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의외로 VIP에게 지옥이었던 얄타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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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타 회담 당시 루즈벨트가 타고간 특별 전용기 신성한 소(Sacred Cow), 프로젝트 51이란 이름 하에 비밀리에 제작된 항공기로 휠체어를 싣을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등 몸이 불편한 루즈벨트를 위한 각종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루즈벨트는 1945년 2월 3일 러시아 혁명 이후 처음으로 현직 미국 대통령의 자격으로 러시아 땅에 발을 딛게 된다. 당초 루즈벨트와 처칠은 30~35명의 인원을 얄타 회담 당시 대동할려고 했지만, 여러 사람들이 자신의 중요성을 어필하는 마당에 참가 인원 수가 700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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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타 회담 당시 루즈벨트가 사용한 리바디아 궁전, 혈우병 환자인 알렉세이 황태자의 건강을 위해 차르 니콜라이 2세가 건설한 피렌체 풍의 저택은 혁명 직전 차르 가족들에게 평온한 삶을 준 장소이기도 했다.

 

얄타 회담을 위해 스탈린은 독소전쟁으로 나라가 아작난 와중에도 최선을 다해 회담 준비를 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한 달 동안 NKVD(소련의 비밀경찰) 수 천 명과 소련군이 전쟁으로 박살 난 회담장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모스크바에서는 각종 침구류와 식기, 웨이터, 요리사 하녀들이 모스크바 1급 호텔에서 징발되어 내려왔고, 제정 러시아 시대의 웅장한 전경으로 다시 꾸미기 위해 루마니아군 포로까지 동원되어 복구에 박차를 가했다.

 

수 백 명의 미국인 VIP가 이 리바디아 궁전에서 머물게 되었다. 다만 스탈린이나 루즈벨트, 기타 VIP들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이 저택이 애초에 차르 가족 개인 별장이라 수 백 명의 VIP를 수용할 여력이 안된다는 점이라는 것이다.

 

20세기 초에 차르 가족들은 요강에서 용변을 해결했고, 하인들은 그것을 정원 어딘가에 처리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 위생 관념이 급속도로 높아진데에 비해 궁전은 그러한 변화에 미처 준비를 하지 못했다.

 

가령 리바디아 궁전 1층엔 화장실이 3곳이 있는데, 하나는 루즈벨트 전용 화장실 이었다. 국무부 장관은 측근 7명과 화장실을 같이 썼고(그 중엔 소련 스파이인 앨저 히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최상층이자 2층은 80명의 고위 외교관과 장성들이 화장실을 같이 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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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타 회담 당시 보좌한 대령들은 아마 이런 형태로 숙박을 했을 것이다.

 

루즈벨트와 특별보좌관 해리 홉킨스, 최고사령관 참모총장인 윌리엄 리히를 제외한(미국인 대표단 중에서 개인침실을 배정 받은 사람은 루즈벨트 뿐 이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방을 같이 써야 함은 물론이고 말이었다. 장군도 아닌 대령 24명은 부대 막사 마냥 침대와 침대가 붙은 큰 방 2 곳에서 잠을 청했다.

 

잠 잘 때가 되자 방을 공유하는 것은 사소한 문제일 정도로 또다른 문제가 미국인들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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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당시 황후의 방에서 숙박하던 해군참모총장 어니스트 킹 제독

으악 씨발!!!! 벅 벅 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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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참모총장이자 당시 킹제독의 룸메이트였던 조지 마셜 장군

아니 이 사람(미친새끼인가?)아 왜 자다가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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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벅 벅 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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댁이 물개새끼라서 잘 안들ㄹ.... 으악!!! 이게 뭐야 벅벅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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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Russia!!!!!

 

당시 얄타와 모스크바에서 급히 모은 침구류들은 불행히도 이와 빈대가 득실 거렸다. 급하게 온 해군 의무대가 살충제를 대량뿌렸지만 한동안 이와 빈대는 러시아에 방문한 방문객들을 괴롭게 했다.

 

"곳곳에서 밤의 불청객에 대한 불평이 터져나왔어요. 저는 운이 좋았지만 아직도 이 제거 작업이 진행 중이랍니다."

루즈벨트의 딸이자 얄타 회담의 동행인인 애나 루즈벨트가 남편에게 쓴 편지 중에서

 

또한 급하게 사람들을 긁어 모으다 보니 언어 문제도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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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사령관 참모총장 윌리엄 리히

 

웨이터! 계란 하나, 토스트,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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д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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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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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캐비어, 햄, 훈제 생선, 보드카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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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누구든 영어 하는 사람 좀 불러. 그리고 이 친구하고 이것들 좀 치워줘!(실제 한 말)

 

이런 문제는 비단 미국인들에게만 닥친 건 아니었다. 영국인들이 머물렀던 보론초프 궁전(조국전쟁 당시 활약한 보론초프 공작이 지은 별장)은 화장실이나 욕실 문제에 있어 미국인들의 리바디아 궁전보다 더욱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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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공군 사령관이자 회담 당시 욕실 감시원이었던 찰스 포탈 경

 

영국 공군 사령관인 찰스 포탈 경은 화장실과 욕실 부족으로 인해 30분 이상 욕실을 사용한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 내쫓았다. 한 번은 영국군 원수 한 명이 30분 이상 사용하다 걸려 수건 바람으로 도망가기도 했다.

