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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텐더 개붕이의 위스키 이야기 - 브룩라디, 그리고 옥토모어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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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개붕이들, 오늘 할 이야기는 어제 말한대로 브룩라디에 대한 이야기야.

 

스코틀랜드 아일레이 섬에 위치한 특이하고 진취적인 증류소이자, 코어 팬층이 굉장히 많은 증류소지.

 

이 증류소 역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굉장히 많은 팬층을 보유한 곳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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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라디의 시그니쳐는 바로 이 특이한 색깔이야.

 

오피셜 브룩라디 제품이 가지고 있는 파란색의 이미지 때문에 바나 매장에서 눈에 확 띄는 모습을 가지고 있고, 공병은 꽃병들으로 자주 활용되지.

 

하지만 이런 색의 병을 하게 된 건 생각보다 오래 된 일이 아니야.

 

1881년에 차려진 이 증류소는 아일레이 섬에서 가장 젊은 증류소 중에 하나였어.

 

킬호만이라던가 몇몇 증류소들이 생기면서 그 타이틀은 뺐겼지만, 1900년 이전까지 생긴 증류소들 가운데서는 가장 늦게 생긴 증류소였지.

 

하지만 그만큼 다사다난한 증류소기도 해, 이 다사다난함은 이전의 다른 증류소들과는 차원을 달리할 정도지.

 

William(32), John(31), Robert(23) 이라는 Harvey 가문의 형제들이 이 증류소의 창업자야.

 

이 Harvey라는 가문은 글라스고에 두개의 증류소를 가지고 있던 위스키 가문이었고, 그들의 3번째 증류소가 바로 이 브룩라디였지.

 

증류소를 둘째 존이 디자인하고, 셋째 로버트가 설계한 다음, 윌리엄이 자금을 끌어와서 만들어진 이 증류소는 시작부터 형제들간의 싸움을 불러일으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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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류소를 완공하기도 전부터 증류소의 지분과 운영 방식에 대해서 3형제가 싸우고, 싸운 끝에 결국 장남 윌리엄이 운영을 하게 되지.

 

예나 지금이나 돈 대주는 사람이 최고야 역시.

 

하지만 이 증류소가 세워지고 50년 정도가 지나서 1933년 4월 8일에는 화재로 인해서 증류소가 불에 타버렸어.

 

이 화제로 인해서 마음 고생 심했는지, 아니면 그냥 나이가 많아서 인지 3년 뒤 윌리엄이 사망하고, 증류소는 그의 자손들에 의해서 운영되다가

 

1969년에 인버고든 증류소를 운영하는 회사에게 매각되지.

 

자식들은 딱히 이 증류소에 대한 애정이 없었나봐.

 

그 후에는 화이트&맥케이라는 대형회사에 다시 한 번 넘어가고, 1994년에 폐쇄되.

 

폐쇄 이유는 "surplus to requirements" 수요보다 잉여생산량이 많았다는 거야.

 

한마디로 인기가 더럽게 없었다는 이야기지.

 

아일레이 섬의 다른 증류소들에게 치이고, 딱히 두각을 드러내지도 못한 증류소의 처참한 몰락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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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증류소는 2000년 12월 19일에 머레이 맥데이비드(Murray McDavid) 라는 사람과 그에게 투자한 사람들에 의해서 인수되고, 보모어에서 15살 떄부터 일했던 마스터 디스틸러 짐 맥퀴안(Jim McEwan)을 고용하면서 부활하게 되지.

 

이들은 이 증류소를 인수하자마자 1월부터 5월 사이에 낡은 증류소를 해체하고 재조립해서 지금의 증류소로 바꿔놨어.

 

이 과정에서 원래 있던 장식과 장비들은 그대로 남겨뒀지.

 

빅토리아 시대때 쓰던 장비들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골동품이나 다름 없었지만,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버릴 수 없는 물건이었거든.

 

이 때의 장비들 중 일부는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고 해.

