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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텐더 개붕이가 쓰는 술 이야기 - 미도리 사워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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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개붕이들, 오늘 할 이야기는 대한민국에 살면 한 번 쯤 들어보게 될 만한 유명한 칵테일, 미도리 사워에 대한 이야기야.

 

사실 술을 잘 모르는 개붕이라고 해도 칵테일에서 미도리 "샤워"라는 건 어쩌다 한번쯤 들어봤을 거야.

 

90년대에 유행하고, 지금까지도 술 처음 마신다고할 때 추천해달라고 하면 옆에 있는 사람이 주로 추천하고 바텐더는 추천을 잘 안하는 칵테일이지.

 

사실 미도리 "샤워"는 바에서는 별로 팔고 싶지 않은 메뉴야.

 

왜냐고?

 

그건 지금부터 말해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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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여기에는 미도리라는 술의 역사부터 들어가야지.

 

미도리는 1964년에 처음 만들어진 순수 일본의 리큐르야.

 

처음에 나왔을 때는 미도리가 아니라 Hermes Melon Liqueur 라는 이름이었지.

 

에르메스는 산토리의 리큐르 브랜드로, 한국에서도 녹차 리큐르가 유명해.

 

이게 1978년에 미국에 진출하게 되면서 이름을 직관적인 미도리로 바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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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미도리로 바꾸면서 병 디자인을 다시 한건 정말 신의 한수였다고 봐. 지금도 저 모양이었으면 미도리는 지금 같은 인기를 끌지는 않았을 거야.

 

 

 

 

 

 

 

미도리는 그때 당시에 아예 새로운 종류의 술이었어.

 

이전까지 없었던 멜론 맛의 술이라는 건, 이걸 가지고 뭘 해야할지 몰랐다는 걸 의미하거든.

 

가이드라인이 전혀 없던 술이니까 말이야.

 

하지만 산토리 측은 미도리를 한창 밀어주면서, 여러가지 레시피를 개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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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거의 안만들지만, 초창기 미도리의 오리지날 레시피들이지.

 

미도리 멜론볼, 미도리 콜라다, 미도리 미모사, 미도리 파르페, 미도리 쿨러, 미도리 마가리타.

 

결국 지금까지 있던 칵테일을 미도리로 대체하는 레시피들이 많았어.

 

하지만 대부분 원래의 레시피로 만든 칵테일들에 비하면 미도리 특유의 멜론 맛이 지배적이라 매력이 떨어졌지.

 

그렇게 그냥저냥 신기한 리큐르로 남을 뻔 했던 미도리를 구원해주는 칵테일이 이후에 2개 등장해.

 

바로 제페니스 슬리퍼와 미도리 사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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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페니스 슬리퍼는 미도리와 코엔트로, 레몬주스의 조합이야.

 

화이트 레이디나 데이지의 영향이 보이는 칵테일이지만, 복잡한 맛보다는 신 맛과 단 맛의 조화를 이루는 레시피지.

 

숏 드링크로서 달달한 이 칵테일은 나름 인기를 끌었지만, 이 뒤에 등장하는 미도리 사워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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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서양에서 사워(Sour) 종류 칵테일은 보통 계란 흰자가 옵션으로 들어가는 새콤달콤한 칵테일 스타일이야.

 

베이스가 되는 술 아무거나를 치고 뒤에 Sour를 붙여서 검색하면 전부 계란이 들어가는 레시피가 나오는데, 미도리 사워는 조금 달라.

 

클래식한 미도리 사워 레시피를 보면

 

미도리 1온스

보드카 1온스

레몬주스 0.5온스 라임주스 0.5 혹은 스윗 사워 믹스 1온스

소다수나 스프라이트

 

가 베이스로 되어있지.

 

어떻게 보면 꽤나 이질적이지만, 이 마시기 편한 스타일은 순식간에 유행을 하면서 1980년대부터 90년대를 풍미했던 칵테일이야.

 

이 방식은 사실 일본의 사와(SAWA) 스타일을 따온게 아닐까 싶어.

