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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텐더 개붕이가 쓰는 술 이야기 - 클래식 칵테일 편

바를 좋아하는 개붕이라면 클래식 칵테일이라는 말을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거라고 본다.

 

그런데 많은 개붕이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어서 글을 써본다.

 

1.우선 클래식 칵테일이란 무엇인가? 

 

통상적으로 클래식 칵테일이라고하면, 오랫동안 내려져 온 칵테일들을 얘기하는데, 정확한 개념으로 설명하자면, 1933년 기점으로 그후로 20년 정도까지 지나는 동안 나왔던 칵테일들이 이 범주에 포함이 된다.

 

왜 1993년인가? 그건 바로 금주법이 끝나는 시기와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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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문화의 기원은 사실 여러곳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정식으로 칵테일 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건 1803년이다.

 

그전까지는 그냥 섞은 술이었지만, 1700년대 후반부터 누군가가 이런 술을 칵테일이라고 부르면서 판매했고, 그걸 칵테일이라고 부른다고 매체에서 소개를 하면서 술과 다른 것들을 혼합해서 만드는 술을 칵테일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으니 관심 있는 개붕이는 좀 더 찾아보도록.

 

하여튼, 이러한 칵테일의 인기를 단순한 술에 질려있던 사람들을 열광하게 했으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대망의 1920년, 미국내에서도 악법이자 실패 사례로 이름 높은 그 법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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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법을 설립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신 캐리 네이션 여사. 한손에 성경과 도끼를 들고 술집을 습격하시던 분이다.

 

금주법의 등장 이후,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 가 있느냐! 라는 전세계 어딜가든 공통의 생각 덕분에, 비밀술집(흔히들 스피크이지라고 부르는)들은 호황이 났고, 마피아들은 밀주로 돈을 벌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냥 술을 마시는 게 법에 저촉될 여지가 있는 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술을 술이 아닌 척 하며 마셨는데, 그 과정에서 칵테일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발전을 하기 시작한다.

 

금주법 시대의 칵테일들을 보면, 언듯 봐서는 술로 보이지 않는 화려하고 형형색색의 술들이 존재하는데 이것들은 여러 곳에서 만들어져서 팔리면서 술이 아니라 음료라면서 마시기도 했다.

 

혹은 약용으로 들어오는 술을 마시기 위해서 무언가를 타기도 했고.

 

이러한 과정에서 만들어진 칵테일들은 금주법과 함꼐 인기를 잃고 사라질 줄 알았으나, 개중에서도 몇몇 괜찮은 칵테일들은 살아남아서 금주법이 끝나고 당당히 먹어도 되는 시기에도 인기를 구가하며 칵테일의 명맥을 이어나갔고, 이렇게 살아남은 칵테일과 그전에 있던 칵테일들을 합쳐서 클래식 칵테일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럼 클래식 칵테일의 종류는 무엇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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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당시에 나왔던 잡지의 일부

 

한번 쯤 들어본 칵테일도 있을 거고, 없는 칵테일도 있을 거다. 이게 전부는 아니지만, 그 당시 인기 있던 클래식 칵테일들이다.

 

그럼 이쯤에서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를 말하자면, 사람들이 많이 착각하고 있는 클래식 칵테일이 아닌 것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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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칵테일이 아닌 것의 대표 주자 "갓 파더"

 

한국에서는 옛날부터 많이 마셨고, 유튜버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칵테일이라고 오인하고 있는 칵테일이 갓 파더다.

 

갓 파더의 탄생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영화 대부의 히트 이후로 점쳐진다.

 

영화가 히트하면서 그 이름을 붙인 칵테일을 만드는 건 일상이었는데, 그 당시에 이탈리아의 리큐르인 아마레또를 써서 이탈리아 마피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의 이름을 따온 단순한 이유였다.

 

그런데 이 칵테일은 대유행을 한다.

 

그 당시를 칵테일 역사를 나눌 때는 디스코 시대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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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코 음악의 히트와 함께 신나게 떠들면서 술을 마시던 시대.

 

당연하다시피 디스코 클럽에서는 전문적인 바텐더보다는 간단하고 빠르게 나갈 수 있으며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술이 필요했고, 거기에 이 갓파더가 딱이었던 것이다.

 

술 맛을 천천히 음미하거나, 여러가지 복잡한 맛을 즐기는 것 보다는 위스키의 도수와 아마레또의 달달함이 어우러진 이 단순하지만 매력적인 칵테일이 그들의 취향에 맞았던 것이다.

 

참고로 이 시기에 만들어진 칵테일들을 흔히들 디스코 드링크라고 부르는데, 민초맛의 그래스 호퍼, 아직까지도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롱 아일랜드 아이스 티, 통칭 롱티가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이 시기 칵테일들의 특징은, 마시는데 별로 걸리는 게 없고, 단 맛이 주가 된다는 점이 있다.

