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우울증 탈출기 5 - 치료 쉽게 하기

그냥 오랜시간 개드립을 한 이용자 1명이 우울증에 걸리고 회복되는 과정을 서술한 길고 지루한 글임. 
인터넷에는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많아도 회복을 한 사람은 잘 보이지 않아서 내가 글을 쓰고싶었음. 
주의! 읽다보면 우울감이 느껴질 수 있음

 

인터넷에 봐도 치료법이 정말 많이 나와있다. 근데 막상 시도해 보려 하면 생각 외로 쉽게 우울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치료가 길어지다 보니 대부분 우울감의 개선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떤 마음가짐으로 치료를 해야 할까? 운동에 비유해서 마음가짐과 생활습관에 대해 이야기해 봄

 

 

마음가짐

 

1. 우울증의 치료 기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 헬스를 하면서 누구나 몸짱이 되기를 원하지만 막상 운동을 시작해 보면 타고난 근력, 유연성 등의 차이로 같은 기간을 운동한다 하더라도 다른 결과를 가진다. 

  • 우울증도 비슷하다. 병이 걸린 계기가 개개인마다 다 달라서 본인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병이 심한 정도도 다르다. 비슷한 치료를 받더라도 다른 사람에 비해 치료 기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 가장 안 좋은 습관부터 조금씩 바꿔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2. 치료를 위해서 처음부터 많은 것을 시도하지 말자.

  • 팔굽혀펴기 10번은 누구나 노력하면 할 수 있다. 다만 오랜 기간 운동을 안 한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바닥에서 팔굽혀펴기를 하면 대부분 못 한다. 최대한 쉽게 할 수 있도록 책상이라도 잡고 팔굽혀펴기를 해야 한다. 조금씩 늘려가는 거다. 

  • 정말 최소한의 것을 먼저 시도하자.
    침대에 누워있다면 일어나 앉아있고
    걷기 힘들다면 밖에 나가서 하루에 한 번 바람이라도 쐬자. 
    어제의 나보나 한 발짝만 더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3. 제대로 된 멘토 만나자

  • 비상식적인 운동 선생님을 만나면 운동하다가 디스크가 터져버린다. 잘 가르치고 몸을 잘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필요하다. 

  • 우울증의 치료에서도 비슷하다. 정신과 병원과 상담소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좋은 사람을 고르도록 해보자. 너에게 맞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너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을 만나자.  여기서 추가적으로 유튜브 개인 채널에 마음 건강 관련 이야기를 올리는 의사를 멘토로 삼는 것을 추천한다. 우울증을 회복하려 하면 마음속에 의문이 많이 들 때가 많다. 이럴 때마다 주저 없이 유튜브에 영상을 한번 찾아보자. 내가 도움을 많이 받았던 채널들은 아래 목록과 같다. 

1). 정신과의사정우열

2). 닥터U와 함께
3). 양브로의 정신세계
4).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4. 우울증은 완치되는 병이라기 보다는 관리하는 병이다. 

  • 허리 디스크랑 비슷하다 생각하고 살자. 

 

아래는 내가 개선해나갔던 습관들의 목록임 

가장 시급한 것 or 가장 바꾸기 쉬워 보이는 습관을 바꿔보려 노력하자. 해볼 마음이 있는 친구는 1개만 시도해봐

 

생활 습관

 

0. 카페인 끊기 : 카페인을 마시면 감정이 극도로 불안해지고 우울 했는데 그걸 최근에야 알았음. 카페인을 끊는 것 만으로도 항우울제 이상의 효과를 봄. 정신과 병원에서 자율신경계 이상 검사를 받고 신경 긴장이 상당히 높다고 나왔는데, 실제로 편의점 1+1 커피를 마시고 잠을 자면 밤새 몸에 힘을 주고 잠을 자서 등에 담이 걸릴 정도였음.  데자와, 커피 끊음 콜라는 너무 무리하지 않게 마심.  정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디카페인으로 마셨음. 

 

1. 하루에 10% 남기기 : 내가 예민하게 살고 나 자신을 몰아세우는 경향이 강했음. 예로 들어서 목표를 정했다고 치면 그걸 못했을 때, 자기 전까지 그 목표를 마음속에 두고 계속 불안하고 나를 자책했음. 하루 종일 오픈채팅이나 커뮤를 껐다가 켰다를 반복.. 무기력한 시절의 습관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었는데 이러면 뇌가 쉬질 못함. 그래서 하루에 일과가 남았건 공부를 해야 하건 하루 10%는 무조건 쉼.(멍때리고 있는다는 이야기임. 핸드폰 x)

 

2. 일기 쓰기 : 오늘 어떤 행위를 했고 그로 인해서 내가 어떤 감정의 영향을 받았는지 매일 하루의 끝에서 정리하면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고 내 정서적인 안정감이 얼마나 되는지 기록으로 남아서 매우 좋음. 피드백이라고 생각하면 될듯함. 

 

3. 매일매일의 같은 일상 살기(주말 포함) : 아래 목록 중 같은 시간 일어나는 것은 아직 잘 못함. 정신과 폐쇄병동에 들어가면 이걸 강제적으로 한다. 그만큼 우울증에 효과적임.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 이걸 지키기 쉽지 않음. 간단한 아르바이트나 일이 별로 없는 직장에서 일하는 것을 추천함. 나는 일의 강도가 많이 높지 않은 직장에서의 생활이 좋은 치료기간 이었음. 

