 위스키는 스카치 위스키의 짝퉁이라는 취급이었지.

 

고급품인 스카치 위스키는 온더락이나 니트로 마시는 걸 선호했고, 일반적인 일본 위스키는 미즈와리로, 이게 일본에서 위스키 음용의 기본이었어.

 

그리고 버블 경제의 붕괴 이후로 값비싼 위스키의 수요가 떨어지면서, 위스키 회사들의 매출도 급감했지.

 

이 과정에서 위기탈출 방안으로 주목한게 바로 하이볼이야.

 

위스키에 다량의 탄산수를 넣어서 미즈와리와 비슷하지만 마시기 쉽고, 양에 비해서 저렴한 가격에 팔기 위한 방책이었던 거지.

 

그리고 이게 대히트를 치면서, 이자카야의 필수품목이 된거야.

 

지금에 와서는 비싸디 비싼 일본 위스키들은 이 당시에 대부분 하이볼 용으로 소비가 됐지.

 

가장 저렴한 가쿠빈을 필두로, 여러 위스키가 나왔는데, 하쿠슈 같은 경우는 처음 판매할 떄 애초에 하이볼 용 글라스를 같이 주는 마케팅을 하기도 했어.

 

뭐 이후에 위스키보다 저렴한 일본 소주를 이용한 쇼츄 하이볼도 나오고, 이걸 줄여서 츄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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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츄하이에 여러가지 맛을 낸 것들을 제품화 했고, 한때 한국에서도 하이볼 이전에 츄하이 캔제품들이 유행을 하던 시기가 있었지.

 

사실 지금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하이볼은 이 두가지가 섞여버린 형태라고 봐도 무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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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하이볼 열풍의 시작은 나혼자 산다에 나왔던 얼그레이 하이볼이라고 볼 수 있어.

 

이전까지도 하이볼이 알음알음 퍼지고 있었지만, 방송에서 나온 이후로 폭발적으로 관심이 증가했거든.

 

그리고 이 열풍은 원래부터 술을 마시던 사람들을 제대로 긁어버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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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원래부터 하이볼을 좋아하던 사람들은 한국에서 파는 하이볼을 별로 안좋아했어.

 

이유는 바로 저 진로 토닉워터지.

 

한국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하이볼은 탄산수가 아니라 진로 토닉을 이용해서 만들거든.

 

원래의 하이볼은 단맛이 없이 위스키 향과 청량함을 즐기는 음료였는데, 그 방식이 한국 사람들에게는 낯설었고

 

단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서 진로토닉을 사용하게 된거야.

 

아마 이전에 잠깐 문배주 등에 토닉워터를 타먹는게 유행하던 풍조가 그대로 이어져 온 게 아닐까 싶어.

 

그래서 단 맛을 생각하지 않고 하이볼을 주문했던 사람들은 진로 토닉워터가 들어간 하이볼이 나오자 극혐을 했지.

 

반면에 진로 토닉워터가 들어간 하이볼로 술을 시작한 사람들은 단 맛이 안나니까 클레임을 걸었고.

 

지금은 탄산수와 진로토닉의 구분을 해놓는 가게들이 많지만, 초창기에는 그런거 없어서 많은 혼란을 겪었지.

 

 

 

 

 

 

 

 

 

 

 

 

 

뭐 사실 크게보면 위스키 토닉도 하이볼의 일종이긴 한데, 일본식 하이볼을 파는 가게에서 저러면 조금...이라는 생각이야.

 

하여튼 이러던게 저 얼그레이 하이볼 이후로 정말 별의 별게 다 생겨나기 시작했지.

 

이제는 누가봐도 하이볼이 아니라 다른거 같은데 뭐든 간에 하이볼이라고 이름 붙이는 풍조가 생겨난 느낌이랄까?

 

심지어 무알콜 하이볼도 팔던데, 그건 그냥 에이드 아니냐?

 

 

 

 

 

 

 

하여튼 다시 돌아와서

 

결국 하이볼이 무엇이냐? 라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할 수 있어.

 

"기본은 위스키와 탄산수의 조합, 하지만 기타 다른 증류주를 비롯한 술들과 논 알코올 음료의 조합도 포함된다."

 

베이스가 되는 술

 

탄산이 있는 음료

 

얼음이 들어간 긴 잔

 

이 세가지가 하이볼의 기본이라고 볼 수 있어.

 

 

 

 

 

 

 

 

 

 

 

 

 

 

 

그리고 하이볼 열풍 덕분에 한 가지 고충이 생겼는데, 손님들이 주문할 때 하이볼 좋아한다고 말을 하는 거야.

 

하이볼이 유행하기 전에 하이볼을 좋아한다고 하면 아 단맛이 없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했는데 이제는 이 사람이 좋아하는게 뭔지 모르겠다는 문제가 생겼어.

 

그 사람이 생각하는 하이볼과 바에서 기본적으로 파는 하이볼은 좀 다를 가능성이 있거든.

 

그래서 하이볼 달라고해서 줬는데, 단맛이 없어서 당황하는 걸 본 기억도 있어. 너무 당당하게 시켜서 당연히 바에서 하이볼을 마시던 사람인 줄 알았거든.

 

이후로 하이볼을 주문하면 꼭 물어보지, 단 맛이 있는거냐, 아니면 술 맛만 나는 거냐고.

 

 

 

 

 

 

 

 

 

뭐 어쨌든 간에, 하이볼을 좋아하는 개붕이라면 가장 기본이 되는 위스키 & 소다나 브랜디 & 소다를 즐겨봐.

 

여기에 익숙해지면 다시 달달한 하이볼로는 못 돌아가는 몸이 되어버릴테니까.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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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의 댓글

개드립의 주류학개론 개추

0
2023.12.31
0
2024.01.01

그제는 제임슨 블랙 배럴에 말아묵고 어제는 시바스 리갈에 말아 먹었는데 나같은 알찔이한테는 최고의

한잔임....탄산수의 드라이함도 좋고 토닉워터의 들큰하이 끝에 올라오는 위스키 맛도 좋음

0
2024.01.01

사장님의 술냄세나는 글 오늘도 잘읽고 감니다

0
2024.01.01

개인취향으로 레몬 타는거 좋아하는지 궁금해

0
@채첨단

래몬 껍질까진 괜찮지만 즙은 좀

0
2024.01.05
@지나가는김개붕

아 동남아라서 초록색 레몬 엄청 많고 맛도 좋아서 자주 해먹고 있는데 그건 또 정통은 아닌거네

0
@malrory

그건 라임 아니냐

0
2024.01.05
@지나가는김개붕

어 ㅋㅋㅋㅋ 라임

베트남말로는 생각이 났는데 영어로 생각이 안났음

0
2024.01.01

달달한 음료수마냥 꿀꺽꿀꺽 먹고싶어~

0
2024.01.01
0
2024.01.02

좋은글 ㅊㅊ 감사요

0

차장에게 푸락셀 해도 된다는 뜻이었구나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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