 

 

 

 

 

 

 

 

 

그때문에 브룩라디 증류소는 스코틀랜드에서도 가장 진취적이면서 전통적인 증류소라고 볼 수 있어.

 

2001년에 재개장을 했지만, 현대화를 하지 않고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기로 결정했어.

 

실제로 그 당시에 브룩라디 증류소는 생산과정에서 컴퓨터를 이용한 지시를 하지 않고 모든 공정을 구두로만 전달했고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는 기계 장치 대신에 계량봉과 술의 비중을 알 수 있는 옛날식 부양장치만을 써서 위스키를 생산했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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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브룩라디에서 처음 선보인 위스키가 바로 이 브룩라디 더 클래식 라디야.

 

원래 브룩라디 증류소의 특징을 살린 위스키였는데, 이 증류소를 처음 세웠던 형제들이 원래 있던 가문은 글라스고, 즉 로우랜드 지역의 위스키였어.

 

그때문에 아일레이 섬에서도 논 피트, 피트 처리를 하지 않은 위스키를 생산했지.

 

그게 이 증류소가 망한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지만, 부나하벤 같은 사례도 있으니 뭐.

 

 

 

하여튼, 짐 맥퀴안은 피트 처리를 하지 않고 버번 캐스크를 이용한 섬세한 몰트 위스키를 특이한 색깔의 디자인과 함께 전면에 내세웠고, 이 트렌디한 위스키는 시장에서 꽤나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어.

 

이 과정에서 병 자체도 자신들이 직접 생산하고 디자인하면서 아일레이 섬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데도 일조했지.

 

실제로 아일레이 섬 증류소들 가운데 가장 많은 고용인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브룩라디야.

 

게다가 얘들은 자기네 증류소 근처에 보리를 키워서 자신들이 수확한 보리를 이용해서 위스키를 만들기도 하는데, 그게 바로 아일레이 발리라는 종류의 위스키였지.

 

스코티쉬 발리라고 스코틀랜드 보리만 쓴 제품과 아일레이 발리라는 아일레이 섬 보리만 쓴 위스키를 이용해 차별점을 두는 마케팅도 얘들이 원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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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짐 맥퀴안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어.

 

포트샬롯이라는 이름으로 근처에 옛날에 망했던 증류소의 이름을 빌려와서 강한 피트 처리를 한 위스키 역시 생산을 했거든.

 

논 피트와 피트, 두 제품을 동시에 잡겠다는 진취적인 발상이었지.

 

이 성과 역시 대중들에게 꽤나 먹혀 들어갔지만, 브룩라디 증류소와 짐 맥퀴안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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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처음으로 등장한 옥토모어 1.1 시리즈.

 

2002년 10월 16일에 증류되어서 2008년에 4월에 병입 된 괴물이 등장하지.

 

2001년 5월부터 브룩라디 증류소가 본격적으로 가동 됐다는 걸 생각하면, 짐 맥퀴안의 설계는 이미 그때부터였다는 걸 알 수 있어.

 

이 위스키는 그야말로 센세이션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위스키야.

 

이 위스키에서 적혀져 있는 숫자는 131 PPM, 페놀수치 131이라는 괴물 같은 숫자지.

 

물론 이 숫자는 피트 처리를 한 몰트의 페놀수치를 측정한 거지만, 일반적으로 당시에 강렬하다고 하는 아드벡의 PPM 수치가 60정도 였다는 걸 생각해보면 2배를 넘어가는 괴물 같은 수치임이 틀림 없어.

 

심지어 이 과정에서 기네스에 등재될 정도로 강한 페놀 수치를 가진 피트계의 괴물, 피트 몬스터였거든.

 

아무리 스모키한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지만 이정도까지 스모키한 게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까? 하는 생각처럼 이 위스키는 굉장히 소량만이 생산되었어.

