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5살, 기묘한 경험

 

 

 

벌써 20년도 넘게 지난, 하지만 아직도 내기억에 남아있는 기묘한 이야기가 있어서 한번 적어봄.

 

어렸을적 나는 엄청난 시골에 살았다. 5살까지만 해도 아파트앞은 비포장이였고, 이젠 다른아파트가 세워진 우리아파트 뒤 공터에는 작은 옥수수밭이 있던 진짜 깡시골에서 자랐음.

 

그런 시골에서 여름에는 개울에서 수영하고 겨울엔 군고구마 호일에 싸서 구워먹던 시절 5살이였던 그해 추석에 있었던 이야기임.

 

 

 

우선 옛날에 살던집 지도를 들고와 배경부터 설명을 시작해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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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큰도로 바로 앞에 있는 작은 아파트였었고, 옥수수 밭을 지나 큰길을 조금만 걸어가면 돌아가신 할머니가 해산물을 팔고 계시던 시장이 있다.

지금도 있지만 꽤나 많이 개선이 되서, 좀 깔끔해진 편이지만 내가 5살때만 해도 시장전체를 덮고있던건 녹슨 철근, 그리고 그위를 엉성하게 덮고 있던

낡은 폐지붕이 였음. 그래서 밤이되면 꽤나 스산한 정도가 아니라 거대한 폐가 같은 분위기를 풍기던 무서운 곳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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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입구는 지도상에 나와있는 제일 오른쪽에 있는 귀퉁이가 입구라고 보면됌.

글씨가 개판이라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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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의 느낌은 이런식이였다고 생각하면 편함. 어쨋든 이런시장에서 오른쪽하단에 할머니 집이라고 적힌곳은 시장의 정확히 중간에 위치했는데,

위에 서술했듯 시장전체가 낡은 철골과 폐지붕으로 덮혀있었기 때문에 대낮에 들어가도 빛한줌 없는 곳이라 늘 불을 켜고 생활해야 하는 곳이였음.

 

어렸을땐 저기로 들어가는 통로가 2곳이 있는데 어디로 가도 너무 어두워서 할머니집에 갈때면 눈질끈감고 숨도 못쉬고 뛰어서

들어갔던걸로 기억해. 할머니집 왼쪽에있는 좁은통로에는 창고인지 뭔지모를 문이2개있었는데 두곳모두 너무 어두워서

안이 전혀 보이지 않아서 지나갈때마다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거든.

 

 

배경설명이 너무 길었다, 어쨋든 내가 겪은 사건은 추석에 일어났음.

 

추석대목, 시장은 어느때보다 활발하고 시끄러운 곳이지만 막상 추석당일엔 모든 가게가 문을닫고 정말 쥐새끼 한마리 보기힘든

포스트 아포칼립스 같은 느낌으로 변하는 곳이였다. 진짜 폐지붕 사이의 균열로 들어오는 빛이 내리쬐는 어두컴컴한 시장안은 기묘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당시 5살이였던 나에게는 추석에 다른지역으로 가지않은 친구들과 놀기에는 최고의 놀이터였다.

 

평소에 어른들이 가지말라는곳도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놀 수 있었으니까. 당시에 그 아무도없는 시장안, 나와 형, 아빠와 엄마는 먼저 외가에 다녀온뒤

시장안에서 혼자사시는 할머니집으로 가서 하루를 지내기위해 추석음식을 준비하시는 부모님을 뒤로하고

 

형과나는 1년에 2번 돌아오는 특별한 이벤트 아무도 없는 시장을 마음껏 탐험하며 돌아다녔다. 당시에 형은 8살이고 나는 5살이였으니

그저 평소와 다른분위기의 시장을 돌아다니는 것 만으로도 엄청 즐거웠으니, 시간 가는줄 모르고 뛰놀았다.

 

시장한구석에, 2층으로 올라가는 낡은계단이 있었는데, 옛날에 망한건지 당구대와 탁구대 같은것이 놓여있는 폐건물이 있었는데 거기서 놀고 있던 다른친구들 2명과 합류해 술래잡기도 하고 숨바꼭질도 하고 놀았던걸로 기억함.

 

다만 점심을 조금 넘긴 시점에 형은 할머니집으로 돌아갔고, 나는 어린아이 특유의 지치지않는 체력으로 3시가 넘도록 온동네를 쏘다니며

놀았었다. 도중에 만났던 친구들과 헤어지고 혼자서 개울가에 가기로 결정했다. 풀버들도 뽑고 돌도 던지고 그렇게 놀다가 집에갈 생각이였다고 생각함.

