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1979년 당시 미국은 12.12사태를 어떻게 평가했는가?

 

 

최근 하나회의 군사 쿠데타인 12.12사태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하여 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의 인기와 비례해 12.12 사태와 전후 맥락에 대한 역사적 관심도 재조명 되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은 12.12사태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12.12사태 이후 한국에 대한 미국의 우려와 평가는 미 정보기관이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피상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

 

아래 보고서는 쿠데타 발생 8일 후인 1979년 12월 20일 CIA의 주관 하에 작성된 특별 국가 정보 판단(Speical National Intelligence Estimate, NIE)이다. NIE는 특정 국가안보 문제에 대해 미국 정보 기관들이 자료를 종합해 작성하는 권위있는 정보 문서이다. 미국은 NIE를 통해 국가 안보에 영향을 끼칠 현안을 분석하고 예상될 미래를 추정하며, 향후 대외정책 추진을 위해 참고한다.

 

해당 문서는 2007년 9월 24일 전문이 기밀 해제되었다. 

 

 

 

 

 

캡처.PNG

 

 

 

 

해당 평가는 중앙정보부의 감독하에 진행되었음.

 

정보 위원회는 본문에 언급된 것을 제외하고 평가에 동의함.

 

다음은 평가 준비에 참가한 정보 기관임.

 

CIA, 국무부, 국방 정보국, NSA 

 

또한 다음이 참가함 : 

 

육군성 정보참모부장, 해군성 해군 정보국장, 공군성 정보참모부장 

 

 

 

 

알림 (Note)

 

 

본 긴급 평가는 만일 군부간에 격한 전투가 발생하고 민간 소요가 확산되어 이후 2~3달간 상황이 악화된 한국에 대한 북한의 침공 가능성을 다룬다. 본 평가는 (실제로는) 악화되지 않았을 불안정성의 정도를 가정한다.

 

 

 

주요 판단 (Key Judgement)

 

 

남한 내 군부 간의 전투와 남한 내 민간 소요 확산의 출현은 평양으로 하여금 한반도의 무력통일을 고려하도록 유도 할 것이다. 

 

하지만 평양은 미국이 북한의 침공에 대응하고, 남한에 주둔하는 미 지상군과 교전을 할 것이 확실시 된다는 점에서 중대한 난관에 봉착 할 것이다. 남한에서 발생한 혼란으로 한-미 관계가 경색되었음은 분명하며, 미국은 이란 사태와 그 외 상황발생 가능성에 대해 몰두하고 있기에, 북한은 남한을 지키기 위한 미국의 능력과 결의가 약화되고 있다는 계산을 내릴 것이다.

 

평양이 마주하고 있는 결정의 중요도와 그에 수반될 위기의 관점에서 봤을때, 군사적 행동을 선택할 것일지 말지에 대해 우리 측이 자신있게 판단하긴 어렵다. 하지만, 해당 시나리오 하에 그러한 행동이 취해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최대 50대 50의 확률이라고 믿는다. *

 

만일 북한이 개입을 선택한다면, 조직적인 저항을 파괴하고 남한 전반을 통제하기 위한 대규모 공격을 감행 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 국방 정보국 국장은 미국과의 전쟁으로 얻을 리스크에 대한 북한의 인식과 그로 인해 북한이 겪을 엄청난 손실을 포함해 너무 많은 주관적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확률을 계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국장은 적대행위의 위험이 훨씬 더 높아질 것이란 점에는 동의한다.  

 

 

p.1

 

 

 

논의사항 (Discussion)

 

 

1. 북한 지도자 김일성은 남한 군부 간의 전투와 박 대통령 시해로 이어지는 남한 내 민간 소요 확산을 자신의 임기 내 한반도를 통일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로 볼 것이다. 1975년 김일성은 공개적으로 남한 내에 혁명 여건이 조성된다면 북한이 가만히 있지 않을거라 선언한 바 있으며, 이후 해당 발언은 평양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되었다. 김일성은 사석에서 1960년 이승만의 하야와 1961년 군사 쿠데타 사이의 불안정한 기간에 대해 북한에게 절호의 기회(Golden Opportunity)였으나 이를 이용하기엔 군사적으로 준비되지 않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10년간 북한의 군사 역량은 상당부분 증강되었고 김일성은 이제 군사적 행동을 취하기 더 수월한 입장에 있다.

