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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텐더 개붕이가 쓰는 술 이야기 - 진 토닉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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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개붕이들

 

오늘 할 술 이야기는 진 토닉이야.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이면서 많이 팔리는 칵테일 중의 하나이자 이지 드링크의 대표주자지.

 

동시에 클래식 중의 클래식 칵테일이라고 볼 수 있어.

 

진 토닉의 탄생은 영국인들에 의해서 만들어졌어.

 

하지만 그 시작을 찾아가면 페루에서 시작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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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키니네의 발견이야.

 

1630년대, 신대륙이 발견되고 페루에 주둔해있던 스페인인 중 한 백작부인이 말라리라에 걸렸어.

 

그 당시 말라리아는 특별한 치료제가 따로 없고 걸리면 일단 운에 맡겨야 하는 수준의 질병이었어.

 

기도하고 운 나쁘면 죽는 그런 병이었는데, 페루에 있던 원주민들이 나무 껍질을 달인 물 가져다 주고 먹으라고 권한거야.

 

뭐 평소 같으면 뭔 개소리냐고 쫒아냈겠지만, 당장에 부인이 죽게생긴 백작은 부인에게 그 물을 먹였고, 말라리아에서 회복될 수 있었지.

 

이후 그 나무의 껍질이 말라리아에 효과가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유럽으로 그 껍질을 분쇄해서 가져가게 됐어.

 

그 당시에는 백작부인의 가루, 혹은 예수회의 가루라고 불리면서 신묘한 약 취급을 받았지.

 

이후에 아프리카나 인도, 동남아시아를 가로지르는 무역 전쟁에서 말라리아는 언제나 큰 문제였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 이 신코나 나무의 가루를 수입했지만, 너무 많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서 신코나 나무가 멸종 될 위기에 쳐해지.

 

결국 남미에서 이 나무의 씨앗을 밀수한 사람들은 인도나 아프리카 등에서 키우려고 노력했지만, 정작 이걸 성공시킨 건 인도네시아 자바섬이었어.

 

네덜란드의 식민지 였던 인도네시아에서 신코나 나무를 재배하는데 성공하면서, 이 나무 껍질로 만드는 키니네를 독점했지.

 

그래서 대항해시대 해보면 키니네가 특산물로 동남아시아에서 파는게 괜히 그런게 아니라 이거야.

 

하여튼 인도네시아에서 재배된 키니네가 가장 많이 필요했던 곳은 어딜까? 

 

 

 

 

 

 

 

 

 

 

 

300px-East_India_House_THS_1817_edited.jpg

 

바로 인도에 있는 동인도주식회사였어.

 

인도내부 단속부터 주변의 아프리카와 동남아까지, 전체적으로 말라리아는 그 당시 상인(해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들에게는 가장 큰 문제였거든.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 다량의 키니네를 수입해서 사용했고, 군대에 보급되었지.

 

말라리아를 예방하기 위해서 군대에서는 키니네를 마시라고 했는데, 문제는 키니네는 말라리아 예방의 효과는 있지만 너무 쓰다는 단점이 있었지.

 

그래서 영국군 장교들은 이 쓴 키니네를 마시기 편하게 만들기 위해서 여러가지 방법을 고안했어.

 

 

 

술에 타서 쓰든 말든 그냥 무시하고 먹던가.

 

라임주스를 타서 신 맛에 쓴 맛을 감춰보거나.

 

설탕을 넣어서 단 맛으로 가려보거나.

 

탄산수를 넣어서 탄산감으로 덮어보거나.

 

 

그리고 이 모든 걸 합쳐서 나온 게 바로 진 앤드 토닉의 원형이야.

 

이후로 탄산수 주입기가 개발되면서 퀴닌 성분을 넣고 산과 설탕을 넣은 토닉워터가 개발되었고, 이걸 바탕으로 탄생한 칵테일이 바로 진 토닉이지.

 

참고로 최초의 토닉워터는 1858년에 나왔고, 진 토닉이라는 기록이 처음 등장한 건 1868년이야.

