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 파피 반 윙클편

https://www.youtube.com/watch?v=G34H1VUiaj0

 

 

읽판에 버번 이야기 있는거 보고 문득 생각나서 써봄.

 

근데 막상 버번 위스키 얘기를 안썼네?

 

근데 귀찮으니까 이거 먼저씀.

 

 

 

 

 

 

 

 

 

 

 

image_9d08125e-b8e7-48f5-b5ce-1e32810c3738.webp

 

파피 반 윙클, 불리는 이 술은 현제 Sazerac Company라 불리는 회사가 만들고 있지만, 원래는 Stitzel-Weller 증류소에서 생산하던 버번이었다.

 

WL Weller & Sons라는 주류 도매상에서 일하던 Julian "Pappy" Van Winkle Sr.라는 양반이 같이 일하던 다른 직원과 회사를 인수하면서부터 시작된 회사다.

 

 

1910년, 켄터키 주 루이스 빌에 있던 A. Ph. Stitzel라는 이름의 증류소를 인수한 그들은 Stitzel Distillery 라는 이름으로 버번 위스키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하필 금주법 시기랑 겹쳤는데, 운 좋게도 이들은 의약 목적의 위스키 생산허가를 받을 수 있었고, 회사는 금주법 시대에도 어찌어찌 유지를 한다.

 

이 시기에 이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했던 위스키가 립 반 윙클과 자기 이름을 따온 위스키 

 

Old Rip Van Winkle이었다.

 

image_c18a2317-7b17-4f20-8ec3-44b18a414df4.webp

 

사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회사와 이 회사의 버번 위스키는 딱히 유명한 건 아니었다.

 

그냥 저냥 나쁘지 않은 버번위스키를 생산하는 업자, 딱 그정도의 위치였다.

 

결국 중간에 생산을 멈추고 다른 위스키 증류소에 원액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1935년 켄터키의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인 경마 이벤트 켄터키 더비의 당일

 

그들은 Stitzel-Weller라는 이름의 증류소를 열었다.

 

 

 

 

 

 

 

 

 

 

 

 

 

 

그리고 인기는 여전히 그냥 그랬다. 먹고 살만하지만 딱히 벌지는 못하는 그런 상황.

 

하지만 Julian Van Winkle씨는 죽기 직전까지 계속해서 버번 증류업자로써 활동했고, 1965년 89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 그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동안 활동한 위스키 증류업자였다.

 

Julian Van Winkle이 사망하고 7년뒤 1972년, 그 아들 Julian Van Winkle Jr.는 Stitzel-Weller 증류소를 매각하고, Old Rip Van Winkle 위스키를 다시 생산했다.

 

근데 이 양반은 아버지가 너무 오래사신 탓인지 1981년에 사망하고, 다시 그 아들 Julian Van Winkle 3세에게 회사가 넘어간다.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버지가 죽기 전에 매각한 Stitzel-Weller 증류소와 원액 공급 계약을 맺었다는 거다.

 

Old Rip Van Winkle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서 Stitzel-Weller 증류소에서 생산 된 원액을 공급 받는 계약을 맺은 것이다.

 

버번의 원액을 저곳에서 공급받고, 배합을 자기들이 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사실 대부분의 버번이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다.

 

 

 

 

 

 

 

 

 

 

 

그렇게 Old Rip Van Winkle 위스키를 생산하던 Julian Van Winkle 3세에게 한 번 더 시련이 찾아온다.

 

1992년, Stitzel-Weller 증류소가 문을 닫게 된 것이다. 당장에 위스키 원액을 공급하는 회사를 바꿀 일은 아니었다, 어차피 원액은 1992년까지는 생산이 되었고, 당장에 맛이 바뀌는 건 10년 뒤니까.

 

다른 증류소를 찾던 Van Winkle III(이제 너무 길어서 쓰기 귀찮다.)는 1994년, 퇴직하는 지원이 선물로 준 한장의 사진을 받게 된다.

 

pappy_van_winkle.jpg

 

바로 할아버지가 말년에 시가를 피우던 사진.

 

이 사진에 영감을 받은 Van Winkle III는 할아버지를 기념할 겸, 이 사진을 박아넣은 위스키를 생산해서 판매하기 시작한다.

 

그게 바로 "Pappy" Van Winkle이었다.

 

패피 반 윙클은 당시에 굉장히 특이한 위스키였다. 그전까지 위스키는 라벨에 여러가지 정보와 문구로 자신들을 어필했는데, 별다른 정보 대신에 할아버지의 사진 한장을 박아넣은 이 위스키는 1997년 3월까지는 그냥저냥 팔리던 위스키로, 정말로 "기념" 위스키가 될 뻔 했다. 애초에 연간 생산량도 5~6000병 수준이었고.

 

갑자기 뜬금 없는 와인 잡지에서 패피 반 윙클 20년이 맛 평가 99점을 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Van Winkle III는 그 당시 99점을 받은 이후 유통업자들에게 달라는 말에 굉장히 기뻐했다고 한다.

