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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츠에(松江)에 와서 우선 나의 마음을 끈 것은, 이 도시를 종횡으로 가로지르는 냇물과 그 위에 걸린 수많은 목조 다리였다. 물이 많이 흐르는 도시는 마츠에 하나만이 아니다. 그러나 그런 도시의 물은 내가 알고 있는 한 보통은 그곳에 걸린 교량에 의해 아름다움이 적잖이 깎이고 있었다. 왜냐면 그 도시 사람들은 그 시내의 흐름에 반드시 3류 얼레빗 철교를 놓고, 게다가 그 추한 철교를 그들의 자랑거리 중 하나로 세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동안에 사랑스런 목조 교량을 마츠에의 온갖 시내 위에서 찾은 걸 기쁘게 생각한다. 특히 그 다리 중 두셋의 청동 난간법수가 옛 일본 판화가에 의해 주된 장식 구도로 종종 이용된 것은, 나로 하여금 이 교량들을 점점 더 깊이 사랑하게 했다. 마츠에에 도착한 날 저녁 비에 젖어 빛나는 오오바시(大橋)*의 난간법수를 잿빛을 띤 초록 물 위에 바라본 그리움은, 새삼스레 여기에 떠들썩하게 적을 필요도 없다. 이 나무다리들을 지닌 마츠에에 비해서, 붉게 칠한 신교(神橋) 옆에 추악한 철 현수교를 놓은 닛코(日光) 초*민의 어리석음은 참으로 비웃을만하다. 

 교량에 이어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천조성(千鳥城)의 천주각(天主閣)*이었다. 천주각은 그 이름이 가리키는 것처럼 천주교의 도래와 함께 멀리 남만*에서 수입된 서양 축성술의 산물이지만, 우리 선조의 놀라운 동화력은 거의 누구도 이것에 대해 이국적인 흥미를 느낄 수 없게 지붕과 벽을 모조리 일본화해 버렸다. 사원의 당탑이 왕조시대 건축을 대표하듯이, 봉건시대를 표상할 건축물을 구한다면 천주각 말고 우린 뭘 찾을 수 있을까. 게다가 메이지 유신과 함께 태어난 경멸해 마땅한 신문명의 실리주의는, 전국에 걸쳐 이 위대한 중세의 성루를 어떤 인정도 없이 파괴했다. 나는 시노바즈노이케(不忍池) 연못*을 메우고 가옥을 건축하자는 논자마저 낳은 비웃을만한 시대사상을 생각하면, 이 파괴도 그저 미소로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천주각은 메이지의 신정부에 참여한 삿쵸도히(薩長土肥)*의 아시가루(足軽)* 패거리가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위대한 예술 작품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 유치한 우상파괴자들의 손을 벗어나, 기억할만한 일본의 기사시대를 후세에 전하려는 천주각의 수는 간신히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나는 그 하나에 이 천조성의 천주각을 헤아릴 수 있는 것을, 마츠에 사람들을 위해 마음으로부터 축하하고 싶다. 그리고 갈대와 골풀이 무성한 해자를 내려다보며, 희미한 저녁햇빛에 적셔지면서, 논병아리 우는 물에 쓸쓸한 흰 벽 그림자를 떨구고 있는, 저 천주각의 높은 지붕의 기와가 언제까지나 땅에 떨어지지 않게 빌고 싶다. 

 그러나 마츠에의 마을이 내게 준 것은 만족만이 아니다. 나는 천주각을 우러러봄과 함께 "마츠다이라 나오마사(松平直政)* 공 동상* 건설부지"라고 쓴 커다란 말뚝을 봐야 했다. 아니 말뚝 하나만이 아니다. 그 옆에 철망으로 펼친 오두막 안에 고색을 띤 아름다운 청동 거울 몇 면이 동상주조 재료로 포개어 쌓인 것도 봐야 했다. 범종으로 대포를 주조한 것도 위급할 때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태평한 시대에 사랑스런 과거의 미술품을 기꺼이 파괴할 필요가 어디 있을까. 하물며 그 목적은 예술적 가치에서 경멸해 마땅한 구구한 소동상의 건설이 아닌가. 나는 거듭 비슷한 비난을 요메가지마(嫁が島)*의 방파공사에도 더하는 것을 금할 수 없다. 방파공사의 목적이 파랑의 피해를 막고 요메가지마의 풍취를 보존시키기 위해서라면, 이 같이 못생긴 돌담의 축조는 그 풍취를 해친다는 점에서 확실히 당초의 목적에 모순되는 것이다.
"一幅淞波[いっぷくの しょうは] 誰剪取[たれか せんしゅせん]  
한 폭의 솔과 파도 누가 잘라냈는가
春潮痕[しゅんちょうの あとは] 似嫁時衣[にたり かじの い] 
봄 미세기 흔적은 새색시 옷과 닮았네"

라고 노래한 시인 세키타이(永坂石埭)* 옹에게 저 절구를 이은 듯한 돌담을 보여준다면 과연 뭐라고 할까. 