 

Oriental Sporting Magazine이라는 잡지에 Gin and Tonic이라는 칵테일이 소개된 거지.

 

 

 

 

 

 

참고로 인도에서는 딱히 진에 토닉워터를 넣어서 마시지 않았어.

 

정작 얘들이 마시던 술은 중동 인근에서 만들어진 아락(arrack = 소주의 원형이다.)이나 당시 보급품으로 많이 쓰이던 럼을 이용했지.

 

인도지역 해군들에게 진은 딱히 인기가 많은 술은 아니었거든.

 

오히려 인기가 있던 건, 키니네를 쉽게 마실 수 있는 토닉워터였지.

 

 

 

 

진은 오히려 영국 본토에서 인기가 있었고, 그 당시에 유행했던 진의 음용법으로 진 앤 비터스가 먼저 존재했지.

 

진에다가 쓴 맛이 나는 비터를 넣어서 마시는 이 방식은 술을 마시면서 건강을 챙길 수 있다면서 유행했고, 덕분에 술에서 약간의 쓴 맛이 나는 걸 쉽게 받아들이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

 

게다가 요즘 유행 중인 하이볼은 처음에는 브랜디 앤 소다로 시작했는데, 이것도 이 시기에 유행했던 칵테일이야.

 

소다 머신이 개발되면서 브랜디에 탄산수를 넣어서 편하게 마시는 방식이 유행했지만, 이건 상류층의 문화였지.

 

하지만 선례가 있다는 건 항상 중요한 거야.

 

탄산수로 만든 토닉워터에 저렴한 진을 섞고, 라임을 넣어서 만드는 진 앤드 토닉은 그렇게 등장했어.

 

 

 

 

참고로 이 과정에서 어떻게 이렇게 됐는지는 제대로 문서화 된 게 하나도 없어서, 이전까지 있던 역사적 사실로 미뤄보는 추론에 가까워.

 

진짜 이 당시에 진 앤드 토닉의 등장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록 된 문건이 없거든.

 

 

 

 

하여튼 진 앤드 토닉의 등장 이후로 토닉워터는 사실상 약용으로 마시기 보다는 술에 사용되는 믹서의 용도로 많이 쓰이게 돼.

 

원래 레시피대로 만들게 되면 너무 쓰고, 다량 섭취하면 독성 문제가 때문에 사용되는 퀴닌 성분이 줄어들고, 좀 더 단 맛이 추가되지.

 

약간의 쌉쌀함과 단 맛, 그리고 탄산수가 주는 상쾌함이 결합 된 토닉워터와 진의 궁합은 발군이었고, 이후 150년 가까이 사랑 받는 칵테일이 된거야.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 진 토닉은 여전히 사랑 받고 있지만, 너무 옛날 스타일의 칵테일이라는 점에서 불만을 가진 바텐더들이 있었지.

 

진과 토닉워터, 라임이나 레몬의 사용만으로 변화를 줘야 하다보니까 엄청나게 큰 변화를 주기가 힘들었지.

 

그나마 변화를 주기 시작한 건, 토닉워터를 시판 토닉워터가 아니라 홈 메이드 토닉워터 등을 이용해서 만드는 정도였거든.

 

그래서 거기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서 유럽에서부터 시작되는 진 토닉의 변형이 생겨나기 시작해.

 

다운로드 (43).jpg

 

흔히들 보이는 길다란 잔이나 올드패션드 글라스가 아니라 벌룬 글라스라고 불리는 잔에 여러가지 향신료와 과일등을 이용해서 만들기 시작한 거지.

 

거기에 차별점을 주기 위해서 이름도 진 토니카(Gin Tonica)라고 불리는 이 스타일은 2010년대쯤 부터 해서 인기를 끌어.

 

다만, 진 토닉이라는 칵테일이 워낙에 오래되고 옛날부터 즐기던 칵테일이다 보니까 여기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았지.

 

나는 진 토닉을 한 잔 마시고 싶을 뿐이지, 뭘 넣고 이상한 걸 하는 걸 기대하는 게 아니라고 말이야.