 

 

"집사(처칠의 집사인 프랭크 소이어스)가 목욕탕 밖으로 뛰쳐나와 미처 몸을 말릴 틈도 없이 파자마를 입었지만, 덕분에 딱 적당한 면도용 물이 생겼지!"

처칠의 집사를 놀라게 만들어 도망치게 만들고 나서 찰스 포탈 경이 한 말

 

 

이런 문제에 해결하고자 보론초프 궁전 정원의 작은 오두막에 공중 목욕탕이 생겼다. 사람들은 목욕을 한 후 감기에 걸릴 새라 재빨리 코트로 몸을 감싼 후 건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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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VIP의 숙소였던 보론초프 궁전, 회담 당시 정원은 화장실이 부족한 관계로 영국인의 오물로 뒤덮였다.

 

보론초프 궁전의 정원은 간이 화장실이 되었다. 화장실 부족은 영국인들이 수치심을 잊고 정원에서 볼일을 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영국인 수행원들은 수치심을 잊고 어느 장소가 볼일을 보기 좋은 장소인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가장 인기가 좋은 장소는 레닌 동상 뒤였다.

 

또한 초특급 VVIP였던 루즈벨트에게도 회담이 고역이었는데, 고집불통 처칠과 음흉한 스탈린과 회담을 조율하느라 가뜩이나 고혈압으로 망가진 몸은 더욱더 상태가 악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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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즈벨트 심장 주치의인 하워드 브루언 박사

회담 때 브루언 박사는 루즈벨트의 심장에서 부정맥의 첫 증상을 발견하고 놀랜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기에 루즈벨트에게 휴식을 자주 하라는 처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회담 전 대선 당시 루즈벨트의 혈압은 150~260 정도를 넘나 들었는데, 1944년 3월 하워드 브루언은 루즈벨트의 상태를 보고 1년 이상 살 수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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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백악관 행사 당시 루즈벨트를 부축하던 에드윈 왓슨 소장(루즈벨트 바로 우측), 루즈벨트를 부축할 정도로 친했던 그 역시 건강이 안좋은 상태로 회담에 참석하다가 대서양에서 뇌출혈로 객사한다.

 

 

 

또한 회담 이후 특별 보좌관 해리 홉킨스는 얄타에서 병세가 악화되어 선상에서 끙끙대다가 알제에서 결국 하선했고(결국 그는 좋은 친구이자 위대한 인물인 루즈벨트를 다시는 보지 못한다.) 루즈벨트의 친구이자 충직한 군사고문인 왓슨 소장은 루즈벨트가 얄타를 떠나는 동안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대통령의 측근 그 누구도 왓슨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안하다가 결국 말을 했는데, 루즈벨트가 내색은 안했어도 루즈벨트의 주변 누구나 루즈벨트가 왓슨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은 것을 알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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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즈벨트의 수석외교고문이던 해리 홉킨스는 회담 이전에 위암으로 고생하고 있었고, 회담 이듬해에 사망한다.

 

 

이렇듯 여러 고생을 한 수행원들은 훗날에 화장실과 욕실을 가장 심각한 문제였다고 회고했다. VIP이기도한 수행원들에게 얄타는 날씨나 풍경만큼이나 결코 낙원은 아니었다. 또한 먼거리와 더불어 치열한 회담으로 인해 루즈벨트는 완전히 체력적으로 그 힘이 바닥나 버리는 등 얄타회담은 결코 vip가 편한 그런 회담이 아니었다. 그러나 얄타에서 벌어진 회담과 회담의 내용들은 이런 문제를 사소한 것으로 만들어 버릴 만큼 세계사를 흔든 거대한 흔들림 이었다.

 

 

 

TMI) 회담 당시 처칠의 암호명은 켄트 대령이었고 회담 이후 처칠은 크림전쟁 당시 전장이었던 발라클라바를 방문하였다.

TMI) 얄타 회담에서 학을 뗐는지 루즈벨트는 바로 다음의 사우디 국왕하고의 회담에서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TMI) 소련군은 크림반도 수복 직후 18만 9000명의 크림 타타르 인들을 강제 이송 시켰다. 마을은 초토화 되었다. 나중에 얄타 일대의 폐허가 된 몇몇 마을들을 소련군이 보여줬는데, 아무리 크림반도의 날씨가 좋아도 전쟁 훨씬 이전에 폐허가 된 마을이 금방 수목으로 뒤덮였진 것에 영국인들은 적백내전 때 폐허가 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 킹과 마셜이 이로 고생하는 것은 창작의 일부임.

3개의 댓글

2023.08.21

소비에트 새끼들 노렸네

0
2023.08.21

소비에트 잼버리였군

5
2023.08.24

재미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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