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허세가 인간을 발전시켜왔다 9070112

한국인들은 종종 '왜 한국에는 중국이나 유럽처럼 위대하고 아름다운 건축물 같은게 없는건가요?' 라고 묻곤 한다. 아마 자국의 문화유산이 다른나라의 문화유산보다 작고 보잘거 없다고 생각해서 불만이 많은가보다. 그런데 조선시대에 그렇게 휘황찬란하고 웅대하고 멋잇는 문화유산이 별로 많지 않다는 얘기는 반대급부로 그런 문화유산을 만들기 위해서 희생된 시민들도 그만큼 적었다는 얘기다

 

 

요즘 나라들이 지들의 멋지구리한 문화의 자취라고 말하는 것들의 대부분이 무고한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졌다. 대체 왜? 대부분 그냥 존나 멋잇으니까, 자기 위신을 세우려고 뭐 이딴 말같지도 않은 이유들이었다. 쉽게 말해서 그냥 자기 허세 들었는데 그 허세 채우려고 만든거지

 

 

허세라는 것은 허황된 행동거지들을 근간으로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실재로 별 쓸모도 없고 의미도 없다는 늬앙스를 팍팍 풍기는 부정적인 언어다. 근데 개인적 차원에서의 허세는 뭐 헛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야만 조금 넓혀서 나름 생각해보면 허세가 가져다주는 인간사회의 발전이나 이렇거도 상당히 엄청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부분 과학이나 기술의 발전은 건축기술로부터 시작했다. 맨 처음에 인간이 할 수 있었던게 대부분 뭐 쌓아서 만드는게 전부였으니까. 근데 이 건축에는 정말 수많은 것들이 녹아있다. 건축 자체를 다듬고 옮기는 기술부터 시작해서 건축 자제들을 쌓아올려서 안정적인 형태로 만드는데에는 수많은 인간 역사의 보물과도 같은 소프트웨어들이 들어간다. 물론 인간의 첫 건축은 그냥 돌 무더기를 쌓는 정도 수준의 간단한 것들이었겠지만 스케일이 커지고 세련되지면서 그런 것을 만들기 위한 수학이나 재료학 같은 다양한 지식들에 대한 연구와 발전이 필수적이게 됐다

 

 

그렇다면 그러한 건축은 왜 이렇게까지 발전했나? 지배계층들의 허영된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였다. 위대한 건축의 첫 출발은 사람이 살 집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신들과 종교인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서거나 권력자가 자기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시작됐다. 그걸 신석기 시대 유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신석기 시대 사람들은 대충 땅을 파고 지붕만 대충 식물이랑 짚을 엮어서 집을 짓고 가운대다 불펴놓고 살았다. 겨우 움집 같은거나 지어서 불펴놓고 지낸거과 다르게 신석기 인간은 그 시기에 이미 거대한 석조 건축물을 만들 수 있었다. 얼마 전에 발굴된 괴베클리 테페가 그것을 증명한다. 괴베클리 테페는 12000년 전에 만들어진 신석기 시대의 유적으로 돌로 만들어진 거대한 건축물들이 엄청나게 많이 발견됐다

 

 

이들이 만들어놓은 유적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지는 규모와 섬세함이 보인다. 무려 12000년 전이다. 12000년 전이면 정말 상상도 못할 정도로 옛날이다. 시기로 따져보면 신석기 시대 초기인데 이 시기 사람들은 이제 막 돌을 갈아서 물건을 만들고 농사를 지었다. 12000년 전~피라미드 짓기까지 시간이 피라미드 이후 현대보다 더 오래됐다. 그 정도로 옛날인데 이미 인간을 저 정도의 건축물을 지을 정도로 발전된 기술을 가졌었다

 

 

