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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텐더 개붕이가 쓰는 술 이야기 - 페니실린 편(부제 : 모던 클래식 칵테일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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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개붕이들, 오늘 할 술 이야기는 칵테일 페니실린이야.

 

모던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장르의 칵테일이자, 모던 클래식의 유행을 이끌어온 칵테일로 이제는 전세계에서 다 찾을 수 있는 칵테일이지.

 

다만 칵테일을 잘 모르는 개붕이라면 생소한 칵테일일 거라고 생각해서 여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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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이 칵테일이 만들어진 곳의 소개를 해야되.

 

나름 중요한 이야기니까.

 

 

 

페니실린이 만들어진 곳은 뉴욕에 위치한 밀크&허니라는 가게야.

 

바를 좋아한다면 이름을 들어봤을 만한 가게이자, 세계 최고의 바를 꼽을 때 항상 이야기가 들려오는 가게 중 하나기도 하지.

 

이 바를 만든 건 샤샤 페트라스케라는 바텐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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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sha Nathan Petraske(1973. 03. 16 ~ 2015. 08. 21)

 

 

샤샤 페트라스케는 바텐더 업계의 전설로 꼽히는 사람이지.

 

칵테일을 누구보다 잘 만들어서? 아니야.

 

그럼 접객이 누구보다 좋아서? 그것도 아니야.

 

샤샤 페트라스케가 한 업적은 단순히 그런게 아니라, 칵테일과 바라는 문화 자체를 바꿨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야.

 

원래 군인 출신이었던 그는 군 제대 후에 여러 술집을 돌면서 경험을 쌓고, 1999년 뉴욕에 밀크&허니를 오픈하게 되.

 

그리고 이 가게는 지금 유행하고 있는 스피크이지라는 금주법 시대의 컨셉을 현대로 가져온 첫번째 가게지.

 

여기서 샤샤가 중점으로 뒀던 건, 클래식한 칵테일에 대한 경험과 정중하면서도 즐거운 경험이었어.

 

사실, 이전까지의 미국의 바들은 호텔을 제외하면 대부분 정중함이라는 점하고는 동 떨어져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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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법 시대가 끝나고, 1980년대를 거쳐오면서 바는 단순히 술을 마시기 위해서 가는 곳에서 놀러가는 곳으로 변화했어.

 

위에 사진에 보이는 가게들이 그 당시에 유행하던 스타일의 바들이었지.

 

샤샤는 여러 곳에서 일하면서, 저런 곳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그 경험이 결코 유쾌한 경험만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아.

 

바에서는 항상 술에 취한 사람들과 싸우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걸 방지하기 위한 가드가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그가 만든 밀크&허니는 저런 가게들과는 많이 달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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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허니의 외관

 

 

 

우선, 화려한 간판이 없어.

 

그냥 보고 있으면 여기가 뭘 하는 곳인지 알 수가 없는거지.

 

스피크이지라는 컨셉이 바로 이거야. 겉에서는 알 수 없는 가게.

 

이 과정 덕분에 1차적으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방문을 걸러낼 수 있었어.

 

그리고 두 번째는 빡빡한 규칙이야.

 

하우스 룰이라고 불리는 밀크&허니만의 규칙은 당시 미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것들이었지.

 

House rules

  • No name-dropping, no star fucking.
  • No hooting, hollering, shouting or other loud behaviour.
  • No fighting, play fighting, no talking about fighting.
  • Gentlemen will remove their hats. Hooks are provided.
  • Gentlemen will not introduce themselves to ladies. Ladies, feel free to start a conversation or ask the bartender to introduce you. If a man you don't know speaks to you, please lift your chin slightly and ignore him.
  • Do not linger outside the front door.
  • Do not bring anyone unless you would leave that person alone in your home. You are responsible for the behaviour of your guests.
  • Exit the bar briskly and silently. People are trying to sleep across the street. Please make all your travel plans and say all farewells before leaving the bar.

