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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텐더 개붕이가 쓰는 술 이야기 - 칼바도스 편

Crush_Calvados_Credit_Tom_Arena_1920x1280-1280x853.webp안녕 개붕이들

 

오늘 소개해줄 술은 칼바도스야. 이전에 올렸던 글 중에 브랜디 편에 짤막하게 소개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해보려고

 

바텐더 개붕이가 쓰는 술 이야기 - 브랜디

 

브랜디에 대한 이야기는 못 봤으면 보고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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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도스는 기본 적으로 사과로 만든 술이야. 시드르 라고 불리는 술을 증류해서 만들었지.

 

이 시드르는 영어로는 사이다라고 하는데, 우리가 아는 그 사이다의 어원이라고 볼 수 있는 술임

 

기록적으로 사과를 이용한 증류주는 1553년이 이미 만들었다고 나와있고, 1606년에 사과 증류주 길드가 만들어졌지.

 

이때는 아직 칼바도스라는 명칭이 있지는 않고, 오드 비 시드르(eau de vie de cidre)라는 이름이었어.

 

하지만 이 술이 주로 만들어지는 곳이 노르망디 지역이었고, 이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고 새롭게 만들어진 칼바도스주에서 주로 생산되었기 때문에 오드 비 시드르라는 복잡한 이름보다 칼바도스라고 불리고 있었지.

 

참고로 이 칼바도스라는 이름은 특이하게도 스페인의 군함, 엘 살바도르에서 왔어.

 

영국과의 전쟁 중에 노르망디 해안가에 난파한 엘 살바도르를 프랑스 인들이 칼바도스라고 알아듣고는

 

"아 그 칼바도스인가 뭔가 난파한데?" 라고 부르던 것에서 시작되서 이름 붙여진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지.

 

이 칼바도스가 본격적으로 떠오른 건 19세기경이야.

 

그쯤부터 프랑스 증류주들이 본격적인 산업화와 함께 브랜디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서 노동계급의 술로써 이미지를 굳혀오다가

 

1860년대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발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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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계 최고의 미식가 필록세라.

 

바로 포도 필록세라라는 노린재목의 벌레 떄문이야.

 

포도라고 이름 붙여진 것처럼 얘들은 포도나무를 미친듯이 좋아했고, 이 벌레들은 그 당시 유럽의 포도나무들을 전멸 시켰어.

 

어느정도였냐면, 유럽 포도밭의 9/10이 전멸했다고 전해지지.

 

이 시기에 포도 농사가 완전히 망해버리는 바람에 브랜디와 와인이 생산되지 않자, 브랜디나 와인의 대체품으로 칼바도스와 시드르가 인기를 끈거야.

 

 

 

 

 

참고로 이 필록세라는 원래 유럽에 없던 종류의 해충이었어.

 

미국에만 존재하던 이 해충은 1850년대 영국의 식물학자들이 미국의 포도나무 표본을 수집하면서 같이 들어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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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나다 새끼들아.

 

역시나 좆같은 일이 일어나면 이 새끼들을 의심해봐야 한다.

 

물론 당시 영국 포도나무들도 작살이 났지만, 와인을 주로 마시던 건 유럽 본토쪽이었어서 특히나 심각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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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이렇게 인기를 끌었던 칼바도스는 1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생산량이 다시 한 번 폭발적으로 늘어나.

 

알코올은 언제나 훌륭한 군수품이었거든, 전쟁 중의 군인들에게 보급되는 술로써 와인보다는 증류주가 훨씬 용이했기 때문에, 브랜디로 충족이 안되는 수요를 칼바도스로 대신하면서 생산량이 급격하게 늘어나지.

 

물론, 보급용만은 아니었어. 알코올 도수가 높은 만큼 화염병이라던가 폭발물을 만들기 위한 원료로도 용이했기 때문도 있었지.

 

 

 

 

 

 

물론 2차 세계대전때는 생산량이 작살이 나지. 2주만에 프랑스가 독일에게 파리를 따이고 노르망디 상륙작전 덕분에 작살이 났거든.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나서 많은 과수원과 증류소들이 다시 재건을 하게 되면서 칼바도스는 다시 생산되기 시작했어.

 

전쟁이 끝난 뒤에 작황이 나쁘지 않은 걸 보면 꽤 많은 양의 비료가 투입된 결과일지도...

 

 

 

 

 

 

전쟁이 끝나고 얼마 뒤인 1942년, 프랑스의 지리적 표시제도인 AOC로 칼바도스가 지정이 되면서 공식적으로 칼바도스는 칼바도스 주에서 생산되는 애플 브랜디만을 칼바도스라고 부를 수 있게 되지.