 

그전까지는 찾지도 않다가, 이제는 직접 찾으니까 얼마나 기쁠까?

 

아마 그때까지는 몰랐을 거다, 이렇게 될 거라고는.

 

 

 

 

 

 

와인 잡지의 맛 평가 99점의 위력과 함께 연간 5~6000병 밖에 생산되지 않는 한정 위스키라는 조합은 셀럽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특히나 셰프들에게 인기 있었는데, 그전까지는 별로 없던 하이엔드 버번의 수요를 맞춰 줬기 때문일까?

 

여러 레스토랑에서 앞다투어 패피 반 윙클을 들여다 놓기 시작하고, 그 레스토랑의 손님들이 이 버번은 뭔데 이렇게 비싸? 한번 마셔볼까?

 

하고 마시기 시작하면서 점점 소문이 퍼지기 시작해서 2000년 쯤에는 돈이 있다면 패피 반 윙클 정도는 마셔야하는 수준의 인기까지 올라갔다.

 

문제는 돈이 있어도 구하기가 힘들다는 거다.

 

애초에 대량 판매에 목적이 있던 위스키가 아니고, 증류소까지 없어진 이 위스키는 매년 나오는 양이 한정되어 있던 것이다.

 

당연히 인기와 가격은 더욱 치솟는다.

 

모두가 원하지만 누구도 얻을 수 없는 술. 그것이 패피 반 윙클이었다.

 

 

 

 

 

 

 

 

Pappy-Van-Gear-Patrol-Lead.jpg

 

결국 패피 반 윙클 측에서도 판매를 위해서 이제 주문 받아서 유통하는 걸 그만두고, 버번이 나오는 시기를 맞춰서 추첨권을 팔았다.

 

증류소에 직접와서 추첨을 통해서 당첨이 된 도매상이나 고객에게만 위스키를 판매하는 것이다.

 

이 증류소가 처음 위스키를 내놓을 때의 가격은 세트로 했을 때 병당 100달러 수준, 하지만 나오는 순간 전 상품은 업자들에게 팔렸고 이 위스키들은 병당 5000달러에 팔리기 시작했다.

 

추첨만 하면 앉은 자리에서 50배의 돈을 버는 사업을 놓치기 싫은 도매상들은 그 시기만 되면 증류소 앞에 진을 치고 기다릴 정도였다.

 

특히나 가장 숙성년수가 높은 패피 반 윙클 23년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버번 가운데 하나다.

 

참고로 여기까지가 2013년쯤 이야기다.

 

 

 

 

 

 

참고로 Van Winkle III는 2002년, Sazerac Company 그룹에게 회사를 팔았고, Buffalo Trace Distillery에서 본격적으로 패피 반 윙클을 생산했다.

 

없어진 증류소를 대신 할 증류소를 찾고, 이 메시빌을 분석해서 맛을 최대한 맞추려고 하지만, 결국 요즘 나오는 건 원래 생산하던 원액이 아닌 새로운 원액이다.

 

패피 반 윙클의 이름 값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진 않겠지만 말이다.

 

대신 그 반대급부로 2008년 처음으로 나왔던 패피 반 윙클 23년은 시기 상 Stitzel-Weller 증류소의 원액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2022년 경매에서 52500달러에 판매되었다.

 

20년은 27500달러, 15년는 8375달러였다.

 

버번 위스키로는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가격의 벽을 넘어버렸던 기념비적 사건이다.

 

2018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켄터키 주의 신부가 선물로 주기도 했다. 

 

 

 

 

 

 

 

71iN-lWebDL.jpg

 

참고로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후로 생산되는 패피 반 윙클의 원액은 모두 Buffalo Trace Distillery에서 생산된다.

 

원액 자체는 버팔로 트레이스와 같고, 메시빌이 다르다는 얘기다.

 

그래서 미국에서 일부 위스키 매니아들은 이 증류소의 술들을 사서 섞어서 패피 반 윙클의 맛과 비슷하게 만드는 짓을 하기도 했다.

 

본인들 피셜 90%정도의 맛을 복각했다고 하는데, 뭐...

 

인터넷에서 하는 말 너무 믿지는 말자.

 

하여튼 이런 위스키는 Poor Man's Pappy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마시고 싶은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마시는 술이라고.

 

 

d0ed00_a95b8570a9a448a9b3ae01056d855619_mv2.jpg

 

참고로 버팔로 트레이스는 패피 반 윙클로 돈맛을 봤는지 하이엔드 버번들을 자꾸 만들어냈다.

 

역시나 직접 가서 사지 않으면 미친 가격으로 사야하는 죠지 티 스텍을 대표로, 요즘은 구경도 못하는 블랑통이라던가 다양한 버번이 이 증류소의 원액으로 만들어진다.