 

억제력

 

2. 군사적으로 약화된 남한을 침공하는것을 고려하는데 있어 평양은 주요 동맹이자 가장 중요한 미국의 안보위원회가 서울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할지를 가늠해 볼것이다. 지난 수년 간 모스크바와 베이징은 김일성을 우려해 왔으나, 북한의 군사적 효율성이 증대됨에 따라 이들의 영향력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만일 김일성이 군사적 개입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납득한다면, 중국이나 소련이 이러한 모험에 반대를 표할 지 의심스럽다.

 

3. 우리 측은 미군의 주둔이 없다면 북한이 남한을 침공할 것이라 판단한다. 하지만 북한군의 대규모 침공 간에 미 지상군이 주둔해 있고 그들과 전투를 할 것이 분명하단 점은 평양을 주저하게 할 것임이 틀림없다. 북한은 서울 북부에 주둔한 미군이 남한과 맺은 조약에 대한 미국의 약속 그 이상의 억제력임을 오랫동안 인지해왔다. 우리는 1970년대 동안 평양의 주요 목표들 중 일부는 남한에 주둔중인 미군에 의해 이뤄지지 못했다고 믿는다.

 

4. 북한은 남한 내에서 발생한 혼란으로 한-미 관계가 경색 되었음을 인지할 것이다. 평양은 아마도 남한 방어에 대한 미국의 결의가 어느정도 약화되었다고 계산 할 것이며, 미국 내에서 한국에 대한 정책 논쟁이 심화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p.2

 

 

5. 북한은 또한 미국의 우려와 한국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고려 할 것이다. 현재 미국이 중동과 동남아에 몰두하고 있기에 군사적 행동을 취해도 그 리스크가 낮다고 인식 할 수도 있다. 반면 북한은 이란 사태에 대한 미국의 분노와 좌절을 주한미군을 공격 할 시 워싱턴이 대응의지를 보여 미국의 적극성을 드러내는 불길한 징조로 고려 할 수도 있다. 북한은 또한 미국의 신속한 대응 능력을 평가 할 것이다. 만일 미국이 다른 지역에 주요한 방식으로 군사적 개입을 하게 된다면 북한이 감수하게 될 리스크가 상당 부분 감소될 것이라 예상한다. 평양에게 있어 중요한 징후는 한국과 극동 아시아에 지속 주둔 중이거나 해당 지역에서 운용하기 위해 배정된 미군이 될 것이다. 

 

6. 북한이 마주하게 될 결정의 중요도와 그에 수반될 위기의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는 (북한이) 전면전을 택할 것인지 아닌지 자신있게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우리는 그럴 행동을 취할 가능성은 최대 50대50으로 본다. * 

 

* 1장 주요 판단 각주에 있는 국방 정보국장의 의견을 참고 할 것

 

 

군사적 옵션

 

 

7. 평양은 아마 두가지 방법을 고려 할 것인데, (1)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미국의 결의를 시험하며, 남한의 붕괴를 가속화 하기 위해 제한적인 군사개입 시도, 혹은 (2) 대규모 공세의 개시이다. 우리는 평양이 첫 번째 선택지를 거부 할 것이라 믿는다. 한국전쟁 이후로, 북한은 다양하고 소규모의 (군사적) 조치를 시도해왔고 거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러한 경험들을 비추어 보아, 북한은 제한된 (군사적) 행동은 절대적 손실(net lose)이 될 것임을 잘 알고있을 것이다. 미군과 한국군은  북한의 제한적인 목표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할 것이기에 북한이 지게 될 리스크도 낮아지지 않는다. 과거에 북한 취한 위협적인 태세는 남한을 단결시키는 효과를 가져왔기에 이번에는 평양이 달리 판단할 이유가 거의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신중하게 군사적 행동을 취한다면 기껏해야 제한된 이득을 얻거나 미군의 철수를 무기한 연기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8. 그러므로, 우리는 남한에 대한 북한의 군사적 개입은 전면전이 될 것이고 지상, 해상, 그리고 공중을 통해 조직적인 공격을 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믿는다.

 

 

p.3

 

대규모 유격 부대들(ranger-commando troops)이 남한의 전방과 종심으로 즉시 투입되어 북한 지상군이 DMZ를 넘어 정면공격을 할 수 있도록 지원 할 것이다. 북한 공군은 비행장과 지휘통제 시설, 방공 기지를 공격하여 남한과 미국의 근접 항공지원 능력을 무력화 시킬 것이다. 북한 해군은 해안가의 주요 목표를 공격하고 대함작전을 수행 할 것이다.