 

 

 

 

 

시장에서 쭉내려가는 큰길을 내려가면 저렇게 작은 냇가가 나오는데 적당히 얕고 어른들이 버린 쓰레기들중에 재밌는 장난감같은게 섞여있을때가

많아 친구들과 많이 놀았던 곳임. 저기 길잃은 곳이라고 적혀있는 곳을 정당히 묘사하면 아래의 이미지 같은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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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나는 저기있는 어린얘 목부근까지 올라오는 방지턱을 넘어 냇가로 내려갔어. 그런데 거기서 한 아이랑 만났는데, 처음보는 아이였음.

그런데도 만난다음 금방 친해졌고, 같이 냇가의 작은길을 뛰놀면서 정말 즐겁게 놀았다고 생각함.

 

그런데 이작은시골에서 대충애들끼린 다알지않냐 생각할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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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의 나의 활동범위는 딱저정도였음. 저기있는 아이들하고만 친했고 인당교는 정말 작은 다리였지만, 어렸을적 나에겐 너무나 컸었고, 넘어가볼 생각조차 하지못한 미지의 영역이였다. 그래도 가끔 다리건너의 동네를 바라보곤 했는데 당시의 이미지는 '잘사는 동네' 였던걸로 기억함. 내가 사는 시장블록의 집은 낡고 어딘가 엉성했지만 다리건너의 동네는 집들도 멀끔했고, 멋진느낌이라 그렇게 생각했었음.

 

그래서 모르는 그아이는 대충 저쪽에 사는 애구나,하며 같이 놀았다. 그렇게 놀다보니 어느새 붉은 노을이 지는 시간이 다가왔기에 나는 그친구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시장의 할머니 집으로 돌아가려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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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애도 슬슬집으로 가지않을까 생각했지만 내가 디딤돌을 밟고 방지턱을 넘어갈때까지 그얘는 개울가 작은길에서서 나를 보고있었다.

잠깐 그애쪽을 한번돌아보고 도로를 건너 큰길을 걸어 시장으로 향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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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이상한일이 시작됌. 나는 분명 시장으로 향했는데, 어느새인가 계속 아까의 그 개울가앞으로 돌아가는 이상한일이 일어남.

어린애니까 길을 잃을수 있지않냐고 생각할수 있지만 지도에 나와있듯 저위치에서 시장으로 가려면 그저 큰길을 따라 걷기만 하면 되는 길이라

길을 잃을 수가 없는 구조였음. 그런데도 난 계속 저위치로 돌아가게 됐고 어느새인가 그애도 사라졌다. 점점 주변은 어두워 지는데 지나가는 자동차 하나 없는 도로에 나혼자 덩그러니 남겨져서 점점 불안한 마음이 커져갔다.

 

그당시엔 가로등도 듬성듬성 있어서 저녁이되면 냇가를따라 이어져있는 도로는 정말 어두워져서 달빛에 의존해야 겨우 앞이 분간되는 수준이였음.

 

그렇게 시장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계속 저자리를 빙빙돌던 내옆에 뭔가가 보였는데, 당시에는 개라고 생각했는데 어두운 것도 있지만 지금은 기억이 너무 흐릿하다. 그나마 남아있는 이미지는 이런느낌이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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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당시 5살 꼬마의 기준으로 봤을때 저정도면 상당히 작은, 소형견정도의 검은 무언가가 다리쪽에서 내쪽으로 스멀스멀 걸어오는게 보였음. 2마리정도였던걸로 기억하는데 그걸보고나선 정말 울면서 미친듯이 도망갔다. 그런데도 계속 개울쪽을 빙빙돌고... 체감상으론 20분넘게 저 검은 것들한테 쫓기다가 계속 냇가로 돌아왔던것처럼 어느새인가 정신을 차려보니 시장입구 까지 도달해있었다. 뒤에서 쫓아오던 검은것들도 사라진 상태였고, 그상태로 나는 진짜 숨도 안쉬고 전력질주를 해서 어두운밤, 혼자서 시장을 가로질러 무서운 통로를 내달려 할머니집까지 뛰어들어갔다.