 

우리들이 이자카야등을 가면 종종 보이는 사와 스타일은, 사실 위에서 말한 사워에서 파생된 거야.

 

베이스가 되는 술에 레몬이나 라임주스등의 시트러스를 더한 걸 일본에서는 사와라고 하지.

 

일본에서는 술에 게란 흰자가 들어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생겨난 바리에이션이지.

 

근데 이새끼들 밥에는 잘 만 비벼먹으면서 왜...?

 

 

 

 

 

 

 

 

하여튼, 이렇게 인기가 많았던 미도리 사워는 90년대 한국의 칵테일 붐과 함께 소개되면서 한국식으로 변형이 일어났어.

 

보드카는 빼버리고, 레몬이나 라임주스가 아니라 저렴한 스윗 사워 믹스에 사이다라는 조합으로 말이지.

 

아마 지금도 클래식한 바에 가서 미도리 사워를 시키면 옛날에 마시던 사람들은 뭔가 이 맛이 아닌데...싶을 거야.

 

스윗 사워 믹스가 주는 쌈마이함과 칠성 사이다의 맛이 아니면 옛날 그 맛이 안나거든.

 

옛날의 약간 불량식품 같은 그 맛 때문에 인기가 있었던 이 칵테일은 지금에 와서는 바텐더들이 약간 추억으로나 마시지,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칵테일을 꼽자면 순위권안에 들어가는 칵테일이야.

 

이제는 너무나 오래되기도 했고, 안 좋은 기억들이 많이 있는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칵테일이거든.

 

솔직히 말해서 유행도 많이 지났고.

 

하지만 최근 들어서 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은근히 다시 유행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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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원래의 미도리 사워가 아니라, 계란을 넣은 미도리 사워가 말이지.

 

사실 미도리 자체가 맛이 없는 술은 아니고, 대부분의 술은 사워 스타일로 만들면 먹을만 하거든.

 

맛이 괜찮은 술을 사워로 만들면 굉장히 매력적인 칵테일이 되지.

 

그리고 가게에 따라서는 여기에 다른 무언가를 첨가해서 더욱 매력을 살리기도 해.

 

피트 위스키를 넣어서 스모키함을 주거나

 

진을 넣어서 약간의 보타니컬을 추가하거나.

 

여러 방식으로 트위스트를 하고 있지.

 

미도리 사워라는 칵테일을 알고 있는 개붕이들은 한 번 바에 가서 게란이 들어간 미도리 사워를 달라고 해봐.

 

새로운 세계를 맛보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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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올려둠

13개의 댓글

2023.11.07

준 벅 좋 아

0
2023.11.07

삼강사와 맛있었지

0
2023.11.07

누렁자는 억케처리함?

걍버리나 아님 몬가 쓰나

하긴 엄청 많이 내놓는곳 아니면 신선도문제가 있군

0
2023.11.07
@잉어끵

그냥 구워서먹기

프레리 오이스터

소금 절여서 안주로쓰기

까르보나라 등등

0
2023.11.07

에르메스 그린티 리큐르.. 조엽수림 마셔보고싶다

0
2023.11.07
@골방철학가

말차리큐르 도버꺼는 한국에 종종 들여오더라

0
2023.11.07

미도리 샤워 맛이써! 럼콕이랑 쿠바 리브레랑 같이 제일 좋아하는 3대장 ㅋㅋ

0

미도리 특 금방 마셔버리니 돈 아까워서 볼스, 디카이퍼 사마심 ㅋㅋ

0
2023.11.08

미도리가 샤워한 물이라 미도리 샤워

0
2023.11.09

고마워 미도리...

근데 도수생각 안하면 메론맛 소다로 대체해도 되지 않나

0
2023.11.10

미도리 “샤워” ㅋㅋㅋㅋㅋㅋㅋㅋ

0
2023.11.11

안녕 개붕아! 술관련 글 올려주는거 잘보고 있어! 너무 재미있고 유익해서 그런데 혹시 이거 유튭으로 만들어서 글 읽어도 될까? 출처하고 저자는 당연히 표기할거야! 허락해주면 열심히 만들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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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sheriff

하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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