 

 

 

https://www.youtube.com/watch?v=YjgS9xsUYbI

 

https://www.youtube.com/watch?v=Hr25YHpAfPc

 

 

위에 두 영상을 보면 이런 풍조를 까내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알 수 있지.

 

아직도 진 토닉은 심플한게 제맛인가, 아니면 좀 더 다른 것들을 해야하는가? 는 바텐더들 사이에서도 큰 논쟁거리야.

 

다만, 이렇게 진 토니카 붐이 오면서 변한 건, 좀 더 다양한 종류의 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게 있어.

 

단순한 스타일의 진이 아니라 여러가지 보타니컬을 포함한 진들이 나오기 시작한거지.

 

 

 

 

 

 

 

한국에서는 이러한 진 토니카 붐을 타고 만들어졌고, 그후에 한국에 들어와서 후발 주자로서 대박을 쳤던 술이 하나 있어.

 

Hendricks-Gin-Cucumber-Day.jpg

 

바로 핸드릭스야.

 

술에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이를 넣은 진토닉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은 들어봤을 거야.

 

칵테일을 좋아한다면 바로 알겠지.

 

진짜 핸드릭스는 주류업계 마케팅의 신이라고 불러도 모자람이 없어.

 

진 토닉은 오래 된 만큼, 한국에서도 가장 대중적이고 옛날부터 먹어오던 칵테일 중의 하나였거든.

 

거기에 갑자기 나타난 이 진의 마케팅은 신박했어.

 

핸드릭스 진이 있는 몇몇 가게에 오이를 가지고 가면 그걸 이용해서 만든 진 토닉을 한잔 주는 마케팅을 통해서 핸드릭스 진이라는 제품을 각인시켰지.

 

그리고 순식간에 유행을 탄 이 진은 한때 전국의 바를 오이 냄새로 매울 지경이었어.

 

 

 

 

 

 

참고로 옛날에 청담에 있던 라운지 바에서 일하던 친구는 핸드릭스가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다른 진을 써서 진 토닉을 줬다가 왜 핸드릭스로 안주냐, 자기를 무시하는 거냐? 라면서 진상을 부리던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고 해.

 

 

 

 

 

뭐 이런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로, 핸드릭스는 순식간에 한국에서 진의 한 카테고리로 자리 잡혔지.

 

핸드릭스로 만든 진 토닉은 요즘은 인기가 좀 시들시들하지만, 그래도 매주 한번 이상은 주문이 들어오는 칵테일이거든.

 

 

 

 

 

 

 

마지막으로, 진 토닉은 나라마다 부르는 말이 조금씩 다른 칵테일이라는 걸 알아두면서 마무리하자.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등 영어권에서는 진 앤드 토닉, 혹은 G&T라고 표기 되고 있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 등등의 유럽권과 일본, 그리고 그 영향을 받은 한국에서는 진 토닉 Gin Tonic 이라고 표기하지.

 

좀 특이하게 벨기에나 네덜란드 일부에서는 Ginto 북유럽에서는 GT 라고 표기하지.

 

가게에 오는 외국인들이 진 토닉을 주문하는 걸 보면 대충 어느나라 사람인지 티가 나더라고.

 

영미권에 가서는 진 토닉이 아니라 진 앤드 토닉이라고 주문을 하도록해 개붕이들.

 

그럼

17d6a9830745383f0.png.jpg

 

읽판도 올려둬야지

 

 

9개의 댓글

2023.11.22

오 존나 유익해

재밌게 봤음

0
2023.11.22

봄베이 토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0
@에그마요

저 진토니카 붐의 시작이 봄베이임

2
2023.11.22
@지나가는김개붕

예아

0
2023.11.24
@지나가는김개붕

호고고곡

0
2023.11.22

헨드릭스에 완전 빠져서 5병째 먹는중

다른것도 다 좋지만 헨드릭스에 오이랑 탄산수 조합 상큼함이 진짜 미쳤어

0

송충이다 송충이

0
2023.11.23
0
2023.11.24

나는 비피터 2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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