 

9. 서울 지역을 통제하는 것이 초기 목표가 되겠으나,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는 군사적 점령을 통한 한반도 전체의 통일이 될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의 군사 전략, 전술은 최근 몇 년 간 향상되었다. 가용 첩보들은 북한의 계획이 기습전, 속도전, 그리고 남한군에 대한 유생역량 소멸을 통해 남한 전체를 포위소멸 할 것임을 보여준다. 군과 민간 출신 탈북자와 포로로 붙잡혔던 공작원들은 완전한 승리를 대남전의 목적이라고 말하고 북한이 제한된 목표를 가지고 전쟁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을 부정했다.

 

 

10. 우리의 판단으론, 북한은 자신들의 군사작전이 성공하는 한 남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침공을 계속 시도할 것이다. 북한의 군 부대, 병력, 장비의 증강은 우리가 2년 전 판단했던 것보다 더 장기적인 군사작전을 유지하도록 해줄 것이다. 북한의 수송력은 적에 의해 방해받지 않는다면 충분히 재보급을 지속할 수 있고, 북한의 저장 탱크가 충만하다고 가정하면 몇 달 동안은 군사 작전을 지원할 충분한 연료(POL)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그 외 중요 보급들도 대규모 전투를 최소 30일 이상 지속하는데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11. 평양과의 조약에 따라 소련과 중국은 북한의 남한 침공에 대해 조심스럽게 반응할 것이라 매우 확신한다. 양국 모두 미국과의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을 피하길 원할 것이다. 중국은 특히나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위태로워 지는 것을 꺼릴 것이다. 그렇지만, 두 국가의 상호간 라이벌적 관계와 비적성 국가인 북한에 대한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소련과 중국은 최소한 평양에게 일부나마 물자를 지원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것이다.

 

 

p.4

 

12. 소련과 중국의 지원 규모와 그 외적인 사항은 미국의 반응, 교전의 규모와 기간, 전장 결과에 대한 소련과 중국의 기대치, 그리고 북한 정권에 대해 영향력을 두고 경쟁하는 양 국가가 얼마나 중요성을 부여하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1950년때와 마찬가지로 평양 정권의 생존이 위협받지 않는다면 양 국가 둘다 한반도의 분쟁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p.5

 

 

 

NIE 세 줄 요약

 

1. 한미 관계의 경색과 이란 미 대사관 사태로 동아시아 정세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져 북한으로 하여금 오판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2. 그나마 주한미군이라는 억제력이 있긴 하나 남한에서 혼란한 정국이 지속 된다면 북한은 반반의 확률로 남침을 할 것이고, 그 규모는 전면전이 될 것이다.

 

3. 소련과 중국은 한국전쟁 때와 같이 적극개입 하지는 않고 물자 지원을 할 것이다.

 

 

 

보고서 원문은 아래 링크 참고.

 

https://www.cia.gov/readingroom/document/cia-rdp83r00184r002600320007-2

 

 

 

 

9개의 댓글

2023.12.04
0
2023.12.04

복한의 동태가 주제인거보면 당시 남한 내부의 정치구도에 대한 보고서는 따로있나보네

그걸로 올렸으면 ㅇㄱㄸ처리됐을듯

0
2023.12.04
@선장입수

그건 국무부 자료 뒤지면 나오긴 할듯.

3
@선장입수

이거 나였으면 우리말로 해석해다가 여기 올려야지 해놓고 작업하는 내내 제발 남한사람 이름 나오지 마라 제발 남한사람 이름 나오지 마라 하면서 기도하면서 했을듯ㅋㅋㅋㅋㅋ

0
2023.12.04

1212에 대한 북한 관련 보고서네. 제목이 어긋난거 같다

1
2023.12.04

전방 9사단을 수도로 향하게 한것 부터 주적을 망각한 행동이지 ㅋㅋ 국가안보보다 개인의 탐욕이 앞선..

4
2023.12.04
@caprica

괜히 반란군이겠냐고

2
2023.12.08
@caprica

지금도 개인의 탐욕을 위해 사회와 국가는 죽던말던 하는 인간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음

0
2023.12.04

그리고 워게임 레드드래곤에도 아이디어 제공했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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