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펌] 조선을떠도는 12가지의 음습한괴담 - 7편

1590년에서 1592년 초에 이르기 까지, 
당시 서울에서는 "등등곡(登登曲)"이라는 이상한 춤을 추며 정신 없이 노는 놀이가 크게 유행하였다. 
이것은 일부러 정신나간 행동을 따라하면서 미친 사람 흉내를 내면서 날뛰고 노는 행동이었는데, 

주로 부유한 집안의 자제들이 모여서 일부러 바보짓을 하고 미치광이처럼 설치는 것이었다. 
히죽히죽 웃는 표정으로 짐승 같은 동작으로 아무렇게나 마구 몸을 흔들며 춤을 추는 가 하면, 
밤새 깔깔 거리고 웃으면서 뒹굴고 그러다 갑자기 엉엉 울기도 하면서 
"사람이 사람 같지 않다네" 따위의 말을 서로 소리지르며 주고 받았다. 

이 놀이를 할 때에는 기괴한 귀신, 괴물, 도깨비의 모습을 만들어서 
가면을 쓰고 괴상한 옷을 입고 뛰어다니기도 했고, 정상적인 것이 아닌 겉모습, 
사람이 보통 떠올리기 힘든 모습을 일부러 찾아서 몸에 걸치기도 했다. 
이들은 무당의 모습이나 기괴한 행색 따위를 일부러 따라해서 
서로서로 미친 모습을 자랑했고,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정신나간 듯한 동작만을 계속하며 밤새 놀았다. 

이러한 퇴폐적인 기행은 삽시간에 퍼져서 
수백명, 수천명이 한 데 엉켜서 이런 놀음을 하기에 이르렀고, 
"한 번 죽으면 아무 소용 없으니, 지금 취하고 배부른 것이 제일이다" 따위의 말을 하면서 
점점 더 이 놀이에 심각하게 빠져드는 사람들이 생기기에 이르렀다. 

결국에는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무작정 이상한 행동을 하면서 놀기만 하다가 
모든 재산을 다 날리고 걸인이 되는 사람들까지 나타날 지경에 이르렀고, 
유명한 선비와 명문가의 자제들 중에서도 정효성(鄭孝誠), 백진민(白震民), 
유극신(柳克新), 김두남(金斗南), 이경전(李慶全), 정협(鄭協), 김성립(金誠立)등이 
이 등등곡을 즐긴 것으로 알려 지게 되었다. 

이것은 당시 극심한 당쟁의 상황에서 허망함을 느낀 양반 가문에서 
은밀히 어떤 일탈적인 취미가 유행했던 것이 갑자기 크게 퍼진 것으로 짐작된다. 
조선후기의 여러 서적에서는 이것이 임진왜란 직전의 망조를 상징한다는 식의 해석도 통용되었다.

7개의 댓글

2015.08.07
잼냐양
0
2015.08.07
조선식 클럽ㅋㅋㅋ
0
2015.08.07
@아로새김
이보시오! 낭자! 빵댕이를 왼 좌 오른 우로 신명나게 자진모리장단으로 흔들어 보시오!
0
2015.08.07
@학생회장
어허 이사람, 흔들려면 휘모리로 몰아쳐야지!
자진모리는 느려서 흥이 살다가도 죽어버린다네.
0
2015.08.07
와 이 시리즈 재밌다 ㅋㅋ 추천드림
0
2015.08.07
그러니깐 조선시대 YOLO였네
0
2015.08.07
1592년초에 끊긴이유가 임진왜란 때문이었지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2449 [역사] 지도로 보는 삼국통일전쟁 1 FishAndMaps 0 5 시간 전
12448 [기타 지식] 영국 해군의 레시피, 핑크 진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3 지나가는김개붕 2 6 시간 전
12447 [호러 괴담] 최초로 소년 사건에서 복수의 피고인에게 사형이 동시에 확정 4 그그그그 4 22 시간 전
12446 [기타 지식] 바텐더의 기본기라는 오해, 진 피즈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9 지나가는김개붕 4 1 일 전
12445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만점 40점인 사이코패스 평가 점수에서 39점... 2 그그그그 4 3 일 전
12444 [기타 지식] 직구 논란이라 쓰는 직구로만 구할 수 있는 술, 스즈 편 - 바... 3 지나가는김개붕 7 3 일 전
12443 [기타 지식] 한국에서는 유행할 일이 없는 맥시코 칵테일, 미첼라다 편 - ... 8 지나가는김개붕 4 4 일 전
12442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범인을 꼭 알아내겠습니다."라는... 2 그그그그 9 4 일 전
12441 [역사] 장진호 전투 트리비아. "모든것이 얼어붙었다" 3 잔다깨우지마라 8 5 일 전
12440 [역사] 한국의 성장과 서울의 성장 10 쿠릭 4 5 일 전
12439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컨저링 3의 실화 이야기. 악마가 시켰다 그그그그 7 7 일 전
12438 [기타 지식] 당신이 칵테일을 좋아하게 됐다면 마주치는 칵테일, 사이드카... 5 지나가는김개붕 5 8 일 전
12437 [역사] 지도로 보는 올초 겨울까지의 우크라이나 전쟁 13 FishAndMaps 21 9 일 전
12436 [기타 지식] 클래식은 아니지만, 여전히 사랑 받는 칵테일, 갓 파더편 - ... 4 지나가는김개붕 5 9 일 전
12435 [역사] 중화인민공화국 의외의 금기-6.25전쟁(5) 2 綠象 4 10 일 전
12434 [역사] 중화인민공화국 의외의 금기-6.25전쟁(4) 綠象 3 10 일 전
12433 [역사] 중화인민공화국 의외의 금기-6.25전쟁(3) 1 綠象 3 10 일 전
12432 [호러 괴담] [미스테리] 한 은행 직원이 귀가 중 사라졌다? 2 그그그그 9 11 일 전
12431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뭔가 좀 이상한 지명수배자. 이와테 살인사건 2 그그그그 4 12 일 전
12430 [기타 지식] 페미니즘은 여성에게 도움이 되었는가 02 16 키룰루 28 13 일 전