 나는 마츠에에 대해 동정과 반감 둘 다 느끼고 있다. 다만 다행히도 이 도시의 냇물은, 일체의 반감을 이겨낼 만큼 강한 애석(愛惜)함을 내 마음에 환기시켜준다. 마츠에의 물에 대해서는 다시 이 원고를 이을 기회를 기다리고 이야기하려 한다. 

    2

 내가 전에 칭찬한 교량과 천주각은 둘 다 과거의 산물이다. 그러나 내가 이것들을 애호하는 것은 결코 단순히 그것이 과거에 속해서만이 아니다. 이른바 "사비(寂び)"*라는 우연적인 속성을 빼버려도, 여전히 이것들이 그 예술적 가치에서 무시할 수 없는 특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까닭에 나는 천주각 하나에 멈추지 않고 마츠에 시내에 산재한 수많은 신사와 범찰을 사랑함과 함께(특히 월조사(月照寺)*의 마츠다이라 가(松平家) 묘소*와 천륜사(天倫寺)*의 선사는 가장 나의 흥미를 끈 것이었다), 새로운 건축물의 증가도 결코 기탄할 생각은 없다. 불행히도 나는 성산(城山)의 공원에 세워진 영광스런 흥운각(興雲閣)*에 대해선 삭막한 혐오의 정 외에 아무것도 느낄 수 없지만, 농공은행(農工銀行)*을 시작으로 새로운 건축물 두셋에 대해서는 오히려 그 효과에서 인정할 게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국의 많은 도시는 모두 그 발달의 규범을 동경이나 오사카에서 구하고 있다. 그러나 동경이나 오사카처럼 된다는 것은, 반드시 이 도시들이 밟은 것과 동일한 발달의 경로를 따른다는 말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선도하는 대도시가 10년만에 이른 수준으로 5년만에 이를 수 있는 것이 뒤따르는 소도시의 특권이다. 동경 시민이 실제로 부심하고 있는 것은 종종 외국의 여행객에게 조소당하는 소인[피그미] 동상을 건설하는 게 아니다. 페인트와 전등으로 광고라고 칭하는 하등한 장식을 시험해보는 것도 아니다. 그저 도로의 정리와 건축의 개선 그리고 가로수의 양성뿐이다. 나는 이 점에서 마츠에 시는 다른 어느 도시보다 뛰어난 편의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길을 따라 만들어진 거리의 정연함은, 마츠에에 들어옴과 함께 우선 나를 놀랜 것 중 하나다. 게다가 곳곳에 보이는 백양나무[포플러]는, 이 울창한 낙엽수가 수곽의 흙과 공기에 얼마나 깊게 친근함을 가지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건축물에 관해서도, 마츠에는 그 창과 벽과 노대를 보다 아름답게 바라보게 할 위대한 천혜 ㅡㅡ 베네치아를 베네치아답게 만드는 물을 갖고 있다. 

 마츠에는 대부분, 바다를 빼고 "온갖 물"을 가지고 있다. 마츠에의 물은 동백나무가 짙은 주홍 열매를 맺는 자리 밑에 어둡게 고인 해자의 물에서, 나다몬(灘門)* 밖에 움직임 없이 움직이는 버들잎처럼 푸른 냇물이 되고, 매끄러운 유리판 같은 광택이 있는 어딘지 모르게 LIFELIKE한[실물과 똑같은] 호숫물로 바뀐다. 이렇게 물은 마츠에를 종횡으로 관류하며 그 빛과 그림자의 한없는 조화를 보이면서, 도처에 하늘과 집과 그 사이를 어지러이 나는 제비의 모습을 비추고, 께느른한 중얼거림을 이곳에 사는 인간의 귀에 끊임없이 전하는 것이다. 이 물을 이용해서 이른바 물가 건축을 기획한다면, 아마 아서 시먼스*가 노래했듯이 "물에 뜬 수련 꽃 같은" 아름다운 도시가 만들어질 것이다. 물과 건축은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항상 고려해야할 밀접한 관계에 서 있다. 결코 마츠사키 수정(松崎水亭)* 하나에만 조화를 맡길 것이 아니다. 

 나는, 이 우란분회(盂蘭盆会)*에 물가의 집들에 켜진 키리코 등롱(切角灯籠)*의 불이 붓순나무 냄새로 가득 찬 해질녘의 냇물로 조용한 그림자를 떨어뜨리는 것을 본 사람들은 나의 이 말에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마지막으로 이 난잡한 인상기 두 편을 이시카와 쿄우(井川恭)* 씨에게 바쳐서, 내가 이시카와 씨에게 지고 있는 감사를 조금이라도 나타내고 싶다는 걸 부기해 둔다(끝).
    (19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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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및 번역은 내가 한 것

개드립에 시마네 이야기가 나오길래 유학했던 데 생각나서 예전에 번역한 거 올려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