 

당시에 완전히 어두워졌으니까, 적어도 8시는 넘은시간이였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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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집은 이런구조였는데, 신발이있는곳은 콘크리트고 저문하나를 열자마자 바로 할머니가 주무시는 방이 나오는 진짜 보안이라곤 찾아볼 수없는 허술한 구조의 집이였음. 지금은 상상도 못할 구조.

 

어쨋든 나는 통로를 내달려서 저문을 쾅소리가 날정도로 크게열었고 안을 바라보니 저런식으로 우리가족이 앉아있었음.

형,할머니,엄마,아빠 그런데 어렸을땐 인지하지 못했지만, 우리가족의 행동이 너무너무 이상했다.

 

5살짜리 꼬마가 8시까지 안돌아온 상태에서 얼굴이 눈물콧물로 범벅이된 상태로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왔는데, 방안에 앉아있던 우리가족은 정말 나를 쳐다반 보고 있었음. 한마디도 하지않고, 내가 엄마한테 뛰어들어서 울때도, 정말 한마디도 안했던걸로 기억함.

 

평소 우리부모님은 그당시에 9시만 넘어가서 돌아와도 형이랑나를 엄청 혼내셨는데, 그때 뛰어들어온 나를 바라보는 부모님이랑 할머니, 형은 정말

단한마디도 하지않고 그냥 나를 빤히바라보고 있었음.

 

그당시엔 너무 지쳐있었고, 어린마음에 그렇게 울다가 잠에들었는데.

일어나보니 다음날 아침이였어.

 

엄마는 나한테 어딜그렇게 놀다왔냐면서 끓여놓은 국으로 아침밥을차려 주셨고, 평소처럼 할머니는 우리강아지라고 부르면서

뻥튀기같은 과자도 주셨음.

 

정말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렇게 내가 겪은 기묘한 이야기는 끝이남.

 

 

 

어렸을적 이야기지만, 그당시의 일이 너무뇌리에 깊게남아 아직까지 그당시의 풍경이 머릿속으로 그려지곤해.

 

아무도없는 시장, 냇가에서 놀았던 같이 낯선아이, 검은무언가, 기묘한 반응의 가족들까지.

 

그땐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정말 내가 시장의 할머니집에 제대로 도착했던게 맞았던걸까, 궁금할때가 가끔있다.

 

 

15개의 댓글

꿈임

어릴때 오지게 놀고나서 집에 가서 바로 쿨쿨 자버리고 악몽꾼거임

나도 그런경우 있었는데 형이랑 누나랑 같이 있어서 뭐가 현실이었는지 설명해 줘서 아! 내가 꿈꾼거구나 하고 이해함

0
2022.07.18
@x2랩아무말대잔치

이가 맞는듯

0
2022.07.19
@x2랩아무말대잔치

나는 꿈을 꾸면, 재밌는꿈은 기록해두는 습관이 있는데 기록해두지 않은 꿈은 모두 까먹음.

 

그런데 저때 기억은 이상할정도로 생생함. 물론 지금까지도. 그날 날 바라보던 기묘한 가족들 시선을 떠올리는것 만으로도 등에 소름이 쭉올라옴.

0
2022.07.18

꿈...

0
2022.07.18

기묘하네 정말

0
2022.07.18

엑박 뭐징

0
2022.07.19
@Hayeonsoo

몰루겠네..엑박안보이는데

0
2022.07.19

뭔가 어린아이만 인식할수 있는 세계? 가 있는거 같을때가 있음ㅋ

0
2022.07.19
@해해해

저사건 이후로 그렇게 기묘한일은 없었으니까, 그럴지도

0

글 올리기전에 첨부짤들 지우면 저렇게 액박으로 뜬다

0
2022.07.19
@지능수준매우심각

어디부분 엑박임?

0
@Gorogo

다 나온다 이제

0
2022.07.19

근데 진짜 어릴때 가족들이 나를 빤히 쳐다본 기억이 한번은 있는듯

0
2022.07.19

꿈이야 나도 그런 경험 있어서 알아

어렸을 적에 나도 비슷한 내용으로 너무 생생하게 꿈을 꾸고 깨서

현실과 꿈이 분간이 안돼서 막 울면서 엄마한테 소리를 질렀는데

 

나중에 엄마한테 물어보니까 내가 어디 정신적으로 아파서 그런 줄 알고 엄청 걱정됐대

0
2022.07.20

나도 비슷한 경험있음. 써봐야징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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