 

이러한 디스코 드링크들은 클래식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리고 이 디스코 문화의 유행이 지나갈 때 쯤, 또 한가지 사건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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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좀 만들어보겠다 하는 개붕이라면 누구나 만나게 되는 술, 피치트리

 

 

1982년, 드카이퍼에서 피치 슈냅스를 출시한 것이다. 이전까지 복숭아 맛을 내는 술들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도수가 낮고 단 맛을 강조하는 술은 없었다.

 

그 당시에 사회는 디스코 시대가 지나고 알코올에 대한 위험성이 강조되고, 자동차 보급과 함께 음주운전 사고가 급증하던 시기였지만, 이 미국인들은 "알코올이 위험하다면 도수가 낮을 걸 마시면 되잖아?" 라는 생각을 하던 인간들이었다.

 

피치트리는 그 입맛에 딱 맞는, 도수가 낮은 술이었다.

 

그리고 네이블 오렌지를 짜서 피치 트리와 섞는 칵테일, 퍼지 네이블이 만들어지면서 그야말로 전국적으로 대 히트를 치고, 롱티를 제끼고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술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이 인기를 힘 입어, 칵테일들은 좀 더 달고, 좀 더 마시기 편한 것의 세계를 넘어서 어쨌든 달고, 이름이 특이한 것의 시대를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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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온 더 비치의 등장이다.

 

섹스 온더 비치의 히트 이후, 사람들은 자극적인 이름을 붙은 술이 잘 팔린다는 유행을 깨달았고, 더욱 더 자극적인 이름에 맛은 어쨌든 달게 만드는 칵테일들이 범람하게 된다.

 

혹자는 이 당시 베이비 붐 세대에 태어난 미국인들은 술을 즐기는 게 목적이 아니라 마시는 게 목적인, 콜라를 마시고, 디스코 시대의 음악과 이후에 유행한 마이클 잭슨, 마돈나등 MTV 세대들이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고도 한다.

 

위스키나 와인처럼 복잡하게 즐기는 과정이 꼰대들의 지루한 문화라고 생각했던 시기였고, 어떻게하면 더 야하게, 더 빠르게, 더 달게 취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시기였다.

 

이 시기를 기억하는 바텐더들은 그야말로 칵테일의 중흥기인 동시에 암흑기였다고 표현한다.

 

칵테일을 만들 때 어떻게 하면 맛있게 만드느냐 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이름을 야하게 만드느냐 를 고민하던 시기였다.

 

 

 

 

 

 

이렇게, 그 유행은 90년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사그러 들었고, 2000년대, 이쯤부터 해서 다시 클래식 칵테일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단순히 달고, 취하기 위해서 마시는 술이 아니라 시대적으로 100년 가까이 된 술들이 왜 아직까지도 마시고 있는 걸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 된 술들은, 이내 다시 시장의 유행을 선도한다.

 

이 과정에서 아까 말했던 금주법 시대에 만들어졌던 칵테일들이 다시 재조명을 받게 된다.

 

전통적인 클래식 외에도, 문헌에나 남아있던 금주법 시대의 칵테일들을 바텐더들이 주목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내 전통적인 클래식 칵테일의 화법으로 만들어지는, 단순한게 아니라 여러가지 복잡한 맛을 가진 칵테일들이 만들어진다.

 

모던 클래식이라는 장르의 칵테일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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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스피크 이지 바, 밀크 & 허니의 바텐더이자, 전설의 바텐더 샘 로스가 22살에 만든 이 페니실린을 시작으로 모던 클래식이라는 장르가 개척되기 시작하고, 이후로 칵테일 업계는 개변에 개변을 거듭한다.

 

단순히 살 수 있는 기성 제품이 아닌 신선한 과일이나 직접 만든 술들을 이용하는 크래프트 칵테일.

 

분자요리의 유행과 함께 넘어온 분자 칵테일

 

직접 만드는 술의 개념을 넘어서, 아예 증류주 자체를 가게에서 만드는 칵테일에 맞춰서 만드는 재증류의 개념.

 

외식산업의 트렌드인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생겨나는 새로운 칵테일들까지.

 

이렇게 수많은 칵테일들의 탄생에는 클래식 칵테일과 그 선구자들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세계 어디에선가는 한 바텐더가 새로운 칵테일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여전히 마티니와 올드패션드는 게속해서 만들어지고 있고, 100년 후에도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그것이 클래식이니까...

 

 

 

 

 

 

예전에 쓴건데 생각해보니까 이건 읽판에 안 올림.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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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2023.11.18

오 조주기능사 실기에 나오는 술 들이 많네 ㅋㅋㅋ

전에 미국 갔는데 문샤인이라는 밀주들도 팔길래 몇개 사왔는데 재밌었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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