 

번역하자면

 

1. 이름을 내세우지 말라, 스타는 엿이나 먹어라.

2. 야유, 고함, 기타 시끄러운 소리를 내지 마라.

3. 싸우지 말고, 싸우는 게임도 하지말고, 싸움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마라.

4. 신사는 항상 모자를 벗는다, 모자걸이를 준비해뒀다.

5. 신사는 숙녀들에게 자기를 소개하지 마라, 여성들은 자유롭게 대화를 하거나 바텐더에게 소개를 부탁해라, 모르는 남자가 말을 걸면 턱을 들고 무시해라.

6. 들어올 때 망설이지 마라.

7. 나갈 때는 떠들면서 나가지마라, 길 건너편의 사람들은 자려고 노력해야하는 시간이다. 제발 여행 계획을 세우고 나가기 전에 인사를 하고 가라.

 

 

시끄럽지 않고, 여자에게 말도 못 걸고, 내가 누군데! 하는 것도 못하고 모자는 무조건 벗어야하는

 

이 빡빡한 규칙은 많은 사람들에게 환호와 야유를 동시에 받았지.

 

이런 규칙이 싫은 사람들은 오지 않아도 좋다고 말하는 걸로 가게의 분위기를 샤샤가 원하는 대로 가져갈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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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칵테일의 정확한 계량이 중요하다고 여겼던 그는 모든 칵테일을 만들 떄 지거를 사용해서 정확하게 계량을 하려고 했어.

 

지금에 와서는 지거를 쓰는게 당연해보이겠지만, 금주법 시대 이후 1990년 이전까지는 지거를 쓰는 바텐더를 찾아보기가 힘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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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병에 꼽혀 있는 저 푸어러라는 기구를 이용해서 계량이 아니라 감으로 넣는 것이 그 당시의 기본이었지.

 

푸어러가 나쁜 건 아니야, 저게 꼽혀 있으면 동일한 시간에 항상 일정한 양의 액체를 나오게 할 수 있거든.

 

지거에 따르고 다시 그걸 쉐이커나 믹싱 글라스에 넣는 작업을 단축시키고 빠르게 빠르게 칵테일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

 

특히나 미국의 바는 손님들이 많고 정신이 없어서 하나하나 그러고 있을 시간이 없는 경우가 많았거든.

 

하지만, 동일한 시간에 일정한 양을 따를 수 있다고 해서 그걸 정확하게 따를 수 있는가 하면 그건 아니었어.

 

천부적인 감각과 연습으로 오차 범위를 좁힐 수는 있지만, 결국 오차가 나기 마련이었거든.

 

그리고 90년대 미국의 바텐더들은 그런 오차를 딱히 신경쓰지 않았지.

 

생각보다 술이 좀 더 많이 들어갔어? 그럼 좋아하겠지. 하는 게 그들의 마인드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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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샤샤는 칵테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레시피와 정확한 계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지거를 사용해서 느리지만 확실하게 자신이 원하는 술을 만들 수 있는 방식을 택했어.

 

그리고 그 방식은 현제의 칵테일을 만들 때 가장 기본이 되는 방식으로 변했지.

 

 

 

 

 

 

 

 

 

 

 

 

 

 

자, 이렇게 샤샤 페트라스케와 밀크&허니는 1999년 이후로 미국, 그리고 세계의 바 문화를 바꿔놓았어.

 

바와 바텐더로서 엄청난 명성을 쌓고, 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지.

 

그리고 2005년, 이 가게에서 일하던 샘 로스라는 25세의 바텐더가 한 칵테일을 개발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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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텐더 샘 로스

 

 

 

 

그게 바로 페니실린이야.

 

 

페니실린의 레시피는 쉽고 간편하지.

 

여러가지 버젼이 있지만, 최초의 레시피는 블랜디드 위스키와 레몬주스, 꿀을 희석해서 만든 시럽과 생강으로 만든 시럽이 들어가.

