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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텐더 개붕이가 쓰는 술 이야기 - 피스코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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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바텐더 개붕이야.

 

이번에 쓸 술은 피스코에 대한 이야기야.

 

사실 피스코는 다루더라도 좀 제한적이고, 즐기는 사람이 국내에는 많지는 않은 술이야.

 

아마 처음 들어본 개붕이들도 꽤나 있을 거야.

 

남미에 살아본 개붕이나, 미국에서 있었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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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피스코는 만들어진 곳이 어디냐에 따라 격렬한 싸움을 벌이는 술이야.

 

주로 만들어지는 곳은 칠레와 페루인데, 이 둘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나라지.

 

하필 만들어지기 시작한 곳이 이 두 나라의 국경지대라서 칠레와 페루는 서로 피스코는 자기 술이라고 싸우고 있어.

 

원래 자고로 옆 나라는 사이가 좋기 힘든데, 비슷한 것도 아니고 거의 같은 술을 두고 어느 나라께 맞네 아니네로 따지면서 싸우지.

 

실제로 내가 운영하는 가게에 칠레 사람이 와서 피스코를 꺼내 줬는데, 무의석적으로 페루걸 꺼냈는데 그걸 보자 마자

 

"그건 피스코가 아니다."

 

라고 해서 아차차 하고 칠레 피스코를 꺼내줬지.

 

그제서야 굿 피스코 라고 하더라고.

 

아마 걔내 입장에서는 외국에서 김치 꺼내놓고 파오차이라고 부르는 걸 본 한국인이나 다름 없었을 정도의 단호함이었어.

 

 

 

 

 

 

 

 

 

 

하여튼 이 피스코는 원래 와인을 만들고 남은 부산물을 증류해서 만드는 술이었어.

 

프랑스의 마르, 이탈리아의 그라빠처럼 스페인에도 오루죠라는 이름의 비슷한 술이 있었는데, 스페인 식민지였던 페루와 칠레의 접경지대에서 시작되었지.

 

이전에 데킬라 편에서도 이야기 했는데, 스페인 애들도 와인을 많이 먹어서 당시 식민지였던 칠레와 페루에서도 와인 생산을 많이 했기 떄문에 생겨난 술이라고 볼 수 있어.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마시기보다는 와인에 넣어서 더 오래 보존하기 위한 용도로 생산됐지.

 

쉐리 와인 만들던 놈들이니까 당연한 결과물이랄까.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증류주를 주로 유통하던 곳이 페루의 피스코라는 항구였는데, 여기서 이름을 따와서 피스코라고 붙였다고 하지.

 

이렇게치면 페루가 원조처럼 보이지만, 칠레에서는 이 피스코를 보관하던 진흙으로 만든 항아리를 피스코라고 부르는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을 지지해.

 

 

 

 

참고로 피스코는 꽤나 우여곡절이 많은 술이야.

 

페루와 칠레 지역에서 많이 생산 됐지만, 와인에 비해서 생산량이 한참 모자랐지. 양조주와 증류주의 차이도 있지만, 그 도수면에서 원산지에서는 마시기 편한 것을 장기보관용으로 만든 것보다 선호했던 까닭이야.

 

심지어 18세기 경에 피스코보다 저렴한 럼 생산이 시작되면서 피스코는 한층 더 불황을 맞이 했어.

 

19세기에 들어서는 와인보다도 더 수익성이 좋은 목화를 재배하기 위해서 페루와 칠레의 많은 포도밭이 갈아 엎어지고 목화밭이 되었지.

 

산업혁명과 함께 면직물의 수요가 급장하면서 일어난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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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피스코가 의외의 지역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하는데, 바로 캘리포니아의 샌프란시스코야.

 

미국 서부에 위치한 항구도시였던 이곳은 마찬가지로 남미 서부에 위치한 칠레나 페루와 무역이 활발했던 곳이지.

 

그 덕에 피스코 역시 유통되기 시작했고, 미국 서남부를 중심으로 피스코를 이용한 칵테일들이 조금씩 유행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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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시피 피스코를 포도를 이용한 증류주, 즉 브랜디의 일종이지만 오크통 숙성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무색투명하지.