 

특히 칼바도스의 페이도쥬(Pays d'Auge)라는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서 초기에는  Calvados Pays d'Auge라는 명칭으로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칼바도스로 통용되고 있어.

 

하지만 아직도 최고의 칼바도스를 만드는 지역으로는 Pays d'Auge가 꼽히고, 실제로 생산하는 곳이 가장 많은 곳 역시 Pays d'Auge야.

 

1997년에는 배가 30%이상 함유된 칼바도스를 동 프론테라고 하는 명칭을 붙일 수 있게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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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도 얘기했지만, 칼바도스는 보통 사과로 만들지만 배를 섞기도 해.

 

또, 칼바도스를 만들 떄 쓰는 사과는 우리가 아는 사과랑은 조금 달라.

 

한국인이 아는 사과는 신맛과 단맛이 있는 품종이 대부분이지만, 알고보면 사과의 품종이 무지막지하거든.

 

칼바도스에 주로 사용하는 사과는 딱히 정해져 있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사과들을 같이 써.

 

신맛이 중심이 되는 사과, 단맛이 강한 사과, 심지어 쓴 맛이 나는 사과까지도 쓰지.

 

100종이 넘는 사과를 쓰는 것도 흔한 일이야.

 

그냥 얘네가 가지고 있는 사과 농장에서 키우는 사과를 죄다 따가지고 쓴다고 보면 되.

 

사과는 기본적으로 좀 추운 지역에서 잘 자라는데, 노르망디는 프랑스에서도 꽤나 북쪽이라 사과를 키우기에 최적화 되어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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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까지 하면 될 거 같지만, 칼바도스를 마실 때 중요하게 알아야 할 사실이 하나 있어.

 

칼바도스는 사서 바로 따자마자 마시는 걸 추천하지 않아.

 

여러 매체에 등장하니 만큼, 궁금해서 칼바도스를 사서 마셔보고 "엥 뭐야 별로네?" 하는 사람이 꽤 있었을 거야.

 

갓 코르크를 제거한 칼바도스는 약간 본드 같은 향이 나거든.

 

도수가 높고 향이 특이한 술이네 하고 그냥 마실 수도 있지만, 그건 칼바도스의 맛을 10%도 못 느끼고 마시는 거나 다름 없어.

 

 

 

 

 

 

 

일단, 칼바도스를 처음 열었을 때 나는 향은 개인적으로 사과의 향이라고 생각해.

 

정확히는 사과를 박스채로 오래 보관하면 나는 에틸렌 가스의 향이 나거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 향이 워낙에 지배적으로 나니까 별로라고 생각하는 건데, 사실 칼바도스는 따고 바로 먹는게 아니라

 

여름에는 2주에서 3주, 겨울에는 한달 이상 지난 다음에 마시는 게 좋아.

 

와인에서 말하는 에어링과 비슷한 작업을 거치는 거라고 보면 되.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에틸란 가스 같은 향은 사라지고 칼바도스 본연의 향이 나기 시작하거든.

 

 

 

 

 

잘 풀린 칼바도스는 일단 향으로 사람을 압도해.

 

싱그러운 사과 향기 같으면서도, 달콤한 향이 나는 꽃밭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지.

 

브랜드에 따라서는 잘 익은 사과에서 나는 향기가 나기도 하고, 심지어 그 향이 잔에 따르는 순간부터 피어올라.

 

제대로 된 칼바도스를 충분히 풀어 놓은 상태에서 마시고나면 나오는 향에 비하면 싱글 몰트 위스키의 향은 빈약하다고 느껴질 정도지.

 

자기 전에 칼바도스를 마시다가 잔에 남겨둔 채로 자고 일어나면 그 향이 방 안에 남아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느껴져.

 

 

 

 

 

 

맛은 브랜디 답게 부드러우면서도 증류주가 가진 펀치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

 

위스키만큼의 강렬함은 아니지만, 충분히 증류주를 마시는 감각을 주면서도 부드럽게 넘어가지.

 

증류주를 입문한다면 칼바도스로 입문하는 게 가장 편할 정도야.

 

 

 

 

 

 

물론, 열어놓고 한달이나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한 술이 말이 되냐고 할 수도 있는데, 사실 한달로도 모자라.

 

몇몇 칼바도스는 진짜 반년에서 1년 정도가 지나서 마셔야 맛있는 것들도 있거든.