 

그리고 마지막에 아일레이 위스키를 칵테일 위에 살짝 얹어서 주지.

 

지금에 와서는 별거 없어보이는 레시피지만, 그때는 달랐어.

 

사실상 말도 안되는 획기적인 칵테일이었지.

 

 

 

 

 

 

"싱글 몰트 위스키, 그것도 아일레이 위스키를 칵테일에 쓴다고? 미친거 아니야?"

 

 

 

 

 

이게 당시 업계 사람들의 반응이었어.

 

그때는 싱글 몰트 위스키는 그냥 마시는 술이었지, 칵테일에 사용하는 술이 아니었거든.

 

일단 가격 차이부터가 일반적인 위스키와 2배 정도 차이가 나고, 특유의 강렬한 향 때문에 칵테일에는 쓰지 않았어.

 

쉽게 얘기하자면, 자연산 도미를 가지고 매운탕을 끓이는 거랑 비슷한 반응이었지.

 

하지만 그 칵테일은 사람들에게 아예 새로운 칵테일로 받아들여졌지.

 

위스키와 레몬, 꿀, 그리고 생강의 조합은 전통적으로 맛이 보장 된 조합인데, 거기에 아일레이 위스키 특유의 스모키함이 더해지면서 아예 새로운 칵테일이 탄생된거지.

 

그리고 이 칵테일은 모던 클래식이라는 칵테일 장르의 유행 시발점이자 크래프트 칵테일 무브먼트의 시작이었지.

 

모던 클래식이라는 장르는 사실 별게 없어. 00년대 이후로 만들어진 칵테일들 가운데 세계적으로 유행한 칵테일들을 뜻하는 말이야.

 

기본은 어디서나 구할 수 있고, 쉽게 만들 수 있으면서 클래식에 기반한 새로운 칵테일들을 모던 클래식이라고 부르지.

 

페니실린은 그 모든 것에 완벽하게 부합해.

 

 

 

 

 

 

 

 

 

 

 

 

 

 

 

 

블랜디드 위스키와 레몬, 꿀과 생강, 그리고 싱글 몰트 위스키는 기본적으로 바라면 대부분 갖추고 있는 재료들이었거든.

 

특별한 무언가나 그 가게만의 비밀이 있는 게 아니라 재료만 있다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레시피야.

 

물론 가게마다 조금씩 재료를 다르게 쓰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맛있다는 점에서 대유행을 했지.

 

한국에도 2015년쯤에 들어서 천천히 소개되서, 지금은 왠만한 바를 가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 된 칵테일이야. 

 

 

 

 

 

물론 한국에도 처음에는 이해를 못했지.

 

2015년 이전까지 한국의 트렌드는 90년대 미국의 트렌드와 별 다를게 없었거든.

 

하지만 한국의 바들도 2015년 이후로 많은 발전을 거치면서 이제는 싱글 몰트를 이용하는 칵테일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어.

 

바에 가서 뭘 시켜야 할지 모르는 개붕이라면, 이전까지 알고 있던 것들 말고 색다른 칵테일이 마시고 싶다면

 

페니실린을 주문해보도록 해.

 

취향을 타기는 하지만, 기본 적으로 굉장히 맛있는 칵테일이니까.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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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판도 올려둠

 

5개의 댓글

2023.11.24

오호? 레시피 보니까 위스키에 그냥 shott 허니진저레몬 시럽 부어도 되려나??

 

0
2023.11.24

아일래이? 아일라 섬 말하는거구나

개추

0
2023.11.24

다른걸 떠나서 페니실린은 한입 먹어보면 아 이름 존나 잘지었네 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억에 남는다 ㅋㅋㅋ

0
2023.11.24

페니실린 여기저기서 많이 먹어봤는데

빌라레코드에서 마셨던 페니실린이 참 맛있었어....

0
2023.11.24

깔루아편 감사함미다

혹시 롱티 부탁드려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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