 

 

 

 

 

 

 

 

 

 

 

 

그리고 대박을 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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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모어가 가진 강렬한 피트와 짐 맥퀴안이 만든 섬세한 위스키의 조합은 강렬한 피트 역시 대중들에게 먹힌다는 걸 인식시켜줬고

 

옥토모어 이후로 이렇게 강렬한 피트를 가진 헤빌리 피티드 위스키들이 대량으로 생산되기 시작했으니까 말이야.

 

2024년을 한달도 안되게 남은 지금에 와서도 피트 위스키에 입문했다면 결국 만나게 되는 끝판왕 취급이 바로 옥토모어야.

 

사실 위스키에 관심이 생기고 피트가 맞다면 한 번 쯤 들어봤을 그런 위스키지.

 

생산량이 많지 않고, 1년에 한 시기만 판매되기 때문에 은근히 만나기 힘든 위스키고, 숙성년수 대비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피트를 좋아한다면 결국 한 번은 마시게 되는 그런 위치에 있어.

 

 

 

 

 

 

 

 

이렇게 브룩라디 증류소는 그 잠재력을 인정 받아서 2012년에 레미 코엔트로 사에 5,800만 파운드에 매각되었지.

 

짐 맥퀴안은 이후 몇 년 뒤 은퇴했고, 이 증류소에 투자를 했던 사람들은 행복하게 엑시트를 하면서 해피엔딩을 맞이했어.

 

인수 전에는 보타니스트 라는 이름의 진 역시 생산을 시작했고, 이 진도 꽤나 유행을 했었지.

 

이런저런 과정 끝에 한 번 망했던 브룩라디 증류소는 다시 살아나서 이제는 아일레이에서도 핫한 증류소 가운데 하나가 되었어.

 

 

 

 

 

 

 

 

브룩라디의 가장 기본은 클래식 라디는 논 피트 위스키라서 위스키를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추천을 해도 무방한 위스키야.

 

개인적으로는 버번 캐스크에서 숙성한 것 때문에 특유의 산뜻한 과일향이 느껴지는 게 참 좋아.

 

쉐리 캐스크 위스키들이 가지고 있는 묵직한 향이나 건과일 특유의 단 향이 아니라 산뜻한 복숭아나 살구 같은 느낌이지.

 

맛 자체가 무겁지 않다보니까 편하게 마시는 데 이만한 위스키가 없어.

 

반면에 포트샬롯 시리즈는 일반적인 위스키들 가운데서도 꽤나 피트가 강한 느낌이 느껴지는 위스키지.

 

피트를 좋아한다면 한번 쯤 마셔보는 걸 추천하는 위스키야.

 

 

 

 

 

 

옥토모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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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짤 하나면 설명 가능하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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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뭐 쓰지?

10개의 댓글

2023.12.02

시가나 와인 같은 정보는 없송??

0
@풀샷

와인은 내 소관이 아니니까 소믈리에에게 물어봐야함...시가도 딱히 즐기는 편은 아니라서

0
2023.12.02
@지나가는김개붕

오케케

0

로컬발리 맛있는데 너무비싸..정작 어느동네 보리냐는 스피릿에 큰영향 안주는거로 판명났는데 희한해

0
@니이무라아카리

스피릿에 큰 영향은 안준다고 하는데 뭐 만드는 애들이 좀 더 신경을 쓰겠지, 지들이 키운 보리니까

0
2023.12.02

페놀 저거 옛날에 낙동강에 버려졌던 그 독성물질 아닌가. 물론 저거 위험할 정도로 먹기 전에 알콜중독으로 죽겠지만...

0
2023.12.02

항상 잘 보고 있어 개붕아 ㅋㅋ

아드벡 써주라 라프로익 보모어도 했으니 ㅋㅋ

0
2023.12.03

옥토-모아 생각보다 피트감은 안느껴지고 밸런스도 꽤나 훌륭

굳이 초반 배치 먹을 필요도 잘 모르겠고 최신 배치 묵어도 굳

다만 우리나라에서 가격이..

0
2023.12.03

첫 피트가 포트샬롯이였는데 너무 좋았음

피트없이 못살어

0

노답삼형제 짤 개욱김ㄹㅇ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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