 

농담 같지? 나중에라도 칼바도스를 산다면 따자마자 마셔보고 남긴 다음 한달 뒤에 마셔보고, 남은 상태로 1년 뒤에 마셔봐.

 

점점 다른 술이 되가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야.

 

특히나 숙성이 오래된 칼바도스 일 수록 그 영향은 엄청나.

 

그게 귀찮다면 잔에 따라놓은 상태에서 2~3시간 뒤에 마셔도 좋아. 병에 있을 때보다 공기접촉량이 늘어나는 만큼 금세 향이 피어오르거든.

 

실제로 칼바도스를 만드는 분에게 물어봤을 때, 칼바도스를 언제 마시면 좋냐고 했더니

 

프랑스에서는 저녁을 먹기 전에 칼바도스를 잔에 먼저 따라두고 저녁 식사가 끝난 뒤에 마신다고 하더라고.

 

프랑스 저녁은 존나 길다는 걸 알아둬.

 

 

 

 

 

참고로 칼바도스에서 향의 차이는 오크통이 주는 것도 꽤 있어.

 

오래된 오크통을 사용하면 오크향과 함께 묵직함이 주를 이루고

 

갓 만든 오크통에 숙성하면 싱그러운 사과향기가 나더라.

 

만드는 방식의 차이에 따라서 달라진 다는 게 꽤나 재미있지.

 

최근에는 위스키처럼 쉐리와인을 담았던 통이나, 럼이나 데킬라를 담았던 통, 심지어 위스키를 숙성했던 통에 칼바도스를 추가 숙성하는 것들도 있어.

 

자존심 센 프랑스 놈들이 그러는 걸 보면 자존심 셌던 양반들이 죽고 그 후계자가 물려 받은 뒤로 그런 것들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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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칼바도스도 최근 들어서 많이 늘어났어.

 

만약에 칼바도스를 마셔보고 싶다면 가장 접근하기 쉬운 건 불라 XO야. 보통 12만원 선에서 구할 수 있는 칼바도스지.

 

다만 칼바도스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평이 낮아.

 

아무래도 불라 자체가 칼바도스에서 가장 큰 중류소이자 가장 많은 양의 생산하는 증류소라서 그런게 아닐까 싶지만, 이 가격에 이 맛은 훌륭하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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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가격이 있는 걸 찾는다면 크리스챤 드루엥 오다쥬도 추천해.

 

20만원 중반대로 가격이 조금 있는 편이지만, 잔에 따르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사과향이 매혹적인 술이지.

 

굉장히 좋은 품질의 칼바도스를 생산하는 증류소고, 2019년쯤 들어서부터 한국에도 유통되고 있어.

 

 

 

 

 

 

 

 

 

사실, 위에 써놓은 칼바도스 말고도 굉장히 많은 칼바도스가 있어.

 

만약 일본에 갈 일이 있다면 한번 쯤 사와도 좋아, 숙성년수 대비해서 꼬냑이나 위스키에 비해서 훨씬 싸고 맛도 밀리지 않는 칼바도스들이 많거든.

 

교토에 갈 일이 있다면 칼바도르라는 바에 가보는 것도 추천할 게, 칼바도스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바인데, 굉장히 많은 종류의 칼바도스들을 보유하고 있거든.

 

 

 

 

 

 

칼바도스는 굉장히 매력적인 술이야, 때로는 바에 가서 칼바도스로 한 잔을 주문해보자.

 

오늘은 여기까지.

 

 

 

읽판에도 올려둠.

 

9개의 댓글

2023.10.31

비싸다..

0
2023.10.31

깔바도스 너무 좋지...

한번 빠지면 그 농밀한 사과향을 잊을 수 없음

 

개인적으로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품 중 하나는 르믈통 10년이라 생각함

 

10년 초반 가격대에

갈아만든배 같은 진하고 날카로운 배 향이 인상적인 돔프롱테인듯.

0

음 좋은 글 잘 읽고 간다 다음엔 위스키가 아니라 깔바도스 한 병 구하는 것도 좋겠네

0
2023.10.31

파코리 16 존나 맛있음 한국 수입들어오면 순삭당하니 하나씩 쟁여놔라

0

어디서 살수 있어?

0
@타케우치노아복귀좀

제일 편한건 데일리 샷, 그외에 뭐 와인앤모어 같은데...?

0
2023.10.31

크리스찬 드루앵 xo 살려고 각보고있는데 추천하나요?

0
@현재백수형

돈 더 들여서 오다쥬

0
2023.10.31

르몰통 향맡고 반해버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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