물론 신석기 시대에 어느 곳에서나 죄다 이런걸 만들진 않았겠지만 이미 몇몇 신석기인들은 상당한 수준의 건축기술과 재료세공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뭘 하려고? 그들의 신전을 웅대하고 멋있게 짓기 위해서! 지들 집 잘ㅇ지을라고 그런 기술을 익힌게 아니더라 이거야. 그 이후로 만들어지는 기술집약은 늘 실용성이랑은 거리가 멀었다. 내 삶의 필수적이라기보단 뭔가 위엄을 주고 권위를 드높이고 멋있어보이는 것을 만드는 데에 기술집약이 들어갔지. 스톤헨지도 그랬고 고인돌도 그랬고 피라미드도 그랬고 지구라트도 그랬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면 이 '멋잇어보이려고' 뻘짓하는 것에 극에 달한다. 아치가 생기고 돔이 생기며 첨두형 아치가 만들어지고 점점 하중을 줄이는 공학적 설계가 들어가고 그 건축공학이 발전하기 위해서 수많은 학자들이 머리를 쥐어짜고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성 베드로 성당도 나오고 마틴 루터가 종교개혁도 했고 전쟁도 했고 낭트칙령도 있었고 칙령이 폐지되며 프랑스 경제위기도 왔고 결국 인권도 발전하고 뭐 기술의 발전 뿐만 아니라 여러 역사들이 새로이 쓰여지고 만들어지면서 발전하게 됐다

 

 

이러한 첨단 기술들이나 사상적 발전은 처음부터 인간의 삶의 퀄리티를 높이고 윤택하게 하려고 발전하지 않았다. 맨 첨엔 걍 허세부리려고 발전한거지. 아 시발 하느님 존나 멋있다. 존나 멋있는 하느님의 위엄을 보이기 위해 존나 멋진 성당 지어야겠다~ 씨발~ 이 개짓거리 하려고 전국 대학교수 모두모여 몇년간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인간역사의 가장 위대한 것들을 만들어낸거다

 

 

시발 겨우 그거 하려고 전세계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들이 다모여서 고민한거라고. 지금 관점으로 생각해보면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마치 김정은이 존나 개멋진 4차원 용광로에너지김정은타워 짓겟다고 북한에서 가장 똑똑한 천재들 모아놓고 몇년간 끙끙대는거랑 다를게 없자나. 근데 그런 터무니 없는 욕구로부터 나온 것들이 나중에 가서 보니 그것들이 인간의 삶 역시도 윤택하게 만들더라는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인간이 단지 '존나 멋잇어보이려고' 얼마나 미친짓을 저질러왔지?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그냥 존나 멋잇어보이려고 노력하다보니 인간의 삶에 필요한 기술이나 과학들 역시도 크게 발전했고 그 때문에 인간의 삶도 자연스럽게 위대해졌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인간의 역사란 참 재밌게 발전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 있었을거 같은 과학이나 수학도 처음엔 우리 실용이랑 거리가 먼 것들로부터 발전해왔는데 예술 같은 '멋부리기' 같은 것들은 어떘겟는가? 당연히 허세로부터 발전했지. 밋밋하고 크기만 한 신전과 교회 성당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예술이 발전하기 시작했고 그 예술의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섬세해져서 그것이 꽃을 피우고 마침내 현대예술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 결국 인간사 대부분의 발전의 출발은 실용이 아니고 허세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병신 같은 점은 허세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대할 수 있었던 것도 허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개개인의 허세는 바보같고 멍청해보일 수 있지만 개개인의 허세가 모여 그게 집단욕구가 되는 순간 인간은 발전하고 강해진다. 그게 역사였다

11개의 댓글

202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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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9
@작성자존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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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0
@작성자존슨

이것은 문화적 겸손이라는것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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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9

허세라기엔 어폐가 있고 추상적 가치가 적절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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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6
@공구리사장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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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9

문체 느낌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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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9

이 글에도 허세가 들어있는 것을 보니 맞는말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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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9

인간을 달에 보낸게 최강이였지. 지금도 최강 세턴 엔진은 완벽히 복구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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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9

제목이랑 두번째줄까지만 읽어도 장오제구나 싶었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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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0

공감함.

 

당장 경주가서 신라시대 유물들 불교 전래 전후로 (조금이나마 백성들 눈치보게 되면서) 유물들 사이즈&화려함 줄어드는 거 보면 알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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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0

ㅋㅋ재밋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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