 

그리고 숙성을 하지 않아서 거칠고 야성적인 풍미를 가지고 있는데, 칵테일로 만들었을 때도 풍미가 살아있어서 그 독특함이 새로움으로 받아들여진거야.

 

그리고 그 당시에 유행했고, 지금도 피스코 하면 떠오르는 칵테일 하나가 클래식 칵테일로 자리 잡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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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피스코 사워야.

 

피스코에 레몬이나 라임, 설탕과 계란 흰자를 넣고 만드는 이 칵테일은 사워 종류 칵테일의 하나야.

 

사실 위스키 사워나 진 사워, 브랜디 사워등 사워 칵테일은 엄청나게 다양한데, 대부분 구하기 쉬운 술을 이용해서 만들었다는 특징이 있지.

 

그래서 칠레와 페루에서도 가장 흔한 술인 피스코를 이용한 피스코 사워를 먼저 만들기 시작했고, 이게 미국으로 건너간거야.

 

지금도 이 두 나라에 있는 바에 가면 가장 많이 팔리는 술 중의 하나가 바로 이 피스코 사워야.

 

특유의 풍미에 산과 당이 결합되서 마시기 편한 이 칵테일은 센세이션한 인기는 아니었지만, 특유의 팬층을 가지고 스테디 셀러로 이어져 내려왔어.

 

이외에도 칙카노라던가, 마이 페어 레이디처럼 피스코를 이용한 칵테일은 2010년대를 지나서 점점 많이 등장하고 있어.

 

이전까지 클래식 칵테일을 탈피해서 새로운 술을 찾는 바텐더들에게 사랑 받는 술 중의 하나지.

 

 

 

 

 

 

 

 

 

 

 

국내에서는 아직도 인지도가 부족한 술이지만, 세계 피스코의 날 행사등을 하면서 천천히 그 영역을 넗혀가고 있지.

 

세계적으로도 미국을 대표하는 술이 버번 위스키지만, 미 대륙을 대표하는 술로는 피스코가 점점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할 정도야.

 

물론 아직 데킬라의 벽을 넘지는 못 했지만.

 

바에 간 개붕이들은 가끔 새로운 칵테일을 마시고 싶다면 피스코를 이용한 칵테일을 추천해달라고 해봐.

 

아마 다른 술들과는 전혀 다른 풍미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

 

 

 

 

요즘 장사가 안되서 슬픈 바텐더 개붕이는 이번에는 여기까지 쓴다.

 

사실 우리만 장사가 안되면 모르겠지만, 요즘은 불경기 탓에 전체적으로 다 힘들더라고.

 

개붕이들, 바를 많이 찾아줘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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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안녕

 

 

 

 

여기도 올려둠

12개의 댓글

2023.10.31

튀르키예 라크 얘긴 혹시 쓸 예정 없는지?

0
@charlote

마이너 중의 마이너를 들고 오시네

0
@지나가는김개붕

그리스 우조라던지?

0
@흐루꾸루꾸루룩

아니 그 동네에서만 먹는 술은 좀...차라리 압생트를 쓸 것

0
2023.11.01
@지나가는김개붕

그냥 내가 아는 술 중에 제일 마이너한거라 얘기해봤어 ㅋㅋㅋ 한번 먹고 다시는 입 안댐 ㅋㅋㅋㅋ

0
2023.11.01

기법에 대한 이야기 쓸 생각은 업ㅎ음? 쉐이킹이나 스터 같은거 팁 ㅋㅋ

0
@올레오싸카럼

그건 팁이 없다. 걍 연습하던가 만들어 봐야 알게 되는 거라 말로 백번을 하고 글로 여러번 읽어도 이해가 안됨...

0
@올레오싸카럼

보고 따라한다고 바로 되면 직업의 의미가 없어지기도 하지, 진짜 그냥 연습이 답이다라는 말 밖에 없음. 어느 순간 깨달음이 오더라.

0
2023.11.01
@지나가는김개붕

꼭 팁이 아니더라도 스타일이라던지 그런 썰이라도 재밌을거 같아서 물어봤음 ㅋㅋ

0
2023.11.02

첨들어봐 신기

0

타베네로 꺼내줬다가 아차싶어서 와카르 꺼내준 모양이네

0
2023.11.03

미드해줘 미드

호닝브루 미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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