 

술 잘 만드는 나쁜 새끼덜....

 

 

 

 

 

 

 

 

2013년에는 이 증류소에 도둑이 드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넷플릭스의 Heist라는 다큐멘터리에 버번의 왕이라는 에피소드로 소개되어 있다.

 

궁금하면 찾아보자.

 

 

그럼

 

17d6a9830745383f0.png.jpg

 

 

여기도 올림

11개의 댓글

2023.11.04

여기도 추천.

 

0
2023.11.04

존나웃긴게 그전까진(2000년대) 직원들이 퇴근하면서 한병씩 들고가도 괜찮았다고 하더라..

0
2023.11.04

비 택 좋 아

0

예전에 바텐더개붕형한테 미국 동부산다고 추천해달라니까 버번 우드포드리저브드 추천해주길래 하나 사뒀음. 일주일에 두 잔정도 마시는 중. 술이나 커피를 처음 입에 댔을때처럼 처음은 별로였는데, 먹어보면 먹어볼수록 적응해가는 느낌이 든다.

코르크에 묻은 향은 달콤한데, 컵에 따라두고 맡으면 코를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 손에 묻으면 알콜이 느껴질 정도로 시원해지고, 한 잔 입에 머금으면 혀가 조금 아린 느낌이 들고, 입술에 묻혀서 오물오물해보면 위스키 향이 입 안에 퍼지는데 어쩔땐 맛있지만 어쩔땐 알콜때문에 깜짝 놀라. 물을 1/3정도 섞어서 먹으니 그런 자극은 줄어들어서 좋았는데, 굳이 이렇게 댓글 다는 이유는 버번 위스키를 포함해서 원래 위스키가 다 이런건지 궁금함.

0
@수학과박사과정

위스키가 다 그런건 아닌데 대체적으로 비슷함, 더 좋은 걸로 가면 물 타는 것 조차 아까운 경우가 있지, 버번이 특히나 더 알코올 느낌이 강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0

혹시 아르메니아 브랜디도 정리가능할까? 아라라트를 5병 정도 선물받았는데 어떻게 먹어야 맛있게 먹는지 알고 싶어

0
2023.11.05

btac 하나라도 먹어보고싶다

0

으애아아아 마시고싶다

0
2023.11.05

나 헤븐즈도어 , 포로지스 싱배? 스몰?, 잭다니엘 싱셀 맛있게 먹었는데 나 같은 입맛은 어떤 버번 추천하시나요?

0
2023.11.05

일본갔을때 베리올드세인트닉 12년 LOT 2먹었는데 비싼게 맛있긴하더랑

0
2023.11.06

이번에 패피반윙클이랑 the weller랑 매쉬빌 똑같다고 사재기 일어낫던데 ㅋㅋㅋ 싸게잘삼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2416 [기타 지식] 일본에 의해서 만들어진 칵테일들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 지나가는김개붕 1 4 시간 전
12415 [기타 지식] 중국에서 안드로이드 폰을 사면 안되는 이유? 8 대한민국이탈리아 15 1 일 전
12414 [역사] English) 지도로 보는 정사 삼국지 3 FishAndMaps 3 1 일 전
12413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그녀는 왜 일본 최고령 여성 사형수가 되었나 10 그그그그 7 2 일 전
12412 [기타 지식] 최근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국내 항공업계 (수정판) 15 K1A1 23 3 일 전
12411 [역사] 인류의 기원 (3) 3 식별불해 6 3 일 전
12410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재벌 3세의 아내가 사라졌다? 그리고 밝혀지... 그그그그 4 5 일 전
12409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의붓아버지의 컴퓨터에서 발견한 사진 3 그그그그 7 7 일 전
12408 [기타 지식] 도카이촌 방사능 누출사고 실제 영상 21 ASI 2 8 일 전
12407 [역사] 지도로 보는 정사 삼국지 ver2 19 FishAndMaps 15 10 일 전
12406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지구 2부 21 Mtrap 8 8 일 전
12405 [기타 지식] 100년을 시간을 넘어서 유행한 칵테일, 사제락편 - 바텐더 개... 5 지나가는김개붕 1 10 일 전
12404 [기타 지식] 오이...좋아하세요? 오이 칵테일 아이리쉬 메이드편 - 바텐더... 3 지나가는김개붕 2 11 일 전
12403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지구 1부 31 Mtrap 13 11 일 전
12402 [기타 지식] 칵테일의 근본, 올드 패션드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15 지나가는김개붕 14 12 일 전
12401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인류 2부 22 Mtrap 14 12 일 전
12400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인류 1부 13 Mtrap 20 12 일 전
12399 [역사] 군사첩보 실패의 교과서-욤 키푸르(完) 1 綠象 1 11 일 전
12398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체포되기까지 28년이... 1 그그그그 6 12 일 전
12397 [역사] 아편 전쟁 실제 후기의 후기 3 carrera 13 13 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