1). 같은 시간에 일어나기

2). 같은 시간에 밥 먹기

3). 일주일에 2~3번 정도 땀날 정도로 운동하기, 매일 햇빛 보기 

 

4. sns 끊기, 휴대폰으로 커뮤니티나 오픈채팅으로 의미 없는 인간관계 만드는 것 자제하기, 부정적 정보 멀리하기  : 요즘은 개드립 하면서도 부정적인 이야기들은 잘 안 보려고 함. 정치, 경제, 사회 관련 이슈들도 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들은 신경 자체를 안 쓰려고 함. 뇌의 부하를 너무 높여버리는 것들이라 멀리할수록 좋음. 내가 할 일만 하고 더 이상 안 하는 것임. 이전 우울증이 심할 때는 정치 유튜버를 귀에 항상 꼽아두고 이야기 들었던 적이 있었음. 내 지식을 쌓아가려는 긍정적인 이유에서 였지만, 나 자신도 못 챙기는데 굳이 그거까지 신경 쓸 필요가 없음. 

 

5. 지속적인 항우울제 복용 : 우울증이 극심했던 시기에는 감정이 조절되도록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나 어느 정도 진전이 된 이후부터는 크게 모르겠음. 단순히 약보다는 운동이랑 병행했을 때 큰 효과를 보긴 함. 지금은 의사와 상담을 해서 치료를 종결하고 약도 더 안 먹는 쪽으로 잡음. 

 

6. 일상의 작은 취미 만들기 : 감량하면서 전국에 있는 산 중에 높은 산에 가보고 싶더라. 그래서 지리산이랑 한라산 다녀옴. 등산하면서 느끼는 작은 성취들이 삶에 있어서 큰 용기를 주기도 하더라. 

 

...

일단 생각나는 것은 여기까지

 

 

나는 언젠가는 터질 우울증이 먼저 발병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음.

자신의 마음을 어린아이 대하듯이 잘 살펴보고 보듬어주는 시기였음

 

우리의 뇌는 가소성이 있음. 뇌의 회로가 망가지듯이 다시 회복되는 것도 가능함. 내가 그랬고.

내가 우울증을 이겨내고 성공했다! 이걸 말해주려고 글을 쓴게 아님. 그냥 너희도 이전과 같은 삶으로 복귀할 수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음. 

 

 

 

거짓말이 아니란 걸 알려주기 위해서 사진 첨부함.

 

아래 사진은 우울증이 극심했을 때(좌 : 101kg 정도, 이후로 105kg 근접했었음)와 최근 감량 후 사진(우 : 81kg 정도)

폭식을 많이 했어서 체중이 급격하게 올랐음. 배가 불러오는 것에서 오는 잠깐의 즐거움을 지나치게 탐닉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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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어느정도 호전되고 나서 인지능력이랑 집중력이 많이 돌아와서 토익 점수 올린거랑 5번 넘게 필기에서 떨어진 전기기사 취득

거의 삶의 모든 것들을 포기했었다. 농담이 아니라 연필을 쥐기도 싫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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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청이 있다면 체중감량과 공부했던 이야기도 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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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의 댓글

2023.12.04

잘 보고있음 계속 써줘~

1
2023.12.04

난 우울하면 노래를 들어

0
@콩고기방패

어떤 노래?

0
2023.12.04

난 직업군인인데 또라이 선임 하나 만나서 우울증 걸렸었음… 내 평생 살면서 우울증은 다른 사람 이야기였는데 내가 막상 걸리고 나니까 아.. 내가 우울증이구나 실감도 안나고 몰랐었음

지금은 약 1년 정도 먹고 끊은지 3달 정도 되었고 그 전 보다 정상궤도로 올라왔는데 글에 쓴 것 처럼 완치가 아닌 언젠가 또 찾아올 수 있는 감기 같은 병 같음 ㅋㅋㅋ

글 잘 읽었어

0
@삼토준지

사람의 모든 고통은 인간관계에서 온다고 하더라.

0
2023.12.04

3년인가 4년 째 우울증 괜찮아졌다 나빠졌다 하는데

평생 관리해야 하나봐 후

0
2023.12.04
0
2023.12.05

공시 준비중인데 우울증이면 어카냐 스트레스 받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인데...

0
@찍스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공시 관련해서 제대로 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멘토를 찾아봐.. 취업 준비생/공시생/직장인/학생.. 다들 스트레스 원인이 다름. 유튜브에 공시생 스트레스 관련 영상 찾아봐

0
2023.12.05
@한없이투명에가까운블루

고마워 찾아봐야겠네

0
2023.12.06
[삭제 되었습니다]
@시체유영

약 복용하길 바람.

 

난 예전만큼 우울감이 극심한 상태가 아니라서 평소에 운동하고 규칙적 생활을 해도 감정이 어느정도 해소됨. 감정이 스스로 자정작용 하는걸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약의 필요성을 못 느꼈음..

 

다만 나도 단약하고 어쩌다 너무 힘든 시점에선 정신과 의사를 다시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약도 다시 복용했음.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하는 편임

0
2023.12.06
@한없이투명에가까운블루
[삭제 되었습니다]
@시체유영

공부썰은 올림

운동은 일주일에 3번은 땀 흘리는 유산소나 근력 운동 함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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